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01. 10.[화]

 

  어제 많은 눈이 내린 곱테의 롯지 나마스테호텔(3,930m) 주변은 온통 은세계로 변해 있었다. 곱테의 아침은 맑게 개어 있었고 카트만두 방향의 남쪽 계곡은 운해로 가득차 있었다. 마치 구름바다 위에 떠 있는 기분이었다. 7시 30분, 우리 탐사대는 롯지에서 계곡을 향해 내려간 다음 눈길을 따라 서서히 40분을 걸어 올라가 지도상에는 나와있지 않으나 롯지 하나가 있는 카르카에 도착하였다. 응달진 곳에 있는 작고 외딴 롯지인데 겨울인데도 관리인이 있었다. 잠시 쉰 후 다시 발목보다 깊이 빠지는 비탈진 눈길을 한참을 걸어 내려갔다. 숲길을 빠져나와 산허리로 올라붙으니 이제야 아침 햇살을 볼 수 있었다. 백옥같이 하얀 눈을 뒤집어 쓴 키 작은 나뭇가지가 눈속에서 아침햇살을 받으니 그 영롱한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아침햇살을 받은 그 빛나는 풍광을 놓칠 수가 없어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면서 걸었다. 이렇게 한참을 가다보니 능선에 올라서게 되었고, 그곳에 몇 개의 롯지가 드문드문 있었다. 곱테의 롯지를 떠난지 약 1시간 30분 만에 타레파티반장에 도착하였다.

 

[곱테의 롯지를 출발하여 눈 덮인 산길을 오르는 탐사대_김영채 사진]

 

 

  이곳은 지도상에는 타데파티반장(Thadepati Bhanjyang 3,690m)으로 표시되어있지만, 가이드 핀죠를 비롯한 모든 현지인들은 타레파티(Tharepati)반장이라고 불렀다. 여기서 반장이란 말을 살펴보면, 랑탕국립공원의 네팔지도에는 ‘패스’보다는 ‘반장’이란 말이 훨씬 많이 나오는데, 네팔어로 ‘반장(Bhanjyang)’은 ‘패스’처럼 고개라는 말로 쓰이지만 ‘패스(Pass)’보다는 낮은 고개를 ‘반장(Bhanjyang)’으로 부르고 있는 것 같았다. ‘반장’은 히말라야산맥 근처가 아닌 남쪽의 헬람부 지역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타레파티의 롯지들은 고사인쿤드의 롯지처럼 다닥다닥 붙어있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드문드문 떨어져 있었다. 산 능선 위의 타레파티에서는 조망이 매우 좋았다.

  우리가 어제 힘들게 넘었던 눈 덮인 라우레비나 패스가 아침 햇살을 받으며 매우 높게 보였다. 한마디로 고봉준령(高峯峻嶺)이었다. 해나 달도 넘기 어려울 것 같은 저렇게 높은 고개를 어떻게 넘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도를 보니 패스 왼쪽에는 수르야쿤드가 있고, 패스의 오른쪽에는 삼각형으로 뾰쪽하게 보이는 하얀 봉우리가 높이 솟아 있는데, 이것이 수르야피크(Surya Peak 5,145m)였다. 타레파티는 전망이 매우 좋아 멀리 설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안성마춤의 장소였다. 사진가인 박종익 부대장님이 대원들에게 많은 사진을 찍어주었다. 대원들은 박 부대장이 전문가용 카메라인 캐논 마크파이브를 가지고 있으므로 박 부대장이 찍어주는 사진을 매우 좋아하였다. 매번 사진 찍어달라고 하기에 미안하니까 다들 “이왕이면 왕다마로 박아야 한다…”면서 카메라 앞에 서곤 했다. 나도 여러장의 독사진을 부탁을 드렸었다.

 

 

[눈 밭 속에 핀 가시나무 눈꽃_김영채 사진]

 

 

  눈 덮인 타레파티는 추울 것 같았지만 예상외로 따뜻하였다. 타레파티반장 롯지의 평상에 앉아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상당히 긴 시간을 쉬었다. 타레파티에서의 하산길은 햇살을 받으며 능선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므로 오버자켓을 벗고 셔츠 한 장만 입고 있어도 추운 줄을 몰랐다. 타레파티에서 평탄한 능선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 12시 15분경에 롯지가 세 개 있는 마긴코트(Mangengoth 3,420m)에 도착하였다. 첫 번째 나오는 롯지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롯지의 햇살 고운 양지바른 마당에서 따뜻한 홍차를 마시니 마치 봄나들이 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서 30분쯤 능선을 향해 올라가면 롯지가 하나 있는 고갯마루에 도착하는데, 이 고개가 큐올라반장(Kyuola Bhanjyang 3,280m)이다. 고갯마루에 있는 롯지 앞마당에는 호박을 얇게 채썰어서 말리고 있었는데, 롯지에서 일하는 청년에게 뭐냐고 물어보니 호박죽을 쓸 재료라고 하여 몇 개 집어 맛을 보았다. 달콤한 맛이 나고 향긋한 호박향 냄새가 났다.

 

  이제부터는 급한 내리막길이 계속되었다. 1시간 30분 정도 숲길을 걸어 내려가니 길가에 민가가 한 채 있고, 계단식 밭들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마을 입구에 있는 커다란 흰색 스투파에 도착하니 마을에 다 온 것 같았다. 높이가 5~6m는 됨직한 엄청나게 큰 스투파였다. 스투파에는 ‘지혜의 눈’과 함께 눈동자 세 개가 사방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처음 보는, 스투파에 그려진 동서남북을 향한 세 개의 눈동자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마을 입구에 있는 스투파에서 롯지가 있는 마을 중심지까지는 20분이나 걸렸다.

  롯지로 가는 길은 계단식 밭들이 있는 목가적인 풍경이 계속되었다. 오후 4시 20분에 쿠툼상(Kutusang 2,470m)의 롯지 쿠툼상호텔에 도착하였다. 쿠툼상 마을도 백두산 정상 높이에 근접하니 해발고도가 상당히 높은 곳이라 조망이 매우 좋았다. 롯지 앞마당에서도 북동쪽으로 멀리 랑탕히말의 설산이 보일 정도였다. 오늘 트레킹은 약 9시간 정도 걸렸다. 험준한 산악지형에서부터 부드러운 구릉의 농경지가 있는 큰 마을로 내려오니 긴장이 풀리고 몸과 마음이 편안하였다. 이제 우리의 트레킹 일정도 거의 끝나가고 있어 아쉬움과 시원함이 교차하였다. 되돌아보면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꿈같은 나날이었다.

 

 

 

 

 

출처 : 충북등산학교
글쓴이 : youngch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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