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Q&A 2 - 조류인플루엔자
2008년 05월 09일 | 글 | 이준덕 동아사이언스 기자ㆍcyrix99@donga.com |
 
어린이날을 전후로 한 연휴기간동안 많은 이들이 다녀간 서울 광진구 자연학습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견됐다. 시민들 사이에 AI의 확산 우려와 함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AI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보자.

[Q1] 조류인플루엔자(AI)는 어떤 질병?
[A]
AI(Avian Influenza)는 닭, 칠면조, 오리, 철새 등이 걸리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AI는 매우 빠르게 전파되며 폐사율과 전염성 정도에 따라 고병원성, 약병원성, 비병원성 AI로 구분된다. 이 중 고병원성 AI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Q2] 공기로도 AI가 전파된다?
[A]
공기를 통해서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지는 않는다. 국가 사이에서는 주로 감염된 철새의 배설물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육 농장 내에서나 농장과 농장 사이에서는 주로 오염된 먼지나 물, 배설물 또는 사람의 의복이나 신발, 차량, 기구, 달걀껍데기 등에 묻어서 전파된다.

[Q3] AI는 겨울에만 발생한다?
[A]
지금까지는 추운 북쪽에서 내려와 한반도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가 AI 바이러스를 옮겼기 때문에 대개 전년도 11월에서 다음 해 2월 중 AI가 발생했다. 그러나 올해는 겨울이 다지나 간 4월에 AI가 발생했다. 북쪽에서 날아온 철새뿐 아니라 남쪽에서 날아온 철새도 AI를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연중 계절에 관계없이 AI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Q4] 왜 확산 경로를 추적하지 못하나?
[A]
닭이나 오리가 AI에 감염돼 증상을 보일 때까지 특정 지역에서 AI가 발병한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뒤늦게 AI 발병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AI 바이러스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AI 바이러스는 차량의 바퀴 부분이나 신발 등에 묻어 쉽게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며 새들이 AI 바이러스를 옮기는 경우 새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일단 AI가 발생하면 아무리 먼 지역이더라도 AI가 발생할 수 있어 확산 경로를 예상하거나 추적하기는 쉽지 않다.

[Q5] AI에 걸린 닭과 오리는 어떤 증상을 보이나?
[A]
AI에 걸린 닭은 병원성에 따라 증상이 경미한 경우도 있지만 갑작스럽게 죽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사료섭취가 줄며 산란율이 감소하고, 벼슬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을 보인다. 또한 머리와 안면이 붓고 급격히 폐사하기도 한다.
오리는 AI에 걸려도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오리도 산란율이 감소하며 병원체에 따라 대량 폐사하는 경우도 있다.


[Q6] 사람도 AI에 감염되나?
[A]
감염된 가금류와 직접 접촉하거나 감염된 닭고기나 오리고기, 날계란을 먹는다면 사람도 AI에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조류로부터 AI가 사람에게 전파되려면 바이러스가 닭이나 오리 등에서 장기간 순환 감염을 거치면서 인체감염이 가능한 바이러스로 변이해야 한다. 또한 이 경우에도 고농도의 변이 바이러스에 사람이 직접 접촉하지 않으면 감염될 가능성이 낮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의 감염환자에 대해 조사한 결과, 감염환자들은 대부분 감염된 닭이나 오리의 도축작업에 직접 관여했거나 닭과 오리의 혈액이나 열처리 하지 않은 생고기를 먹었던 경우에만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Q7] 우리나라에서도 AI에 감염된 사람이 있나?
[A]
정부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내에 고병원성 AI에 감염되어 증상을 보인 감염환자가 발생한 사례는 없다. 그러나 2006년과 2007년 고병원성 AI가 발생했을 때 발생농장의 종사자 114명에 대한 혈액검사 결과 1명이 ‘무증상 항체양성자’로 확인됐다. 무증상 항체양성자는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혈청검사에서 AI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은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WHO는 무증상 항체양성자를 AI 환자로 분류하지 않는다.

[Q8] AI가 발생했을 때 닭고기나 오리고기, 계란을 먹으면 AI에 감염된다?
[A]
고병원성 AI가 발생된 농장의 닭에서는 산란율이 줄어 계란이 거의 생산되지 않으며, 발생 지점으로부터 반경 3km 이내는 위험지역으로 설정해 사육되는 닭과 오리뿐만 아니라 종란과 식용란까지도 폐기하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되는 일은 원천적으로 없다.
또한, AI에 걸리면 닭은 털이 빠지지 않고 살이 검붉게 변하며 죽기 때문에 육안으로도 이상을 확인할 수 있어 시장 출하가 불가능하다. 정상적인 닭고기는 도축과정에서 피를 빼내기 때문에 살이 붉지 않다.
만일 AI에 감염된 고기가 유통된다 하더라도 70℃에서 30분이나 75℃에서 5분간 열처리를 하면 바이러스가 모두 사멸되므로 끓여먹거나 익혀먹으면 안전하다. WHO와 국제식량농업기구(FAO)도 익힌 닭고기나 오리고기, 계란 섭취를 통한 전염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Q9] AI에 대한 치료약, 예방약 ‘있다? 없다?’
[A]
AI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아직까지 특별한 치료방법이 없다. AI 바이러스는 혈청형이 144가지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또한 변이가 잘 되기 때문에 특정 혈청형에 대해 닭이나 오리에 예방접종을 한다고 해도 모든 혈청형의 감염을 막아내지는 못한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H5N1형의 고병원성 AI의 감염을 줄이기 위해 일부 국가에서 예방접종을 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변이가 잘 되는 AI의 특성상 이는 임시방편으로 장기적인 방역관리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니다.
따라서 AI가 발생하면 가금사육 농가는 농장 출입통제를 강화하고 출입자 및 출입차량과 사육장을 매일 소독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Q10] AI가 발생했을 때 농장 소독은 어떻게?
[A]
AI 바이러스는 일반적인 소독제로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염기제제, 차아염소산제제, 시안산나트륨제제, 알데하이드제제, 포르말린제제, 계면활성제 등의 소독제를 이용하면 된다. 자세한 소독제의 종류 및 소독방법은 수의과학검역원 홈페이지(www.nvrqs.go.kr) ‘주요질병정보(조류인플루엔자)’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닭이나 오리 사육농가는 1일 1회 이상 농장의 내부와 외부를 소독해야하며 농장주와 관리인 등 종사자는 농장 출입 시 옷을 갈아입고 신발과 장비를 소독해야 한다. 또한 닭과 오리 도축장 영업자, 분뇨, 달걀, 사료, 약품 수송차량 운전자도 영업장과 농장을 출입할 때마다 관련 장비와 운반차량을 철저히 소독해야 한다.

[Q11] AI가 발생했을 때 축산농가들이 지켜야 할 사항은?
[A]
닭과 오리를 키우는 농가는 AI 발생지역의 방역조치가 해제되기 전까지는 발생지역에 가서는 안 된다. 또한 발생지역을 다녀온 사람과도 접촉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새들이 많은 철새도래지를 방문해서는 안 되며 부득이 간 경우에는 신발 세척과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항상 농장 주변의 청결을 유지하고 사료나 분뇨처리장의 문단속, 그물망 설치 등 차단방역을 철저히 해야 한다.
그리고 매일 2차례 이상 닭과 오리의 상태를 관찰해 산란율 저하나 급격한 폐사와 같은 AI 감염 증상을 보이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같은 증상을 보이면 즉시 1588-4060 이나 1588-9060에 신고해야 한다.
최초 발생 신고를 한 사람에게는 100만원의 신고 포상금이 주어지지만 이를 은폐한 농가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또한 도살처분 보상금도 전액 보상에서 40% 보상까지 차등하여 지급받게 된다.

[Q12] AI가 발생했을 때 일반 국민들이 지켜야 할 사항은?
[A]
AI가 발생한 지역을 방문한 사람들은 최소 1주일 이상 닭이나 오리 등의 사육 농장을 방문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철새도래지를 여행할 때는 철새의 배설물이 신발에 묻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해외여행을 할 때는 AI 발생지역의 여행을 자제하고 해당지역을 방문하더라도 가금농장에는 가지 않는 것이 좋다. 귀국 시에는 검역당국의 검역을 받지 않은 불법 닭고기나 오리고기 등을 반입해서는 안 된다.

