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6일.


평소 습관처럼 5시 30분에 잠이 깨었다가, 좀 더 뒤척이고 7시쯤에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자유시간, 우리조는 아침을 먹을 것인지 아닌지 다른조는 다들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하는데 아직도 자고 있는지 보이질 않는다. 오늘 아침은 다른조에서 해결하였다.


아침을 먹고 가까운 Visitor Centre에 걸어서 갔다. 그곳에서는 무분별한 파괴를 막기 위해 뉴질랜드 정부에 통가리로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주기를 바라며 기증하였다는 마오리 추장(Horonuku, Te Heuheu Tukino IV, Ariki) 흉상이 서 있고, 1996년 화산 폭발 당시 감지 기록 등을 전시하는 전시 공간과 기념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있었다. 안쪽 극장으로 들어가 역사 기록물 "The sacred gift"와 화산 폭발 과정을 다루고 있는 영상을 보았다.


한 가운데에는 통가리로 국립공원의 모형도를 만들어 놓아 어제 다녀온 망가테포포 새들과 내일 오를 루아페후 산의 모습들을 미리 엿볼 수 있었다. 영상 관람을 마치고 아이들은 선글래스를 써 보기도 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놀고 있었다.


김 부장에게 오후에 간단히 산책할 만한 코스가 있는지 물어 보니 타라나키 폭포를 추천하였다. 세시간 정도가 걸릴 거라고 했다. 임 선생님, 소 선생님, 한 기자가 함께 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점심을 먹고 나오면서 그 동안 일정에 쫓겨 이런 좋은 경치가 있는 줄도 모르고 차 안에서만 보냈던 시간을 아까워하였다. 길이 평탄하게 이어지므로 노인분들이 많이 보인다. 네팔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나마스테." 인사를 하듯이 우리는 "Hi.", "Hello." 인사를 했다. 모두들 웃으며 반갑게 인사를 했고, 그 중에는 우리 일행을 일본인으로 생각했는지 "곤니찌와" 하고 인사를 건네는 사람도 있었다.


한참 아름다움에 취해 길을 걷다 보니 폭포 하나가 나타난다. 빙하 녹은 물이 높은 바위 위에서 큰 소리를 내며 아래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길을 내려 폭포 아래로 내려가 시원한 빙수 한 잔 씩을 나누어 마시고, 기념 촬영을 하였다.


돌아오는 길은 올 때와는 달리 나무숲이다. 숲길 또한 잘 보존되어 있어 트레킹 코스로는 제격이었다.


돌아와 보니 아침에 정찰 산행을 갔던 김 대장 일행이 도착해 있다. 김 대장의 얼굴에 희색이 도는 것으로 보아 내일 산행이 예상했던 것보다 좋은 모양이다. 김 대장은 루하페후 등정을 대원들을 10명씩 두 조로 나누어 이틀에 걸쳐 산행을 하자고 했다. 지도자들이 이틀 동안 산행에 동행해서 아이들을 모두 산행에 동참시키자는 것이다. 김 대장도 마음에 부담을 많이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늦은 오후 시간엔 박 부대장, 임 선생님, 한 기자와 함께 골프장이 있는 곳까지 걸으며 산책을 했다. 그 사이 김 대장은 아이젠, 헬멧 등을 구하러 나갔다. 저녁 햇살을 받으며 잔디 위를 걷는다. "뉴질랜드에 가서 골프를 치고, 스키를 타고 왔다는 말은 못하더라도 골프장을 한 바퀴 돌았다, 스키 리프트를 타고 2,100미터까지 올라갔었다고만 이야기해도 사람들이 그렇게 이해해 주기 때문에 이 코스는 꼭 돌아야 한다."고 박 부대장이 너스레를 친다.


내려가다 보니 1929년에 세워졌다는 샤또 통가리로 호텔이 보인다. 아이들과 눈싸움을 하는 가족들도 있고, 저만치에는 눈사람도 세워졌고, 더 멀리에는 홀을 돌며 골프를 치는 사람도 있다. 갑자기 낭만적인 분위기가 되어 잔디 위를 걷다 해가 질 때쯤 되니 날이 추워지기 시작한다.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김 대장이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부대장을 부른다. 아이젠을 빌려왔으니 아이들에게 지급해야겠다고 한다. 박 부대장이 차를 타고 가고, 남은 일행은 천천히 걸어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고 협의회를 하는 중에 산행은 다시 하루에 끝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태리와 혜진이는 체력 여건이 좋지 않아 산행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이들은 도우미 학생들이 리프트를 타고 함께 올라가서는, 그 곳에서 잔류학생들끼리 활동을 하도록 하고, 나머지 대원들은 산행을 한다는 계획이었다. 도우미는 자원한 단비, 예진이, 경록이, 형탁이, 선정이로 결정되었다.


곧바로 대원들에게 대여한 아이젠을 지급하고, 내일 일정에 대한 안내와 주의사항을 전달하였다. 박 부대장이 돌아다니며 아이젠 착용 방법을 교육하였다.


8시부터 본부 차량에서는 시각장애 학생들과 뉴질랜드 교민 학생들의 소원 적기가 있었다. 이들의 소원을 적은 쪽지는 내일 루아페후 산 정상 만년설에 묻게 될 것이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기회가 되면 다시 그곳에 올라 타임캡슐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조원들에게 내일 산행에 필요한 준비물을 미리 챙겨놓도록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어제의 불편했던 심기가 다시 풀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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