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례 교신 성공… 오늘밤 우주정거장 도킹
이소연씨 탄 소유스 순항
2008년 04월 10일 | 글 | 바이코누르=박근태 기자, 김상연 기자ㆍkunta@donga.com, dream@donga.com |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씨가 탑승한 러시아 유인우주선 소유스호는 순항하고 있으며 10일(한국 시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할 예정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9일 이 씨가 탄 소유스 TMA-12호와 러시아 모스크바 임무통제센터(MCC)가 이날 오후 3시까지 8차례 라디오 통신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교과부는 오전 9시 소유스호가 남대서양 상공을 정상적으로 통과했다는 소식을 MCC가 전해 왔다고 덧붙였다.

항우연 관계자는 “이 씨를 포함해 3명의 우주인은 MCC와 최장 20여 분에 걸쳐 교신을 주고받았으며 이 씨도 ‘아무 이상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백홍열 항우연 원장은 “이 씨를 태운 소유스호가 10일 오후 10시 9분 ISS와 도킹한다”고 말했다.

우주인과 우주선 상태는 모두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유스호는 현재 90분에 한 바퀴씩 지구를 돌며 매번 궤도를 5, 6km씩 높이고 있다. 이틀 동안 지구를 34바퀴 돈 뒤 지상 350km의 우주궤도를 초속 7.4km로 돌고 있는 ISS에 접근한다.

소유스호는 10일 오후 10시 ISS를 눈으로 볼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한 뒤 도킹을 위해 추진기를 반복해서 켰다 껐다 하며 1초에 수 cm에서 수십 cm씩 ISS에 다가간다. 우주선 맨 앞에는 탐침이 달려 있어 ISS의 도킹 장치와 맞물리게 된다.

도킹이 끝나면 ISS와 우주선은 서로 기압을 맞춘다. 기압이 다를 경우 해치(문)가 열리면 급격히 공기가 확산돼 위험하기 때문이다. 모든 과정은 자동으로 진행되며 필요할 경우 우주선 선장이 직접 조종하게 된다. 약 3시간에 걸친 도킹 작업이 끝나면 11일 0시 50분 이 씨와 세르게이 볼코프 선장, 올레크 코노넨코 비행 엔지니어 등 3명의 우주인은 소유스호 해치를 열고 나와 본격적인 ISS 생활을 시작한다.

이 씨가 ISS에 도착하면 ISS에 먼저 가 있는 러시아 우주인 유리 말렌첸코 씨가 인도한다.

ISS에서는 새로 온 우주인들에 대한 환영식이 열리며 환영식이 끝나면 이 씨는 MCC에 대기하고 있는 가족 및 한국 대표들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이 과정은 11일 오전 1시 20분경 SBS를 통해 생중계된다.

이 씨는 이후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받은 뒤 과학실험과 과학강연 등 본격적인 임무에 들어간다.

이 씨의 첫 임무는 미리 ISS에 보낸 무와 콩 씨앗을 꺼내 무중력 상태에서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식물 생장실험이다. 항우연은 이를 위해 2월 11종의 식물 씨앗을 먼저 ISS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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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사에 소리 담는 와이어 축음기 처음 보죠?”
한얼테마과학관 이우로 관장
2008년 04월 04일 | 글 | 여주=박근태 기자ㆍkunta@donga.com |
 
미국과 유럽의 대형 과학관과 기업 박물관을 들러본 이들은 그 광범위한 수집품 규모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우리는 왜 이런 소장품들이 없는 걸까’라는 부러움이 앞선다. 기껏해야 전시물 몇 개, 사진 몇 장을 전시하는 변변치 못한 우리 과학문화의 현실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한국에도 이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은 수집광들이 있다. 모르는 사람은 ‘잡동사니’ ‘고물상’이라는 멸시에 찬 조소를 보내기도 하지만 이런 시선에 절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들의 열정과 노력, 애환을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기획 보도한다.