* 이 내용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발표 자료를 참조해 작성했습니다.
시사 Q&A 1 - 광우병
2008년 05월 09일 | 글 | 편집부ㆍ |
 
광우병이 전 국민의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각종 매체를 통해 다양한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광우병 논란을 좀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과학 상식을 알아보자.

[Q1] 광우병(BSE)이란 무엇인가?
[A]
광우병은 소에게 발생하는 신경성 질병이다. 광우병으로 죽은 소의 뇌를 현미경으로 보면 뇌조직이 스폰지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그래서 과학적 병명도 '소의 해면양(스폰지 모양) 뇌병종'(BSE)이다.

1986년 영국에서 처음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된 이래 유럽, 미국, 일본 등 전세계에서 19만여 건이 보고됐다.

1986년 당시에 실시한 역학추적 결과 소가 먹는 동물성 사료가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스크래피(scrapie)라는 질병에 걸린 양이 동물성 사료로 쓰이면서, 그 사료를 먹은 소에게 스크래피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Q2] 광우병을 일으킨다는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란?
[A]
프리온은 정상적인 동물이나 사람의 뇌에 존재하는 일종의 단백질이다. 하지만 스크래피에 걸린 양, 광우병에 걸린 소, 치매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에 걸린 사람의 뇌에서는 프리온이 변질된 형태로 발견된다. 이를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라고 한다.

이 변형된 프리온이 뇌에 생기게 되면, 다른 정상 프리온을 변질시키고, 뇌 세포들을 죽게 만든다. 또한 다른 개체로 옮았을 경우 똑같은 증세를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변형 프리온 단백질의 정체를 밝혀낸 미국 캘리포니아대 스탠리 프루시너 교수는 이 같은 연구결과로 199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Q3] 광우병(BSE)과 인간광우병(vCJD),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은 어떻게 다른가?
[A]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소의 뇌에 축적되면 직립불능, 보행불능과 같은 증세를 일으키면서 서서히 뇌 기능을 파괴시켜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 같은 광우병이 사람에서 발병돼 비슷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게 ‘인간광우병’이다. 인간광우병은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이라고도 한다.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은 쇠고기 섭취와 무관하게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이 역시 뇌에 구멍이 뚫리면서 죽게 되는 질병이다. 광우병과 유사한 증세와 뇌조직 소견을 보이는 것이다. 이 병은 1920년 처음 학계에 보고됐으며, 이 병에 걸린 환자를 진단한 한스 크로이츠펠트와 알폰스 야코프의 이름을 따서 병명으로 만들었다.

이 병은 산발성, 유전형, 의원성, 변종 등 4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산발성(sCJD)이 85%를 차지하고, 대부분 노인에게 발생하며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인종에 관계없이 전세계적으로 보통 인구 1백만명당 연간 1명꼴로 발병한다고 알려졌다.

유전형은 프리온을 만드는 유전자에 생긴 돌연변이가 자식에게 유전돼 발병하는 형태이다.

의원성은 이 병에 걸린 환자에게 썼던 의료도구를 다른 사람에게도 사용했을 때 발병한다.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은 20대, 30대 등 젊은 사람들도 걸린다는 게 특징이다. vCJD에 걸린 환자는 다른 CJD 환자와 다르게 정서적인 문제점을 먼저 드러낸다고 한다. 그래서 발병 초기에는 우울증, 불안증 등으로 정신과에 먼저 들르는 경향이 있다. 이 단계를 지나면 다른 CJD와 동일한 증상을 보이며 병이 진행된다.

[Q4] 산발성 CJD와 인간광우병(vCJD)의 상관관계를 밝힌 연구결과가 있는가?
[A]
미국의 일부 학자들은 치매로 진단 받은 환자 중 일부가 사실은 산발성 CJD 환자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서로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일부 오진이 있었다는 의미이다. 또한 일부에서는 광우병 등에 오염된 쇠고기가 인간광우병 뿐만 아니라 산발성 CJD도 유발할 수 있다는 가설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산발성 CJD와 vCJD는 완전히 별개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최근 질병관리본부는 CJD와 vCJD를 정확히 구분하지 않아 국내에서도 인간광우병 환자가 존재한다는 소문이 있다며 두 질병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Q5] 쇠고기에서 특정위험물질(SRM)이란?
[A]
광우병의 원인체인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주로 들어있는 부위를 특정위험물질(SRM)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발견된 변형 프리온 단백질의 99.9%가 SRM에서 검출됐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이 정한 방침에 따르면 30개월 이상인 소에서는 소 편도, 소장 끝, 뇌, 눈, 머리뼈, 척수, 척추가 SRM에 해당된다.

하지만 최근 병원성 프리온이 SRM이 아닌 다른 부위에도 존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혈액에도 병원성 프리온이 들어 있어 이를 수혈 받은 영국인 3명이 목숨을 잃은 경우도 있었다.

OIE에 따르면 미국과 같은 ‘광우병위험통제국가’와는 SRM을 제외한 모든 부위를 교역할 수 있다. 이번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서도 이를 적용해 SRM을 제외한 모든 부위가 국내에 수입될 예정이다.

[Q6] 국제수역사무국(OIE)은 어떤 기관인가?
[A]
동물검역에 관한 기준을 세우는 국제기구이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두고 있고, 1924년에 만들어졌다. 현재 회원국은 172개국으로 한국은 1953년에 가입했다.

OIE는 지난해 5월 미국을 ‘광우병 위험 통제국가’로 판정했는데, 이는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의 유통을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미국은 이후 OIE의 판단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일본, 대만 등에 쇠고기 수입 재개 및 기준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Q7] MM 유전자형을 갖고 있는 대다수의 한국인은 다른 나라 국민이나 인종에 비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는지?
[A]
지금까지 확인된 인간광우병 환자의 유전자는 대부분 MM형이다. 김용선 한림대 의대 교수팀이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2004년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한국인 조사 대상자의 94%가 MM형인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유럽이나 미국의 백인인 경우 38%만이 MM형이었다.

연구팀은 또한 2005년 10월 산발성 CJD에 걸린 한국인 환자 150명을 조사한 결과 모두 MM형이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김 교수의 논문은 vCJD를 직접적인 연구대상으로 다룬 것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또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유전자 하나가 전체 질환의 발병을 좌지우지 하지 않으며, MM형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인간광우병에 특히 취약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이 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Q8] 많은 나라에서 쇠고기를 수입할 때 생후 30개월 여부를 주요 기준으로 삼는 이유는?
[A]
광우병에 걸린 소의 대부분이 생후 30개월 이상의 소이기 때문이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은 소에서 SRM을 제거한다면 광우병에 안전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30개월 미만의 소도 광우병에 걸린다는 여러 사례가 최근 발견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19건, 유럽연합은 20건, 일본에서는 2건이 보고됐다. 이런 이유로 유럽연합에서는 도축을 할 때 생후 24개월 이상의 소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하고 있다.

이 점에서 이번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서 30개월을 기준으로 단계를 나눈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은 두 단계에 걸쳐 SRM을 제외한 모든 쇠고기 부위를 미국에서 수입하기로 했다. 1단계는 30개월 미만의 소에서 생산된 쇠고기로 제한을 두지만, 2단계에서는 30개월 이상의 소도 수입하게 된다.

[Q9] 쇠고기 성분이 들어 있는 조미료, 라면스프, 젤라틴, 화장품을 통해서도 광우병이 감염될 수 있는가?
[A]
주름을 방지하는 노화방지용 크림이나 미백효과를 가진 화이트닝 화장품은 소나 양의 태반과 연골을 재료로 쓴다. 또한 소화제와 상처를 아물게 하는 연고 등의 의약품도 소의 부산물을 사용한다.

