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01. 09.[]

 

  오늘도 예외없이 아침 6시에 우리를 깨우는 뜨거운 홍차가 배달되었다. 이 추위 속에서 새벽같이 일어나 음식을 준비하는 조리팀이 고마웠다. 뜨거운 차를 마시니 몸이 훈훈해졌다. 오늘 트레킹은 추위와의 싸움을 해야 할 것이다. 630분에 식당에 모여 아침식사를 하였다. 몇몇 대원이 아침식사를 못한다고 하니, 걱정이 되었다. 뜨거운 물이라도 많이 마셔야할텐데~.  오늘 산행 코스는 눈이 많고 바람이 강한 고개를 넘어야하니 나 또한 대비를 든든히 하였다. 등산바지 위에 오버트라우져를 한 장 더 입었고 상의는 다운 조끼 위에 우모복을 입었다. 고소모와 방수 장갑을 끼었고, 스패츠와 아이젠을 착용하여 출발 준비를 마쳤다. 언제나 그러하듯 730분에 출발 채비를 한 대원들이 모두 모였다. 먼저 식당 앞 빈 공터에서 간단한 체조를 하고 출발하였다.

 

 

[고사인쿤드의 호수가에 있는 힌두교 사원(호수 바로 옆 건물)_김영채 사진]

 

  이 곳 고사인쿤드는 힌두교도에게는 매우 신령스런 성지라고 한다. 호수 속에 힌두교의 주신 중 하나이며 우주의 수호신인 비슈누(Visnu) 신이 잠들어 있다고 믿고 있어, 호수가에 시바신의 상징으로 숭배되는 링가(Linga)를 모신 사당이 있었다. 사당을 지나 라우레비나 패스로 향하는 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호수를 오른쪽에 끼고 눈과 바람과 추위를 헤쳐 한참을 걸으니 고사인쿤드는 산능선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고개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추위는 더 심해졌고, 눈이 깊게 쌓여 걸을 때 마다 발목보다 깊이 빠지니 걷는 속도는 느려지고 힘은 더 들었다. 힘이 들어도 천천히 오르니 어느덧 고개 정상 가까이에 왔다. 

  고사인쿤드가 사라지고 새로운 호수가 나타났는데 수르야쿤드이다. 고갯마루 가까이 등산로 오른쪽에 있는 수르야쿤드(Surya Kund)의 안내판을 지나니 이번 트레킹에서 최고 높이인 라우레비나 패스(Laurebina Pass 4,610m)의 정상이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2시간 10분이 걸렸다. 고개 정상에서 탐사대원들 모두 뿌뜻한 마음으로 기뻐하였다. 지금부터는 내리막길이지만 눈이 쌓여있어 빨리 걸을 수는 없었다. 고개 정상에서 내리막길로 한참을 내려가니 롯지가 하나 나왔다. 수르야쿤드의 이정표에는 롯지가 있는 페디까지 2시간 거리라고 했으나 우리는 2시간 30분만에 페디(Phedi 3,730m)에 도착하였다. 롯지만 하나 있는 페디에서 뜨거운 국수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점심식사를 하고 나니 이제 춥지 않았다. 우리 탐사대가 넘어야 할 가장 큰 고비를 탐사대원 모두가 무사히 넘겼다.

 

 

[라우레비나 패스 정상 근처의 수르야쿤드 안내판_설상욱 사진]

 

  점심을 먹고 오후 1시에 출발할 때, 나는 우모복을 벗고 오버자켓으로 갈아 입었다. 고개를 넘어 남쪽으로 오니 고도가 낮고 남향이라 고사인쿤드를 출발할 때처럼 춥지는 않았다. 페디의 롯지를 나와서는 롯지 뒤편의 계곡을 향하여 급경사면을 내려간 다음 산 능선으로 오르기 시작하였다. 곱테까지 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몇 개의 산 능선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가야하는 험한 길을 따라 점차 고도를 낮추어 나갔다. 오전에 흐리기만 하던 날씨가 오후가 되니 눈발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눈발이 점점 더 심해져서 잠시 쉬는 동안 배낭에 커버를 씌어야할 만큼 많은 눈이 내렸다. 어젯밤의 달무리가 눈을 몰고 온 것 같았다. 오전에는 심설산행을 하더니 오후에는 눈꽃산행인가! 히말라야의 설원에서 눈까지 맞으면서 산행을 하다니 정말 다양한 겨울산행을 경험하게 되었다. 오늘 내리는 눈은 우리 탐사대에 대한 축복인 셈이다. 앞 사람의 어깨와 배낭 위에 눈이 수북이 쌓였다. 탐사대원들이 지쳐갈 무렵 3시간 10분만에 곱테(Ghopte 3,430m)에 도착하였다.

  곱테에는 롯지만 2개가 있었는데, 트레킹 도중 만났던 롯지 중에서 가장 허접하였다. 침대 2개가 있는 방이 어찌나 좁은지 침대와 침대 사이가 30센티미터 정도 떨어져 있을 뿐이었다. 할 수 없이 등산화는 침대 아래에 넣고 카고백은 복도에 두었다. 방과 방 사이도 얇은 나무판자로 허술하게 막아서 옆방의 불빛이 그대로 스며들어왔다. 옆방에 있는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 지 알 지경이었다. 옆방에서 랜턴을 끄니 내 랜턴불빛이 옆방까지 스며들어가 잠을 방해할까봐 미안해서도 랜턴을 꺼야했다. 불빛도 스며들고 코고는 소리도 훤히 들리는 그런 판자벽 롯지이지만, 이렇게 허술하기는 해도 오늘밤에 내리는 눈비와 추위를 막을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다. 오후에 내리던 눈은 저녁식사 이후에도 그치지 않고 내리는 모양이 밤새 내릴 것 같았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젯밤보다는 고도가 천 미터나 낮아 그리 추울 것 같지는 않았다. 저녁식사 후 난로가 있는 식당에서 쉬다가 9시 30분에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 추위와 눈보라 속에 큰 고개를 넘어 피곤한지 오늘은 모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출처 : 충북등산학교
글쓴이 : youngch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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