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의 움직임 눈으로 본다 | ||||||||
시간분해회절연구단 이효철 교수
N2 + 3H2 -> 2NH3 중학교 화학시간에 배우는 간단한 화학반응식이다. 질소(N2)와 수소(H2)가 만나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암모니아(NH3)를 만드는 과정을 표현한 것. 과학자들은 두 분자가 반응해 무엇이 생성되는지를 알았어도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암모니아가 생성되기까지 두 기체 분자가 어떻게 움직이고 결합하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이같은 궁금증은 둘이 반응할 때 생성됐다 사라지는 중간체가 어떤 모습일까 하는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중간체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존재해 관측이 어렵다. 레이저를 이용한 다양한 분광학의 기법을 적용해도 끊임없이 반응하는 분자들의 상호관계를 밝히기는 불가능했다. KAIST 화학과 이효철 교수가 이끄는 시간분해회절연구단은 X선 회절법을 사용해 분자의 반응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그룹으로 인정받고 있다. 분자 움직임 실시간 촬영 성공
연구단은 관찰하려는 용액에 강한 X선을 100억분의 1초 단위로 쏘아 일어나는 분자의 신호를 시간에 따라 측정했다. 짧게짧게 쏘아 준 X선이 빠르게 움직이는 분자를 일일이 따라가며 찍어내는 캠코더 역할을 한 것이다. 그 결과 용액 속에 있는 분자의 실시간 구조변화를 세계 최초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획기적인 성과라는 평과 함께 미국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2005년 게재됐으며 주목받는 연구에도 소개됐다. 물 속에서 변하는 복잡한 단백질도 촬영
이전 연구에서 용액 속의 작은 분자를 추적하는데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큰 단백질 분자의 변화를 관측한 것이다. 큰 분자는 관측은 쉬울 수 있어도 분자를 이루는 원자의 상호관계를 정확히 밝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연구단은 혈관을 따라 우리 몸 구석구석 산소를 전해 주는 헤모글로빈 단백질이 어떻게 변하는 지 촬영했다. 근육 속 산소 공급에 관여하는 미오글로빈 단백질도 실시간으로 관측해 냈다. 빛을 받을 때 반응하는 미오글로빈의 구조가 어떻게 변하는지 영화를 보듯이 촬영한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 과학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 ‘네이처 메소드’ 지난해 10월호 표지논문에 게재됐다. 신약 개발, 나노기술에 활용 지금까지 연구단은 시간분해 X선 회절법을 이용해 용액에 있는 단백질을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 관측한 구조변화를 분석해 학문적으로 의미있는 해석도 내놓을 계획이다. 해외에서 건설 중인 차세대 방사선 가속기가 완공되면 지금보다 1000배나 짧은 시간동안 일어나는 변화를 관측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할 예정이다. 연구단의 기술은 질병의 원인을 밝히거나 신약 개발 시간을 크게 단축하는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단백질의 구조를 3차원으로 촬영하면 단백질이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밝혀 질병의 원인을 분석할 수 있다. 또한 단백질 분자와 약물 분자가 반응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직접 확인한다면 약물이 우리 몸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는 단백질뿐 아니라 나노물질에도 응용할 수 있어 나노기술이나 반도체 분야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이효철 교수 약력 1990년~1993년 KAIST 화학과 학사 1994년~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화학과 박사 2001년~2002년 미국 시카고대 박사후연구원 2003년~현재 KAIST 화학과 교수 2007년~현재 시간분해회절창의연구단장 시간분해회절 연구단이란?
연구단은 연구교수 1명, 박사후연구원 1명, 박사과정 8명, 석사과정 3명, 테크니션 1명, 행정원 1명으로 구성돼 있다. 단장인 이효철 교수는 훌륭한 과학자가 되려면 3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바로 창의성-근면성-사회성. 과학자라면 기본적으로 창의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교수는 창의성만 가지고 성공한 예를 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자기절제와 관리를 통한 근면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 한 번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만으로는 평생 과학자의 길을 갈 수 없다는 말이다.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전 근면성입니다. 창의성은 노력하면 생기기 마련이거든요. 저를 봐도 예전보다 창의성이 많이 생긴 거 같아요.” 하지만 여기서 그친다면 과학자는 될 수 있어도 ‘훌륭한’ 과학자는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협력 연구, 학제 연구가 늘고 있는 요즘 사회성이 있어야 팀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면 근면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 사람이 함께 모여서 이야기하다보면 자연히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른답니다.” 자율 속에 근면함. 거기다 사람의 향기까지 풍기는 연구실에서 미래의 훌륭한 과학자가 자라나고 있다. | ||||||||
글/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2009년 01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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