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일기 제6일] (2) 울고 싶어라, 이 마음.

모두들 얼굴에는 성취감이 담겨 있다. 게다가 내일은 예비일로 잡혀 있어 대원들 표정이 여유롭기까지 하다.


저녁을 먹고 협의회를 가졌다. 오늘 혜진이와 태리의 예를 들어 대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올라갈 수 있는 대원과 올라갈 수 없는 대원으로 편성하여 등반을 진행하자는 것이다. 소 선생은 더 나아가 공격조를 별도로 편성하자고까지 하였다.


그리고 한참 침묵이 흘렀다. 모두들 묵시적으로 동의하는 눈치다. 분위기에 휩싸여 속으로만 생각하고 선뜻 말을 못하고 있는데, 같은 의견을 가진 임 선생이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 탐사대의 활동을 산악인의 등반과 같은 성격의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교육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힘들어도 참고 견디고 노력하다 보면 마침내 눈앞에 다가오는 정상을 누구나 볼 수 있어야 한다고.


김 대장과 김 사장이 난색을 표한다. 기상 상태와 눈의 질에 따라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고, 리프트 시간 때문에 일정한 시간 안에 산행을 마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도자가 책임을 진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결론은 내일 김 대장과 김 사장이 산에 가 보아서 상태를 파악해 보고 난 다음에 결정을 짓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김 대장의 어깨를 누르는 책임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봐는 아니나 심기가 불편해졌다. 생각해 보면 이 많은 아이들이 실내 암장에서, 조령산에서, 또 여기에 와서는 OPC에서, 통가리로 새들에서 모든 대원들이 힘을 합쳐 루아페후 산 정상을 밟아 보는 모험, 극기 활동을 통해 희망을 찾아보자고 이 먼 곳까지 찾아 온 것이 아닌가. 아직 어린 대원들이기에 대표 한 둘이 정상에 가서 깃발을 꽂고 오는 것으로 만족하기에는 대원들의 마음 속 상처가 클 것이 걱정이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복잡한 마음속에 한 잔 술을 털어 넣으니 금세 감상적으로 변해 버리고 만다.


잠시 나와 바람을 쐬니 다시 정신이 맑아진다. 잘 될 거야, 모든 일이 잘 될 거야. 자기 최면을 걸어 본다.


차 안으로 들어와 보니 다시 숨이 막힌다. 건조되지 않은 빨래가 차 안 가득히 널려 있다.


구석에 태리 혼자 쓰러져 잠이 들어있고,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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