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진이 한장도 없다.

 

인천공항에서 대만으로 향하는 비행기안에서 콧물이 주르르 흐르기 시작하였다.

대만 타이페이 공항, 태국 방콕공항을 벗어나 컨베이언트 호텔, 카투만두에 도착하기까지도 콧물이 흘렸으나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카투만두를 출발 루크라공항에 도착 드디어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되었다.

첫 산행숙박지인 팍딩 롯지에 도착하기 한두시간 전부터 으실으실 몸이 추워지기 시작하였다.

롯지에 도착하자마다 카고를 열어 내복을 꺼내입었다.

2,600m 정도에서 이렇게 추위를 느껴보기는 처음이다.

아직까지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있다.

고등학교 동창 대원이 임종용 선생으로부터 종합감기약을 받아 먹고 그 좋아하는 술도 마다않고 일찍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도 같은 감기약을 한알먹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전에는 제일 선두로 치고나갔다가 또는 제일 후미로 빠지면서 모든 대원들의 추억을 카메라에 담아주느냐 분주했었건만 이번에는 맨 후미에서 따라가기에도 버거웠다.

산행은 내복을 입은 채로 하였다.

남체에 도착하여 옷을 몇 겁으로 껴 입었지만  몇년만에 찾아온 감기몸살로 오후 서너시만 찾아오는 오한으로 내몸을 사시나무떨 듯 떨리고 있었다. 일찍감치 침낭속으로 파고 들었다. 허리통증을 동반한 오한으로 침낭지퍼가 닫히지 않는 것도 귀찮아 그냥 침낭속을 파고 들었다.

우리 다정다감하고 배려심 많은 룸메이터인 구자일 선생님은 내 침낭의 지퍼도 올려주고 온갖 정성으로 날 위로해 준다.

 

아침일찍 문을 두드리는 치킨바리의 소리에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따뜻한 블랙티 한잔으로 얼어붙은 몸을 녹여보지만 오늘은 기운이 바닥이다.

아침 식사하라는 소리에 다이닝룸으로 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는데 다리가 후들거려 내려가기가 쉽지않다.

천만 다행인것은 그나마 입맛이 전혀 없는게 아니라 그럭저럭 밥한그릇은 해치울 수 있었다.

아침식사가 끝나자 고소적응차 다른대원들은 히말라야 뷰 호텔까지 다녀온다고 출발하고

나는 다시금 침낭속으로 파고들어갔다.

10여년에 걸친 해외 트레킹에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심한 몸살이다.

내가 너무 자만한 탓으로 이번에 이렇다할 비상약 하나 챙겨오지 않았다.

이번 일을 어울삼아 다음부터는 반드시 비상상황을 대비하리라.

 

이번 감기몸살은 고쿄리를 등반하고 다시 남체까지 하산하는 기간내내 나에게 족쇄와도 같은 커다란 고통을 안겨 주었다. 천만다행인것은 그 지친몸으로 모든 일정을 소화할 수 있있다는 것이다.

 

상보체에서 바라본 남체바잘(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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