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일기 제1일] (1) 뉴질랜드를 향하여

8월 10일

도봉산 숲속마을에서 이른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 버스에 올랐다. 세 차례의 사전교육과 어제 있었던 2006 청소년 희망찾기 탐사대 발대식을 마치고 드디어 우리의 탐사 활동지인 뉴질랜드로 향하는 순간이다. 모두들 빠진 것이 없나 최종 점검을 마치고 7시 30분 드디어 버스에 올라 인천 공항을 항해 출발하니 모두들 가슴이 설레는지 여기저기 주고받는 말들이 떠돌아다닌다.


인천공항에 도착해 보니 9시가 조금 안 되었다. 빠뜨린 짐이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보라는 박연수 부대장의 말이 쩌렁쩌렁 울린다. 카트에 짐을 한가득씩 싣고 공항 안에서 대기하던 중 출국 수속을 위해 여권을 걷는데, 슬기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김종민 팀장을 찾는다. 차 안에 여권 세 개를 놓고 내렸다는 것이다. 부랴부랴 김종민 팀장이 전화를 걸어가던 차를 되돌려 여권을 찾아온다. 시작부터 정신 못 차린다고 다시한번 부대장은 전 대원에게 정신 무장을 시킨다.


김영식 대장은 또 그대로 바쁘다. 3명의 탐사대원이 여권과 영어 이름이 일치하지 않는데다, 시각장애 학생과 함께 하는 활동이니 만큼 이들을 도와줄 도우미 학생들의 좌석이 나란히 배치되지 않아 이를 처리하느라고 분주하다. 김대장의 스팬틱 등반으로 탐사대 준비에 관여한 시간이 짧은 후유증인 듯, 시작부터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뭔가 미흡한 것 같다. 김대장과 김종민 팀장 및 이름이 잘못된 3명의 대원들을 남긴채 우선 발권이 완료된 대원들부터 보딩을 하기로 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남아 있던 3명의 발권이 완료되어 모두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탑승 직전 아내에게 잘 다녀오겠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휴대전화의 메뉴를 열어 자동로밍으로 전환한 다음 전원을 껐다.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는 직항이 아니기 때문에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환승을 해야 한다. 가난한 우리 주머니 사정으로는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다. 감히 직항노선에 비지니스 클래스는 엄두고 못 낸다.


아이들은 무척 들떠 있었다. 특히 첫 해외여행을 하는 성모학교 학생들은 더 그랬다. 난 그들에게도 세상을 보는 눈이 있음을 안다. 그래서 표현을 하지 않아도 그들 얼굴에 피어오르는 기대감과 설렘을 읽어낼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이런 속마음을 굳이 감추려고 하지 않는다. 아니 감출 필요가 없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기내식이 나오고 하는 가운데 비행기는 일본 나리타 공항에 착륙하여 우리를 내려놓는다. 환승을 위하여 제2여객 터미널로 이동을 위하여 버스를 이용하는 데에도 이 구역에 있는 이들은 모두 환승을 위한 고객일 터인데도 혹시라도 안전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서인지 탑승권을 확인한다. 환승 수속을 마친 후 전동차를 타고 반대편 터미널로 들어간다. 탑승시간까지는 앞으로 3시간의 여유 시간이 있다. 우리가 타야 할 게이트를 확인하고 자유시간을 보낸다. 사진을 찰칵대는 사람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사람들, 열심히 시식활동을 하는 사람들, 그냥 앉아서 이야기하는 사람들.


여기저기 상점들을 구경하고 다녔다. 일본 책을 파는 서점에 들려서 말로만 듣던 일본 잡지의 야함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예쁘장한 여인이 표지모델로 장식된 잡지를 슬쩍 열어보니 정말로 민망한 그림들이 많다. 익숙치 않은 나로서는 눈치를 보면서 얼른 닫아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그리로 자꾸 눈이 쏠리는 이유는 뭘까? 서점을 뒤로 한 채 이곳저곳을 다녀보니 면세주류점에 일본 매실주와 발렌타인 17년산 시음코너가 보였다. 술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안통하는 말로 몇마디 대화를 건네 한잔씩 시음을 하였다. 이후 이곳은 비행기에 탑승하기까지 몇 번이고 애용하는 장소가 되어 버렸다.


그러는 가운데 시간은 흐르고, 뉴질랜드행 비행기에 탑승하게 되었다. 오클랜드 공항까지는 장장 11시간이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어떻게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제 내일 아침이나 되어야 땅바닥에 발을 내려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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