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일기 제1일] (2) 외로운 비행기 안 숙박기

이제부터 지루디지루한 항공여행이 시작될 것이다. 어떻게 해서 11시간 정도의 여정을 견더내야 할지 걱정이다. 아마도 기내식으로 제공되는 맥주나 와인으로 건아하게 취해야만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탑승하기 전 여독에 휩싸여 막 잠이 오기 시작했는데 이륙하는 굉음과 불안감 때문에 잠이 달아나 버렸다. 늘 이륙할 때면 공포감이 엄습해온다. 이 공포감으로부터는 언제쯤 해방될는지? 비행기가 이륙할 때는 해가 지려고 하고 있었다. 오른쪽에서 사그라드는 햇빛이 붉은 빛으로 변하며 기내로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행여 일몰 사진을 담을 수 있을까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는 다시 얌전하게 앉았다.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하는 자의 한이랄까 우리가 앉아 있는 곳은 날개 위였다. 가운데 자리에서 창쪽으로 가기도 어려운 일인데 창쪽도 날개 위여서 사진에 담기에는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어섰다가 그냥 다소곳이 앉아야 하는 심정은 겪어본 사람만 아는 것이다.


헤드셋을 끼고 이리저리 검색을 해 보았다. 영화도 있고, 음악도 있고.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익숙한 영화들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영화도 있었다. 하지만 영어는 문맹수준이 나로서는 그림의 떡 보아도 이해가 안가니 재미가 없었다. 나에게는 오히려 비행기의 고도와 실외 온도, 남은 거리 등을 날려주는 안내 화면이 지루한 시간을 보내기에는 더 제격인 것이다.


그러다가 잠깐 잠이 들었다 눈을 떠 보면 아직도 한밤중이다. 또 잠이 들다 하며 외로운 숙박 투쟁을 하였다. 아마 이번 여행 중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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