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로 돼지 복제 성공
강원대-충북대-축산과학원-경기도 공동연구 결실
2007년 12월 27일 | 글 | 임소형 기자ㆍsohyung@donga.com |
 
골수에서 뽑아낸뒤 난자와 결합

체세포 복제보다 생산효율 높아


국내 연구진이 세계에서 처음 줄기세포로 돼지를 복제(사진)하는 데 성공했다.

경상대 수의대 노규진 교수는 “강원대 이은송 교수와 충북대 현상환 교수, 축산과학원 성환후 박사,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와 공동으로 돼지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이용해 복제돼지를 만들었다”고 26일 밝혔다.

돼지는 해부학, 생리학적으로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로 장기의 크기도 사람과 비슷하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을 장기이식용 복제돼지의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동물을 복제할 때 주로 체세포가 이용됐다.

노 교수는 “체세포 복제의 경우 수정란이 일찍 죽거나 기형, 유산, 조산, 사산, 출생 후 조기사망 등의 문제가 생겨 생산 효율이 1∼5% 수준이었다”며 “체세포보다 분화가 덜 된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효율을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장기의 크기가 성인과 가장 비슷한 몸무게인 약 70kg의 암컷 미니돼지 골수에서 중간엽 줄기세포를 뽑아냈다. 성체줄기세포의 일종인 중간엽 줄기세포는 분화가 거의 진행되지 않은 초기 단계의 줄기세포. 추출과 배양, 보관 등이 체세포보다 까다롭다.

연구팀은 일반 돼지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다음 중간엽 줄기세포를 주입하고 전기충격으로 융합시켜 복제수정란을 만들었다. 그리고 복제수정란 약 100개씩을 일반 돼지(대리모) 5마리의 자궁에 착상시켰다.

그중 1마리의 대리모에서 3일 복제돼지 새끼 4마리가 태어났다. 새끼 가운데 1마리는 몸무게가 400g, 나머지 3마리는 800g이었다. 400g짜리는 출생 이틀 뒤 유전자 분석을 위해 연구팀이 희생시켰고, 다른 1마리는 어미젖을 먹다 압사했다. 나머지 새끼 2마리는 현재 건강하게 살고 있다.

다른 대리모 돼지 2마리도 출산을 앞두고 있다.

노 교수는 “일본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해 쥐와 소 복제에 성공한 적이 있으나 돼지는 이번이 세계에서 처음”이라며 “앞으로 면역체계를 조절한 유전자를 줄기세포에 삽입해 복제하는 기술을 개발하면 면역거부반응이 없는 이식용 이종장기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현재 국제저널에 투고할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농촌진흥청 바이오장기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2007년 동아사이언스 10대 과학뉴스
동아사이언스 ‘태양 5억 배 크기 블랙홀 발견’ 1위
2007년 12월 24일 | 글 | 편집부ㆍ |
 
동아사이언스 독자들은 2007년 동안 어떤 기사를 재미있게 봤을까. 태양보다 5억 배가 큰 블랙홀과 괴생물체 ‘예티’의 정체에 대한 기사가 인기를 끌었다. 동아사이언스 뉴스 중 올 한해 가장 인기 있던 기사 10개를 선정했다. 선정 방식은 조회수를 기준으로 하되 오래된 기사일수록 조회수 누적이 많다는 점을 감안했다. 월별로 조회수에 따라 1~3위 기사를 고른 뒤 기간을 똑같이 설정했을 때 예상되는 조회수를 산정해 최종 선정했다.

