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베시사하르-포카라)

추억을 소환하다.

포카라로 출발하는 로컬버스를 타기 위해 오늘은 일정을 1시간 앞당겨 시작하였다. 7시 숙소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니 10여 분이 지나자 버스가 당도하였다. 버스에 올라 보니 이미 많은 트레커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겨우 자리를 잡고 앉을 수 있었고, 20여 분이 지나자 드디어 버스가 출발하였다. 버스에는 우리나라 80년대 중반까지 있었던 것처럼 아직도 여기에는 앳된 청년들이 버스 안내양을 하고 있었다. 버스에는 목적지를 알 수 있는 어떤 표식도 없었고, 안내양은 마을을 지날 때마다 포카라, 포카라를 외치며 버스 탑승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목적지를 알렸다. 한두 마을을 지날 때마다 승객들의 수는 늘어갔고 더 이상 의자는 없었고, 간이 의자가 긴급수혈되었고 바닥에도 간이 의자를 놓고 앉기 시작하였다. 바닥 중간 부분까지 승객들이 차자 내가 앉아 있는 부분부터는 입석이 시작되고 더 발 디딜 틈 없이 많아지자 어려움이 시작되었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몸과 몸이 닿아 땀이 나기 시작하였고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3시간을 달렸을 즈음 앞 좌석의 서양 아가씨가 볼일이 급한 듯 언제 휴식을 취하냐 안내양에게 질문을 하나, 의사소통이 잘 안 되고 있었는데 다행히 버스는 5분을 못가 휴게소에 도착하였고 그녀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휴게소에서는 버스 기사와 종사원들이 아침 식사를 하였고, 그동안 승객들은 여유롭게 쉬면서 간식을 사 먹는 등 우리나라 휴게소와 대동소이했다. 휴식이 끝나고 버스는 카트만두와 포카라를 잇는 highway를 다시 달리기 시작하였다. 내가 처음으로 네팔을 방문한 것이 20여 년 전인데 예나 지금이나 도로 사정이 나아진 것이 거의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그동안 내린 폭우로 인해 쓸려내려 온 토사와 산사태로 도로의 상태는 도로의 기능을 이미 거의 상실한 상태였다. 도로의 태반은 비포장 상태이고 포장된 도로도 별반 좋아 보이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들었다. 84km 떨어진 두 도시를 이동하는 데 6시간이 걸려서야 버스는 우리의 목적지인 포카라 페와호수 근처에 내려놓았다. 참으로 지루하고 힘든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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