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일기 제12일] (1) 아듀, 캠퍼 밴!

8월 21일

어제 약속했던 사람들과의 바닷가 일출을 놓쳤다. 어제 과음한 탓으로(긴장이 풀어진 탓인지 사실은 조금밖에 마시지 않은 것 같은데?) 기상이 늦은 터이다. 결국 여행기간 내내 해가 오르는 모습을 제대로 본 것은 라글란에서 본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셈이 되었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나서 모두들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제 열흘 남짓 희로애락을 전해 주고,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캠퍼 밴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내놓았던 짐을 다 챙기고, 식기를 비롯한 집기를 숫자 맞춰 챙겨 놓고, 오수, 폐수 버리고, 물 채우고, 바닥 청소하고... 해야 할 일이 참 많다.


매번 학생들을 인솔하였을 때 느끼는 것이지만 이곳에서도 예외는 없다. 남아 있는 양말들이 몇 켤레는 되는데 찾아가는 대원이 없다. 결국 나만 횡재하게 되었다. 앞으로 한동안 등산양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그리고 남은 식재료를 모아 보니 그것도 상당한 양이었다. 다시금 한양유통의 지원에 감사할 뿐이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고 다시 캠퍼 밴 회사로 돌아왔다. 차량을 반납하고 앉아 있으려니, 후원 업체인 하나투어에서 버스를 가지고 온다. 버스로 이동하여 시내 한국인이 운영하는 중국음식점에 들어가서 점심 식사를 했다. '강촌'이라는 상호의 이 음식점은 컵이나 그릇이 모두 시골스러워 우리나라 시골 음식점의 모습을 연상하게 했다. 코인으로 17달러를 모아 고량주를 한 병 시켰는데, 한 잔씩 마시니 딱 알맞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개인 쇼핑 시간을 가진 뒤, 소 선생, 임 선생과 스카이 타워 구경을 가기로 하였다. 세계에서 12번째로 높은 탑이라는데, 총 높이는 328미터가 넘는다.


스카이라운지까지는 개인당 입장료 23 NZ$(660원/NZ$)를 받는다. 엘리베이터는 바닥이 보이게 설계되어 있어 현기증이 인다. 엘리베이터가 멈추어 밖으로 나가니 사방이 탁 튀여 시야 가득히 오클랜드 전망이 들어온다. 전망대에는 바닥 부분에 38cm의 유리를 설치하여 그 위에 서면 수백 미터 아래쪽의 모습이 보인다. 모험학교 지도자인 소 선생님을 비롯한 우리는 서로 공포감을 느끼고 무서워하는 모습에 한 층 재미를 느낀다. 우리가 돌아다니는 사이 한 기자와 김 대장도 어느 새 모습을 드러낸다.


수백 미터 높이에서 수직 하강하는 스카이 점핑을 하는 모습을 보다, 예정된 시간이 되어 약속 장소로 돌아왔다. 저녁식사는 한국 뷔페식당 '코리아나'에서 고기 뷔페로 하였다. 지도자들은 '소주 한 잔'이 그리운 눈치이나, 18달러씩 하는 소주를 사 마시기에는 부담스러워 맨 고기만 힘겹게 넘기고 있는데, 식신 재준이는 제철을 만난 듯 신이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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