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란드룩-시누와)

오늘은 하행과 등행을 반복하는 날이다. 20년 전에는 어렵지 않게 걸었던 길이다. 란드룩에서 하행길이 시작되었다. 얼마 가지 않아 오른쪽 산허리에서 거대한 폭포가 물을 쏟아붓고 있었고 촉촉이 젖은 풀잎은 싱그러움 그 자체로 예뻤다. 그런데 거기에 우리의 두려움의 대상이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고 있었다. 앞서가던 다른 팀의 가이드가 풀잎에 올라있는 거머리를 가리켜 알려주었다. 우기 때에만 활동하는 거머리는 지나가는 온혈동물을 탐지해 피를 빨아먹고 살아가는 동물이다. 일단 지나가는 사림의 옷에 달라붙은 다음 자벌레처럼 이동하여 바지 속이나 신발 속 맨살에 달라붙은 후 턱에 있는 Y자 모양의 날카로운 이빨로 우리 몸에 상처를 내고 달라붙은 후, 침으로 우리 몸의 상처 부위를 마취시키고 혈관을 확장하고 혈액 응고를 막는 성분을 분비하여 쉽게 흡혈을 한다그래서 우리는 거머리에게 피를 빨리는 줄도 모르고 당한다. 일단 거머리에게 상처를 입으면 거머리를 떼에 내서도 한두 시간은 지혈이 거의 되지 않는다. 우리 일행은 풀숲을 빠져나온 후 첫 번째 롯지에서 신발을 벗고 거머리 피해를 살펴보았는데 나에게는 왼발에 1마리, 오른쪽 발에서 2마리가 벌써 흡혈 작업을 시작 중이었다. 자세히 이곳저곳을 살피니 서너 마리가 더 발견되었다. 어제도 당하고 오늘 트레킹 시작 시점부터 또 당하니 이제 거머리 공포증 때문에 풀잎을 살피며 걷게 되었다. 란드룩에서 뉴브리지를 건너 첫 롯지에서 차 한 잔을 마시고부터는 등행이 시작되었다. 지누 단다 전에는 300여 미터에 달하는 긴 출렁다리가 있었고 그 다리를 건너서부터는 본격적인 등행이 시작되었다. 20년 전 기억에는 전혀 없는 끝없는 돌계단이 계속되었다. 이렇게 힘든 산행은 지금까지의 경험한 것 중에 몇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힘들었다. 촘롱 언덕 위의 첫 번째 롯지에서는 무조건 피자를 먹어야 한다는 가이드의 조언에 따라 네 명이 각자 다른 피자를 시켜 먹었는데, 가이드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고, 롯지 사장님은 한국에 산업연수생으로 5년간 다녀와서 한국어도 제법 하였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시 끝없는 하행길이 시작되었다. 촘롱에서 엎어지면 다을듯한 건너편에 오늘의 목적지인 시누와가 보인다. 일행 중 한 분이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보니 2시간이라는 답이 되돌아 왔다. 설마 하며 걷기 시작하였다. 하행 길은 바닥이라도 치는 듯 끝없는 계단으로 이어져 피로도가 가중되었고, 지쳐갈 즈음 바닥을 치고 다시 등행이 시작되었다. 한참을 올라가도 끝은 보이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비가 오기 시작하니 마음은 조급해져 서두르려 해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간신히 숙소인 리얼 시누와 고타지 롯지에 출발한 지 7시간 20(10.8km) 만에 도착하였다. 참으로 고된 하루의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오늘부터 묶는 롯지는 더는 전기와 와이파이를 그냥 사용할 수가 없단다. 화장실도 공용 화장실밖에 없다고 한다. 앞으로의 고생길이 훤히 내다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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