1. 태양 5억 배 크기 블랙홀 발견
국제 연합 천체관측팀이 지구에서 130억 광년 떨어진 퀘이사의 중심에 있는 태양 5억 배 크기의 블랙홀 CFHQS J2329-0301을 지난 6월 발견했다. 즉, 이번에 관측한 블랙홀은 130억년 전의 모습인 셈. 빅뱅 이론에 따르면 130억 년 전은 우주가 탄생한지 겨우 7억 년이 지났을 무렵이다. 관측팀장인 캐나다 오타와대 크리스 윌롯 박사는 “우주 탄생 초기에 어떻게 이런 거대한 블랙홀이 만들어졌는지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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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괴생물체 ‘예티’의 정체는?
2007년에 발견된 괴생물체의 정체를 밝힐 수는 없을까. 이들의 DNA 염기서열을 분석하면 어떤 동물과 가까운지 알 수 있다. 2004년 벨기에 브뤼셀자유대의 밀린코비치 교수팀은 ‘예티’라 불리는 설인의 DNA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말과 가장 가깝다고 과학학술지 ‘분자계통학 및 진화’에 만우절 특집으로 발표했다. 현장에서 채집한 털이 예티가 아닌 말의 털일 수도 있지만, 밀린코비치 교수는 “말에서 예티가 진화했다”고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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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화성이 뒤집혔어요?
화성의 자전축이 뒤집혀 해안선이 높아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물결모양의 퇴적층은 과거에 바다였다는 유력한 증거인데, 이 지형은 육지보다 2.5km나 높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타일러 페론 교수는 “과거 화성에서 거대한 화산이 폭발하거나 소행성이 충돌해 자전축을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네이처’에 6월 14일자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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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비교체험 KAIST vs. 포스텍
매년 700명의 학부 졸업생을 배출하며 이공계 ‘인재양성소’라고 불리는 KAIST와 300명의 ‘소수정예부대’를 길러내는 포스텍. 과학동아에서 8월호 특집기획으로 KAIST와 포스텍을 비교했다. 대학생의 하루 일과를 살피며 학풍을 비교하고, 2008학년도 신입생 모집요강을 분석해 각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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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에이즈, 조상들이 남긴 빚?
게놈에는 생물을 만드는 유전정보뿐 아니라 그 생물의 조상들이 지나온 역사의 흔적이 담겨있다. 미국 프레드허치슨암연구소의 마이클 에머만 박사팀은 침팬지의 게놈에는 ‘PtERV1’이라는 고대 바이러스의 흔적이 100군데 이상 있지만, 인간에게는 전혀 없다고 ‘사이언스지’ 6월 22일자에 밝혔다. 인간의 면역체계는 에이즈 바이러스에는 약해도 PrERV1는 막을 수 있었던 것. 에머만 박사는 “영장류의 면역체계는 에이즈나 PrERV1 중 하나만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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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쓰레기서 ‘삼중수소’ 노다지로
한국수력원자력은 경북 월성원자력발전소에 삼중수소제거설비를 설치해 7월 26일부터 삼중수소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는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체나 물체의 외형과 성분을 한번에 분석하는 중성자 검색대에 쓰이며 1g에 2700만원을 호가한다. 산업용 삼중수소 생산은 캐나다에 이어 세계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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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태초에 태어난 아기 은하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다니엘 스탁 교수팀은 약 132억년 전의 은하 2개를 발견했다고 ‘천체물리학지’ 7월 1일자에 발표했다. 이 은하는 우주가 탄생한지 5억년 뒤에 태어난 셈. 연구에 참여한 리처드 엘리스 교수는 “이번에 발견한 은하들은 암흑시대에 수소원자들이 어떻게 별과 은하를 형성했는지 알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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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문제아 될뻔한 ‘외골수 천재’
올 3월 미국 스탠퍼드대 입학 허가를 받은 부산 한국과학영재고 3학년 김형록 군. 그는 말솜씨도 서툴고 성격도 내성적이라 영재고 입학 초기 중퇴할 생각도 했다. 그러나 1학년 담임이던 김영환 교사는 김 군의 심리를 이해하고 재능을 인정해 조기 졸업과 유학이라는 목표를 설정해 주며 격려했다. 좋은 스승을 만나 재능을 꽃 피운 한국판 ‘굿 윌 헌팅’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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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십자군 전쟁에 쓰인 탄소나노튜브?
사라센 군이 사용한 다마스커스 검은 십자군의 검을 종종 동강냈다. 다마스커스 검에 새겨진 뱀무늬 모양의 잔금이 검을 강하게 만든다고 추측했지만, 실제 이유와 제조법은 오랫동안 수수께끼였다. 하지만 독일 드레스덴대 재료공학자 피터 파플러 교수는 다마스커스 검에서 탄화철 합금을 둘러싼 탄소나노튜브를 발견했다고 ‘네이처’ 2006년 11월 15일자에 발표했다. 파플러 교수는 “검의 재료에 함유된 불순물이 촉매로 작용해 제련과정에서 탄소가 나노튜브 형태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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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엄마 쪽 핏줄이 더 당긴다?
미국 텍사스대 심리학과 데이비드 버스 교수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전중환 씨는 친척과 ‘나’의 혈연관계를 바탕으로 이타적 행동의 정도를 예측하는 수학모델을 만들어 그 결과를 ‘왕립학회보 B: 생물과학’ 2월 28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이 연구는 내가 위험에 처한 사촌을 도와줄 의향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는 것으로 어머니와 연결된 친척이 더 높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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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국내 10대 과학뉴스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 ‘핵융합 실험로 ‘KSTAR’ 본격 가동’ 1위
2007년 12월 24일 | 글 | 편집부ㆍ |
 