사과 궤짝만한 노트북… 270년 된 현미경…

“폐교에 쌓아놓은 50만점… 박물관 단지가 꿈”


“광복 직후 미군정청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게 기억이 났어. 어떻게 구할 수 없을까 백방을 수소문했지. 천신만고 끝에 미국을 다녀온 사람에게 부탁을 했지. 근데 소리가 안 나오는 거야. ‘헛수고 했구나’ 그랬지. 한데 얼마 뒤 이게 또 툭 튀어나온 거야. 어떻게 안 사고 배기겠어? 미치지 미쳐. 허허.”

컴컴한 수장고에서 조심스레 상자 하나를 꺼내든 노신사의 눈빛이 밝게 빛났다. 경기 여주군 한얼테마과학관 이우로(81) 관장. 꺼내 놓은 상자 안에는 1920년대 마그네틱테이프가 발명되기 전 철사에 소리를 담던 와이어 레코드가 들어 있었다. 발명지인 미국에서도 찾기 힘든 희귀물품 중에도 희귀품이다.

여주군 대신면 옥촌리의 한 폐교 터엔 그가 한평생 서울 중구 황학동과 종로구 인사동,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다리품을 팔아 모은 50만 점의 수집품이 모여 있다.

1980년 신군부의 언론통폐합 당시 문을 닫은 TBC방송국의 카메라와 송출 장비, 테이프를 비롯해 전북 군산에서 찾아낸 80년 넘은 치과 의자까지 가짓수는 물론 종류도 어마어마하게 방대하다. 270년 된 현미경, 희귀품인 쌍안현미경, 현대식 전자현미경 등 그의 소장품 목록에 오른 현미경만 1000개. 1970, 80년대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마그네틱테이프를 감아 쓰던 컴퓨터도 그의 소장 목록에 올라 있다.

1974년 8월 15일 서울 지하철 개통식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승한 차량도 이곳에 와 있다. 개통식 직전 열린 광복절 행사에서 대통령 부인이 저격에 쓰러진 뒤에도 박 대통령이 꼿꼿이 탔던 바로 그 차량이다. 철도공사의 창고에서 녹슬어 가던 것을 찾아 여주까지 옮기는 데 꼬박 2년이 걸렸다.

‘수집품 중에 뭐가 제일 비싼가’라는 질문에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게 있나. 내게는 다들 자식이나 다름없어. 물론 비싸게 주고 산 것도 있지. 근데 꼭 오래되고 비싼 것만 중요한 게 아니야.”

1960, 70년대 사회부 기자로 맹활약하던 언론인 출신의 그가 수집의 묘미에 빠진 건 우연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의사셨어. 어릴 때부터 현미경도 보고 그랬지. 게다가 기자 생활을 하면서 체신부 출입을 13년이나 했어. 마침 전화국의 교환기가 기계식으로 교체되던 시기여서 기계에 대한 얘기를 접할 기회가 많았지. 현미경과 카메라 수집을 시작하게 된 것도 그런 영향 때문인 것 같아.”

그의 컬렉션은 입소문을 타고 주위에 번져갔다. 그래서 소장품을 둘러싼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언젠가 누구나 알 만한 기업의 관계자가 찾아왔다. 회사에 박물관을 만드는 데 정작 자사가 1970년대 생산한 어떤 제품이 없다는 것. 수소문 끝에 여기에 있다는 걸 알고 찾아와 비싼 값을 쳐 준다고 했다. 하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기네 물건만 보여주는 박물관이 무슨 박물관이냐’는 게 그의 견해였다.

“과학문물은 보통의 전통유물과는 성격이 달라. 기술의 진화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지. 지금의 노트북PC가 갑자기 등장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예전에는 사과궤짝만 한 노트북을 썼어.”

그러면서 그는 일본 캐논이 1970년대 개발한 진짜 사과상자만 한 노트북을 꺼내놓았다. 평생 그에겐 가장 기다려지는 하루 일과가 있다. 하루 두세 차례씩 들여오는 수집품을 손수 일일이 닦고 조이는 시간이다. 노랗게 색이 바랜 사용설명서도 꼼꼼히 읽어 내린다.