일부 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SRM 외에도 정상 프리온이 있는 곳이면 어느 부위에나 병원성 프리온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소를 이용해 만든 식품이나 화장품을 통해서도 극미량 몸속에 들어올 수 있다. 병원성 프리온이 이 같이 계속 축적된다면, 인간광우병의 발병 위험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소의 부산물에 의한 감염가능성에 대해 확실한 연구결과가 나온 게 아니어서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편 일본은 2000년 광우병 파동을 겪고 있던 유럽과 교역할 때, 소의 부산물과 관련된 모든 물품의 수입을 금지한 적이 있다.

[Q10] 미국에서는 소의 이빨로 나이를 추정해 생후 몇 개월인지 판단하는 근거가 되는데, 과연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
[A]
대체적으로 추정이 가능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소의 이빨은 과학적으로 엄밀한 판단 근거라고 보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특히 생후 30개월인지 아닌지와 같이 특정 나이를 따져야 할 때 소의 이빨로만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좀 더 면밀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도축한 뒤의 쇠고기 육질이나 뼈의 단면 상태도 함께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자들이 말하는 ‘광우병 진실’
2008년 05월 09일 | 글 | 이정호 기자 ㆍsunrise@donga.com |
 
“광우병 통제 가능… 5년뒤엔 사라져”

“잠복기 염두 두고 안전성 따져봐야”

2000년 이후 인간광우병 발병 크게 감소

‘광우병 쇠고기’ 유통 가능성은 거의 없어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로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광우병과 쇠고기의 안전성’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김미옥 동아일보 기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로 8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광우병과 쇠고기 안전성’ 토론회에서 의학계 및 과학계의 전문가들은 최근 사회 일각에서 확산되고 있는 ‘광우병 괴담(怪談)’의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인터넷을 통해 떠도는 이야기들이 상당수 오해와 과학적 근거 없는 낭설에 속한다”며 차분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참석자는 “잠복기가 최소 10년, 최대 40년이 넘는 인간광우병은 아직 한 사이클이 지나지 않았다”면서 “지나친 우려는 금물이지만 혹시 있을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한 안전성 분석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학기술한림원은 이날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이번 토론회는 정책이나 여론과는 무관하게 순수하게 학문적 관점에서 광우병 논란을 다루겠다”고 말했다.


“광우병은 통제되는 질병”

이영순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광우병은 1993년 정점에 이른 뒤 현재는 충분히 통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광우병은 1972년 소의 뼈와 고기 등을 소의 사료로 쓰기 시작한 후 1985년 들어 발생했고 1988년부터 동물성 사료를 금지하면서 광우병도 줄어들었다. 인간광우병 역시 소의 광우병과 7∼10년의 시차를 두며 2000년 이후 크게 줄고 있다. 이 때문에 이 교수는 “5년 뒤에는 광우병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광우병이 인간광우병으로 번지지 않으려면 특정위험물질(SRM)을 통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지적했다. 그는 “사람이 광우병 소의 변형프리온 단백질을 다량으로 먹어야 인간광우병에 걸린다”며 “변형프리온은 뇌(64%)를 비롯해 척수(25.6%), 등배신경절(3.8%) 등 SRM에 99% 이상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SRM을 제거한 고기는 안전하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광우병은 더 많은 고기를 얻기 위해 소에게 소를 먹이는 공장식 사육체제를 도입하면서 천벌이 온 것”이라며 “앞으로 가축을 밀집해 기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터넷 낭설 경계해야”

이 교수의 주제발표에 이어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광우병 관련 낭설에 대해 대체로 비판적 견해를 나타냈다.

서울대 수의학과 우희종 교수는 “일반적인 유통 경로에서는 SRM을 제거한 쇠고기는 위험하지 않다”며 “광우병이 발병한 쇠고기가 유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소에서 추출한 화장품이나 약품 재료가 광우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중복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화장품에 사용되는 우지(牛脂)에 포함된 단백질 함량은 국제적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며 “최근 세계적으로 광우병 발생률이 줄면서 우지 성분이 인간광우병을 유발할 염려는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또 “광우병이 한창일 때인 1980, 9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육골분(소의 뼈 성분)을 수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 사료가 아닌 본차이나(뼈 성분을 넣은 그릇)를 만드는 데 쓰였다”면서 “이로 인해 사람이 광우병이 걸렸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고 했다.

양기화 대한의사협회 연구위원은 “한국인의 94%가 병원성 프리온에 약한 MM 유전자형을 갖고 있다고 해서 40%인 영국인보다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2.3배 높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며 “광우병을 억제하는 또 다른 유전자가 영국인에 비해 많다는 결과는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고 했다.

연세대 의대 신동천 교수는 “광우병은 병원성 프리온에 노출된 때를 전제로 하며 확률적으로 수천만 분의 일에 불과하다”면서 “국민에게 큰 혼란을 일으킨 이유는 위험이 일어날 확률과 그 규모를 정확하게 측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과학자들은 광우병에 대한 불필요한 공포감이 형성되고 있는 가장 큰 까닭이 위험 예측 시스템의 부재(不在)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유전자 하나로 질병취약 단정못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소속 과학자들이 8일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문제와 관련해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인간광우병 관련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KIST

‘광우병 괴담’의 중요한 근거로 제시된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는 주장은 김용선 한림대 의대 교수의 논문에서 시작됐다. 일부에서는 “한국인의 94.33%가 MM 유전자형”이라는 논문의 분석 결과를 인용하면서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인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에 걸리기 쉽다고 주장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소속 과학자들은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주장을 반박했다. 김 교수의 논문은 인간광우병이 아니라 일종의 노인성 질환인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sCJD)에 대한 것이며, 유전자 하나만으로 특정 병에 걸리기 쉽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제1호 국가과학자’인 신희섭 KIST 신경과학센터장은 김 교수의 논문이 인간광우병과 관련이 없는 sCJD에 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sCJD는 아직 감염 경로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광우병 쇠고기와는 상관이 없다. 질병관리본부도 김 교수의 논문이 인간광우병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김 교수의 연구 결과와 다른 일본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일본 규슈대 연구진이 1991년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MM 유전자형을 지닌 일본인 비율은 한국인과 비슷한 95%에 이른다. 그러나 sCJD 환자에게서는 이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이 81%에 그쳤다. MM 유전자형과 sCJD의 관계가 적을 수 있다는 의미다.

유명희 프로테오믹스이용기술개발사업단장은 “인간광우병 문제는 과학자나 의사의 영역이 돼야 하는데 누리꾼의 목소리가 커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유 단장은 “일본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한두 가지 사실로 전체 결과를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오늘 한국분자생물학회에 참석한 영국 과학자들에게 쇠고기 문제에 대해 물었더니 그들도 ‘안심하고 먹고 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유전자 하나 때문에 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며 신중히 접근할 문제라는 설명이다.

류재천 생체대사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모든 물질은 독성을 지니고 있다”며 “실제로 문제를 일으키는지는 독성 물질의 양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염 확률이 과학적으로 극히 낮은 사안에 이처럼 큰 논란이 이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008년 05월호 - 석유, 이제는 만드는 시대
석유시대 종말 연착륙을 위해
| 글 | 강석기 기자 ㆍsukki@donga.com |
유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세계 5위의 석유수입국인 우리나라 경제에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석유 공급 위기를 맞아 각국은 새로운 형태의 석유로 부족분을 채우려는 연구를 치열하게 진행하고 있다. 검은 모래에 붙은 석유를 뽑아내고, 인류가 200년 쓸 양이 묻혀 있다는 석탄을 석유로 바꾸는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최신 생명공학 기술로 ‘조련’된 대장균은 설탕을 먹고 석유를 내뱉는다. 1908년 5월 이란에서 대형 유전이 발견되면서 시작된 중동 석유 시대가 100년을 고비로 저물고 있는 이때, 석유를 ‘만들어내는’ 현장을 들여다보자.

2600리터.
우리나라 사람 한 명이 1년 동안 사용하는 석유 양이다. 하루로 나누면 매일 큰 생수병 4통 만큼을 쓰는 셈이다. 이 수치는 지구촌 사람들의 평균치 4배에 해당한다. 물론 산업생산에 들어가는 양과, 원유를 들여와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바꿔 다시 수출하는 물량이 포함돼 있는 수치라 이런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오늘날 인류가 석유에 ‘중독’됐다고 말할 때 한국인의 중독은 그 가운데서도 중증인 셈이다.

