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린센터에 무슨일이
이소연씨, 고산씨 대신 탑승훈련
2008년 03월 10일 | 글 | 박근태 기자, 모스크바=정위용 동아일보 특파원ㆍkunta@donga.com, viyonz@donga.com |
 
“한국인 첫 우주인 바뀌나” 과학계 촉각

다음 달 8일 러시아 유인(有人)우주선 소유스호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올라갈 ‘한국 최초 우주인’의 영광은 과연 누구에게 돌아갈까?

러시아 우주인 2명과 함께 소유스호에 탑승할 한국인이 당초 ‘프라이머리(탑승) 요원’으로 선정된 고산(32) 씨에서 ‘백업(예비) 요원’인 이소연(30·여) 씨로 교체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조짐이 나타나 주목된다.

과학계의 한 관계자는 9일 “최근 이 씨가 고 씨 대신 러시아의 정식 탑승팀에서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며 “상황에 따라서는 두 사람의 임무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씨는 7일(현지 시간) 모스크바 인근 가가린우주인훈련센터에서 그동안 고 씨와 함께 훈련하던 러시아 프라이머리 우주인 2명과 정식으로 탑승 훈련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씨는 그동안 우주로 올라가는 러시아의 프라이머리 요원이 아닌 지상에서 보조임무를 수행하는 ‘백업 요원’ 2명과 탑승 훈련을 해왔는데 이번에 고 씨와 역할이 바뀌었다.

또 고 씨와 이 씨는 발사 전 마지막 외출이 허락된 8, 9일 러시아 측의 이례적인 외출금지령에 따라 외출을 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에서 우주인 사업을 주관하고 두 사람이 선임연구원으로 소속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백홍열 원장이 최근 급히 현지를 방문해 러시아 측과 훈련 계획을 조정한 것과,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들이 잇달아 긴급회의를 소집한 것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설사 임무가 교체된다 해도 한국 우주인 배출사업 자체는 별다른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씨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동일한 훈련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러시아 측은 이달 17, 18일 최종 테스트를 거쳐 19일 소유스호에 탑승할 최초의 한국 우주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물론 당초 계획대로 고 씨가 우주선 탑승 요원으로 최종 결정될 가능성도 있어 현재로서 교체 여부를 속단할 수는 없다.

고 씨와 이 씨는 1만8000 대 1의 경쟁을 뚫고 2006년 12월 한국 우주인 후보에 선발됐으며 지난해 9월 고 씨가 프라이머리 우주인에, 이 씨가 백업 우주인에 각각 선정됐다.
[우왕좌왕 우주야그]태양계 닮은 행성계 발견, 처음 맞아?
2008년 02월 27일 | 글 | 이충환 기자ㆍcosmos@donga.com |
 
우왕좌왕 우주 야그
‘질서와 조화를 지니고 있는 세계’란 뜻의 코스모스(cosmos)는 우주를 말합니다. 코스모스는 카오스랑 반대죠. 근데 요즘 우주를 다룬 기사를 보면 코스모스가 아니라 카오스처럼 무질서해 보입니다. 우주의 질서를 바로잡으려는 야심(?)을 갖고 이 칼럼을 연재합니다. 부디 우왕좌왕 하더라도 재밌게 즐겨주세요.

얼마 전 태양계를 닮은 외계행성계가 처음 발견됐다는 소식이 국내외 언론에 보도됐다. 우리 천문학자가 발견에 참여했고 이 발견 내용은 ‘사이언스’에 게재돼 화제가 됐다. 그런데 이 기사에 대해 누리꾼들은 “20년(?) 전에도 이런 기사 나왔는데 뭔 소리냐?” “아니 벌써 수천 번(?) 발견됐는데 처음이라니 우롱 당하는 느낌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지난 10여 년간 태양계 밖에 있는 외계행성은 250여 개나 발견됐다. 그럼 도대체 뭐가 처음이란 말인가?

한국과 미국이 중심인 국제공동연구그룹 ‘마이크로펀’은 지구에서 궁수자리 방향으로 5000광년 떨어진 별 ‘OGLE-2006-BLG-109L’ 주변에서 질량이 각각 목성의 0.71배와 0.27배인 두 행성을 발견했는데, 알고 보니 두 행성이 각각 중심별로부터 지구-태양 거리(AU, 천문단위, 1AU=1억4960만㎞)의 2.3배와 4.6배 떨어져 공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내용이다. 마이크로펀은 2002년 중력렌즈를 이용해 외계행성을 발견하기 위해 충북대 물리학과 한정호 교수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앤디 굴드 교수의 주도로 결성됐는데, 연구팀의 이번 결과는 ‘사이언스’ 2월 15일자에 실렸다.

