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일기 제5일] (1) OPC, KOREA!

8월 14일

오늘은 OPC(Outdoor Pursuits Centre) 모험학교 활동을 하는 날이다. 날씨는 쌀쌀하고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아침에 모였을 때 소병조 선생님이 익살스런 제안을 한다. 아침 운동으로 개울에 내려가 얼음물에 손발 씻고 오기, 2km 달리기, 이 자리에서 몸 풀기 체조하기 중에 선택을 하란다. 일부 장난기 있는 아이들이 구보를 선택하고 대부분의 나무늘보들은 체조를 선택한다.


참 보면 볼수록 소 선생님은 모험학교 선생님답게 아이들을 다루는(?) 솜씨가 대단하다. 역시 베테랑 선생님이다. 체조를 하니 밤새 뭉쳤던 근육이 다 풀린다.


아침을 먹고 출발을 한다. 이슬보슬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이런 날 조심하지 않으면 안전사고의 염려가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주의를 시킨다.


OPC에 도착하였다. OPC는 에베레스트를 처음 오른 뉴질랜드의 에드먼드 힐러리 경이 설립한 시설이라는데, 우리나라의 청소년수련원, 모험학교와 비슷한 시설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힐러리 경의 안목에 주목하였다.


오늘도 대원들을 두 조로 나누어 활동을 시작한다.

먼저 활동 들어가기 전에 서약서를 작성하고 필요한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계곡을 따라 한참을 이동하니 허름한 가건물 형태의 활동장소가 나온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한손을 가운데에 모으고 임의로 서로 손을 잡고 나머지 한손은 바깥쪽에서 임의로 잡고 있다가 뒤엉커 잡혀있는 손들을 풀어 하나의 큰 원을 만드는 게임을 하였다.


두 번째 활동으로 가상의 용암지대를 건너는 게임을 하였다. 한 장소에서 모여 있는 대원전체가 용암지대를 안전하게 지나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게임이다. 마법의 모자를 쓴 단 한사람은 안전하게 용암지대를 건널 수 있으며 모자는 오직 한번만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모자를 쓴 사람은 다른 동료를 없거나 안거나 등의 방법을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다. 첫 번째 활동보다는 비교적 문안하게 과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과제들은 아이디어와 조원들의 단합, 회의 능력을 키우기 위한 활동이라고 한다.


다음 코스는 계곡을 가로지르는 플라잉 폭스. 일종의 활차로 뛰어내리는 짜릿함과 담력 및 끌어주는 협동심이 필요한 활동이다. 학생들은 괴성을 지르면서도 잘도 즐긴다. 나도 한번 아래쪽은 푸른 계곡이라 기분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대학 시절 병영 훈련시 했던 막타워 같은 느낌이리라.


시간을 줄이기 위해 차량으로 다음 장소로 이동하였다. 다음은 침몰해 가는 타이타닉호에서 빙하로 안전하게 탈출. 빙하로 옮겨 타기 위하여 먼저 높은 곳에 로프를 고정하는 과제를 해결하고 대원들의 지혜와 로프 하나만을 이용하여 탈출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마치면 이제 빙하가 서서히 녹기 시작하여 면적이 점점 감소하는 빙하위에서 팀원이 낙오하지 않고 견더내는 게임으로 막을 내린다.


오전 마지막 게임으로 5m 정도의 두 개의 판자에 줄이 메여져 있고, 팀원이 판자위에 올라가서 이동하는 게임이다. 대원들의 합심된 마음과 단결이 필요한 게임이었다.


이렇게 하여 오전 일정을 마치고 점심 식사 시간을 가졌는데, 시간 여유가 없어서 컵라면을 채 먹지도 못하고 다시 모여야 했다.


우리 팀의 OPC 지도자는 이름이 조시이다. 기억력도 좋고 유머도 있다. 아이들의 이름을 한번 듣고 대부분 기억한다. 정인이를 자두로 소개하여 한바탕 웃기도 하였다.


오후 일정이 이어졌다. 오후에는 주로 담력을 키우는 활동을 하였다. A조는 높은 곳에 올라가 옆 건물로 건너뛰는 훈련을 하였다. 의정이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축구도 잘한다는데, 훈련을 하는 모습을 보니 자세가 딱 잡혔다. B조는 구름다리 건너기 활동을 하였다. 진상이의 앞구르기가 눈에 띄었다.


그러다가 조그만 사고가 생겼다. 혜진이가 올라가다 다리를 부딪처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급히 혜진이를 아래로 내렸다. 김 사장이 혜진이를 안아 옮겼고, 깔판을 가져다 그 위에 눕혔다. 김 대장이 달려와 다리를 움직여 보라고 했다. 보아하니 그리 심한 부상은 아닌 듯했다. 얼음찜질을 하며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일정이 계속 진행되었다. 이번에는 인공 암벽을 등반하여 번지를 하는(스카이 윙 또는 빅스윙이라고 하던가?) 스릴 만점의 모험 활동이었다. 차가운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어 손이 얼어붙고 다리 근육이 경직되는 가운데 훈련이 진행되었다. 암벽을 오르는 대원은 손이 고와 홀드를 잡기가 어려운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잘도 참고 오르며, 밑에서 확보를 보는 대원들도 불평불만 하나없이 일체감이 되어 해내었다. 이 훈련에서는 특히 지은이의 활약(?)이 눈부셨다. 올라가는 데에도 상당히 애를 먹었고, 뛰어 내리는 데는 더더구나 많은 갈등 과정을 거쳐야 했다. 박 부대장이 용기를 북돋웠지만 지은이는 좀처럼 결심을 못하고, 다리는 떨어질 줄 모른다. 차라리 현지 지도자에게 밀어 달라고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단다. 결국 전대원의 기를 받고서야 우여곡절 끝에 지은이도 다시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이 과정을 끝으로 오늘의 일정은 끝이 났다. 날이 개자 저 멀리 루아페후 산 정상이 보인다. 정상은 만년설로 뒤덮여 있다. 이제 3일 후면 우리는 저 곳에서 눈보라를 맞고 있으리라.


일정을 정리하고 다시 와카파파 빌리지 홀리데이 파크로 돌아왔다.


내일은 새벽 3시에 일어나야 하니까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일러두었다.


물건을 가지러 운전석 쪽으로 가다가 머리를 심하게 부딪쳤다. 물론 머리 조심하라는 문구가 써 있긴 하지만 그건 단지 경고 문구일 뿐 막상 닥치면 부딪치는 경우가 많았다. 전에도 몇 번 머리로 받은 적이 있는데, 이번 경우에는 강도가 매우 세었다. 주변에 별이 병아리처럼 맴돌더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저녁을 먹고 곧바로 지도자 협의회를 가졌다. 내일 산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방한모, 아이젠, 피켈 등을 지급하고, 유의사항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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