“당연히 사용법을 알아야 보러 온 사람들에게 설명을 해 주지. 과학관의 전시물은 살아 있어야 해. 진짜를 보여주고 만져보도록 하는 게 진짜 살아있는 과학교육이야. 깡통 두드려서 만든 모조품을 보여주면서 우주로켓이라고 설명하는 게 말이 되나.”

그의 꿈은 이곳에 광학, 음향학, 의학 등 주제별로 20개 전문 박물관 단지를 짓는 것이다. 또 이 모든 기록을 후대에 생생히 전할 과학관 전문 학예사 학교를 세우고 싶어 한다.

평생을 그렇게 고집스럽게 살아온 그의 삶에도 슬픔은 어려 있었다.

“이곳에 와서 거의 10년을 혼자 살았어. 땅도 모두 팔고 집까지 저당 잡히면서 낡은 골동품 사는 데 써버렸는데 가족들이 좋아할 리 있겠어? 그래도 언젠가 이 모든 걸 사회에 돌려주겠다는 내 뜻을 알아줄 날이 있을 거야.”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은 폐교 운동장엔 그가 평생을 모은 수집품들이 방수막을 뒤집어 쓴 채 때마침 내린 비를 그대로 맞고 있었다. 군수가 바뀔 때마다, 군 의원이 바뀔 때마다 박물관 단지 조성을 돕겠다는 공약은 남발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행은 되고 있지 않다.

“나는 내게 남은 날을 날짜로 계산하지 않아. 시간으로 따지지. 어서 이걸 이어서 운영해갈 후임자를 찾아야 하는데 걱정이야. 얘들을 그냥 남겨놓고 가면 다시 뿔뿔이 흩어질 텐데 어쩌나.”

한평생을 사라져 가는 근대 과학문물 수집에 바쳐온 노수집가의 눈시울이 어느새 젖어들었다.
진화론과 지적 설계론
이규태의 과학 칼럼
▲ 찰스 다윈  ⓒ
생명체는 너무나 복잡해서 원숭이로부터 비롯됐다는 다윈의 진화론으로는 그 뿌리를 설명할 수 없다해서 어떤 지적(知的)인 초월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거라는 창조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물론 이 미지의 지적 초월자가 신이란 말은 하지 않고 있지만 기존 생명의 기원과 혼동시키지 않으려 신을 거론하지 않은 것일뿐 창조론과 큰 차이는 없는 것이다.

150억년 전에 우주가 형성되고 40억년 전에 지구가 형성되었으며 2억년 전쯤 지구에 포유류가 등장하고 6500만년 전에 공룡이 멸망한 다음 400만년 전에 처음으로 원시인류의 흔적이 나타났으며 불과 100만년 전에 현재의 인간이 출현했다는 사실만은 진화론이 입증한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과학이 첨예하게 발달할수록 생명의 미묘한 형태들에 대해 진화론은 여태까지 해오던 분명한 설명에 궁색한 경우를 당해온 것이 비일비재하다. 이 궁지가 거듭되자 어느 위대한 지적 초월자의 설계로 미루지 않을 수 없는 지적 설계론의 입지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사상가로 다윈 마르크스 프로이드 세 사람을 드는데 이미 마르크스와 프로이드의 사상은 비판받고 해체 전야에 처해 있으며 다윈도 그에 접근해가는 조짐으로 이 지적 설계론의 기승을 보는 이도 있다. 기독교의 믿음이 깊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적 창조론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 이래 미국의 여러 주(州)를 비롯 스페인 이탈리아 등지에서 진화론과 병행해서 지적 창조론도 가르치기로 한 학교가 늘고 있다. 명문 하버드 대학에서는 100만 달러의 기금으로 진화론의 함정이 뭣이며 지적설계론이 영합되는 근거가 뭣인가를 연구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1925년 미국 남부 테네시주 의회에서 성서의 천지 창조설에 반하는 어떤 이론도 학교에서 가르쳐서 안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었다. 한데 스코프스라는 한 생물학 선생이 그와 위배되는 진화론을 가르쳤다해서 벌어진 재판은 신학과 과학싸움의 분수령으로 유명하다. 이 재판은 국무장관을 역임하고 대통령후보로 세 번이나 지명되었던 브라이언이 검사로, 미국에서 가장 유능한 변호사로 알려진 다로의 변호로 온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재판이었다.

