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마낭-야크 카르카)

평상시와 다름없이 6시 기상, 7시 아침 식사를 마치고 해발 4,000m에 있는 야크 카르카까지 여정을 시작하였다. 초반 2시간 가량은 비교적 경사가 있는 길을 걸었다.

어제는 강가푸르나 뷰포인트에서의 경치가 너무나도 아름다웠는데, 가이드가 이렇게 좋은 전망은 보기가 어렵다고했는데 예상처럼 아침 6시부터 설산 파노라마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서 어디가 설산인지 모를 지경으로 풍경이 좋지 않다.

틸리초 호수 산길과 또롱라 등산로는 마낭부터 갈라지기 시작한다. 우리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들어 토롱라를 향했다. 멀리 틸리초 피크가 구름 속에 숨어서 아름다운 자태를 감추고 있다.

강가푸르나와 안나푸르나 3봉 정상 부분도 구름 속에 숨어서 그 위세를 감추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가끔 보여주는 단풍든 나무들이 우리 일행을 위로해 주었다.

2시간을 걸으니 비교적 평탄한 등산로로 이어져 걷기가 수월하였다. 이번 까지 내게는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이 10번째이다. 히말라야 트레킹 경험이 많다 보니 주위 분들이 어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히말라야 트레킹을 갈 수 있냐고 물으면 나는 반사적으로 누구나 걸을 힘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답해준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처음 시도하는 원형이 여기가 국내 산행보다도 훨씬 쉽다고 말했다.

12시 반 정도에 오늘의 귀착지인 야크 카르카에 도착하였다.

어제부터 몸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철형을 위해 오늘 점심은 라면에 햇반을 말아먹는 것으로 하였다. 점심 준비가 다 되어 다들 맛나게 먹는데, 철형은 몸 상태가 좋지 않은지 반밖에 먹지 않는다. 고산 경험도 많은데 고소가 온 것 같지는 않고, 몸 상태가 어떠냐고 여쭈니 괜찮다고 한다. 트레킹 경험이 없는 다른 분들에게 자존심이 꺾일까 하는 생각에 그렇게 답하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오늘 저녁은 대원들의 체력 증진을 위해 스테이크를 주문하였다.

 

네팔은 혼자 갈 수 있지만, 히말라야를 오르거나 트레킹하는 것은 혼자 힘으로는 힘들다. 늘 트레커의 짐을 대신 날라주는 포터라는 짐꾼의 도움을 받으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트레커는 고산병 때문에 그냥 걷기도 힘들다. 그러나 트레커의 짐을 들어주고 좁은 계곡과 가파른 산기슭을 종횡무진으로 다니며 웃어주는 포터들 덕분에 트레킹이 쉬워진다. 실제로 짜증 한번 내는 경우를 보기 힘들다. 오히려 '나마스테'라고 먼저 인사를 건넨다. 생각하는 사람은 걷고, 걷는 사람은 겸허해진다.

히말라야 트레킹은 쉽지 않다. 비용, 시간, 체력이 모두 필요하다. 히말라야 트레킹은 왜 인간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봐야 하는지 답을 알려준다. 히말라야 트레킹은 힐링의 시간이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이 편안하다. ~ 이제 히말라야로 힐링 트레킹을 떠나보자! 나이가 많아서, 여자라서, 산행 경험이 없어서, 체력이 달려서.... 그런 말은 더는 필요 없다. 떠나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이미 히말라야에 도착한 것이나 다름없다. 히말라야, 그곳을 인간은 '의지'로 오른다. 그래서 산은 정복 대상이 아니라 도전과 극복의 대상이라고 고산 등반가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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