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일기 제2일] (3) 아, 라글란의 일몰!

오후 3~4시 경이 되어서 라글란 홀리데이 파크에 도착하였다. 홀리데이 파크는 캠퍼밴, 혹은 승용차 등을 이용하여 여행하는 경우 전기, 식수를 공급함은 물론 취사장, 세탁소, 화장실, 바비큐 장소 등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그 급에 따라 비용도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한다. 파크 앞 넓은 초지에는 경비행기도 여럿 있고 해서(자체적으로 제작하는 사람도 있단다.) 레저 천국임을 다시금 실감하게 한다.


캠퍼밴을 세우고, 각 차량별로 캠퍼밴 내부 정리를 하도록 한 후(개인적으로 수납장을 지정해 주고 식재료와 짐가방 등을 정리하게 하였다.) 지도자들은 협의회를 가졌다. 가장 큰 문제는 지도자들이 모두 남자들인 관계로 남학생 차량은 관계가 없지만, 여학생 차량의 경우는 세 명의 지도자가 각각 여학생들과 함께 잠을 자야하는 상황이어서 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것이었다.


두 가지 안이 나왔는데, 하나는 3개 조의 여학생을 두 개 조로 통합하여 두 차량에서 자게 하고, 한 차량을 지도자 숙소로 하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학생 4명을 캠퍼밴 아래쪽에 재우고 지도자는 위층 침실을 이용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첫째 안은 각자의 짐이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불편함이 많이 따른다는 점이 지적되어 아이들과 논의를 거쳐 둘째 안으로 결론을 지었다.


한데 아들만 둘을 키우는 나로서는 여간 불편한 심정이 아니다. 어쩌라 이미 주사위는 던져지고 말았으니 불편하더라도 감수하고 지내는 수밖에...


잠시 시간 여유가 있어 카메라를 들고 나와 만지작거리며 임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에 외국인 하나가 다가와 말을 건다. 그리고 바닷가로 가는 길을 안내하며 따라오란다. 눈앞에 펼쳐지는 드넓은 바닷가. 그가 아니었으면 이 멋진 광경을 놓칠 뻔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니 그는 씩 웃으며 온 길로 되돌아간다.


구름이 많아 완연한 일몰을 보기는 어려웠으나, 눈앞에 펼쳐지는 장엄한 모습에 그만 숙연해졌다. 셔터를 몇 번 누르고 바닷가를 거닐다가 숙소로 돌아오니, 아이들이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 요리는 스테이크라고 했다. 나름대로는 모두들 열심히 하는 모습이지만 영 서툴고 폼이 나지 않는다. 더욱이 우리조는 모든게 어설퍼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조는 저녁준비가 다되어 지도 선생님을 모시고 식사를 하는데도 감감이다. 걱정했던데로 스테이크는 타고 밥은 물을 얼마나 부었는지 밥인지 죽인지 모르겠다. 그럭저럭 늦은 저녁을 먹고, 아이들은 남은 짐 정리를 하러 밴으로 돌아가고, 지도자들은 본부 차량에 모여 분임토의를 하였다.


후일담으로는 그 날 본부 차량에서 이른 새벽까지 논의가 이어졌다고 하는데, 그 장소에 없었던 나에게는 논의 내용을 끝내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그러나 CEO인 지경복 사장이 자리 제공에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그 날 본부 차량에서 있었던 행사를 짐작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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