도로에는 중형차가 대세고, 한겨울에는 덥다고 러닝셔츠 차림으로, 여름에는 에어컨 바람이 차다며 잠옷을 걸쳐 입는 아파트 풍경이 낯설지 않다. ‘환경을 생각하면 머그잔을 쓰세요’라고 써놓고도 정작 커피매장 종업원들은 설거지가 귀찮은지 머그잔보다는 일회용 컵에 담아주려고 한다.

이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언제까지 펑펑 쓸 줄 알았던 석유가 올해 들어 배럴(1배럴은 158.9L)당 100달러(약 10만 원)를 돌파하더니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과거 두 차례 오일쇼크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뭔가 다르다. 4월 9일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1월 배럴당 87달러로 예상했던 올해 평균 유가를 101달러로 수정해 발표했다. 10달러대를 오르내리던 10년 전만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의 신(新) 고유가 상황은 전 세계 석유수급 불균형에 따른 구조적 문제입니다. 중국과 인도의 소비증가세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죠.”

한국석유공사 개발설계팀 정대연 팀장의 설명이다. 안정적인 석유 공급원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한국석유공사는 각국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고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에너지 연구가 활발하다. 미국은 가동을 중단했던 원자력발전소를 다시 확충하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는 풍력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기술력으로 석유를 대체하기에 역부족이다.

자동차 같은 운송수단의 에너지원으로 석유는 사실상 유일한 원료이고 플라스틱이나 페인트 같은 각종 소재도 석유에서 나온다. 최근 과학자와 공학자들은 고갈을 향해 다가가는 석유 대안으로 ‘석유를 만드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석유와 기름이 뒤범벅돼 버려져 있던 황무지인 오일 샌드(oil sand)에서 석유를 뽑아내는 사업에 전 세계 자본이 몰리고 있다. 현재 전 세계 하루 원유 생산량인 8400만 배럴의 1.5%에 해당하는 126만 배럴이 오일샌드로부터 얻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 기업도 오일샌드 광구를 확보해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석탄에서 석유를 만드는 연구도 활발하다. 현재 석탄석유화 플랜트를 운영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솔(Sasol) 사는 기술협력을 희망하며 세계 각지에서 방문하는 사람들을 돌려보내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한반도에 상당량의 석탄이 매장된 우리나라도 최근 석탄석유화 연구에 뛰어들었다.

미국에서는 당분을 먹고 석유를 만들어내는 대장균이 연일 화제다. 미국 바이오벤처가 최신 생명과학 기술을 적용해 창조한 유전자 변형 대장균은 사탕수수나 사탕무의 당을 섭취한 뒤 진짜 석유와 거의 차이가 없는 기름을‘배설’한다. 미국 국방부는 이렇게 만든 항공유를 자국의 전투기 연료로 쓸 계획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에 성공하면 석유는 더 이상 고갈되는 화석연료가 아닌 셈이다.

“돌이 사라져 석기시대가 끝난 게 아니듯이 석유가 고갈돼 석유시대가 종말을 고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신창수 교수는 50년이나 100년 뒤에는 핵융합발전소 같은 획기적인 에너지원이 상용화돼 석유가 주연에서 조연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그 이전에 석유 수급불균형으로 대혼란이 초래되는 일을 막는 데 첨단 탐사기술을 이용한 추가적인 유전 개발과 함께 대체 석유 연구가 큰 몫을 할 전망이다. 물론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하는 노력이 없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겠지만.
암기에서 해방시켜주는 인공해마
컴퓨터와 연결돼 1+1의 뇌가 된다
| 글 | 목정민 기자 ㆍloveeach@donga.com |
외워도 외워도 까먹는 인간의 두뇌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바이오닉 뇌’가 등장하면 ‘공부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서기 2021년. 조니(키아누 리브스 분)는 실리콘으로 된 기억 확장 칩을 뇌에 이식했다. 그는 사실 뇌에 비밀정보를 입력해 의뢰인에게 전달하는 스파이다. 그는 유명 제약회사의 신기술을 자신의 뇌기억장치에 담아 외부로 유출하라는 특명을 받는데….

SF영화 ‘코드명J’의 한 장면이다. 주인공 조니는 기억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린 미래 인물이다. 한림대 의대 신형철 교수는 “조니가 머리에 심은 실리콘 칩은 인공 뉴런으로 만든 회로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인공 뉴런 칩은 개발되지 않았지만 뉴런을 집적하거나 뉴런의 작동 메커니즘을 모사해 뇌의 기능을 강화하는 칩을 개발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USB 닮은 인공해마
뇌의 기억용량을 높이면 기억력도 좋아진다. 평소 머릿속에 담아두기 힘들던 것도 쉽게 담아둘 수 있다. 가장 외우기 힘든 것을 뽑으라면 단연 영어단어다.
영어 단어는 두세 번 읽고 돌아서면 까먹기 일쑤다. ‘수능 필수 영단어 1000제’ 같은 책을 볼 때마다 ‘저 단어를 언제 다 외우나’ 눈앞이 캄캄하다. 다음은 헬라의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가 희곡 ‘여성의 의회’(The Ecclesiazusae)에서 사용한 단어인데, 세상에서 가장 길다고 알려져 있다.

lopadotemachoselachogale-
okranioleipsanodrimhypotrim-
matosilphioparaomelitokatakechy-
menokichlepikossyphophattoperis-
teralektryonoptekephalliokigklope-
olagoiosiraiobaphetraganoptery-
gon(182자)

보기만 해도 한숨부터 절로 나오는 이 단어를 ‘잘’ 외우는 방법은 무엇일까. 암기카드를 만들거나 노랫말을 붙여도 외우기 쉽지 않다.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정재승 교수는 인공해마의 도움을 받으면 182자를 쉽게 외울 수 있다고 말한다. 해마는 10분 이내의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인데, 이곳이 망가지면 건망증에 걸리거나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처럼 10분 전에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치매 환자도 해마가 망가진 경우가 많다. 정 교수는 “컴퓨터에 USB를 꽂아 메모리 용량을 늘리듯 뇌의 해마에 칩을 심으면 기억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입력된 정보를 계산해 결과를 도출하는 해마의 메커니즘을 수학적으로 분석한 뒤 이와 연산방식이 동일한 인공해마(실리콘 칩)를 만들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시어도어 버거 교수는 쥐의 뇌 해마에 이 칩을 이식했다. 연구팀은 쥐의 손상된 해마를 여러 조각으로 잘라 각 부위를 전기신호로 자극했다. 이 과정을 수백만 번 되풀이해 전기신호에 따라 쥐가 보이는 반응을 분석했다. 이 정보를 취합해 쥐 해마의 수리적 모형을 만들고 칩에 옮겼다. 연구팀은 다른 쥐의 해마를 파괴해 기억을 못 하도록 만든 뒤 해마가 있던 자리에 칩을 심었다.

기억력을 테스트하는 ‘모리스 수조 실험’. 물이 가득 담긴 수조 한가운데 목적지(A)를 놓고 쥐가 목적지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한다.
물이 가득 든 수조 한가운데 투명한 섬을 만었다. 수조에 빠진 쥐는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다가 우연히 섬을 찾아 살아난다. 10분 이내에 같은 실험을 반복하면 정상적인 쥐는 투명한 섬이라 잘 보이지 않지만 상대적 위치를 기억해 곧바로 섬을 찾아간다(모리스 수조 실험). 이 행동을 반복할수록 섬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진다. 연구팀이 만든 칩을 장착한 쥐도 보통 쥐와 마찬가지로 섬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점점 짧아졌다. 인공해마가 성공적이었다는 말이다.

신형철 교수는 “인공해마가 현실화되고 성능이 향상되면 기억 속도, 양, 활용 등 모든 면에서 현대인류는 ‘폐기처분’될지도 모른다”며 “인공해마는 신인류의 출현인 동시에 인간을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시키는 도구”라고 말했다.


