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일기 제11일] (1) 로토루아의 자연과 문화 담기

8월 20일.

5시 30분에 일어났다. 조가 바뀐 후로는 맏며느리 덕분에 조원들과 전쟁할 필요도 끼니를 걱정할 필요도 없어졌다.


양지가 생기면 응지도 생기는 법 3조에서는 단비공주가 검정 팬케잌을 선보였다. 불 조절을 잘못하여 케잌을 태운 것이다. 놀라운 것은 처음 것부터 가장 나중 것까지 일목요연하게 태웠다는 사실이다. 나 대신 임 선생이 곤욕을 치르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으로 미안함이 든다.


계속 흐린 날씨를 보이던 하늘은 급기야 숙소를 출발할 때쯤에는 간간히 비를 뿌리고야 만다. 이번 여행은 맑은 날씨와 궂은 날씨를 골고루 선보여 참 좋다고 하는 이도 있지만 나로서는 수긍하기 힘들다.


먼저 도착한 곳이 레드우드 삼림욕장. 아름드리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2차 세계대전에 참가한 뉴질랜드 병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심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는 이 수목원의 나무들은 얼핏 보기에는 작은 나무 같은데, 아주 굵은 나무는 사람 11명이 손을 잡아야 할 정도로 굵은 나무들이 많다.


약하게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에도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뭇잎이 떨어져 부서지고 흙이 되어 바닥이 굉장히 부드럽기 때문에 발목에 무리를 주지 않아 조깅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석희가 즉석에서 아이들을 모아 훈련 연출을 한다. 코스는 짧게는 30분 정도 가벼운 코스부터 한 바퀴 도는 8시간 코스까지 다양하다는데, 다른 것 다 전폐하고 오늘 하루는 이곳 트레킹을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이고 30~40분 정도의 가벼운 산책으로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이곳에서 한국 관광객 일행을 만났는데, 그제도 세 군데, 어제도 세 군데를 돌았는데 정작 볼 것이 없다고 푸념이다. 전형적인 한국식 관광을 하려는 데서 나온 생각일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OO한' 곳이어야 볼만하고, 가치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말이다. 그냥 아름다운 경치에 푹 빠져 하루종일 걸어보기도 하고, 쉬기도 하고, 빛 좋은 곳에 앉아서 책을 읽기도 하는 데서는 감동을 못 느끼는 '주마간산 여행병'이 전염되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여행을 다닌다.


다음으로 간 곳이 로토루아 가버먼트 가든이다. 이곳을 흔히들 로토루아 박물관이라고 하는데, 로토루아 박물관은 건물의 일부이고, 원래 이름은 로토루아 가버먼트 가든이라고 한다. 식민지시대의 관청으로 쓰였었는데, 지금은 시민과 관광객을 위해 공원으로 조성하였다고 한다. 잘 꾸며진 공원의 모습이 묘한 매력을 불러일으킨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로토루아 박물관 건물. 1906년에 지어진 튜더양식의 건물로 무척 귀족적으로 보이는 건물이다. 시간이 한정돼 있어 내부에는 들어가 보지 못하고 밖에서만 살펴보았다. 건물 오른쪽에는 당시의 귀족 생활의 면모를 보여주는 블루배스 목욕탕이 있는데, 허락을 받고 들어가 보니 이곳에도 온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차를 음미하듯 천천히 둘러보니 수영복 변천사를 전시해 놓은 곳이 눈길을 끈다.


블루배스 옆에는 간헐천이 열을 내뿜고 있다. 이 땅은 곳곳에 온천이 있고, 좋은 기후가 있고, 넓은 초원이 있는 참 복 받은 땅이다.


아름다운 영국식 정원을 노딜다가 로토루아 호수로 향한다. 로토루아 호수는 뉴질랜드에서 타우포 호수 다음으로 큰 호수인데,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의 전설적인 사랑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날씨가 좋으면 '연가'라도 한번 불러볼 법하지만, 비가 뿌리고 바람이 불어 드넓은 호수를 눈에 담아보는 것으로 이곳 일정을 마친다.


차를 몰아 얼마를 가니 마오리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전통 목조 양식의 마을 회관이 나오고, 주변에 마오리 문화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여러 건물과 조각들이 있다.


참 짧은 시간에 많이도 돌아다닌다. 숙소인 미란다로 향하며 성 모양의 건물이 나온다. 이곳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장난감을 전시해 놓고 관람할 수 있도록 해 놓은 곳이란다. 점심을 먹고 이곳을 관람하기로 하였는데, 문득 귀찮은 생각이 들어 차 안에서 빈둥거렸다.


이제 미란다까지 가는 일만 남았다. 차량들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4시가 넘어 미란다에 도착하였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새롭다. 이곳은 바닷가라는데 바다의 일출을 볼 수 있으려나. 본부 차량을 이용하여 새벽 일출을 보러 가자고 약속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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