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일기 제3일] (2) 와이토모의 잠 못 이루는 밤

와이토모 홀리데이파크에 도착하였다. 입구에 들어서자 커다란 밤나무가 앞에서 위용을 부리고 있었다. 홀리데이 파크에 가면 이 시설이 가족과 함께 하는 시설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어디에나 있기 때문이다. 라글란과 비교해 이곳에는 특별히 수영장과 미니 온천이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식사 후에 시간을 주기로 하고 지도자들이 먼저 온천을 하기로 하였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가니 조그만 탕에 김 대장과 박 부대장이 먼저 들어와 있다. 온탕 속에 들어가 앉아 있으니 몸이 스르르 풀린다. 조금 있으니 한 기자, 소 선생 그리고 여자 외국인 한 명, 아들로 보이는 아이 둘이 들어왔다.

마지막으로 임 선생이 들어오는데 박 부대장이 큰 탕을 가리키며 따뜻한 물에 몸 족 녹이고 오라고 한 마디 한다. 한 눈에 보기에도 그곳은 한기가 느껴지는 찬 물이다.

임선생은 "아이, 젊은 사람이 온천은 무슨...." 너스레를 떨며 온탕으로 들어오다 그만 중심을 잃고 박 부대장의 어깨를 짚으며 곤두박질하고 만다. 그저 우리나라 목욕탕 계단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계단은 저만치 아래쪽에 있었기 때문이다. 박 부대장이 연약한 몸을 어쩌지 못하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고, 주위는 웃음바다가 되었다.


외국인의 큰 아이가 냉탕 속에 들어갔다 나온다. 다음으로 동생으로 보이는 작은 아이에게 용기를 북돋워 권하니 냉탕 속으로 들어가나 그 추워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너무 안쓰러워 괜한 짓을 한건 아닌지 집에 있는 작은 놈 생각에 맘이 아프다.  한덕동 기자가 그 아이들에게 제안을 한다. "Can you try once again?" 주위에서 one more!"라고 하며 박수로 권한다. 아이들이 다시 한번 우리를 위해 팬 서비스를 해 주었다. 모두들 좋아하며 박수를 쳐 주었다. 그러기를 몇 차례. 이제 내가 팬 서비스를 해 주리라.


냉탕으로 들어섰다. 찬물에 몸을 푹 담그고 저편을 향해 서툰 헤엄을 쳐 갔다. 물이 참 시원하다(?). 대충 마무리를 짓고 다시 온탕으로 돌아오니 멍석이 제대로 깔렸나 보다. 빨간 수영 모자를 쓴 한 기자가 냉탕으로 들어선다.


한 참을 재미있게 온천욕을 즐기는데 3조에서 임 선생을 밥 먹으라고 찾아왔다. 순간 지도자 동지들이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오늘도 우리조는... 부럽다 부러워. 아니나 다를까 오늘 저녁도 예외없이 우리조는 제일 늦고 밥인지 죽인지 모르겠다. 언제나 제대로 된 밥을 먹어 볼 수 있을는지. 다른 조의 지도자들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저녁을 먹고 아이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우리는 식당에서 간단한 협의회를 가졌다. 김 부장이 와인을 가져왔다.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김 부장이 충주에 오면 톡톡히 이 원수를 갚아야 할 게다. 와인이 한 순배 도는 동안 밖에서는 아이들 소리로 난리가 났다. 송태리(장애우)는 알아서 잘 챙겼겠지.


10시가 넘고 수영장이 문을 닫을 시간이 되어 아이들이 밖으로 나오고 그 후부터는 아이들이 샤워를 한다, 세탁을 한다 하며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그런 중에 맏며느리감 우진주, 오서방 등이 돌아다니며 2달러 코인이 없냐고 코인 구걸을 다녔고, 사무실에 가서 바꾸라고 해도 영어가 딸려서 헤매고 있었다. 교민 아이들은 뒀다 어디에 쓰려고 그러는지. 결국 이 아이들을 데리고 가더니만 그만 문을 닫았다고 울상이었다. 그래 결국 부대장의 심부름으로 코인을 바꾸었던 이석희가 돈을 주었던 것 같다.


임 선생님과 함께 밤나무 사진을 찍어보자고 비가 내리는 가운데 삼각대 들고 나와서 포인트를 잡으려는데 그만 조명이 꺼지고 말았다. 낙담하여 결국 각자 차량으로 돌아왔다. 식당에서는 골목대장 석희가 아이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하고 있었다.


차 안으로 들어와 보니 태리 혼자 곤하게 쓰러져 자고 있었다. 안쓰러운 생각을 하며 이층으로 올라와 자리를 펴고 일기를 쓰려고 부스럭거리고 있는데, 12시가 조금 넘었나 싶은데 두 녀석이 들어왔다. 모르는 체 누워있으니 잠시 후에 출연자들이 늘었다. 진상이 목소리도 들려온다. 두런두런, 이들은 각자의 학교 환경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학교생활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자기 관심사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이야기가 끝이 없었다.


시계를 들여다보니 이미 두 시가 넘었다. 이 녀석들이 정말! 참다못해 "얘들아, 이제 그만하고 가서 자거라." 하고 아주 엄하게(?) 지시했다. 순간 아이들의 소리가 멎어들고 아이들은 정체를 밝히지 않으려고 소리없이 사라졌다.


이렇게 아이들이 돌아가고 와이토모의 잠 못 이루는 밤은 새벽을 맞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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