1. 핵융합 실험로 ‘KSTAR’ 본격 가동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제작된 실험용 핵융합로 KSTAR가 지난 9월 완공돼 시험 가동을 시작했다. 계획부터 완공까지 꼬박 12년이 걸린 ‘대공사’다. KSTAR는 세계 최초로 고성능 초전도 자석만으로 핵융합의 원료인 플라스마를 가두는 ‘토카막 장치’를 제작해 국제 핵융합계의 주목을 받았다. 앞으로 KSTAR는 핵융합 상용화를 위해 장시간 운전(300초 이상)과 제어기술을 실험하는 기반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KSTAR 건설 과정에서 얻은 기술과 노하우를 살려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이 추진하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2. 세계 최초 ‘용광로 없는’ 파이넥스 공법 상용화
지난 5월, 포스코는 용광로 없는 파이넥스 공법의 상용화 설비를 세계 최초로 준공하는데 성공했다. 파이넥스 공법은 가루형태의 철광석과 일반 유연탄을 가공하지 않고 바로 사용하는 철강제조 방법. 파이넥스 공법을 사용했을 때 배출되는 환경오염 물질의 양은 용광로 공법의 1~3% 수준이며 먼지 발생량도 28%에 불과하다. 원료를 따로 가공할 필요가 없어 설비투자비도 절감된다. 이번 성공으로 포스코는 세계 철강기술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 세계 최초 30나노 64기가 낸드플래시 메모리 개발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30나노미터(nm, 1nm=10-9) 공정으로 제작한 64기가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30나노미터는 머리카락 굵기의 4000분의 1 수준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장비로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40나노미터까지만 좁힐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기존에 있던 60나노미터 반도체 제작 설비를 이용해 회로 사이에 또 하나의 회로를 그려넣는 방법으로 선폭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이 제품 16개를 모은 128Gb 메모리카드에는 종이신문 800년치, MP3 음악파일 3만2000곡을 담을 수 있다.