100달러의 벌금형으로 스코프스가 패소했지만 그 후 꾸준한 투쟁으로 이 주법은 폐기되었고 교황 바오로2세는 1996년 말께 '진화론은 이미 가설의 영역을 넘어섰다. 하지만 우리의 정신은 신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진화론과는 관계없다'하고 정신과 육체를 갈라 진화론을 복권시켰었다.

찰스 다윈이 만년에 한 친구에게 띄운 편지 속에 자신이 심한 열병으로 죽음 곧 임사체험(臨死體險)한 사실을 적고 있다. 예수교 신도였던 자신은 신 가까이로 가고 있었는데 신은 굳게 닫힌 문밖에 격리시켜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그 추운 공간에서 떨고 있어야 했다고 했다.

그 소외공간에는 자신말고도 이단 심판소에서 손톱 발톱을 빼인 백발의 갈릴레오도 그곳에 와있었고 화석 하나를 두고 인류 이전의 원형인 짐승 뼈라 했다 해서 고문 받은 지질학자 파소니도 피골이 상접한 채 그곳에서 떨고 있었다. 다윈이 학문의 양심을 저버리지 않았을 뿐이지 신앙의 양심이 그 때문에 손상되지 않았음을 신의 품에 안기지 못했던 추웠던 임사체험을 미루어 알 수 있게 한다.
[리치 사이언스] 소머즈는 바가지를 썼을까?
2008년 03월 31일 | 글 | 김상연 기자ㆍdream@donga.com |
 
케이블TV에서 최근 ‘바이오닉우먼 소머즈’라는 이름의 미드(미국드라마)가 방영을 시작했습니다. 1976년 미국에서 처음 방송을 탔던 ‘소머즈’를 현대에 맞춰 재탄생시킨 거지요.
과학동아는 마침 4월호에 ‘2030 바이오닉맨’이라는 주제로 특집기사를 썼습니다. 천리를 내다보는 눈, 듣고 싶은 소리만 골라 듣는 귀, 철근을 솜털처럼 들어 올리는 팔과 다리 등 의공학자들이 앞으로 20년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연구들이지요.

제가 재미있게 본 건 뇌입니다.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바꿔 주는 기관인 해마를 인공해마로 대체하거나 컴퓨터와 연결하면 뇌의 기억용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난다고 하네요. 미래가 궁금하신 분들은 어서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으로…^^.

다시 코너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서 돈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1976년 소머즈를 만든 비용은 600만 달러(60억 원)입니다(쉽게 말하면 600만불의 사나이에 이은 600만불의 아가씨겠죠). 그런데 2008년 소머즈는 5000만 달러(500억 원)입니다. 아니 이런. 시간 좀 흘렀다고 가난한 소머즈에게 10배나 되는 바가지를 씌우다니….

과연 소머즈는 바가지를 썼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1972년에서 32년이 흘렀는데 그새 물가가 그만큼 오른 거지요. 아니 물가가 이렇게 오를 수 있냐고요?
만일 물가 인상율이 3%라면 올해 100원 하는 물건은 내년에는 103원이 됩니다. 이듬해에는 106.09원이 됩니다. 그 이듬해에는 109.27원이 됩니다. 소수점 이하로 이상하게 따라붙는 녀석들이 있죠? 그게 바로 복리에 의한 효과입니다.

이자만 복리가 있는 게 아닙니다. 사실 물가는 가장 대표적으로 복리로 늘어나는 돈입니다. 처음에는 별게 아닌데 시간이 많이 흐르면 어마어마한 숫자로 불어납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복리를 8대 불가사의라고 불렀지요.

