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자연의 신에게 목숨을 맡기다

오늘부터 진정한 트레킹에 접어드는 시간이 시작된다. 7시 30분 호텔에서 버스에 모든 짐을 싣고 트레킹의 출발점인 샤브로베시로 간다. 카투만두 시내를 벗어나면서 시작되는 수많은 검문이 이 나라의 현재 정정을 말해준다. 랑탕으로 가는 길은 포카라로 가는 길보다 정말 험하고 위험한 것 같다. 깎아지른 절벽과 산허리를 깎아 만든 길로 인하여 아찔한 순간이 계속된다. 경사가 심한 이곳은 신기조산대의 특성상 여름의 폭우에 언제나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고, 실재로 곳곳에 산사태의 흔적이 남아 있다. 산사태로 유실된 도로는 지금도 이곳 사람들의 수작업에 의해서 아주 서서히 복구되고 있으나 언제 복구가 끝날지 알 수 없다. 아니 완전한 복구란 없다. 언제나 엄청나게 빠른 지형 변화가 나타나는 곳이니까 말이다. 무너지면 일시 복구하고 지나가면 그만이다. 좌우로 흔들리는 버스는 전복 직전이다. 최소한 500m가 넘는 저 낭떠러지기로 버스가 구른다면?(버스를 탄 사람은 누구나 이런 상상을 할 수 밖에 없는 곳이다) 이 버스 안의 사람은 누구 하나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다. 히말라야의 신에게 목숨을 담보하는 것이 훨씬 속이 편할 것 같다. 8시간 가까이를 달린 후에야(거리는 멀지 않지만) 샤브르베시에 도착했다. 깊은 계곡의 물은 아주 큰 소리를 내며 흐른다. 수천길 계단식 경작지는 역사 이래 이곳 주민들의 조상들이 얼마나 고된 삶을 살아 왔을까 하는 역정을 말해준다. 곳곳에 돌아다니는 버팔로, 양과 닭, 결국 이들도 험한 이곳에서 인간과 공존할 수밖에 없다. 저녁은 이곳의 토종 닭 볶음이다. 덴지의 솜씨가 다시 나를 감격시켰다. 어찌나 맛이 좋던지, 안희상 선배님이 한마디 했다. “덴지 나와 함께 한국 가서 닭볶음 식당이나 하자구!” 이렇게 하루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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