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일기 제10일] (3) 항이 매니아와 하카댄스의 후계자가 되다

호텔에 도착하니 막 해가 지느라 저녁놀이 아름답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삼각대를 가져오지 못한 것을 애석해 하며, 내일 풍경을 기대해 보았으나 이 예상은 빗나갔다.


시간 여유가 있어 호텔 로비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TV 앞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뉴질랜드와 호주의 'football(soccer와 구별하기 위하여) 시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김 사장이 뉴질랜드와 호주의 시합은 한일전 축구시합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덧 해설을 한다. 결과는 뉴질랜드의 승! 아마 이곳 사람들은 축제 분위기를 즐겼을 것이다.


7시 30분이 되니 공연팀이 직접 로비로 나와 안내를 한다. 안내를 따라 들어가니 넓은 홀이 나오는데 놀랍게도 객석의 대부분은 한국 사람들이다. 뉴질랜드 여행의 기본 코스로 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윽고 공연이 시작된다. 공연은 여성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포이 댄스(Poi Dance)와 막대기를 이용하여 공연을 펼치는 스틱 댄스(Stick Dance), 그리고 예전에 전투에 참가해 적을 위협하는 행위로 사용되었던 혀를 내밀며 과격한 춤을 추는 하카 댄스가 있다. 이 모두가 그들만의 전통이 잘 보존되어 펼쳐지는 소중한 유산이다.


공연이 진행되면서, 공연팀이 무대 아래로 내려와 함께 춤을 출 사람들을 물색했다. 처음에 김 부장이 당첨되었으나 악수를 하려는 것으로 생각한 내가 손을 내밀자 난 영문도 모른체 무대 위로 올라가게 되었다. 무대 위에서 선전하였으나, 임 선생은 “체격적인 면으로 보나, 연기력으로 보나 박연수 부대장이 올라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나중에 감상하게 박 부대장의 연기는 가히 마오리 공연에 버금가는 모습이었다. 이에 더하여 떠오른 샛별이 있었으니 바로 오서방이다. 아이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어 박 부대장과 협연을 하였는데, 사람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다.


공연이 끝나고 항이 뷔페 식사가 있었다. 항이는 간헐천의 지열을 이용해 음식을 익혀 먹는 마오리 전통 요리법인데,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양고기, 쇠고기, 생선 등이 주를 이루었고, 그 외에도 샐러드,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건호가 재준이를 안내하여 식사 준비를 해 준 것으로 본격적인 식사가 시작되었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음식을 가져다 먹었는데, 음식은 담백하고 맛이 좋았다. 음식과 곁들인 포도주 한 잔도 마음을 한결 여유롭게 만들어 주었다.


이 항이 뷔페에서는 그 동안 여러 차례 그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는 재준이가 매니아로 떠올랐다. 먹어도 먹어도 지치지 않는 위대(?)한 저력으로 수많은 접시가 설거지통으로 들어가야 했다는 비화가 입소문으로 전해지고 있다.


식사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숙소로 돌아온 다음의 기억은 별로 없다.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이렇게 기억이 없어지기는 흔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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