그동안 태양계 밖에서 목성이나 토성 같은 가스행성이 많이 발견됐는데, 이번 발견에는 배치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 태양계에는 태양에서 5.2AU, 9.5AU 각각 떨어진 곳에 목성과 토성(목성의 0.3배 질량)이 태양을 돌고 있다. 새로 발견된 행성계는 중심별의 질량이 태양의 절반 정도이고, 중심별과 행성의 질량비, 떨어진 거리 등을 고려할 때 ‘태양-목성-토성’의 축소판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처럼 행성 배열이 우리 태양계와 비슷한 외계행성계는 처음 발견됐다는 뜻이다.
이번에 발견된 외계행성계는 우리 태양계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태양계와 비교해보면 외계행성계가 태양-목성-토성의 축소판임을 알 수 있다. 중심별과 행성 사이에는 지구와 같은 행성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사진제공 한국천문연구원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행성의 질량이나 거리에 대한 별다른 설명 없이 그냥 태양계 축소판이니, 지금까지 발견된 행성계 중 태양계에 가장 가깝다는 얘기만 하니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광년이나 천문단위(지구-태양 거리), 질량에 대한 감이 없는 사람들은 더 이해하기 어렵기만 하다.

어떤 누리꾼은 이번에 찾은 행성계가 지구에서 5000광년 떨어져 있으니 5000년 전에 출발한 빛을 발견한 것이라 지금은 두 행성이 사라져 버렸을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5000년 전의 빛은 맞는 말이지만, 그 별이 5000년간 그리 크게 바뀌지 않았고 두 행성의 질량이나 거리도 변하지 않았을 것이니 행성이 없어졌을 것이란 추측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태양도 앞으로 50억년 가량 거의 지금처럼 빛나고 행성의 배열도 변하지 않으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예상이기 때문이다.

외계행성계의 상상도. 질량이 각각 목성의 0.71배와 0.27배인 두 행성을 거느리고 있다. 사진제공 한국천문연구원
이번에 외계행성계를 발견하는 데 사용했던 중력렌즈란 방법도 일반인의 머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 원인 가운데 하나다. 아인슈타인이 처음 예측한 ‘중력렌즈’란 두 별이 우리 시선 방향에 겹칠 때 앞별 때문에 뒤별의 빛이 휘어져 밝기가 증폭되는 신비로운 현상이다. 마치 앞별이 렌즈 역할을 한 셈이다. 만일 렌즈 역할을 하는 앞별이 행성을 거느리고 있을 때 특이하게 뒤별의 밝기가 2번 이상 밝아지기 때문에 이 같은 중력렌즈를 이용해 외계행성을 발견할 수 있다.

흥미롭게 새로 발견된 행성계에는 지구와 같은 행성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사이언스’에 실린 해설기사에서 미국 카네기연구소의 앨런 보스 박사는 “이번에 발견된 행성계에서 중심별과 행성 사이에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이 존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에서 태양은 평범한 별이지만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가 살고 있는 지구를 거느리고 있어 특별하다. 태양계랑 비슷한 행성계를 빨리 만나고 싶은 열망에 자꾸 태양계를 닮은 행성계를 ‘처음’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리라.


이충환 기자는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해에 태어나 어릴 때부터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즐겨 읽었고, 코스모스를 사랑하는 아내를 만난 자칭 ‘어린 왕자’. 천문학만 무려 7년 공부하고 그것도 모자라 과학언론을 몇 년 더 공부한 가방 끈 무척 긴 학구파. 과학 대중화의 사명을 품고 10년 가까이 현장에서 열심을 내는 고참기자. 전문가뿐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과학, 청소년을 비롯한 일반인에게 꿈을 줄 수 있는 과학을 꿈꾸는 몽상가!
“1000년 주기로 태양 공전 태양계 9번째 행성 존재”
日 고베대 연구진 주장
2008년 02월 29일 | 글 | 도쿄=서영아 동아일보 특파원ㆍsya@donga.com |
 
“태양계 행성 수=9개→ 8개→ 다시 9개?”