소머즈를 만든 비용을 물가를 고려해 계산해 봅시다.
소머즈는 두 다리, 팔 하나, 귀 하나, 눈 하나를 인공장기로 바꿉니다. 원작에 비해 눈이 늘어났습니다. 600만 달러일 때 장기 하나를 150만 달러라고 한다면 2008년 소머즈는 1976년 기준으로 750만 달러가 들어간 셈입니다(눈 하나 추가…어째 으스스)

1976년 이후 평균 물가 인상율은 아쉽게도 잘 모릅니다. 올해 정부 목표가 3% 대인데요, 여기에 맞추면 <750만 달러 * 1.0332 = 1931만 달러>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역사적으로 저물가 시대입니다. 만일 5%라고 하면 3574만 달러가 나옵니다. 6%라고 하면 4840만 달러입니다. 실제 들어간 돈과 거의 비슷합니다(물가가 복리가 아닌 단리로 오르면 2190만 달러가 됩니다). 7%라고 하면 소머즈는 횡재했습니다.

게다가 소머즈에는 나노기술 등 현대의 온갖 첨단 기술이 적용됩니다. 원작보다 확실히 성능이 좋아 보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소머즈가 바가지를 쓴 건 아니지요. 물론 돈은 소머즈 뒤에 있는 비밀단체에서 냈겠지만요.
아침형 인간은 아무나 하나
이래도 안 깨어나? 잠 깨는 방법도 가지가지
2008년 03월 26일 | 글 | 서영표 기자ㆍsypyo@donga.com |
 
“따르릉~ 따르릉~”
새벽 다섯 시. 직장인 이 모씨(29, 경기 시흥시)의 방에 자명종이 울리고, 동시에 프로펠러가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겨우내 불어난 체중을 빼기 위해 새벽 헬스를 시작한 지 일주일째. 얼마 전 해외구매대행 사이트까지 뒤져가며 ‘알람 헬리콥터’를 장만했다. 그는 자명종 소리에 깨자마자 억지로 몸을 일으켜 방 안을 날아다니는 프로펠러를 쫓아다닌다. 프로펠러를 제자리에 올려놓아야 소리가 멈추기 때문이다.

퍼즐알람. 사진제공 bimbambanana.com
이처럼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 상품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우선 비몽사몽간에 자명종을 꺼버려 낭패를 본 적이 있다면 주목해볼 만한 상품이다. ‘클라키’라는 제품은 바퀴가 달려있는 알람시계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방 안 여기저기를 도망 다녀 쉽게 소리를 끄지 못하도록 했다. 알람과 동시에 퍼즐조각이 튀어 오르는 제품도 있다. ‘퍼즐알람클록’은 방바닥에 흩어진 조각들을 정확히 끼워 맞춰야 소리가 멈춘다. ‘로비’(Roby)라는 제품은 로봇 몸통에 있는 액정화면의 과녁을 장난감 권총으로 정확히 명중시켜야 자명종이 멈추도록 만들었다.

요란한 소리 대신 진동을 울려 깨우는 제품도 있다. 옆 사람에게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로 피해를 주지 않아도 되고, 소리에 둔한 사람에게도 적합하다. ‘알라밍 링’(Alarming Ring)은 반지 모양으로 집게손가락에 끼우고 있으면 맞춰놓은 시간에 진동이 울린다. ‘진동괘종시계 VALNX’는 납작하고 둥근 모양으로 잡지만한 크기다. 베개나 시트 밑에 두면 소리와 함께 진동을 울린다. 베개 자체가 통째로 진동하는 제품도 있다. ‘구롯쿠피로’(Clock Pillow)는 베개 측면에 시계가 달려있고 기상시간에 베개가 ’드르륵‘ 울린다.

닥터라이트(좌),글로필로(우). 사진제공 태진IND,www.embryo.ie

자명종 소리에 억지로 일어난 날, 하루 종일 머리가 무겁고 몸이 찌뿌드드할 때가 있다면? 자연스럽게 빛으로 잠을 깨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필립스(Philips)는 동이 트면서 햇빛이 밝아지는 과정을 모방한 ‘웨이크업 라이트’라는 제품을 내놓았다. “빛으로 깨어나는 것이 건강에 좋다”라는 주장이다. 알람소리를 들으며 억지로 잠에서 깨면 생체리듬이 깨지고 몸이 쉽게 피로해진다는 것이다. 국내에는 ‘닥터라이트’라는 제품이 있다. 30cm 높이의 스탠드조명으로 기상시간 45분전부터 약 1초에 한 단계씩 빛이 천천히 밝아진다.
오코시타로. 사진제공 itmedia.co.jp

‘글로 필로’(Glo Pillow)라는 제품은 베개 속에 발광다이오드(LED)가 있어 기상시간까지 40분 동안 서서히 강한 빛을 낸다.