4. ‘와이브로’ 기술 3G 국제표준 채택
순수 국산 기술로 개발된 휴대 인터넷 ‘와이브로’(WiBro)가 지난 10월 3세대 이동통신의 국제표준으로 채택됐다. 이는 국내 독자개발 이동통신 기술 가운데 최초다. 현재 미국, 일본, 영국, 대만 등 40여 개국에서 와이브로 서비스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와이브로를 개발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향후 5년간 약 94조 원 규모의 세계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5. 청소년 과학 실력 추락과 이공계 대학 개혁 바람
OECD가 발표한 ‘학업성취도국제비교 2006’에서 우리나라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과학 성취도가 57개국 가운데 11위를 차지했다. 이는 2000년 1위에서 10계단이나 추락한 것. 또 최상위 5%이내 학생만 비교한 순위는 세계 17위에 그쳐 국내 이공계 위기론이 재확인됐다.
이공계 위기와 관련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서울대 공대의 개혁이 주목받고 있다. KAIST는 종신교수직을 뽑는 ‘테뉴어 심사’에서 신청자 35명 가운데 15명을 탈락시켜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서울대 공대도 학부생에서 필요한 기초 과목 위주로 교과 과정을 전면 개편하며 이공계 개혁에 동참했다.

6. 장기기억 형성 단백질 발견
서울대 강봉균 교수팀은 지난 5월 뇌가 기억을 오랫동안 저장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 ‘CAMAP’을 발견, 역할을 규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CAMAP은 평소 신경세포 사이의 틈인 시냅스에 있다가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핵으로 이동해 장기 저장에 필요한 유전자들을 움직인다. 이 연구 결과는 기억 형성 과정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기억 조절 기술의 발판을 제공한 점을 인정받아 생명과학분야 최고 학술지인 ‘셀’ 5월호에 실렸다.

7. 한국 온난화 심화와 기상 오보 논란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의 기온 상승량은 세계 평균의 2배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한반도가 아열대로 바뀌고 있다는 우려가 수치로 나타난 것. 기온과 더불어 올라가는 기상청의 오보율도 우려를 불러왔다. 기상청은 올초 대설과 황사 예보를 연달아 틀리며 기상 예보에 대한 불신을 늘렸다. 지난 2004년 세계 최고 수준인 슈퍼컴퓨터 2호기를 도입하고도 운용 능력 부족으로 인해 예보 정확도를 낮추기만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기상청의 신뢰도는 또 한번 추락했다.

8. 세계 최고 효율 태양전지 개발
지난 7월 광주과학기술원 이광희 교수팀은 세계 최고 효율성의 플라스틱 태양전지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태양전지는 에너지 전환효율이 6.5%로 현재까지 개발된 유기물 플라스틱 태양전기 가운데 가장 높은 효율성을 자랑한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휘거나 접을 수 있고 제작비용이 저렴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손꼽힌다. 이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에 실렸다.

9. 기술유출 논란과 기술유출방지법 시행
올해 대형 기술유출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KAIST 교수가 학교의 특허를 자신 소유의 벤처기업에 넘긴데 이어 대우조선해양, 기아자동차, 포스코 등 굵직한 대기업의 간부나 전직 연구원이 핵심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하려다 적발됐다. 정부는 국가를 먹여살릴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10. 최다 안드로메다은하 구상성단과 퀘이사 발견
지난 8월 한국천문연구원 김상철 박사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이명균 교수팀은 10년에 걸친 관측자료를 분석해 안드로메다 은하에 있는 113개의 구상성단을 새로 발견했다. 이는 안드로메다 은하 연구사상 최다 갯수다. 이 연구 결과는 천문 학술지 ‘애스로노미컬 저널’에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임명신 교수팀은 먼 우주연구의 ‘장벽’으로 불리는 은하수에서 퀘이사 40개를 새로 찾았다. 퀘이사는 우리 은하에서 멀리 떨어져있지만 블랙홀 주변의 에너지에 의해 태양 같은 항성처럼 밝게 빛나는 특이한 천체. 연구팀이 발견한 것 가운데 13개는 천체등급 18등급 이상의 ‘밝은 퀘이사’로 이는 지금까지 은하수에서 발견된 밝은 퀘이사 전체 갯수(10개)보다 많은 양이다.
크리스마스에 관한 Q&A
엉뚱한 질문, 과학적 답변
2007년 12월 21일 | 글 | 김상연 기자ㆍdream@donga.com |
 
루돌프 코는 표피 밑에 빛을 내는 기관에서 효소가 산소와 루시페린이라는 화학물질을 결합해 빨간 빛을 낸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마다 아이들은 엉뚱한 궁금증에 곧잘 빠져든다. 산타는 그 많은 착한 어린이에게 어떻게 선물을 전달해 줄까. 루돌프는 잠도 자지 않고 날아다닐 수 있는 걸까. 예수 탄생 때 떴다는 별은 과연 무엇일까. 과학자들이 크리스마스 철마다 나오는 질문에 대해 나름대로 답하고 있다.