암기 ‘짱’ 두뇌설명서-1
구 성 : 실리콘 칩
사 용 법 : 칩을 뇌 중앙의 해마에 심는다
사용기간 : 이식한 뒤 평생
사용대상 : 해마에 이상이 생겨 기억상실증에 걸린 환자, 기억력을 높이고 싶은 일반인


현실성 높은 뇌-컴퓨터 접속기술
아직 인공해마는 기초연구 단계다. 신 교수는 “기초연구단계인 인공해마를 대신해 해마를 외부의 컴퓨터와 연결하는 뇌-컴퓨터 접속기술(BCI, Brain-computer interface technology)이 현실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뇌가 받아들인 정보를 컴퓨터로 보내 처리하면 뇌의 장점과 컴퓨터의 장점을 동시에 쓸 수 있다. 한 사람의 몸에 뇌가 2개 달린 셈이다.

20대 루게릭병 환자인 미국의 매튜 맥기 씨는 2006년 뇌 피질의 운동영역에 ‘브레인 게이트’라는 칩을 이식했다. 그 결과 맥기 씨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컴퓨터 화면의 포인터를 움직였다. 그의 생각에 따라 뇌의 뉴런이 활성화되고 이 신호가 컴퓨터로 옮겨져 움직임을 이끌어낸 것이다. 신 교수는 “BCI 기술이 발전하면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인 해마도 컴퓨터와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루게릭병 환자인 미국인 매튜 맥기 씨는 ‘브레인 게이트’를 뇌에 이식해 컴퓨터와 뇌를 연결했다. 현재 그는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해 모니터의 마우스포인터를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뇌의 해마에 칩을 심거나 뇌를 외부 컴퓨터와 연결하는 기술은 알츠하이머, 뇌졸중, 간질 같은 뇌질환으로 기억력을 상실한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이다. 우울증에 걸린 뇌에 인공칩을 넣어 항상 행복할 수 있도록 조절할 수도 있다. 신 교수는 “해마는 학습, 기억, 감정 등 거의 모든 인간의 중요한 고등 정신기능에 직접 관련돼 있다”며 “해마 BCI가 개발된다면 인류의 사회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암기 ‘짱’두뇌 설명서-2
구 성 : 자석 달린 TMS 휴대용 기기
사 용 법 : TMS로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
사용대상 : 기억력, 공정한 판단력, 행복도를 높이고 싶은 일반인 누구나
주의사항 : TMS의 부작용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과도하게 사용하면 위험할 수 있음


자석이 천재 만든다
기억력을 높이려고 머리에 칩을 심는 일은 보통 사람들에겐 쉬운 결정이 아니다. 두개골을 열고 닫아야 하며, 뇌의 정중앙에 있는 해마에 칩을 심다가 뇌의 다른 부위를 다칠 위험도 있다. 일상에서 간단한 도구로 뇌 능력을 높일 수 없을까.

뇌는 전기장, 자기장, 적외선으로 자극할 수 있다. 이 중 전기장은 부작용이 있고 적외선은 두개골을 투과하는 능력이 낮다. 반면 자기장은 뉴런의 분화를 촉진한다. TMS(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는 자석코일로 뇌조직에 자기장을 일으켜 뉴런을 활성화시키거나 무력화시킨다.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브레인 게이트’.
미국 뉴욕 시립대 포르투나토 바탈리아 박사는 2007년 5월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신경과학회에서 쥐의 뇌를 TMS로 자극한 결과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서 뉴런의 분화가 촉진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TMS로 5일 동안 뇌를 자극한 결과 정보를 장기간 저장하는 신경계의 메커니즘이 활성화됐다. 바탈리아 박사는 “쥐 실험 결과가 사람에게도 적용된다면 노화나 노인성 치매로 인한 기억력 저하를 TMS로 예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재승 교수는 “미래에 일반인들이 뇌를 ‘업그레이드’할 때 수술이 필요 없는 TMS기술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인공해마와 BCI, TMS기술이 발달해 뇌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면 기억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우울증 같은 질병도 예방할 수 있다. 인간의 모든 행동과 사고를 담당하는 뇌를 업그레이드시키는 일은 인간의 삶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과 맞닿는 셈이다.
2008년 02월호 - 한반도로 대륙이 몰려온다?
2억 5000만 년 뒤 초대륙이 다시 온다!
지구미래 대예측 에피소드 2-판게아 프록시마 원정대
| 글 | 감독 안형준 기자 ㆍbutnow@donga.com |

"초대륙의 중심에서 뭔가 나를 부르고 있어!"
그곳엔 지구 역사의 엄청난 …

Prologue


2억5000만 년 뒤, 지구엔 하나의 거대한 대륙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바다만 있다.
낮부터 강력한 모래바람이 다시 일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목적지를 바로 눈앞에 두고 발이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탐험을 시작한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다. 그동안 주변에 물이라고는 단 한 방울도 찾아볼 수 없는 열사의 땅을 지나면서 동료 2명을 잃었다. 그때 흘렸던 눈물마저 아깝다고 느낄 정도로 이곳은 건조하다.

인류 최초로 대륙의 동서남북 끝을 밟았다는 사실은 나에게 탐험가로서 최고의 영예를 선사했다. 남은 곳은 대륙의 중심 뿐. 그리고 이제 ‘지중점’(地中點) 정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야릇한 기분이 든다. 마치 수천만 년 전, 아니 수억 년 전 대륙의 중심에 살았던 나의 선조가 대륙의 중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랄까. 훗, 하지만 말도 안 된다. 이런 극한 곳에서 생물이 살았다는 건 말도 안 되니까.

순간 거대한 물체가 눈앞을 가로 막았다. 모래 바람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아 하마터면 부닥칠 뻔했다. 뒤에서 위치를 파악하는 임무를 맡은 탐험대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여기가 지중점입니다! 드디어 초대륙의 중심에 도착했어요!”

바로 그때, 모래 바람이 걷히면서 거대한 물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철갑옷을 입고 한 손에 큰 칼을 든 채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장군의 동상과 괴물 머리가 달린 철갑선 모형이 눈앞에 펼쳐졌다.
도대체 이곳은 과거에 어떤 곳이었단 말인가.

탐험대가 초대륙의 중심에서 발견한 물체는 바로 현재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 있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다. 2억 5000만 년 뒤 지구에 5대양 6대주 대신 하나의 거대한 대륙만 있다거나, 또 그 중심에 현재의 한반도가 위치한다는 판타지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2억 5000만 년 뒤 지구에 나타날 초대륙 모델 ‘아마시아’와 ‘노보판게아’. 두 모델 모두 한반도가 세계의 중심에 있다고 예측한다.


초대륙의 중심에 한반도가?
판이 움직일 때 일어나는 일들
A 맨틀에서 마그마가 올라오며 판을 분열시킨다.
B 바다 속에서 마그마가 식으며 거대한 해령을 만든다.
C 새로 만들어진 해양판은 식으면서 밀려나다가 대륙판 아래로 침강한다.
D 해양판과 대륙판의 마찰로 지진이 발생하고 화산이 폭발한다.
E 대륙판이 밀리다가 다른 대륙판과 충돌하면 높은 산맥이 만들어진다.
F 해양판끼리 충돌하면 한쪽이 침강하며 해구를 만든다.
G 바다 위에 화산섬이 생긴다.

지질학자들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용융된 마그마가 식어 화성암으로 굳을 때나 퇴적물이 쌓일 때 기록된 과거 지구 자기장 방향의 변화로부터 지각을 이루는 판의 이동 속도를 계산해냈다. 또한 최근에는 위성으로 정밀하게 측정한 대륙의 위치 변화 자료를 이용해 현재의 판 이동 속도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북태평양 해양판이 아래로 밀려 가라앉으면서 태평양은 점차 닫히고 있다. 반면 대서양 바닥 가운데에서는 아메리카가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멀어지면서 새로운 해양층이 생기고 있다. 아프리카는 북쪽으로 올라가고, 유럽은 남쪽으로 움직인다. 호주는 동남아시아를 향해 북진하고 있다. 대륙들이 움직이는 속도는 1년에 약 1~10cm로 손톱이 자라는 속도와 비슷하다.