소리, 진동, 빛 모두 통하지 않는다면 일본의 ‘오코시타로’는 어떨까? 베개보다 조금 큰 크기의 주머니로 허리 밑에 두고 잠들면 된다. 기상시간이 되면 공기가 30cm 높이로 부풀어 오른 뒤 팽창과 수축을 반복한다. 상체를 들었다 놓았다 괴롭히니 아무리 곰 같은 사람이라도 버틸 재간이 있겠는가.

자료협조 비드바이 코리아(www.bidbuy.co.kr
과학, 꿈을 건축하다
‘온리 원, 월드 퍼스트’展미래형 건축 속의 첨단기술
2008년 03월 28일 | 글 | 김상연 기자ㆍdream@donga.com |
 
자연의 거대한 힘에 맞선 빌딩, 지구와 과학을 모티브로 한 건물 디자인, 환경에 따라 빛과 공간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건축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는 최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청사에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첨단 건물과 미래형 건축을 엿볼 수 있는 ‘온리 원, 월드 퍼스트’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된 건축물들은 자연과의 조화, 환경 보호와 에너지 절약, 인간을 위한 공간, 과학을 활용한 디자인 등으로 눈길을 끌었다.

각각에 숨어 있는 과학과 건축 기술을 살펴보자.

지진-강풍에도 끄떡없는 방사형 기둥


사진 제공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호텔 크레센트(아제르바이잔 바쿠 시에 건설 예정)

한국의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가 중앙아시아의 신생 독립국 아제르바이잔과 계약을 체결하고 설계 중인 호텔 크레센트는 바닷가에 접한 초승달 모양의 건물이다. 지진이 심한 이곳에서 대형 건물에 가장 필요한 것은 흔들리는 땅과 강한 바람에 견디는 능력이다. 유무열 실장은 “4개의 튜브로 기본 뼈대를 이루고 이를 방사형의 기둥으로 엮어 주면 삼각형의 거대한 아치 구조물이 돼 바람과 지진에 잘 견딜 수 있다”고 밝혔다. 가운데 큰 구멍도 바람이 잘 통과하도록 돕는다. 유 실장은 “나노탄소섬유 등 첨단 재료가 개발되면 더 다양한 디자인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에너지 소비-자원 소모 최소화 청정도시


그린 CBD 2015(중국 충칭 시)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건물의 에너지 소비량과 자원 소모를 최대한 줄이려고 계획한 미래 도시 프로젝트다. 산 모양의 고층 건물은 청정 수도를 상징한다.


9개의 구와 철근으로 재현한 핵분열 순간


아토미움(벨기에)

벨기에의 아토미움은 9개의 큰 구와 철근을 엮어 만든 초현대적 구조물이다. 원자가 핵분열하는 순간을 표현했다. 오스트리아의 무어 강에 만든 인공 섬은 조개 모양의 외관에 외부를 투명유리로 마감했다. 자연 채광을 이용하면서 강 양편이 동시에 보이도록 설계했다.


3만 개의 노즐이 뿜어내는 물안개의 몽환


블러 빌딩(스위스)

3만1500개의 고압 노즐로 물방울을 뿌려 주위에 인공 안개를 만든다. 안개가 건물을 감싸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층마다 필요에 따라 움직이는 내부 공간


오레스테드대(덴마크)

이 건물은 네 개의 부메랑같이 생긴 갑판 층으로 이뤄졌다. 각각의 층이 서로 엇갈리며 회전해 다양한 내부 공간을 구성한다.