Q. 산타는 크리스마스에 정말 바쁘겠어요. 얼마나 바삐 돌아다녀야 하는 거죠?

A. 스웨덴 기술 컨설팅 회사 스웨코가 최근 재미있는 분석을 내놓았어요. 종교에 상관없이 지구의 모든 어린이에게 선물을 주려면 24, 25일 이틀 동안 25억 가구를 방문해야 해요. 계산 결과 산타는 한 집에 도착한 뒤 34마이크로초 만에 굴뚝을 통해 내려가 양말 안에 선물을 넣어야 한대요. 1마이크로초는 100만분의 1초죠. 썰매를 끄는 순록도 1초에 5800km를 날아야 하죠.


Q. 산타도 산타지만 루돌프도 장난이 아니네요. 잠잘 틈도 없는데 어떻게 견디죠?

A. 노르웨이의 트롬쇠대 카를 아르네 스토칸 교수가 2005년 과학저널 ‘네이처’에 순록의 생체시계를 조사해 발표했어요. 동물은 24시간에 맞춰 자고 깨는 생체시계를 가져요. 하지만 극지에 사는 순록은 생체시계가 특이해서 빛이 있으면 오랫동안 자지 않을 수 있대요. 산타가 왜 순록 중에서 특히 루돌프를 선택했는지 이해가 되네요. 빨간 코가 항상 빛나니까 잠을 더 안 잘 수 있겠죠. 미국의 온라인 출판사 하우스터프웍스는 최근 루돌프 코가 빨갛게 빛나는 이유를 소개했어요. 루돌프 코의 표피 밑에 빛을 내는 기관이 있는데 이곳에서 효소가 산소와 루시페린이라는 화학물질을 결합해 빨간 빛을 낸다는 거예요.


Q. 제 친구는 산타와 사진 찍는 걸 싫어해요. 이상하지 않나요?

A. 결코 친구가 이상한 게 아니에요. 미국 뉴욕시립대를 은퇴한 존 트링카우스 교수는 2003년부터 백화점의 산타 도우미 품에 안긴 어린이들의 표정을 조사해 매년 ‘심리학 보고서’에 발표했어요. 그 결과 6%의 어린이만 신나거나 행복해했을 뿐 90%의 어린이가 심드렁해하거나 내키지 않아 했어요. 3%는 울상을 지으며 산타의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했죠. 반면 보호자의 87%는 즐거워했대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요.


Q. 예수가 태어났을 때 나타났다고 하는 ‘베들레헴의 별’은 무엇이죠?

A. 기독교 성경에 따르면 그 별을 보고 동방박사 셋이 찾아와 예물을 바쳤다고 하죠. 1999년 미국 프린스턴대 마크 키드거 교수는 ‘베들레헴의 별’이라는 책에서 “기원전 5세기 봄 중국 천문 기록에 나타난 염소자리의 혜성이나 신성”이라고 주장했어요. 미국 럿거스대 마이클 무어 교수는 2001년 고대 로마의 천문 기록을 근거로 “기원전 6세기 봄에 달이 목성을 부분적으로 가린 현상이 베들레헴의 별”이라고 주장했어요. 당시 이 현상은 새로운 왕의 탄생을 뜻했다고 해요. 어느 쪽이 맞든 예수는 겨울이 아니라 봄에 태어난 셈이네요.


