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일기 제11일] (2) 그리움의 눈물, 미란다의 밤


저녁을 식사 후 간이 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기고, 오늘의 주 행사가 열리고 있는 방으로 들어가니 아이들과 지도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모두들 숙연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내가 들어가자 고개를 돌린다. 눈물 자국이 있는 녀석들도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앞에 노트북이 놓여 있다. 루아페후 산 정상에서 아이들에게 보여주려고 했던 부모들의 영상 편지를 여기서 보여준 것이고, 편지를 받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그리움의 대상이 떠오르게 되어 주위가 순식간에 눈물로 전염된 것이리라.


이 모습을 감동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나는 또 다른 모습으로 느꼈다. 그것은 희망이다. 희망은 이들이 턱에까지 차오르는 거친 숨을 내몰며 올랐던 루아페후 산에도 있었지만, 더 큰 희망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리움은 바로 살고자 하는 희망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그리는 이와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해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지도자들은 지도자대로 저마다의 그리움의 무게를 가지고 그리움을, 희망을 이야기한다. 한 기자가 포도주 한 잔에 취해 한국에 있는 딸내미에게 전화를 걸어 소리 높여 그리움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캠퍼 밴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리움을 가득 머금고 미란다에서 조용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