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01. 02.[월]

 

나마스테~ 흰 눈 덮힌 장엄한 히말라야에로의 새로운 시작, 그 출발일이다. 카트만두에서의 첫 아침을 6시 모닝콜이 울리기 전에 미리 일어나 준비를 하였다. 내가 일어났을 때 부지런한 연 선생님은 이미 샤워까지 마쳤다. 모든 대원이 시간을 잘 지켜 우리 탐사대 29명과 현지인 가이드, 쿡, 포터 등 스텝을 태운 2대의 버스가 7시 40분에 호텔을 출발하였다. 보행자와 오토바이와 미니버스들로 복잡한 거리를 지나 쓰레기가 넘쳐나는 카트만두의 아침 풍경을 무심히 바라보는데, 사오십 미터는 될 것 같은 긴 차량과 오토바이 행렬이 길가에 멈춰서 있는 광경이 보였다. 주유소에서 차와 오토바이에 기름을 넣으려는 긴 줄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시내에 드문드문 있는 주유소 주변은 모두 긴 줄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내수용 기름이 부족하고 주유소가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란다.

 

 

[탄코트 고개에서 스낵을 팔러 온 네팔 소녀_김영채 사진]

 

 

  카트만두를 동서로 가르고 탄코트(Thankot)고개를 넘어 인도까지 이어지는 최초의 자동차도로를 트리부반하이웨이라고 하는데, 하이웨이라고 해봐야 포장한 지 오래되어 군데군데가 움푹움푹 패인 왕복 2차선 도로일 뿐이다. 트리부반하이웨이를 따라 시내를 한 시간 가량 달려 산 능선의 고갯마루에 있는 검문소에 도착하였다. 이곳 탄코트(Thankot)고개가 수도인 카트만두와 지방의 경계라고 한다. 마치 화산 분화구의 외륜산처럼 카트만두가 이런 다섯 개의 야트막한 산으로 삥 둘러싸이고 그 가운데 도시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분지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버스가 멈춰선 사이에 스낵을 파는 어린 소녀가 탔다. 감자칩 한 개가 50루피(700원), 네팔에 와본 경험이 많은 대원 중 누군가가 몇 개를 사서 네팔의 스낵을 맛 볼 수 있었다. 차창 밖에는 오륙 명의 소년, 소녀들이 눈망울을 굴리면서 스낵을 높이 들고 서로 자기 것을 사달라는 간절한 외침이 들리는 것 같았다.

  고개를 넘자마자 계곡 아래로 구불구불한 비탈길이 까마득하게 이어지고 있어 카트만두 분지가 상당히 높은 곳에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고개 너머로는 험한 비탈길이지만 인도와 포카라로 가는 고속도로이므로 인도에서 오는 많은 화물차와 교행을 하였다. 고속도로라고는 하지만 급커브의 좁은 2차선 도로라서 마주 오는 차량들이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갔다. 인도로 가는 갈림길을 지나니 포카라 방향으로 가는 길에는 왕래하는 차가 현저히 줄었다. 호텔을 떠난 지 2시간이 조금 넘어서 트리슐리 강(Trisuli Nadi)을 만났고, 여기서 다시 포카라와 트리슐리로 길이 갈렸다. 남쪽으로 흘러 인도를 지난다는 트리슐리 강은 강폭이 상당히 넓었다. 우리는 강을 왼쪽에 끼고 강의 상류를 향해 달렸다. 간간히 강 건너편의 외딴섬처럼 보이는 마을로 이어지는 출렁다리가 보였다.

 

 

[트리슐리의 과일가게에서 열심히 촬영 중인 김영식 대장님_김영채 사진]

 

  카트만두의 호텔에서 트리슐리까지 약 100km가 좀 넘는다고 하는데 여기까지 오는데 세 시간이 걸렸다. 소변도 마렵고 다리도 쉴 겸 트리슐리의 과일가게 앞에서 잠시 쉬었다. 우리 대원 누군가 과일을 샀다. 큰 참외크기의 「밥부」라는 과일인데 두꺼운 껍질 속에 빨간 색의 과육이 오렌지처럼 부드러우며 달고 신맛이 강한 과일이었다. 과일가게 근처의 트리슐리 시내 한가운데에 삼거리 갈림길이 있고, 그 삼거리에 힌두교의 링가를 모신 작은 힌두교 사당이 있는 그 옆에 거리 원점표지석이 세워져 있었다. 트리슐리에서 둔체까지의 거리가 48km라고 적혀 있는데, 아쉽게도 카트만두까지의 거리 표시는 없었다. 트리슐리에서 한 시간 쯤 더 가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고도가 점점 높아지니 기온이 낮아지고 차창 밖에는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산비탈 길을 구불구불 올라가다 정상 근처의 깔리카스탄(Kalikasthan)이라는 작은 마을의 식당에서 김밥과 오렌지, 바나나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마을은 설악산 정상 높이에 근접한 해발고도가 1,717m라고 하는데 비가 내리니 더 춥게 느껴졌다.

 

 

[트리슐리 갈림길 삼거리에 있는 둔체와의 거리 표지석_이상호 사진]

 

  둔체(Dhunche 1,960m)에 도착하기 전에 랑탕국립공원의 첵크 포스트에서 트레킹에 필요한 퍼밋을 받느라 30분 정도 지체하였다. 둔체는 트리슐리보다도 훨씬 큰 마을이며 교통의 중심지로서 둔체에서 샤브루베시와 신곰파로 가는 길이 나뉘어진다. 둔체를 지나고 큰 고개를 넘어 현기증이 날 정도의 아슬아슬한 길을 내려가면 계곡 아래에 있는 따망족의 마을 샤브루베시(Syaphru Besi 1,460m)가 나온다. 오후 4시 50분에 샤브루베시의 롯지(호텔 트레커스)에 도착하였으니, 아침 일찍 호텔을 떠났는데도 9시간이나 걸렸다. 여행 안내서에는 하루에 3편이 있는 로컬버스가 약 8시간 걸린다고 하는데~~

  약 200km 가 채되지 않은 거리를 9시간이 걸린 이유가 있다. 왕복 2차선 도로에서 길 가운데 고장난 트럭이 있으면 그 트럭의 수리가 끝날 때까지 우리가 탄 버스도 멈춰서야 했다. 이런 일이 두 세 차례나 있었다. 또한 가파른 비포장 언덕길을 오르는 트럭이 조금 내린 비로 길이 미끄러워 오르지 못하면 그 트럭이 언덕을 올라 챌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트럭이 언덕 아래쪽으로 멀리 후진 한 다음 기속력을 얻어서 빠르게 달려와 고갯길을 넘어설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대여섯 번을 시도 했으나 그래도 안되니 그제서야 우리 차에 길을 양보해 주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 차의 현지인 기사는 불평 한 마디 없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네팔다운 기다림의 미학이었다. 이렇게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서 네팔 사람들의 눈망울은 선하게 보이는 것일까?

 

 

출처 : 충북등산학교
글쓴이 : youngch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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