Q. 크리스마스에 태어나면 운이 좋다는데 정말인가요?

A. 실제로 물리학자 뉴턴이 크리스마스에 태어났어요.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와 이스라엘 기술연구소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국경일, 특히 크리스마스에 태어난 유명인사가 꽤 있대요. 어떤 날에 특별한 기운이 있다기보다는 기념일에 태어났다는 기대감이 자라면서 성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해석이 가능해요. 또 신앙이 강한 사람일수록 생명이 위급해도 종교적인 기념일을 지나 사망하는 경향이 있대요.
[임경순의 과학산책]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원소는?

원자번호는 19세기 멘델레예프가 주기율표를 제안한 이래로 원소를 구별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는 원자번호가 1이며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는 가장 무거운 원소인 우라늄은 원자번호가 92번이다. 원소의 발견은 과학자들 사이에 아주 중요한 업적으로 평가되어 많은 과학자들이 새로운 원소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 원소 주가율표와 이를 만든 러시아 화학자 멘델레예프.
처음에 멘델레예프는 원자량에 따라 원소를 구분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1902년 러더퍼드와 소디가 원소 변환을 발견하고 새로운 방사성 물질이 출현하면서 과학자들이 저마다 자신들이 새로운 원소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혼선이 빚어졌다. 다행히도 1913년 방사성 원소와 그의 주기율 법칙과의 관계를 연구하던 소디가 핵의 전하량은 같지만 원자량이 다른 ‘동위원소’ 개념을 제기하고, 뒤이어 헨리 모즐리가 X-선 분광학을 이용하여 원자번호를 원자량이 아닌 핵의 전하량에 의해 재정의하면서 논란은 점차 해소되었다.

우라늄보다 원자번호가 큰 원소도 속속 발견되기 시작했다. 이는 원자탄 개발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1940년 5월 버클리대학의 에드윈 맥밀런과 필립 에이블슨은 원자번호 93번인 넵튜늄을 발견했으며, 이어 1941년 2월 버클리의 젊은 화학자 글렌 시보그는 세그레와 함께 원자번호 94번인 플루토늄을 발견했다. 플루토늄은 우라늄과 함께 현재 중요한 핵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원자번호가 94번 이상인 초우라늄도 계속 발견되어 미국, 퀴리, 버클리, 캘리포니아, 아인슈타인, 페르미의 이름이 붙은 새로운 원소들이 주기율표를 채워나갔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미국, 독일, 구소련의 과학자들은 101번 멘델레븀(Md), 102번 노벨륨(No), 103번 로렌슘(Lr), 104번 러더퍼듐(Rf), 105번 더브늄(Db), 106번 시보규ㅁ(Sg) 107번 보어륨(Bh), 108번 하슘(Hs), 109번 마이트너륨(Mt) 등 원자번호 100번 이상의 원소들을 계속 합성해 내었다.

초우라늄 원소들은 그 이름을 붙이는 과정에서 많은 논쟁이 야기되기도 했다. 전통적인 관례에 따르면 새로운 원소의 발견자가 그 원소의 이름을 정할 권리를 가진다.
그러나 1994년 국제 순수 및 응용 화학연맹(IUPAC:International Union of Pure and Applied Chemistry)이 원자번호 106번의 명칭을 시보규ㅁ으로 정하는 것을 거부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으로 미국화학회와 IUPAC는 서로 다른 이름을 사용하다가 1997년 중반에야 논란이 해소되었다.

과학자들은 110번이 넘는 새로운 원소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1994년 다름슈타트 중이온연구소의 연구팀이 원자번호 110번과 111번 원소를 발견한 것이다. 이어 1996년 이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납과 아연을 충돌시켜 원자번호 112번의 원소도 합성해냈다.