해왕성 바깥쪽에 미지의 9번째 행성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일본 고베(神戶)대 연구진이 주장했다.

28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고베대의 무카이 다다시(向井正) 교수팀은 상세한 이론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행성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행성이 직경 1만∼1만6000km로 지구(직경 1만2800km)와 거의 같은 크기이며 총질량은 지구의 30∼70%이고 태양 주위를 타원 궤도로 도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9번째 행성이 약 1000년 주기로 태양 주변을 공전하고 있으며 앞으로 관측체제가 정비되면 10년 이내에 실제 관측을 통해 이 행성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미래에 변전소가 사라지는 이유
2008년 03월 03일 | 글 | 김정훈 기자ㆍnavikim@donga.com |
 
올해 초 전봇대가 ‘불필요한 정부 규제’의 상징으로 떠오른 적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남 영암군 대불산업단지의 전봇대를 탁상행정의 예로 들었기 때문이다. 그 전봇대는 이틀 만에 뽑혔지만 주변 가로등은 그대로 둬 실제로 도움이 안 됐다는 웃지 못할 후문이 들려온다. 보기에도 좋지 않고, 안전 위험도 있어서 도심에서는 전봇대 대신 지하에 전력케이블을 묻어 사용한다.

전봇대나 전력케이블은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이송하기 위한 설비다. 발전소에서는 생산한 전기를 20만~80만V의 초고압으로 바꾼 뒤 초고압선을 통해 각 지역의 변전소로 보낸다. 변전소는 받은 전기의 전압을 대폭 낮춰 가정, 사무실, 공장 등에 보낸다. 가정 근처에 달린 변압기는 다시 전압을 220V로 낮춘다.

발전소에서 전기를 보낼 때 초고압으로 바꾸는 이유는 전기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다. 구리는 전기를 잘 통하지만 그래도 약간의 전기저항을 갖고 있다. 전류가 많이 흐를수록 열이 발생하고, 그만큼 전기 에너지가 손실된다. 전기를 초고압으로 보내면 동일한 전력을 보낼 때 전류의 크기가 작아지기 때문에 에너지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발전소에서 가정까지 오는 동안 전기의 약 4.3%가 열로 사라진다. 우리나라의 전기 생산 원가로 계산하면 연간 5000억원이나 된다.

이런 이유로 ‘초전도케이블’이 구리선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초전도케이블은 구리 대신 전기저항이 없는 초전도체를 사용한다. 초전도케이블을 쓰면 열로 손실되는 전기가 없어져 전기 생산 비용이 절감된다. 또 발전소에서 전기를 보낼 때 굳이 초고압으로 바꿀 필요가 없어 변전소와 변압기를 세울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초전도케이블의 장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도심의 전력 요구량에 맞춰 전력 케이블을 계속 추가하면서 도심의 지하 공간은 거의 한계에 이르렀다. 더 이상 전력 요구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초전도케이블은 기존 구리케이블보다 굵기는 3분의 1에 불과하고, 송전 용량은 5배 이상 크다. 구리케이블이 있던 공간에 초전도케이블을 바꿔 넣는 것만으로 도심의 전력 공급 문제가 해결된다.

초전도케이블의 핵심은 전기를 전송하는 초전도체다. 초전도체는 1911년 네덜란드 레이던대 카멜린 온네스 교수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온네스 교수가 온도를 낮추면서 수은의 전기저항을 측정하자 놀랍게도 영하 267℃에서 수은의 전기저항이 없어졌다. 이렇게 저항이 없어지는 온도를 ‘임계온도’라고 한다. 순수 원소의 경우 납, 주석 등 25종의 원소에서 초전도 현상이 나타났다.

절대온도(영하 273℃)에 가까운 저온에서 초전도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BCS이론으로 설명한다. 도체에는 원자의 간섭을 받지 않고 맘대로 움직이는 ‘자유전자’가 있어 전기가 흐른다. 자유전자들은 움직이다가 서로 충돌하는데 이 때 전기저항이 생긴다. 하지만 절대온도 부근에서 모든 전자는 둘씩 쌍을 지어 움직이기 때문에 전자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지 않아 전기저항이 사라진다. BCS이론은 ‘원자들의 진동’이 전자끼리 쌍을 이루게 하는 힘이라고 설명한다.