199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대 지질학자 크리스 하트나디 교수는 이런 대륙판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2억 5000만 년 뒤 지구의 모습을 예측했다. 그는 대서양이 계속 넓어지면서 아메리카대륙이 밀리고 결국 아시아의 동쪽 끝에 붙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아프리카대륙과 마다가스카르는 인도양을 건너 남아시아와 충돌해 남쪽에 산맥을 만들고 호주는 북쪽으로 계속 이동하다 동남아시아와 합쳐진다고 예상했다.

결국 남극대륙만 제자리를 지킨 채 나머지 대륙이 모두 모여 하나의 거대한 대륙을 이룬다는 얘기다. 미국 하버드대의 폴 호프만 교수는 하트나디 교수의 의견에 동의하며 2억 5000만 년 뒤에 나타날 이 초대륙에 ‘아마시아’(Amasia, America+Asia)라는 이름을 붙였다.

확장하는 해양지각 해양지각의 나이를 색깔로 표시했다. 중앙해령에서 해양지각이 새로 만들어지면 오래된 해양지각은 밖으로 밀린다.
1990년대 후반 영국 케임브리지대 로이 리버모어 교수도 이와 비슷한 모습의 초대륙 모델을 내놨다. 대서양이 계속 확장해 아시아와 아메리카가 만나고 호주가 그 사이에 낀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남극대륙이 북쪽으로 올라와 동남아시아와 남아메리카 사이를 파고들어 초대륙의 일부가 된다는 점만 다르다. 리버모어 교수는 이 초대륙 모델을 ‘노보판게아’(Novopangaea, 새로운 판게아)라고 불렀다

재미있는 사실은 두 모델 모두에서 한반도가 초대륙의 중심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세계의 중심이 된다는 사실이 기분 좋은 일이지만 한반도에 닥칠 기후 변화의 실상을 알고 보면 그리 반길 일은 아니다. 대륙 지각이 한반도 주변에 거대한 산맥을 만들면서 바다에서 만들어진 구름이 육지 안쪽으로 들어오다가 전부 사라져 한반도는 비가 내리지 않는 불모의 사막으로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5~7억년마다 대륙 ‘헤쳐 모여’

2006년 12월 인도양에 있는 리유니온 섬에서 화산이 폭발하며 봉우리 몇 개가 새로 생겼다. 리유니온 섬은 지구에서 화산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 중 하나다.
과거에도 초대륙이 있었을까. 초대륙의 존재를 처음으로 주장한 사람은 1912년 독일의 지구물리학자인 알프레트 베게너다. 그는 2억 5000만 년 전 지구에 판게아(그리스어로 ‘모든 지구’라는 뜻)라는 거대한 대륙이 있었다가 갈라지고 붙기를 반복하며 현재 대륙의 모습이 만들어졌다는 ‘대륙이동설’을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베게너의 이론은 대륙을 이동시키는 힘이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판게아는 학자들 사이에서 ‘잊혀진 대륙’이 되고 말았다.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지구내부의 방사성 물질이 붕괴할 때 나오는 열이 맨틀을 대류시킨다는 ‘맨틀대류설’과 지각이 여러 개의 판으로 이뤄졌다는 ‘판구조론’이 등장하면서 판게아는 약 50년 만에 다시 빛을 보게 됐다.

하지만 판구조론은 판게아를 부활시키는 데 큰 공헌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륙의 이동을 일부 설명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었다. 맨틀이 대류하는 속도에 비해 판이 움직이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사실이 1980년대에 밝혀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와이 열점과 같은 특별한 지역의 화산활동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이론이 1990년대 등장한 ‘플룸구조론’이다.

지질학자들은 과거 대륙의 분포를 재구성할 뿐만 아니라 미래 대륙의 모습까지 예측한다. 사진은 한 지질학자가 과거 지구 자기장의 방향이 남아 있는 암석을 찾기 위해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는 모습.
지구 내부의 열분포를 조사해보면 맨틀 하부에서 지구 표면까지 뻗쳐있는 열기둥이 있는데, 이를 ‘플룸’이라 한다. 판구조론은 맨틀이 바다 위의 뗏목처럼 수동적으로 이동한다고 설명하지만 플룸구조론은 판 운동의 근본적인 원동력을 플룸의 운동으로 설명한다.

지구 중심에 가까운 곳에서 뜨거워진 플룸이 상승하면 대륙이 분리되고 해저에서는 해령이 만들어진다. 여기서 만들어진 해양판은 점차 식으면서 확대되다가 해구에서 다른 판 아래로 밀려들어간다. 밀려들어간 해양판은 한 덩어리의 차가운 플룸이 돼 아래로 떨어지는데, 이때 생긴 반발력으로 뜨거운 플룸이 다시 위로 솟는다.

플룸구조론은 맨틀의 대류를 잘 설명하는 이론인 동시에 초대륙에 대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구의 진화과정 속에서 차가운 플룸이 대륙판을 끌어 모아 초대륙을 만들고, 뜨거운 플룸이 초대륙을 다시 쪼개는 일을 약 5억~7억년 주기로 되풀이한다는 주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 판게아 이전에도 초대륙이 있었을까. 지질학자들은 약 8~10억 년 전에 ‘로디니아’(Rodinia)라는 초대륙이 있었다는 사실에 대부분 동의한다. 그리고 로디니아가 ‘파노티아’(Pannotia)와 ‘곤드와나’(Gondwana) 대륙으로 나뉘었다가 약 2억5천만 년 전 다시 판게아를 이뤘다고 설명한다.

더 나아가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비슷한 종류의 오래된 암석의 분포를 토대로 18억 년 전에는 ‘컬럼비아’(Columbia) 또는 ‘누나’(Nuna)라고 불리는 초대륙이 있었고, 25억 년 전에는 케놀랜드(Kenorland) 초대륙이, 그리고 30억년 전 지구 최초의 대륙인 ‘우르’(Ur) 초대륙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 대략 10억 년 이전의 지질학적 증거가 현재까지 남아있는 경우가 드물어 그 이전 초대륙의 존재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이견이 분분하다.


‘울티마 판게아’에서 ‘판게아 프록시마’로
지구에서 첫 모습을 드러낸 지 오래 잡아야 400만 년밖에 되지 않는 인간이 수십억 년 전 지구의 모습을 복원하는 일은 쉽지 않다. 기껏해야 100년밖에 살지 못하면서 2억 5000만 년 뒤를 상상하는 일은 오죽할까. 하지만 지질학자들은 시간의 역사에 구애받지 않고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페르시아 걸프만의 위성사진. 아라비아 판(왼쪽 아래)이 유라시아 판(오른쪽 위)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2007년 1월 9일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미국 텍사스대의 지질학자 크리스토퍼 스코티즈 교수가 추정한 2억 5000만 년 뒤 나타날 초대륙의 새로운 버전을 소개했다. 스코티즈 교수가 제시한 초대륙은 지금까지 제시된 모델과 달리 한반도가 초대륙의 동쪽 끝에 붙어있다. 스코티즈 교수는 대서양이 계속 확장하다가 2억 년 뒤부터 해양판의 서쪽 즉, 아메리카대륙 쪽 해구에서 차가워진 플룸이 가라앉으며 대서양판을 다시 잡아당기기 시작한다고 예측했다.

그 결과 멀어지던 유럽대륙과 아메리카대륙은 10억 년 뒤 합쳐지기 시작해 경계를 따라 히말라야 같은 거대한 산맥을 만들면서 초대륙이 생기고 남극대륙은 점차 북쪽으로 움직여 ‘얼음모자’를 벗고 초대륙에 합류한다.