다른 초우라늄 원소와 마찬가지로 원자번호 112번 원소도 생성 즉시 순식간에 붕괴하지만, 이것이 발견됨으로써 과학자들은 원자번호 114번의 새로운 원소도 합성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이론상 원자번호 114번부터 이어지는 주기율표상의 원소들은 ‘안정된 원소군’에 해당된다. 즉 이 부분의 원소들은 상대적으로 긴 수명을 지녀서 과학자들이 물질의 조성과 성질을 연구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1999년 러시아의 듀브나 핵연구소 연구원들은 플루토늄과 칼슘 이온을 충돌시켜 양성자가 114개인 원자번호 114번의 원자를 만들어냈다. 이보다 한달 앞서서 미국 로렌스 버클리연구소의 연구팀들은 납과 크립톤 이온을 충돌시켜 원자번호 116번과 118번의 물질의 존재도 확인했다. 아직 원자번호 113번, 115번, 117번의 존재는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과학자들은 최고 150번까지 원소가 존재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미래의 주기율표는 서울의 지하철 노선만큼이나 복잡해질 것 같다.

( 임경순 포항공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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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원유·가스 시추선 ‘드릴십’…한국을 먹여살릴 ‘드림십’
한척에 6000억 황금시장 한국이 세계 점유율 73%
高유가 시대 희망 퍼올리는 기술로
김덕한 기자 ducky@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수심 1500m가 넘는 깊은 해저(海底)에 구멍을 뚫어 원유나 가스를 시추해 내는 선박인 ‘드릴십(drill ship)’. 바다 밑 구멍은 어떻게 뚫을 수 있을까. 마구잡이로 드릴을 돌려대다간 자칫 해저에서 원유·가스가 분출, 바다만 오염시키고 유전을 망쳐버릴 수 있다. 유정(油井)의 구멍은 쇠파이프가 아닌 특수한 진흙(mud)으로 뚫는다. 깊은 해저 역시 흙인데 어떻게 진흙으로 뚫을 수 있을까. 또 바다 위에 떠서 조류와 파도에 흔들리면서도 다른 곳으로 떠내려가지 않고 한 곳에 머물며 구멍을 뚫을 수 있는 비결은 뭘까. 드릴십 기술의 비밀 세계로 들어가 보자.


6000억원 넘는 ‘황금알’ 드릴십

삼성중공업은 지난 11월 10일 극지(極地)용 드릴십을 세계 최초로 건조, 명명식을 갖고 발주처인 스웨덴 스테나사에 인도했다. 드릴십은 파도가 심한 해상에서 일정한 위치를 스스로 유지하면서 심해 해저를 파내려 가야 한다. 그만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척당 가격은 보통 6000억원이 넘는다. 고(高)부가가치선에 속하는 초대형유조선(VLCC)의 4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2배가 넘는 조선산업의 대표적 블루칩이다. 배를 운용하는 석유회사 입장에서는 드릴십을 빨리 해저 유전에 투입할수록 수익이 커진다. 때문에 계약기간보다 납기를 앞당기면 조선사들은 보너스도 두둑하게 받을 수 있다. 아무나 만들 수 없는 해양설비이기 때문에 계약착수금 역시 다른 선종(船種)에 비해 월등히 많다.

오늘날 수심 1500m 내외의 해저 유전개발 기술은 거의 완성돼 있다. 드릴십이 구멍을 뚫고 나면 FPSO(부유식 원유저장 생산 설비)가 그 구멍을 통해 원유·가스를 뽑아낸다. 원유가격이 많이 오르고, 또 쉽게 원유를 뽑아 올릴 수 있는 지상 유전의 매장량이 줄어들면서 해저, 특히 아주 깊은 심해나 북극해 등 작업이 어려운 곳의 유전 개발 바람도 불고 있다. 그러니 해저 유전 개발 장비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고차원의 기술이 필요하다.