그 뒤로 과학자들은 임계온도가 높은 초전도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른 바 ‘고온초전도체’다. 전기저항이 없다는 점은 매력적이었지만 이를 구현하는 온도가 너무 낮아 실생활에 응용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주로 금속합금에서 고온초전도체가 발견됐고, 그 뒤로 산화물과 유기물에서도 발견돼 현재 수천 종에 이른다. 이중 산화물 초전도체는 최고 영하 120℃의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현상을 보여 가장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값싼 냉매인 액체질소(영하 196도) 속에서도 초전도 효과를 보인다.

초전도케이블은 ‘매우 긴 진공보온병’처럼 생겼다. 구리심을 중심으로 초전도체가 몇 겹으로 둘러싼 것이 전선 역할을 한다. 이 전선 세 가닥을 다시 견고한 ‘진공보온병’이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진공보온병에는 속에는 액체질소가 들어있다. 온도가 올라가면 초전도 효과가 없어지기 때문에 ‘진공보온병’은 외부와 온도가 완전히 차단돼야 한다. 또 지진, 충격 등으로 파손돼 액체질소가 새 나오지 않도록 설계한다.

미국은 올해부터 뉴욕의 일부 구간에, 일본은 2010년 도쿄의 일부 구간에 초전도케이블을 설치해 시험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기연구원 초전도기기연구그룹이 LS전선(주)과 공동으로 초전도케이블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해 국제 공인 시험에 통과했고, 올해에는 송전망에 직접 투입해 성능을 시험할 예정이다. 미국과 일본보다 10년 늦게 초전도케이블 연구에 뛰어들었지만 현재 거의 대등한 기술 수준에 와 있다고 한다.

꿈의 기술이었던 초전도기술이 우리 옆으로 바짝 다가왔다. 수년 내에 초전도케이블이 상용화되면 거추장스러웠던 전봇대를 비롯해 지금까지 사용하던 송전설비는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고품질의 전기를 더욱 싸고 풍부하게 공급받을 수 있다. 초전도기술이 바꿀 미래를 기대해 보자.
91년만에 깨어난 투명 개구리
네이처 통신란에서 논쟁 뒤 밝혀져
2008년 03월 04일 | 글 | 편집부ㆍ |
 

주간 과학 저널인 ‘네이처’는 한 페이지를 통신란에 할애하고 있다. 주로 저널에 실린 논문과 관련된 연구자들의 편지가 실리는데 아무래도 논문 내용을 반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 특이한 편지 두통이 미소를 머금게 한다.

이야기의 발단은 지난해 10월4일자 ‘네이처' 토막뉴스란에 실린 서로 다른 돌연변이체를 교배해 탄생시킨 투명 개구리 소식. 뱃속에 찬 알까지 훤히 들여다보여 눈요깃거리로 실은 듯하다. 기자도 흥미를 느껴 투명 개구리를 만든 일본 히로시마대 마사유키 수미다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 좀 더 자세한 내용과 사진을 받아 기사를 썼다.

그런데 ‘네이처’ 10월25일자 통신란에 이 뉴스에 대한 반박 글이 실렸다. 스웨덴 웁살라대 생물학자들이 보낸 편지로 자연계에는 유리 개구리로 통칭되는 개구리가 150여종 있는데 그 가운데는 피부 뿐 아니라 내부 장기를 덮는 복막까지 투명한 종류도 있다는 것(사진). 한마디로 한 수 아래인 인위적으로 만든 투명 개구리를 굳이 ‘네이처’에서 뉴스로 소개할 필요가 있었냐는 얘기다.

해를 넘겨 1월8일자 통신란에는 투명 개구리에 관한 또 다른 이야기가 실렸다. 독일과 미국의 과학자들이 보낸 편지로 인위적으로 만든 반투명 개구리에 대한 논문이 이미 1917년에 발표됐다는 것. 소의 송과선 추출물을 올챙이에게 먹이자 피부가 옅어지면서 내장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송과선은 척추동물의 간뇌에 있는 내분비선이다.

40여년 뒤 미국 예일대 의대 피부병학자 아아론 레르너 교수는 송과선 추출물에 들어있는 인돌화합물이 개구리 멜라닌 세포 속의 멜라닌 과립을 뭉치게 해 피부를 옅게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멜라닌은 피부나 머리카락의 색을 띠게 하는 색소다. 1958년 ‘미국화학회저널’(JACS)에 보낸 짤막한 편지 형식의 논문에서 그는 이 물질을 ‘멜라토닌’(melatonin)이라고 명명했다는 것.

