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01. 12.[목]
트레킹의 마지막 날, 배달된 모닝콜에 잠을 깨어 홍차 한 잔 마시고 카메라를 들고 옥상으로 향했다. 부지런한 윤석주 자문위원님, 박종웅 자문위원님, 김영식 대장님 등 몇 분은 벌써 와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일출과 함께 붉게 물들어 있는 치소파니 계곡의 운해사진을 몇 장 찍었다. 상쾌한 아침이었다. 오늘도 예외없이 7시 30분에 출발 준비를 하였다. 히말라야의 설산 풍경은 오늘이 마지막날이라 시바푸리 국립공원으로 들어서기 전 마을 어귀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설산과의 작별이 너무 아쉬워 모두들 청소년처럼 연령대별로 그룹을 지어서 점프샷을 찍기도 하였다. 나도 50대 그룹과 점프샷에 동참은 하였으나 무거운 등산화에 몸이 무거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들 몇 번씩이나 재도전을 하여 사진을 찍었다. 여성대원들은 소녀들처럼 좋아하며 점프샷을 하였는데, 역시 최선을 다하는 여성대원들의 점프샷이 어느 그룹보다도 가장 유연하고 좋았다.
[점프샷에 최선을 다하는 여선생님대원 채영수, 지용희, 오인숙, 권현진선생님(좌로부터)_김영채 사진]
우리가 점프샷을 하며 사진을 찍는 동안 가이드 핀죠는 국립공원사무소에서 입장권을 사왔다. 치소파니에서 순다리잘까지의 하산 길은 새로운 국립공원 지역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별도의 국립공원 입장권을 새로 사야 했다. 이곳은 카트만두에서 가까운 시바푸리 국립공원(Shivapuri National Park)이다. 시바푸리 국립공원의 수목들은 열대우림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고사리 종류의 식물도 그 크기가 엄청나게 커서 사람 키를 훌쩍 넘겼고, 대부분의 나뭇가지에는 수염이끼가 길게 매달려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었다. 고개를 넘기 전에는 북사면의 응달이라 나뭇가지에 서리가 하얗게 얹혀있었으나 고개를 넘으니 따뜻한 햇살을 받아 꽃이 핀 나무들이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정원수로 많이 쓰이는 서향나무가 많이 있어 한창 향기로운 꽃을 피우고 있었다.
치소파니에서 물카르카를 향해 가는 동안 아름다운 헬람부의 자연과 마을 풍경을 사진에 담느라 걸음이 늦어져 자연히 대열에서 맨 뒤로 쳐졌다. 우리 대열의 맨 뒤에는 클라이밍 셀파인 리마가 있어 자연스럽게 리마와 얘기를 많이 하며 걸었다. 리마(34세)는 키가 크고 약간 깡마른 체격을 지녔는데 외유내강형 사람처럼 친절하면서도 매우 강인해 보였다. 고향이 네팔의 동쪽지방인 쿰부 히말쪽이라고 했다. 내가 8천 미터급의 산을 등정한 경험이 있느냐고 했더니, 에베레스트를 네 번이나 등정을 했고, 마칼루에는 네 번을 가서 두 번 등정을 했다고 하여 깜짝 놀랐다. 셀파이지만 대단한 등반가였다. 리마는 자녀가 아들 둘과 딸 둘로 네 명이라고 하는데, 막내아들은 이제 태어난 지 두 달 되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 탐사대의 맨 뒤에 서서 뒤에 쳐지는 대원이 있으면 묵묵히 뒤에 남아 기다렸다가 함께 행동하며 우리 대원의 뒤를 지켜준 믿음직한 스텝이었다. 가끔 내가 사진 찍느라 뒤에 남겨지면 저만치에서 나를 기다렸다가 꼭 함께 가주는 고마운 사람이었다. 우리 대열의 맨 뒤에는 항상 리마가 있어 매우 든든하였다. 내년에도 히말라야에서 리마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탐사대의 대열 후미를 지켜준 믿음직한 클라이밍 셀파 리마(34세)와 함께_탐사대(김영채) 사진]
마을과 가게들을 지나 10시 50분경에 물카르카(Mulkharka 1,855m)에 도착하였다. 롯지 옆 큰 나무에 걸린 이정표를 보니 치소파니에서 물카르카까지 트레일코스는 14km, 도로로는 22km가 떨어져 있다고 돼있다. 우리는 약 3시간 20분 만에 도착하였으니 내리막길이라서 운행속도가 상당히 빠른 편이었다. 물카르카에서 라면으로 이른 점심식사를 하였다. 긴 트레킹을 마치고 하산하여 등산화를 벗고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쉬는 짧은 시간이 이처럼 편안하고 행복할 수가 없었다. 물카르카에서 점심을 먹을 때, 고사인쿤드에서 만난 일본인 젊은 커플을 다시 만나 우리 탐사대와 함께 점심식사를 같이 하였다. 약간 매운 맛의 한국 라면이 매우 맛있다고 했다. 헤어질 때 일본인 여성은 일본인 특유의 예절바른 모습을 보이며 우리 대원들과 낱낱이 작별인사를 하고 떠나갔다.
물카르카에서 순다리잘(Sundarijal 1,460m)까지는 한 시간 거리가 못되었다. 물카르카의 마을 아래를 지나면 작은 댐이 나오는데 카트만두에 식수를 공급하는 상수원 저수지라고 하였다. 시바푸리 국립공원은 카트만두에서 가까워 많은 네팔의 젊은이들이 평상복 차림으로 국립공원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젊은 아가씨들이 하이힐을 신고 계단을 올라오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시바푸리 국립공원 사무소 옆을 지나 민가 사이를 내려가다가 집 텃밭 주변의 나무에서 작은 원숭이들이 모여 나무열매를 따먹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야생의 원숭이들이 마치 마을의 애완동물처럼 보였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가게도 많아져 콜라 회사의 붉은 간판도 줄이어 있었고 길거리에 사람이 점점 많아졌다. 12시 20분에 순다리잘의 바자르에 도착하였다. 순다리잘의 버스 터미널은 마치 시골에 오일장이 선 것처럼 매우 붐볐다. 웬 사람들이 이렇게 많나 싶을 정도였다. 순다리잘의 번잡한 바자르에서 우리들을 태운 대형 버스가 출발하였다. 카트만두를 향하는 버스와 함께 히말라야 트레킹의 대장정이 막을 내리고 있었다.
트레킹을 떠나기 전에 카트만두에 와서 묵었던 로얄싱기호텔에 한 시간 만에 도착하였다. 호텔 로비에 앉으니 지난 트레킹 일정들이 꿈처럼 느껴졌다. 돌이켜보니 정말 아름다운 히말라야의 풍경이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새록새록 생각이 나겠지만 몇 시간 전까지도 걸었던 히말라야에서의 하루하루가 아련히 먼 일들처럼 느껴졌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내년 겨울에는 다시 올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접고 먼저 샤워부터 하였다. 거의 2주일 만에 샤워를 하니 기분이 좋아지고 몸과 마음까지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남쪽의 유리창으로 호텔 객실 깊숙이 봄 햇살 같은 따뜻한 햇볕이 내려쬐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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