스코티즈 교수는 인도양이 초대륙의 중심에 호수처럼 갇힌 모양이 도넛이나 베이글 모양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초대륙 모델에 ‘도넛티아’나 ‘베이글리아’란 이름을 붙이려고 했다. 결국 동료의 만류로 ‘최후의 판게아’란 뜻의 ‘울티마 판게아’라는 이름을 자신의 초대륙에 붙였지만, 스코티즈 교수는 최근 이마저도 ‘판게아 프록시마’(다음 판게아)라는 이름으로 바꿨다. 끊임없이 돌고 도는 ‘초대륙 사이클’에 ‘최후’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초대륙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자연계에서 벌어지는 일 가운데 주기가 가장 길다. 태양계가 우리은하의 중심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약 2억 년)보다도 3배나 길다. ‘초대륙 사이클’의 중간쯤에 살고 있는 우리는 지구에 거대한 대륙이 나타나는 장면을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시간을 꿰뚫어 보는 ‘과학의 눈’을 갖고 떠나는 지적(知的)여행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다.
못 볼 곳 없는 천리안
디스플레이 기술이 빚어낸 시력 이상의 ‘시력’
| 글 | 서종모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정흠 서울대 의대 안과 교수 ㆍcallme@snu.ac.kr, chungh@snu.ac.kr |
2030년 과학의 힘으로 시력을 업그레이드한 바이오닉맨은 이런 모습일까. 그의 안경은 눈 앞의 영상을 확대하거나 먼 곳까지 볼 수 있도록 돕는다. 대한민국 산업디자인대전 입선작이다.
2005년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600만불의 사나이’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이 열렸다. 각국의 과학자들이 600만불의 사나이를 재연할 수 있는 인공 눈, 귀, 다리, 팔, 뇌 등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들의 연구가 현실화되면 한쪽 눈으로 40배율을 줌인 하고, 한쪽 귀는 1km밖의 소리를 듣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시속 100km로 달리고 15m 높이 건물에도 뛰어오를 수 있을 것이다. 2030년, 전문가들은 바이오닉맨이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고 예측한다. 과학을 입고 신체의 각 부분을 업그레이드한 포스트휴먼은 어떤 모습일까. 전문가들이 구상한 설계도를 하나씩 살펴보자.

지난 가을 필자는 몽골의 항올 지구에 의료봉사활동을 다녀왔다. 할아버지 한 분이 앞이 잘 안 보인다며 진료를 받으러 왔다. 노안 외엔 별다른 문제가 없어서 얼마나 잘 안 보이는지를 다시 여쭈었다. 할아버지는 “전엔 먼 산 밑에 선 것이 말인지 양인지 구분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도저히 구별이 안 된다”고 대답했다. 의료봉사단원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아연실색했다.

할아버지는 보통 사람보다 시력이 훨씬 더 좋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칠십 년 세월은 생각보다 무거웠는지, 시력 감퇴를 막을 수 없었다. 할아버지는 어떻게 해야 예전처럼 멀리 볼 수 있냐고 필자에게 물었다. 그는 젊은 시절 600만불 사나이 같았던 시력을 회복하고 싶어 했다.


안경에 1차 코일, 눈 안에 2차 코일?

근시와 백내장은 현대인의 눈 건강을 위협하는 양대 요인이다.
근시를 가진 현대인이 점점 늘고 있다. 한림대 의대 최동규 교수는 2004년 19세 남자 1만 2000명의 시력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실험 참가자의 절반 이상(56.4%)이 근시였고, 그 가운데 1/3은 안경도수가 -6디옵터 이상인 고도근시였다. 고등학교 교실에서 절반이 안경을 쓰고 5~8명 정도는 두꺼운 안경을 쓸 정도로 눈건강이 심각하단 말이다. 최근 레이저로 근시를 교정하는 라식과 라섹수술이 대중화돼 근시 환자들이 안경과 콘택트렌즈로부터 해방된 것은 인간시력강화의 대표적인 예다.

수정체가 탁해지는 질병인 백내장은 노인들의 눈 건강을 위협한다. 하지만 인공수정체가 개발되고 초음파 수정체 유화술이 도입된 뒤 ‘심봉사’는 동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인물이 됐다. 이렇듯 이미 우리는 시력을 강화한 바이오닉맨에 한 발짝 다가가 있다.

시력이 나빠지다 못해 상실될 위험에 처한 환자들도 ‘희망의 빛’을 볼 수 있게 됐다. 현대 과학자들은 ‘마지막 철옹성’인 망막 손상 환자를 위한 인공망막을 개발 중이다. 망막은 물체의 상이 맺히는 곳으로 시각 작용의 중추다. 현재 빛의 굴절을 조절하는 각막과 수정체를 대체할 인공물은 만들어졌지만 망막의 기능을 대체하는 기술은 미성숙한 단계다. 인공망막은 침과 전극으로 이뤄진다.

앞을 거의 보지 못할 정도로 백내장이 심한 환자도 인공수정체(사진)를 이식받으면 시력을 1.0까지 올릴 수 있다.
현재 인공망막 기술은 앞을 전혀 못 보던 환자가 ‘H’나 ‘I’ 같은 간단한 알파벳을 읽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인공망막 연구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국 도헤니 안과병원과 세컨드사이트 공동 연구팀은 안경에 미니 캠코더를 부착해 외부의 시각정보를 무선통신으로 망막에 전달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코일을 나란히 두면 한쪽 코일에 전류가 흐를 때 다른 쪽 코일에도 전류가 흐르는 상호유도 방식을 이용한 것이다.

안경에 1차 유도코일을 장착하고 눈 안의 인공망막 칩에 2차 유도코일을 넣은 뒤 1차 유도코일에 전류를 흘리면 인공망막으로 전기신호가 전달된다. 눈 안에 넣은 마이크로프로세서 칩이 2차 유도코일로 전달된 신호를 받아 해석한 뒤 칩 뒤 전극으로 전달하면 해당 부분의 망막이 자극받는다. 마치 정상인이 앞을 볼 때 시신경세포가 활성화된 것 같은 효과가 난다. 빛이 수정체와 유리체를 거쳐 굴절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카메라가 찍은 영상을 시신경이 바로 받아보는 시스템이다.

연구팀은 2001년 12월부터 시각장애우 자원자 10명에게 실리콘고무 재질의 망막자극용 16채널 백금 전극을 이식했다. 그리고 전극 16개를 다양한 조합으로 자극했더니 눈이 전혀 안 보이던 실험참가자가 H와 I를 손짓으로 따라그렸다. 앞으로의 과제는 인공망막 칩을 눈에 심어 시력을 1.0까지 높이고 다채로운 형태와 색채까지도 볼 수 있도록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천리안 설명서-인공망막
구 성 : 인공망막 칩, 인공망막 전극, 디지털 안경, 유도코일 4개
사 용 법 : 안구의 망막 부위에 전극 삽입
디지털 안경을 쓰면 망막에 전기신호 유입
앞이 보이면 자연스럽게 활동
유통기한 : 몸에 이식한 뒤 평생 사용
사용대상 : 시각장애우와 저시력 환자 모두 사용
주의사항 : 눈이 심한 압력을 받거나 충격을 받으면 망막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음


서울에서 부산 앞바다 갈매기 보는 법


천리안 설명서-안경형 디스플레이

구 성 : 디지털 안경, 1000만 화소 카메라, 망원렌즈, 적외선렌즈
사 용 법 : 다양한 렌즈를 필요에 따라 안경에 장착
유통기한 : 평생 사용 가능
사용대상 : 시각장애우와 일반인 모두 사용 가능
주의사항 : 땅에 떨어뜨리면 깨질 수 있으니 조심

‘600만불의 사나이’의 눈과 같은 뛰어난 전자눈은 어떻게 만들까? 안경형 디스플레이 기술을 응용하면 사물을 가까이 끌어당기거나 확대해 보는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안경형 디스플레이는 안경의 안쪽에 LCD 같은 평판형 디스플레이를 작게 만들어 부착한다. 화면이 작지만 눈앞에서 영상을 보여주기 때문에 40인치 이상의 대형 화면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또한 양쪽 눈에 서로 다른 영상을 보여줄 수 있어서 양안 시차를 고려한 3차원 입체 영상도 구현할 수 있다. 양쪽 눈이 보는 화면이 다르면 평면 영상인데도 입체로 지각하기 때문에 같은 화면이라도 더 실감나게 느껴진다.

휴대전화에 달린 고해상도 카메라도 유용하다. 약 600만 화소인 사람 눈에 비해 최근 나오는 카메라의 해상도는 1000만 화소를 뛰어넘는다. 최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을 적용한 ‘전자눈’은 두 점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인간의 눈으로 구별할 수 없는 것도 뚜렷이 구별할 정도로 선명한 영상을 출력한다.