사람에서도 멜라토닌은 주로 송과선에서 분비된다. 멜라토닌은 ‘어둠의 호르몬’이라는 별명처럼 빛을 있을 때는 생성이 억제되고 어두울 때 많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수면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호르몬이다. 밤이 긴 겨울에 잠을 많이 자는 경향이 있는 것도 멜라토닌 때문이다. 멜라토닌 분비에 문제가 생기면 수면장애로 이어진다.

겨우내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오랜 기간 잠을 자고 깨어난 개구리들은 멜라토닌 분비에 문제가 없을까. 앞으로 경칩에 잡은 개구리로 실험한 연구결과가 네이처 통신란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날을 기대해본다.


<강석기 기자의 ‘투명 개구리와 멜라토닌’에서 발췌 및 편집>
이상기온에도 경칩 아는 비결
온도 아닌 일광주기로 날짜 파악
2008년 03월 04일 | 글 | 편집부ㆍ |
 
적당한 시기가 되지 않았는데 동면에서 깨어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일광주기는 동면의 가장 중요한 신호다. 동물들은 볕이 드는 시간을 감지해서 경칩을 알아낸다.

한자로 놀랄 경(驚), 움츠릴 칩(蟄)을 쓰는 경칩은 잔뜩 움츠린 채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봄기운에 놀라 깨어난다는 뜻이다. 절기에 이런 이름을 붙인 것을 보면 오랫동안의 경험으로 이때쯤 해서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동물들이 많았다는 알 수 있다.

겨울잠은 신체가 호르몬의 작용에 따라 호흡과 맥박수를 줄이고 에너지의 발산을 최대한 억제해서 대사적 적응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이 동면 유도체(HIT)인데, 이를 원숭이 같이 겨울잠을 자지 않는 동물에 주입하면 동면에 빠진다.

근래 미국의 의사들은 장기 이식수술에 이 동면유도물질을 이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식할 장기에 이 물질을 주입해서 보관하면 장기를 훨씬 건강한 상태로 오래 보관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환경의 변화에 따라 동물의 신체에서 먹이로 얻는 에너지량과 활동으로 소모하는 에너지량의 균형이 깨질 것을 알게 되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동물은 체온을 낮추고 대사를 조절해서 동면이 시작된다.

그러나 신체 내에서 동면 유도물질이 기능하게 하는 외부 환경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분명히 알려지지 않았다. 온도와 습도, 먹이, 일조시간 등이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동면은 기온에 가장 많이 영향받는 것 같지만, 이상기온이 있듯이 기온은 변덕이 심하다. 흔히 '미친 개나리'라고 해서 제철도 아닌데도 날씨가 조금 따뜻하다고 꽃을 피웠다가 날씨가 추워져 얼어죽은 일이 종종 있다.

이들을 보면 온도가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진나라 때의 '여씨춘추'에는 '겨울이 되었는데도 춥지 않아 움츠렸던 벌레들이 다시 나왔다'는 서술이 있다. 동물들도 이상기온에 속아 겨울잠을 깨는 일이 예로부터 관찰됐던 것이다.

적당한 시기가 되지 않았는데 동면에서 깨어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동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신체를 특정한 상태로 만들어야 하므로 이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또 동면에서 깨어나는 것도 에너지 소모가 매우 많다. 박쥐의 경우 동면하는 동안 이를 방해해서 깨우면 다시 동면에 들어가더라도 대다수는 깨어나지 못하고 죽어버린다. 잠시나마 동면에서 깨어나면서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모해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을 피하려면 날씨의 변덕에 구애를 받지 않고 조금더 정확한 스케줄에 따라 동면에 들어가고 깨어날 필요가 있다. 일부 동물들은 계절변화에 맞추어진 생체시계나, 일광주기를 동면의 신호로 사용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다람쥐를 컴컴한 방안에 가두고 온도를 3℃ 정도로 유지해 주었을 때 1년을 주기로 겨울잠을 되풀이했다.

일광주기는 특히 곤충들에게 동면의 가장 중요한 신호라는 것이 밝혀졌다. 일광주기는 지구의 운동에 따른 규칙적인 계절변화의 지표일뿐 아니라 온도, 습도, 먹이의 양 등이 모두 이에 관련돼 있다.

