2012. 01. 04.[수]

 

  밤에 두 번을 깨어 소변을 보았다. 5시 30분에 눈을 떠 모닝콜을 기다렸다. 6시에 따뜻한 홍차를 마시니 몸이 데워지는 것 같다. 우리 탐사대의 쿡 리마는 한국 요리를 매우 잘하였다. 오늘 아침 메뉴는 미역국이다. 국물맛이 집에서 먹는 미역국과 다를 바가 없다. 입맛이 당겨 한 그릇을 더 먹었다. 고산병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도 잘 먹고 오줌 잘 누고 잘 자야 한다. 약간의 목감기 기운만 빼면 아직까지는 컨디션이 매우 좋다. 목감기는 카트만두에서 첫날밤을 보내고 생긴 것 같다. 객실 공기가 차가워 침낭 안에서 잘까 하다가 그냥 잤는데 자고 나니 몸이 개운하지가 않았었다. 방콕에서 카트만두로 몸이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겠다.

 

 

[브림당 마을 입구에서 만난 귀여운 마을 어린이들_김영채 사진]

 

  한 시간 반쯤 산행을 하여 브림당 마을(2,848m)에 도착하였다. 브림당 마을 입구의 청보리밭 한가운데에 커다란 바위가 하나 놓여있는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소년 소녀들 넷이서 바위 위에서 놀다 우리 탐사대를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었다. 그 중 제일 나이 어린 소년은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있었는데 그 모습들이 추워 보이면서도 너무나 귀여웠다. 거무스름하게 때가 낀 모습이지만 슬리퍼 속에 담긴 가지런한 발가락까지도 예쁘게 보였다. 장엄한 가네시 히말을 배경으로 햇볕을 쬐고 있는 네 명의 어린이들의 모습이 대자연과 너무나 잘 어울렸고 얼마나 평화롭게 보이던지 그 모습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았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곰파가 있고 곰파 주변에는 높은 장대에 매달린 타르초와 룽다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타르초는 티베트 계열의 주민이 주택이나 사원에서 경문 등을 써서 긴 장대에 매달아 놓은 깃발이고, 룽다는 만국기처럼 오색의 작은 깃발로 둘 다 경전을 적어 바람에 날리게 하여 바람을 타고 불경이 멀리 퍼져나가기를 바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이 곳 곰파 안에는 사람 키보다 큰 대형 마니차가 있어 대원들이 차례로 마니차를 돌리면서 소원을 빌었다. 나 또한 마니차를 돌리면서 올 해 둘째딸 지혜의 임용고사 합격과 고3학년이 되는 막내 지송이의 대학 합격을 빌었다. 모든 사람들이 마니차를 돌려서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곰파 옆에 가네시 히말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어 사진찍기에 좋았다. 청명한 아침 햇살로 흰 눈에 덮인 가네시 히말의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어제 골중고개에서 보았던 히말라야의 모습보다도 더 가까이에 있는 것처럼 보여 지척에 있는 듯 금방이라도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곰파 건너편 산 능선에는 야생 원숭이들이 살고 있었다.

  따또파니를 출발한 지 4시간만에 나그탈리(Nagthali 3,165m)에 도착하였다. 나그탈리는 따망 헤리티지 트렉 중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그러므로 전망 또한 가장 좋아 나그탈리 전망대라고도 하는데, 여기에서는 왼쪽의 가네시히말에서부터 오른쪽의 랑탕리룽(7,227m)까지 모두 볼 수 있는 곳이다. 날씨가 쾌청하여 점심식사 후에 사진을 찍을까 생각하고 수제비로 점심식사부터 하였다. 그러나 내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나그탈리 롯지에 도착할 무렵부터 간간히 내리던 눈발이 점심을 먹고 나니 하늘이 컴컴해지더니 오후 내내 폭설로 변하고 말았다. 오후 4시에 눈이 잠깐 그친 틈을 내어 나그탈리 전망대로 가보았으나 히말라야는 구름과 안개로 뒤덮여 있어 보이지 않고 언덕 아래에 있는 우리의 롯지만 희미하게 보일 뿐이었다.