태양열로 따뜻하게… 투명하게…

런던 시청사(영국)

‘그래스 에그(Grass Egg)’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건물. 유리로 된 외관은 태양열을 이용해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크다. 투명한 시정을 상징하기도 한다.
진짜같은 인공피부 아픔을 감싸안다
2008년 03월 21일 | 글 | 파리=김상연, 목정민 기자 ㆍdream@donga.com, loveeach@donga.com |
 

화상치료-실험동물 대체 ‘살갑게 다가온 인공피부’

“전 당신의 아름다움을 위해 희생당하고 싶지 않아요!”

새 화장품이 나올 때마다 테스트를 위해 자신의 피부를 내놓는 실험동물들은 이렇게 절규할지 모른다. 그러나 최근 사람을 닮은 인공피부가 개발되면서 이들의 희생도 머지않아 끝날 것으로 보인다. 인공피부는 불평도 없고 아픔조차 느끼지 않는다.

화장품 테스트뿐만이 아니다. 화상 환자에게서 새 살이 돋도록 돕거나, 섬세한 촉감을 느끼게 해 로봇팔에 생기를 불어넣는 등 다양한 용도의 인공피부가 개발되고 있다.


화장품 실험용 피부, 진짜와 80% 같아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은 1998년 처음으로 인공피부 ‘에피스킨’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사람의 피부세포를 떼어내 배양한 뒤 다양한 보조물질을 넣어 바깥 피부인 표피를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다. 표피에 면역세포, 멜라닌 등을 넣어 자외선 차단제를 비롯한 다양한 화장품의 효능을 실험할 수 있게 했다. 유럽연합(EU)은 2009년부터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의 판매를 단계적으로 금지할 계획이다.

인공피부는 손바닥만 한 키트 안에 있는 여러 개의 작은 홈 안에 얇은 층으로 깔려 있다. 이곳에 화장품을 넣어 효과와 안전성을 테스트한다.

조제 코토비우 로레알 생명과학연구소 박사는 “다양한 화학물질을 테스트한 결과 인공피부의 효과는 진짜 피부의 80% 수준이다”라고 밝혔다.

로레알은 최근 표피 아래에 있는 진피까지 모방해 ‘리얼스킨’이라는 인공피부를 만들었다. 피부를 지탱하고 탄력을 주는 콜라겐과 섬유세포 등 피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진피의 일부 구성성분을 갖춰 더욱 사람의 피부와 비슷하게 만든 것이다.

코토비우 박사는 “신경, 모낭 등을 넣어 진짜 피부와 더욱 비슷한 인공피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날이 오면 고통 속에 신음하던 동물들이 인공피부를 향해 절을 할지도 모른다.


화상 위 보호막 역할… 수명 2∼4주


심한 화상을 입으면 먼저 깨끗한 물질로 상처를 덮어 병원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한 뒤 다른 조직에서 건강한 피부를 떼어내 이식해야 한다. 그러나 화상이 너무 심하면 피부를 바로 이식하기 어렵다. 이때가 바로 인공피부가 활약하는 시간이다.

현재 미국에는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화상 환자용 인공피부로 ‘트랜스사이트’ ‘인티그라 인조 세포’ ‘바이오브레인’ 등이 나와 있다.

이들은 동물 조직이나 사람의 피부를 이용해 만든다. 예를 들어 바이오브레인에 들어 있는 동물성 단백질 젤라틴은 상처 부위의 혈액 응고 인자와 결합해 상처 위에 튼튼한 보호막을 만든다. 하루면 보호막이 완성된다.

트랜스사이트는 콜라겐과 실리콘, 진짜 사람 세포로 코팅된 나일론 그물 모양이다. 바깥층은 상처를 보호하고 그물 사이의 단백질은 새 피부가 돋는 것을 촉진한다.

미국 예일대 의대 데이비드 르펠 교수는 ‘피부과학’이라는 책에서 “인공피부는 수명이 2∼4주이며 화상 부위 치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봇팔도 힘 센서 넣은 인공피부로 덮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힘 측정 및 평가 연구실은 요즘 힘과 온도를 감지하는 인공피부를 개발하고 있다. 신축성이 있는 인공피부에 힘 센서를 넣어 접촉감과 압력을 느끼도록 한 것이다.