이 카메라를 안경형 디스플레이에 장착하면 보통 수준 이상의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디지털 줌 인과 줌 아웃 기능도 가능해 영상을 순식간에 2~3배 확대할 수도 있다. 이스라엘의 루무스(LUMUS)사는 2007년 ‘안경형 가상영상’을 개발했다. 이 안경을 착용하면 만화 ‘드래곤볼’의 주인공이 상대의 전투력을 분석할 때 썼던 안경, ‘스카우터’ 같이 상대의 프로필과 번개처럼 빠른 움직임이 눈앞에서 선명하게 나타난다. 확대와 축소기능은 덤이다.

몽골에 의료봉사 갔을 때 만난 할아버지는 머지 않아 먼 산자락에 있는 동물이 말인지 양인지 다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일명 ‘시력 4.0’을 만드는 일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카메라 앞에 적절한 망원렌즈를 추가한다면 서울 상공에서 부산 해운대 앞바다(약 400km 거리)의 갈매기가 몇 마리인지 내다보는 ‘천리안’도 가능하지 않을까.
1 특정한 색을 볼 수 없는 색각장애우는 아이보그(Eyeborg)를 착용하면 눈앞에 보이는 물체의 색을 소리로 들을 수 있다. 시각 능력을 향상시키는 또 다른 방법이다. 2 600만불 사나이의 시력을 현실화할 수 있는 콘텍트렌즈. 이 렌즈를 끼고 먼 거리의 물체를 보면 그 지점까지의 거리가 자동으로 계산돼 눈앞에 나타난다.

밤만 되면 앞을 볼 수 없는 인간 시각의 한계는 군사용으로 사용되는 야간 투시경으로 극복할 수 있다. 인간의 눈은 가시광선 영역의 파장만 볼 수 있어 가시광선이 적은 밤에는 앞을 잘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적외선을 감지하는 카메라를 안경형 디스플레이에 장착하면 적외선을 볼 수 있다. 야간 투시경을 따로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다. 군인들은 시각을 강화해 적진을 안전하게 탐색할 수 있다.

굳이 눈 속에 인공망막 칩을 심지 않더라도 간단한 보조장치 하나만으로도 멀리 있는 것을 가까이, 보통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보는 ‘제6의 감각’으로 시각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 대신 레이저 스캐닝으로 영상을 직접 망막에 비춰주는 시도도 있다.

인공시각이 안정성과 효용성을 공인받기까지는 시간이 10~ 20년 정도 더 필요하다. 지름이 약 2.4cm로 작은 안구에 칩을 심는 기술과 조직 두께가 500μm(마이크로미터, 1μm=10-6m)도 안 되는 무른 망막 위에 칩을 고정하는 기술이 아직까지 미흡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최근의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한다면 2010년대 후반엔 인공망막이 보급될 수 있고 디스플레이 기술이 뒷받침돼 업그레이드된 시각으로 ‘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P r o f i l e
서종모 교수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 안과에서 전문의 과정을 밟았다. 2000년부터 인공망막 연구팀에 합류했고, 서울대 의대 의공학교실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서울대 전기공학부 조교수로 바이오일렉트로닉스 인공망막을 연구한다.

정흠 교수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망막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2000년부터 서울대 공대 전기공학부 김성준 교수와 함께 나노바이오시스템 연구센터를 시작해 국내 최초로 인공망막 연구팀을 구성했다.
“이소연과 무중력 10일, 우주초파리를 모셔라”
2008년 04월 18일 | 글 | 박근태 기자ㆍkunta@donga.com |
 
19일 소유스 귀환… 카자흐 → 러시아 → 한국 긴급공수작전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씨가 지구로 돌아오는 19일 오후 5시 38분 국내 과학 사상 처음으로 우주에서 돌아온 초파리와 세포 및 미생물을 실험실까지 옮기는 특급 공수작전이 펼쳐진다. 소유스호가 귀환한 직후 관계자들이 실험 샘플과 짐을 꺼내는 장면. 사진 제공 미국항공우주국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씨가 귀환하는 19일 오후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한국을 잇는 특급공수작전이 펼쳐진다.

작전명은 ‘초파리와 줄기세포 구하기’. 공수품목은 8일 이 씨가 러시아 유인(有人)우주선 소유스호에 싣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가져간 초파리 1000마리와 6가지 세포 및 미생물 샘플들이다. 만일 정해진 시간 안에 세포와 초파리를 실험실까지 옮기지 못하면 작전은 실패다.


항온 용기에 담아 6시간 동안 2200km 이동


작전은 이날 오후 이 씨를 태운 소유스 귀환선이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시작된다. 소유스호가 낙하산을 펴고 내려오기 시작하면 지상의 대기조는 비상에 돌입한다. 이때부터 숨 막히는 시간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예상 착륙 지점은 카자흐스탄의 북부 도시 코스타나이 인근 초원지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최기혁 우주인개발단장을 포함한 대기조가 탑승한 차량과 헬리콥터는 일제히 레이더를 켜고 예상 착륙 지점을 찾아야 한다.

오후 5시 38분(한국 시간). 착륙 성공 직후 이 씨를 포함한 우주인들이 인터뷰를 하는 사이 최 단장은 세포 샘플과 초파리를 특수 용기에 담는다. 실험실까지 살아 있는 상태로 보내기 위해 줄기세포는 섭씨 36도 안팎, 초파리는 25도 안팎을 유지한다.

착륙 지점에서 200여 km 떨어진 코스타나이 공항으로 옮겨진 생물들은 다시 군용기에 실려 2000km 떨어진 모스크바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까지 옮겨진다. 다음 날 0시 50분 센터에 대기 중인 과학자들의 손에 세포와 초파리가 인계되면 6시간에 걸친 긴박한 공수작전도 끝난다.


실험실까지 빨리 올수록 실험가치 높아

이번 작전의 성패는 시간과의 싸움에 달려 있다. 그만큼 귀환 현장에 나가 있는 최 단장의 역할이 크다. 최 단장은 “이번 작전은 분초를 다퉈야 하는 시간과의 힘든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전시를 방불케 하는 방법으로 우주에서 돌아온 생물을 옮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의 과학자들은 무중력과 방사선에 노출됐던 생물을 이번에 처음 접해본다. 무중력 환경과 우주 방사선에 노출된 상태를 유지하려면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실험실로 보내야 한다. 우주에서 9박 10일을 보낸 생물은 시간이 흐르면 다시 지구환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또 과학자들은 살아 있는 실험 대상을 더 선호한다. 카자흐스탄의 4월 낮 평균 기온은 40도를 웃돈다. 자칫 섭씨 25도에서 사는 우주 초파리가 떼죽음을 당하기 십상이다.

초파리 실험을 주도하고 있는 조경상 건국대 교수는 “생물을 빠른 시간에 실험실까지 안전하게 옮겨야 우주에서 가져온 샘플로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측 협조 없으면 폐사할 수도


하지만 작전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씨의 귀환 예상 장소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 지상의 대기조는 가로 세로 50km인 광활한 벌판 한복판에 기다리고 있다가 우주선이 레이더에 나타나면 그때부터 추적을 시작한다. 우주선을 찾아 우주인을 꺼내고 실험 샘플을 찾아 모스크바까지 공수하는 데만 꼬박 한나절이 걸린다. 만일 소유스호가 예상 착륙 지점을 훨씬 벗어나 불시착할 경우 추적에는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

여기에 예측 불가능한 러시아의 상황도 원활한 공수를 방해하는 요소다. ‘에타 러시아(여기는 러시아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러시아 측의 시간 관리는 엉망이다. 만일 러시아행 비행기의 이륙이 늦어진다면 초파리와 세포의 생명은 장담하지 못한다.

장규호 바이오트론 사장은 “세포 샘플이 늦어도 23일 전에는 한국에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주에서 돌아온 6종의 샘플은 인하대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으로, 초파리는 건국대로 보내져 9박 10일간 우주에서 노출된 효과를 밝히는 연구에 쓰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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