어쩌다 이상기온이 생긴다 해도 이에 속지 않고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일광주기를 겨울잠의 신호로 삼는 것은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올해 경칩날은 낮의 길이가 11시간 33분이다. 매년 경칩날은 낮의 길이가 11간 30분 근처다. 동물들은 종일 볕이 드는 시간을 감지해서 새 생활의 약속 날짜인 경칩날을 아는 것이다.


<전용훈 기자의 ‘동물이 경칩날을 아는 비결 ’에서 발췌 및 편집>
냉동 개구리는 죽지 않는다
어는점 내림 전략으로 0°C에서도 얼지 않아
2008년 03월 04일 | 글 | 편집부ㆍ |
 
오늘은 개구리가 긴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다.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숲에서 그나마 침엽수의 칙칙한 녹색이 위안일 뿐이었던 긴 겨울이 작별을 고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겨울 동안 개구리를 비롯해 그 많은 동물들은 어떻게 지내다 어느 순간 모습을 드러내는 것일까.

이들이 사라진 것은 물론 동면을 하기 때문. 영하인 날씨에 돌아다니다가는 굶어죽거나 얼어죽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들이 겨울을 나는 전략이 꽤 다양하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고 있다. 보통 개구리는 물속에서 버틴다. 수면이 꽁꽁 얼어붙은 강물도 밑바닥은 0~4℃로 지낼 만하기 때문이다. 한편 땅을 팔 수 있는 두꺼비는 온도가 어는점, 즉 0℃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땅속으로 피하는 전략을 택한다.

가장 놀라운 전략을 구사하는 동물은 캐나다에 사는 숲개구리. 이 녀석은 아예 동태가 되는 길을 자청한다. 심장이 멈추는 것은 물론 뇌사 상태가 된다. 캐나다 카를레톤대 생화학자인 자넷 스토레이 교수는 20여년째 숲개구리에 매료돼 있다. 겨울동안 뻣뻣하게 얼어 있다가 날이 풀리면 몸이 녹으면서 피가 다시 돌고 폴짝 뛰어다니니 귀신이 곡할 노릇 아닌가. 도대체 이들은 어떻게 동결 상태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일까.

최근 스토레이 교수팀은 숲개구리가 동면에 들어가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이에 따르면 개구리 몸 전체가 꽁꽁 어는 것은 아니다. 몸속의 물 가운데 65% 정도가 얼음으로 바뀐다는 것.

주위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면 피부 아래부터 얼음결정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와 동시에 간에 저장돼 있던 녹말이 포도당으로 분해되면서 혈당수치가 평소의 100배 이상으로 급증한다. 포도당은 혈관을 타고 주요 장기와 근육으로 이동해 세포속으로 들어간다. 세포가 얼지 않게 세포속을 ‘진한 설탕물’로 만들기 위해서다. 소금물이나 설탕물은 0℃가 돼도 얼지 않고 온도가 더 낮아야 어는데 이를 ‘어는점 내림’이라고 한다.

세포가 포도당을 흡수하면 혈액내에서는 농도가 떨어지므로 결국 혈관은 얼게 된다. 심장이 멈춘다는 의미다. 이와 동시에 세포와 장기를 둘러싼 체강도 언다. 연구자들은 이런 복잡한 과정을 지시하는 유전자도 일부 밝혀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스토레이 교수팀의 연구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이 메커니즘이 명쾌히 규명된다면 얼렸다 녹이는 냉동인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엄청난 돈을 받고 냉동인간을 만들어 보관해주는 사업은 '사기'라는 게 대다수 과학자의 의견이다. 얼리는 과정에서 몸속 세포가 모두 파괴됐기 때문에 다시 녹여봤자 회복불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숲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유전적 스위치와 생화학적 과정은 대부분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다만 겨우내 얼어있던 혈관이 해동될 때 손상되지 않는 이유는 밝혀냈다. 숲개구리의 혈관벽에는 피브리노겐이라는 혈액응고를 촉진하는 단백질이 고농도로 존재한다. 이 단백질은 해동과정에서 혈관이 손상되면 즉시 내벽을 격자처럼 감싸서 피가 새지 않게 해 혈관의 추가적인 파열을 막아준다.