연구실의 김종호 박사는 “64개의 힘 센서로 이뤄진 인공피부를 로봇 손가락에 씌우면 1mm의 분해능으로 3kg의 무게까지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1mm의 공간 안에 닿는 압력과 접촉감을 구분해 느끼는 것이다. 100개의 힘 센서를 넣은 인조피부를 이용하면 사람과 비슷한 압력을 느낄 수 있다.

로봇팔 ‘덱스트라’를 만든 미국 럿거스대 윌리엄 크라엘리우스 교수는 늘 “피아노를 자유자재로 연주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현재 3개의 손가락이 마음대로 움직이니 5개까지는 시간문제. 더 중요한 것은 손끝에서 느끼는 정교한 접촉감과 압력이다.

사람과 비슷한 인공피부를 만든다면 머지않아 낭만적으로 피아노를 치는 로봇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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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좌왕 우주야그] 노아의 방주, 달에 건설한다고?
2008년 03월 12일 | 글 | 이충환 기자ㆍcosmos@donga.com |
 
언젠가 지구 생명체의 정보를 담은 ‘노아의 방주’가 달에 건설될지 모른다. 사진제공 ESA
노아의 방주는 하나님이 타락한 생활에 빠져 있는 세상 사람을 대홍수로 심판하려 할 때 특별한 계시를 받은 노아가 120년에 걸쳐 제작한 거대한 배다. 대홍수를 만난 다른 생물은 모두 멸망했으나 방주에 탔던 노아의 가족과 동물들은 살아남았다는 기록이 구약성서에 나온다.

최근 영국 신문들의 보도에 따르면 일부 과학자들이 달에 ‘노아의 방주’를 건설할 계획이다. 지구에 거대한 소행성이 충돌하거나 핵전쟁 또는 급격한 기후변화가 일어나 지구가 폐허가 될 때를 대비해 지구 생명체 정보를 보관하는 데이터뱅크를 달에 두자는 아이디어다. 참신하다 못해 황당한 발상이다.

국제 달 탐사 연구그룹(International Lunar Exploration Working Group, ILEWG)은 9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회의를 갖고 현대판 노아의 방주에 해당하는 시설을 달에 세울 계획을 논의했다. 이는 지구 최후의 날에 대비해 노르웨이 스발바르 섬에 건설돼 지난해 11월 가동하기 시작한 ‘최후의 날 씨앗 저장고’에 버금가는 계획이다.

먼저 달 표면 바로 아래에 지하시설을 건설하고 노아의 방주라 할 수 있는 이곳에 지구 생명체의 DNA 정보, 철 제련법, 농작물 재배방법 등을 담은 하드디스크를 묻는다. 이 방주는 로봇에 의해 지켜질 것이라고 한다. 물론 엄청난 재앙을 겪고도 지구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이 정보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달 노아의 방주에서는 지구에 건설될 4000개의 특수 벙커를 향해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중국어, 스페인어, 아랍어로 정보를 전송한다. 생존자들이 이 정보를 받아 지구 문명과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예측이다.

ILEWG는 정보뿐 아니라 식물씨앗, 미생물, 동물 배아 같은 생명체도 달 노아의 방주에 집어넣을 생각을 갖고 있다. 유럽우주국(ESA) 과학자들은 달에서 박테리아 생태계와 식물을 가지고 실험할 계획이다. 냉동시켜 장거리를 운송하고 영양분이 거의 공급되지 않아도 잘 사는 튤립이 최적의 후보다. 2012년이나 2015년에 튤립이 달의 온실에서 꽃을 피울지 모른다.

2020년까지 과학자들은 수명이 30년인 시험용 데이터뱅크를 달에 설치해 실험할 생각이다. 완전한 노아의 방주는 2035년까지 달에 건설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재난에 대한 과학자들의 진지함에 경의를 표한다.

물론 이런 노아의 방주가 필요 없으면 가장 좋을 것이다. 소행성 충돌이야 하늘의 뜻이라 어쩔 수 없다(사실 지구에 충돌하려는 소행성의 궤도를 인위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해도 전 세계적인 핵전쟁, 또는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는 인간의 노력으로 막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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