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4(ABC-도반)

일출 촬영을 위해 아침 5시 반에 기상하여 나가보니, 벌써 많은 트레커들이 나와 있었다. 안나푸르나 남봉에 빛이 들어오더니 1봉에도 드디어 어명이 비추었다. 일출 촬영을 하다 보니 손이 시려왔는데 때마침 키친보이가 따뜻한 차 한잔을 가져다주어 언 손을 녹일 수 있어 그 고마움을 잊을 수가 없다. 촬영을 마치고 이 침 식사를 위해 다이닝홀에 들어가니 말레이시아 트레커들이 산소포화도를 측정하고 있었다. 나도 한번 측정해보자고 하니 선뜻 기계를 빌려주었다. 91이 나왔다. 다른 대원들도 측정해보니 85~89 정도가 나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롯지 뒤편에 올라 대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하산을 시작하였다. 하산길에는 눈을 뗄 수 없는 장관이 펼쳐졌다. 뒤로는 히훈출리, 안나푸르나 남봉과 주봉이 파노라마로 펼쳐져 있고, 하산 방향으로는 안나푸르나 3, 싱아 출루와 마차푸차레의 파노라마가 이어지고 있어서 누구나 연실 셔터를 누르기에 바빠 하산길이 늦어졌다.

ABC 트레킹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내려오는 트레커 중에는 제대로 걷지 못하고 다리를 끌면서 걷는 이들도 종종 눈에 들어온다. 멋진 풍경을 감상하기가 절대 쉽지만은 않은 여정이라는 것을 반증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때가 되어 히말라야 롯지에 도착하니 그동안 참아주었던 빗방울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너무 야속하다. 우기가 끝나고 건기가 시작되는 시즌에 맞춰 트레킹을 왔건만, 점심 식사를 마치니 본격적으로 비가 오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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