 

  해발고도가 3천미터가 넘는 나그탈리에서 본격적인 고산병 환자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탐사대원 중에는 처음으로 3천미터를 경험한 젊은 대원들과 청소년대원 몇이 고산증이 심하여 저녁식사를 못하는 대원이 나왔다. 고산병을 예방하고 체력유지를 위해서는 무엇이던지 잘먹어야한다. 고산병 증세는 자신이 스스로 극복을 해야하는데 먹지 못하면 신체가 극복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고산병은 자신의 의지로 조절되지 않는 신체현상이다. 고산병을 떨쳐내는 방법은 스스로 하산을 하여 고도를 낮추던지 약과 음식을 먹고 물을 많이 먹어 이겨내던지 방법은 딱 두 가지 뿐이다.

   오늘밤 해가 지면 어둠이 서서히 사방을 점령하듯이 나에게도 그 분(고산병)이 조용히 오셨다. 저녁식사를 하고 나서 쉬고 있는데 심하지는 않으나 기분 나쁜 두통이 오기 시작하였다. 딱히 머리가 아프다는 느낌은 없으나 몇 분 간격으로 지끈거리다가 괜찮아지기를 반복하였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서서히 머리가 지끈거리는가 싶더니 화장실에 있는데 뒷머리가 땡기고 두통이 더 심해졌다.

  나는 3천미터의 고도에서 두통이 있는 적이 한 번 도 없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이었다. 기분 나쁜 두통이었다. 아마 목감기 기운이 있어 쉽게 고산병 증세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짐작을 하고 내 카고백에 있는 약상자에서 다이아목스(diamox, 약품명: 아세타졸 아마이드 acetazol amide)를 한 알 꺼내 먹었다. 그리고 잠자기 전까지 의식적으로 더 자주 따뜻한 물을 마셨다. 이럴 때에는 내가 이런 적이 없는데 이런 적이 없는데 하며 망설일 것이 아니라 신속하게 약을 먹고 신체가 적응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고산병 증세는 낮은 기압과 희박한 산소가 있는 곳에서는 누구나 올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고산에서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 것이 고산병을 예방하는 첫 번째 과제이다.

 

  대원 모두 식당에 모여 「설악가」 같은 산노래와 네팔 민요인 「레삼피리리」도 부르고 대원들이 돌아가면서 노래를 부르면서 스텝들이 식당으로 잠자러 올 때까지 저녁시간을 보내다가 9시에 모두 숙소로 돌아갔다. 나는 노래부르고 노는 사이에 두통은 깜쪽같이 사라지고 컨디션은 다시 좋아졌다. 낮에 눈이 내리던 하늘이 맑게 개어있어 달이 보름달처럼 밝다. 달이 밝아 별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데도 남쪽 밤하늘에 오리온 별자리가 선명하게 보였다. 오리온자리는 북반구에서 겨울철 별자리의 대표 별자리가 아닌가! 이렇게 크고 가까이 보이는 오리온자리를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달이 밝아 많은 별들은 잘 보이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숙소마당에서 청소년 대원들에게 오리온별자리에 대하여 설명해 주고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 오늘이 만일 그믐이라면 얼마나 많은 별을 볼 수 있을까? 내일 모레 쯤이 보름이기에 이번 트레킹 기간중에는 별(☆) 볼일은 없을 것 같다.

  오늘은 4인실이 배정되어 광주에서 오신 원로 산악인인 장길문 선배님과 설상욱 대산련 청소년위원, 연철흠 선생님과 내가 한 방을 쓰게 되었다. 롯지의 나무벽은 구멍이 숭숭 뚫려 허술하고 고도가 높아 밤에 매우 추웠다. 날씨가 춥고 옆사람에게 피해를 주지않기 위해 다들 조용히 물티슈로 손발을 닦고는 바로 침낭 속으로 들어갔다. 따또파니가 담긴 물통이 있어 침낭 안은 따뜻했으나, 오늘밤에 처음으로 핫팩을 준비해왔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내년에는 핫팩도 꼭 준비해야겠다.

 

 

 

 

출처 : 충북등산학교
글쓴이 : youngcha 원글보기
메모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