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일기 제3일] (1) 카라무 농원의 승마 체험

2006년 8월 12일.


아침 6시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주섬주섬'이란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이층이라고는 하지만 일어나면 바로 머리가 닿는 통에 몸을 바로 세울 수도 없어 누워서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가만 생각해 보면 이건 감옥 생활이나 다름없다. '처음이니까 이러지, 앞으로는 당당하게 아이들을 내좇고 난 다음에 옷을 갈아입어야겠다.(이 결심은 한번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였음)


세면기 마개가 없는 바람에 뜨거운 물과 찬 물 사이를 오가며 세수를 마치고 나오니 잠시 후 일출이 시작되려고 한다. 어제의 일몰에 이어 또 다시 일출을 보게 되다니. 충주에선들 왜 일출을 못 보았겠는가. 하지만 이 곳에서의 일출은 남달랐다. 가로등 위에 앉아 있는 갈매기, 그 사이로 지나가는 갈매기가 그 느낌을 더해 주었다. 참 아름다운 일출이었다.


아이들이 밥이 다 되었다고 부르러 온다. 식탁 위에는 밥과 미역국이 기다리고 있었다. 밥하는 것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탐사대 지침에 따라 그냥 두고 보기로 했다. 덕분에 대원들(아마도 우리조는 예외 이었던 것 같다)의 취사 과정에 많은 진척이 있었다.


차를 타고 카라무 농장으로 향한다. 이곳은 관광상품이라기 보다는 실제 농장으로 이곳에서는 승마와 카누 체험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다. 가는 길에 하늘에서 비를 뿌리고 있어 내심 걱정이 되기도 한다. 농장에 도착하니 주인 내외가 나와 안내를 한다.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데이비드와 조이스 부부가 말을 탈 때 유의해야 할 점을 설명하고 두 조로 나누었다. 30여 명의 인원이 한번에 말을 타기는 어려워 A조는 승마를, B조는 카누를 먼저 하고, 오후에는 일정을 바꾸어서 하기로 하였다.


부부는 체격과 상황에 따라 적당한 말을 골라 주었다. 송혜진과 유재준 대원(시각 장애우)에게는 특별히 더 순한 말을 골라 주었다. 처음에는 다른 아이들처럼 고비를 쥐게 하였다가 고삐가 오히려 장애가 될 것 같아 고비에서 손을 놓도록 하였다. 말 위에 오른 탐사대원들의 모습은 늠름해 보이기까지 하였다. COSMO SNF에서 지급해 준 피닉스 자켓을 갖추어 입은 모습이 훨씬 잘 어울렸다.


재준이를 선두로 하여 길게 말의 행렬이 이어지는 것을 보며 우리는 20여분을 이동하여 카누 체험장에 도착하니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자그마한 연못에 배(카누) 몇 척 띄워놓았다. 그래도 아들 건호와 함께하는 활동이니 위안이 되었다. 구명조끼를 입고 4명씩 2개조로 나누었다. 처음엔 사진을 몇 장 찍다가 카메라를 현지 안내인에게 넘기고 김 부대장과 함께 카누에 올랐다.


우리는 별 재미없이 카누를 즐기는 아이들에게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경기에서 꼴찌하는 조에서 점심 준비를 위해 장작불을 지피는 것을 하기로 제의하였다.(물론 농장에서 준비해 주지만) 처음에는 지사장과 건호조가 앞섰지만 결국 결승선은 우리조가 먼저 들어왔다. 카누 체험하는 것도 잠깐 아이들을 뒤로 한 채 드넓은 초원의 풍경에 심취해 있을 즈음 승마체험조가 저 멀리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림이 너무 아름다워 한 컷 찍어보려고 달려보지만 나의 걸음으론 말을 이동을 따라 잡을 수 없어 좋은 그림은 머릿속에만 담아둘 수밖에 없었다.


그럭저럭 몇 컷의 사진을 찍고 되돌아오니 목동들이 점심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불을 피우고 있다. 불 위로 철판을 놓고 자기들 점심으로 가져온 두툼한 고기 덩어리를 몇 조각 올려놓는다. 당연 쇠고기 인줄로 알았지만 양고기란다. 김 사장이 양고기는 특유의 냄새 때문에 먹기가 힘들다고 귀뜸을 해 준다. 그런 와중에도 고기 주인 몰래 양고기를 입에 가져간 사람이 목격되었으나 경찰의 증인 요청이 없었으므로 그냥 넘어가련다.


우리는 불판 위에 준비해 온 소시지와 양파를 올려놓고 소시지가 익는 대로 양파와 소시지를 식빵에 싸서 케첩을 뿌려 먹는 소시지 시즐링(현지 카우보이식)을 즐겼다. 막바지에는 양파가 많이 남아 사람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지사장의 지혜와 먹는 것에 든든한 위안을 삼는 식신 오서방(정인)의 도움으로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


오후에는 역할이 바뀌어 우리가 승마체험을 하게 되었다. 처음하는 승마인지라 두려움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와중에 말에 오르니 염려했던 것 보다 안정감이 든다. 아들 녀석은 경험이 있어서 말에게 몸을 맏긴 것인지 의도한 대로 가는 것인지 이곳저곳으로 다닌다. 김대장은 오전에 승마체험을 했지만 우리들의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분주하게 촬영을 한다. 말은 연신 푸푸거리며 오르기도 하고 에돌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며 등에 올라탄 낯선 주인들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말을 처음 타보는 지라 긴장이 되어 처음에는 양 손으로 꽉 움켜쥐고 있던 고삐를 한 손에 쥐고 눈에 들어오는 풍경과 인물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움직이는 말 위에서 정확하게 초점이 맞는 흔들림이 없는 사진을 얻기 위하여 ISO를 400에 맞추어 셔터 속도를 빠르게 찍기로 하였다.

진흙길, 웅덩이, 계곡, 능선을 지나 2시간여를 가니 저만치 아침에 출발하였던 농장이 보인다. 카누 체험활동을 한 다른조가 먼저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준다.

민상이를 등에서 떨어뜨린 예의없는(?) 말에 대한 성토와 뛰어다니며 말을 촬영한 김영식 대장의 무용담, 말을 무서워하여 걸어서 촬영하다 전동차를 타고 나타난 이상렬 피디를 이야기하며 기념 촬영을 마친 후 와이토모로 이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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