<강석기 기자의 ‘개구리 겨울잠의 비밀 풀렸다’에서 발췌 및 편집>
북극 가는 길,한국과학자에겐 머나먼 길
日강점기에 39개국 이용권 규제 조약
2008년 02월 29일 | 글 | 박근태 기자 ㆍkunta@donga.com |
 
북극이 보이지 않는 홍역을 앓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뱃길이 새로 열리고 빙하에 숨어 있던 섬들이 나타나면서 북극을 둘러싼 각국의 치열한 암투가 시작된 것이다.

최근 수년째 북극을 둘러싼 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와 덴마크 등 북극 주변 8개 나라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다른 나라의 출입을 제한하고 영유권을 주장한다.

한국의 과학자들이 북극으로 가는 길도 험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극지 연구자는 “원하는 지역에 들어가기 위해 최대 1년까지 기다린 적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오래된 망령도 맴돈다. 바로 83년 전 체결된 노르웨이 최북단 스발바르 제도의 영유권과 이용권을 규정한 ‘스발바르 조약’이다.


노르웨이 최북단 섬 주변 이용권 규정


스발바르는 노르웨이 최북단, 그린란드 동북쪽 5개 섬으로 이뤄져 있는 제도.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0년 전승국들은 북극에서 1000km 떨어진 이 제도를 당시 후진 농업국 노르웨이에 넘기기로 했다.

그 대신 다른 나라에 주변 지역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줬다. 이런 내용을 담아 1925년 발효된 스발바르 조약에는 노르웨이를 비롯해 러시아와 미국, 영국, 아프가니스탄 등 모두 39개국이 가입했다.

그러나 한국은 이 조약에 가입할 수 없었다.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돼 일본에 외교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광복 후에도 어려운 나라 살림 때문에 잊혀졌던 이 조약이 과학자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여 년 전. 이제는 한국의 북극 개발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스발바르 지역에서 조약 가입국과 미가입국의 대우는 거의 하늘과 땅 차이다. 조약 가입국의 과학자들은 아무런 제한 없이 마음껏 연구 및 자원 개발 활동을 벌일 수 있다.

그러나 조약 미가입국인 한국은 훗날 이 지역의 개발에 대한 어떤 권리도 주장할 수 없다.


주변 자원-어장 이용 싸고 가입국들 암투


최근 이 지역에서는 긴장감이 맴돌기 시작했다. 노르웨이 정부가 스발바르 일대 에너지와 어족 자원을 독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다른 조약 가입국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

노르웨이를 비롯해 각국이 이 일대에 주목하는 것은 풍부한 자원 때문이다. 캐나다,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주변 바다의 어획량은 세계 어획량의 37%에 달한다.

또 이 일대 바다 밑에는 전 세계 석유 부존량의 20% 정도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러시아 오호츠크 해에서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연구하는 진영근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요 몇 년 새 북극 주변에 감도는 이런 긴장은 뚜렷이 감지된다”고 말한다. 메탄 덩어리인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태우면 고온의 열을 내는 미래 에너지원. 저온 고압 환경의 수심 500∼700m 바다에서 발견되는데 북극에선 300m에서도 발견된다. 유엔환경계획은 지난해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채굴하는 데 가장 경제성이 좋은 지역으로 북극을 꼽았다.


정보 공유 위해 북극위원회 등 가입 노력 시급


북극을 둘러싼 분쟁은 지구 온난화 때문에 더 늘고 있는 형편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북극 빙하 부피는 2003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덴마크와 캐나다가 그린란드의 나레스 해협과 캐나다 북부 엘즈미어 섬 사이에서 발견된 한스 섬을 두고 20년째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도 지구 온난화의 결과다.

한국도 2002년 노르웨이령 뉘올레순에 다산 과학기지를 세우고 정보 수집에 나서고는 있지만 크게 뒤져 있는 상황이다.

한국이 북극과 관련해 가입한 국제기구는 협의체 수준인 국제북극과학위원회와 뉘올레순기지운영위원회에 불과하다. 북극에 관한 알짜배기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북극위원회에는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서현교 극지연구소 연구원은 “북극에서 자유로운 연구와 자원 개발 활동을 벌이는 데 한국 연구자들은 제한을 받는 실정이다”라며 “스발바르 조약과 북극권 8개국이 주도하는 북극위원회에 옵서버 국가로 참여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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