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피상-차메)

당초 협의된 일정은 예보된 강수량이 너무 많아 피상에 휴식을 취하는 것이었지만 남은 일정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차메까지 내려가기로 대원들이 동의해 주었다.

내려오는 길은 몇십에서 몇백 미터를 가지 못해 나타나는 물웅덩이 때문에 새로운 길을 만드느냐 여간 어려운 하산길이 될 수밖에 없었다. 건너편 산허리에는 이름 모를 수없이 많은 폭포가 만들어져 있어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트레커들과 현지 로컬 차량이 이용하는 산허리를 깎아 만든 비포장도로는 물이 흐르는 길이 나서 움푹 패여나가 도로의 기능은 이미 상실한 지 오래되었다. 거기다가 설상가상으로 산사태가 나서 길이 끊어져 있었고, 낙석이 수시로 발생하여 우리 일행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차메 근처에 도달해 건너는 계곡은 웅장한 굉음을 내며 거칠게 하류로 소용돌이치며 흐르고 있었다. 올라올 때 묶었던 롯지에 도착하니 모두 기진맥진해 있었다. 체온 유지를 위해 먼저 젖은 옷을 갈아입고 다이닝홀에 난롯불을 지펴 달라고 부탁하고 젖은 옷가지를 말렸다.

가이드에게 도로 상태와 교통편을 알아보라고 하였더니, 베시사하르에서 1시간 거리에 산사태가 발생하여 도로가 유실되어 그곳까지는 차량을 이용할 수 없다고 하였다.

베시사하르까지 탈출을 하여야 하니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저녁 6시 반이 되자 한 쌍의 젊은 남녀가 들어오는데 둘 다 발발 떨고 있다. 여자에게 얼른 난로 옆자리를 내어주니 난로를 껴안듯이 가까이 다가가 몸을 녹인다. 마낭에서 차메까지 30km 정도를 눈보라와 비바람을 맞으며 거무스름한 저녁이 되어서 왔으니 얼마나 추었을까. 옷메음쇠를 보니 온통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잠시 후 남자에게도 자리를 내어주고 손을 만져보니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저체온증으로 쓰러지지 않고 롯지까지 용케 견디고 내려온 것이 첨만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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