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호의 대양도전기①…집 채 만한 파도와 싸우다 하루종일 멀미…거센 바람과 맞서며 첫 기항지 바하마 도착 2008년 12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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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사이언스와 동아일보는 신문과 방송, 잡지, 인터넷을 통해 장보고호 탐사대의 활동과 탐사 결과 등을 보도하는 한편 2009년 초부터 연말까지 탐사의 전 과정을 모두 4편의 방송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시도로 새해 1월초 방영될 ‘1편 카리브 해의 산호초 생태 및 지구 환경 변화’를 취재하기 위해 11월 22일부터 12월 4일까지 장보고호에 승선해 동행 취재를 했습니다. 이번 취재에는 동아사이언스와 동아일보 영상뉴스팀, 아프가니스탄 분쟁 지역 취재로 잔뼈가 굵은 프리랜서 카메라맨 김태곤 감독이 참여했습니다. 특히 입체영상 전문회사 미라큐브의 장비 지원으로 국내 매체사상 처음으로 입체 카메라로 생생한 탐사 현장을 담아 왔습니다. 더사이언스는 장보고호와 권영인 박사, 송동윤 대원의 활약을 10회에 걸쳐 보도합니다.
“생전 처음으로 집 채 만한 파도를 봤습니다.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겼어요. 이러다 정말 죽는가 싶었어요.” 진화론 창시자 찰스 다윈이 177년 전 탐험한 경로를 따라 북미와 중남미,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탐험에 나선 장보고호가 지난달 20일 영연방 바하마의 최북단 ‘그랜드바하마’ 서쪽 연안에 도착했다.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의 팜비치 항을 떠난 지 꼬박 하루만이다. 이른 아침 항구를 떠난 장보고호는 동남쪽으로 방향타를 잡았다. 그러나 얼마 못가 뜻밖의 장벽을 만났다. 멕시코 만에서 미국 남동부 해안을 따라 올라오는 강한 ‘걸프스트림’과 북서풍이 부딪혀 만들어낸 거친 파도를 만난 것. 연안에서 벗어나 처음 맞닥뜨린 자연의 힘은 상상을 훨씬 뛰어 넘었다. 장보고호 돛대보다 훨씬 높은 파도와 싸우며 꼬박 하루를 시달렸다. 미국 동부에서의 42일간의 워밍업을 끝내고 본격적인 항해에 앞서 치른 신고식치고는 혹독했다. 권영인 박사의 대학 동아리 후배이자 강동균 대원을 대신해 11월초부터 항해에 합류한 송동윤 씨(20·연세대 1년 휴학)도 한나절을 침대 신세를 져야 했다. 배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심한 배 멀미가 찾아온 것. 유일한 처방은 배에서 내리는 길 밖에 없지만 육지에서 멀어진 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권 박사가 온종일 키(방향타)를 잡아야 했다.
“장보고호는 배 두 척을 널빤지로 이어 만들어서 높은 파도에도 잘 뒤집어지지 않아요. 마치 낙엽이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요트는 크게 두 종류로 구분된다. 배 두 척을 이어 붙인 ‘카타마란’ 형과 가운데 부분이 물에 깊게 잠기는 ‘모노홀’ 이다. 장보고호는 이중 카타마란에 속한다. 카타마란이 수심이 얕은 연안을 누비기 좋은 연안 형이라면 모노홀은 대양항해에 더 적합한 형태에 속한다. 42일간 미국 동부운하를 통과하는 워밍업 기간 동안에도 장보고 호는 갖은 사건 사고를 겪어야만 했다. 한해 평균 운항시간이 고작 몇 시간 될까 말까한 신출내기 선장과 선원에,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값싼 항해 장비는 결국 말썽을 일으키고 말았다. 제작된 지 10년이 넘은 위치정보시스템(GPS)은 그동안 바뀌어버린 세상 물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장보고호는 ‘보험’조차 들지 않았다. 자칫 한대 10억 이상 씩 하는 고급 요트와 부딪히기라도 하는 날에는 정말 큰 낭패를 볼 상황이었다. 항해를 거듭할수록 심기가 점점 날카롭게 바뀌는 것도 어쩌면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22일 늦은 밤 온통 적막으로 감싸인 그랜드바하마 프리포트 국제공항에서 만난 권 박사는 지친 기색을 가급적 내비치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한국을 처음 출발할 때도 마른 체형이던 권 박사는 40여일의 항해 기간 동안 더 부쩍 말라 있었다. 취재에 동행한 이성환PD가 “형님 그동안 많이 말랐네”하며 반갑게 농을 던지자 “이제 허리띠 구멍이 2개나 더 채워진다”며 권 박사가 웃으며 받아친다. 이 PD는 지난 10월 장보고 호가 첫 출항에 나섰을 때부터 권 박사와 깊은 친분을 쌓아왔던 터였다. “다이어트 효과는 정말 만점이던데요. 먹어도 살로 안가고 바로 빠져요. 저도 벌써 구멍 하나 줄었어요.” 옆에서 있던 송 씨가 붙임성 있게 말을 보탠다. 고된 선상 생활을 얼핏 짐작하게 만든다. 장보고호는 이틀 전 한국에서 온 취재팀을 마중하기 위해 섬 서쪽 끝에 있는 선착장에 입항했다. 바하마 서쪽 해안은 2004년과 2005년에 이어 올해에도 이곳을 할퀴고 간 허리케인에 큰 피해를 당했다. 평균 풍속 70km의 거센 바람과 산더미 같은 파도는 미국인들이 평생 한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카리브해 연안의 작은 파라다이스를 한 순간에 파괴했다. 공항에서 섬 서쪽 끝의 선착장까지 가는 차 안에서 보는 차창 밖 풍경은 한층 더 무겁게 다가왔다. (계속)
그랜드바하마=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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