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째 : 8월 5일
- 날씨 : 흐림
- 운행 : 3:00 기상 및 아침식사(숭늉) -> 4:00 설상차 출발 ->4:50 파트코트락(고도 4,700m) 도착
-> 4:50 산행시작 ->8:40 새들 도착 ->9:32 하산 시작 ->11:45 파트코트락 도착
->12:00 설상차 출발 ->12:15 숙소 도착 ->18:20 저녁식사
2010년 1월 킬리만자로, 2010년 8월 몽블랑 등정은 나에게 조그만 꿈을 자라게 했다. 다름아닌 7대륙 최고봉 등정에 대한 욕심이었다. 이런 꿈을 실현하기 위해 유럽 최고봉인 엘브루즈로 나는 향하게 되었다. 더 크고 감동적인 자연의 위대함을 추억으로 남기기 위하여...
5642 m 그곳에서 인간은 고소를 느낀다. 약 3,000 m 를 넘어가면 두통을 동반한 식욕부진, 무기력증 등에 빠진다고 한다. 이유인즉 그곳에서는 산소가 일반 평지보다 희박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를 극복하지 못하면 산행은 그야말로 고통 그 자체이다. 고소를 치유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내려가는 것이라고 한다. 고소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활동과 긍정적인 생각, 충분한 양의 수분섭취가 필수적이라고 한다.
정상등정의 부담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고 있는데, 이윽고 새벽 3시. 막사에 불이 켜지고 '일어나' 라는 가이드 사샤의 목소리가 들린다.
숭늉으로 아침식사를 하였다. 입맛은 없었지만, 행여 허기질까 꾸역꾸역 먹어 둔다. 화장실을 다녀온 후 본격적으로 정상 등정에 필요한 복장과 장비를 챙긴다. 어제 마지막 고소적응 산행 때와 달라진 것은 아이젠, 헤드랜턴을 착용하고 상의 자켓속에 파일자켓을 하나 더 입는 정도이다. 가이드 사샤가 준비를 제촉한다. 4시까지 준비하지 못하는 대원들 기다려주지 않고 출발하겠다고 얼음장을 놓는다. 모두들 정신없이 준비한다. 온수를 보온병과 수통에 가득 채우고, 미리 준비된 행동식 한 팩을 넣고 비상용 여분의 장갑을 배낭에 넣고 막사를 나서니 비장한 마음이 든다. 막사 근처 설상차 탑승하는 곳에 와서 다른 대원의 모습을 확인하고 설상차에 오르니 4시가 조금 넘었다. 마치 대원들의 모습은 특수작전에 투입되는 특공대원 같은 느낌이 들었고, 여태 어려운 산행 때는 늘 그러하였듯이 대체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려 하는지 회의도 동시에 느껴진다.
설상차에 탑승 완료하니 이내 굉음을 내며 설상차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정확히 45분 후 산행기점인 고도 4,700 m 지점인 ‘파트코트락’에 도착, 그러나 하느님도 야속하시지 그동안 약 3주간 날씨가 화창하여 거의 대부분의 정상 공격 팀들이 대부분 성공하였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기운이 좋지 않다. 세차게 부는 바람의 세기와 온도는 배럴산장에서의 바람과 판이하게 다르다. 산행은 시작되었다. 나는 비교적 약하다고 생각되는 대원을 가이드 사샤 바로 뒤에 세우고, 후미엔 태수형님이 맡기로 하고 전대원이 사샤의 걸음에 보조를 맞추면서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옮긴다. 아직 태양이 떠오르지 않아 날씨가 어떨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음력으로 18일이니 만월에 가까운 달빛으로 어느 정도 밝은 기운을 느낄 수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 한치앞을 분간할 수 없는 화이트 아웃사항, 이렇게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여명이 지나고 날씨도 좋아지길 바라며 오르길 계속한다. 차차 태양이 떠오르고 따스한 햇살이 내리면 따스한 햇살에 의해 조금씩조금씩 우리 앞길을 가로 막았던 안개가 벗겨지리라 믿으며 발걸음을 옮긴다.
한 참을 오르자 기압 차 때문인지 목구멍의 수분이 말라 목이 따갑다. 계속 침을 삼켜 가며 오른다. 이제 어둠은 서서히 물러나고 있으나 안개는 여전히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자욱하다.
타 들어 가는 목에 침 삼킴의 횟수는 점점 늘어가고 손가락 끝이 시려오기 시작한다. 장갑안에 미리 준비한 핫팩 덕분에 그런데로 참을만 하다. 손가락 끝을 스틱 손잡이에 계속 마찰시키면서 오르니 괜찮아진다. 점점 고도는 높아지고 이제 어둠이 거의 걷혔으나 날씨는 점점 나빠진다.
세시간 반 정도의 산행을 할 즈음 이제는 5 m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더더욱 안개가 짙어지고, 급경사 구간을 어렵게 돌파하자 트레바스 구간이 어어 지고 이곳이 동봉과 서봉 사이의 안부인 새들이 아닐까 생각할 즈음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팀 보다 2시간 앞서 출발한 일본 원정팀이 등정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려 하산하고 있있다. 우리팀도 긴급 회의를 열어 더이상 정상 공격은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무거운 발걸음을 돌리기로 하였다.
10~20분을 하산하는데 갑자기 파란하늘이 보였다 다시 한치앞을 분간할 수 없는 짙은 안개가 몰려 오기를 반복한다. 여기서 포기할 순 없다는 마음으로 대원들의 발길을 정상으로 돌리기로 하였다.
등반을 시작한지 4시간여 드디어 서봉과 동봉의 안부인 새들 5,416 m 지점에 도착하였다.
그러나 바람의 세기가 장난이 아니다. 여러팀이 속속 모여들었지만 가이드들이 정상공격을 허락하지 않는다. 대원들의 상태를 점검하여 고소증세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3분, 준비가 너무 소홀한 2분은 하산하도록 결정하고, 나머지 대원은 새들에 머물며 기상상태를 체크해 정상 공격을 결정하기로 하였다.
30여분을 기다렸지만 기상이 좋아질 기운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태풍에 가까운 강풍과 개스로 동,서봉은 바라 볼 수 조차 없다. 일본 원정팀을 비롯한 많은 원정팀들이 발걸음을 돌리는 가운데 우리에게도 이제는 무거운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순간이 다가왔다.
다음 기회로 등정을 미루기로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잠깐 화이트 아웃이 풀리고




새들(5,416 m)에서 기상이 좋아지길 기다리는 대원들






하산을 결정하고 새들에서 마지막으로 한 컷
신철기/김태수/이대영


정상 부근에는 다시 먹구름이 몰려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