▲ 삼성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극지(極地)용 드릴십‘스테나 드릴막스’
이번에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드릴십 ‘스테나 드릴막스’는 에베레스트(8848m) 높이보다 더 깊은 해저 11㎞까지 파내려 갈 수 있다. 높이 16m의 파도와 초속 41m의 강풍에서도 일정한 지점을 유지할 수 있는 최첨단 위치 제어기술도 채택했다. 특히 영하 40도의 혹한 속에서도 작업이 가능한 ‘극지용’이다. 작년 산업자원부로부터 ‘세계 일류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기술력 때문에 한국 조선소들은 전 세계 드릴십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2005년부터 전 세계에서 발주된 드릴십 총 22척 중 16척을 수주, 시장점유율 73%를 차지했다. 고(高)유가 시대에 가장 유망한 해양설비 시장에서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진흙으로 구멍 뚫고 부스러기도 제거

해저에 구멍을 뚫으려면 우선 암석을 파괴할 수 있어야 하고, 굴착된 암석 부스러기를 효과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뚫어낸 구멍이 무너져 내리지 않아야 하고 원유·가스의 분출도 막아야 한다. 그래서 채택한 것이 진흙(mud) 순환방식이다.

해저에 시추관을 내리면서 그 안으로 진흙을 흘러내려 보낸다. 시추관 끝에 도착한 진흙은 노즐에서 강한 압력으로 분사되고, 분사 후에는 유정(해저에 뚫은 구멍)의 벽과 시추관 사이 틈을 통해 다시 위로 밀려 올라온다. 그냥 올라오는 게 아니라 파낸 흙·암석 부스러기를 함께 운반한다. 노즐의 압력으로 분사되는 힘으로 바닥에 구멍을 뚫고, 또 진흙의 점착성을 이용해 절삭된 부스러기를 위로 가져 올라오게 됨으로써 구멍 뚫기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원리.

어느 정도 깊이까지 굴착이 진행되면 유정의 붕괴와 원유·가스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시추관을 끌어올린 후 파이프를 유정 구멍에 삽입한다. 그리고 파이프와 유정 벽 사이에 시멘트 반죽을 압축해 넣은 다음에 굳혀 안정된 구멍을 확보한다. 그러면 구멍 지름은 처음 뚫은 것보다 줄어들게 되고, 이후에는 좀 더 지름이 작은 시추관을 이용해 원유·가스가 매장된 곳까지 굴착을 진행한다. 시추에 성공할 확률은 100개 중 2~3개 정도.

자세 유지하는 데 GPS·음파·레이저 총동원

흔들리는 바다 위에서 드릴십이 한 곳에 계속 멈춰 있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동적(動的) 위치제어시스템(DPS·Dynamic Positioning System)이 그 해법이다. 모든 선박은 해상에서 전후, 좌우, 상하로 흔들린다. DPS는 이런 움직임을 제어해, 선박의 정확한 기동과 조종을 가능하게 하는 여러 선박운항 시스템의 통합 시스템이다.

우선 디퍼런트 GPS 시스템. 네트워크로 연결된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측정한 GPS 정보를 통해 선박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다. 다음은 음파위치정보(hydroacoustic position reference). 배 아랫부분에 장착된 음파송수신기에서 음파를 발사해, 유정 주변에 오각형으로 배치된 음파반응기의 반응정보를 통해 선박의 정확한 위치를 측정하는 장비로, 수심이 깊은 지역에 적합하다. 또 하나는 레이저 링크(laser link). 지상의 특정 위치에 고정된 구조물에 레이저 빛을 쏴 반사돼 돌아오는 빛의 정보를 분석함으로써 구조물과 선박 간의 거리와 위치 정보를 획득한다. 토트 와이어(taut wire) 시스템은 해저 면의 일정 지점과 선박을 팽팽한 줄로 연결해 선박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줄의 변화를 측정함으로써 선박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장비다. 이 같은 복합적인 기술을 통해 드릴십은 떠 있으면서도 똑같은 위치를 유지할 수 있다.

해저 유전 개발은 1953년 멕시코 만에 수심 10m 플랫폼을 설치한 것이 최초다. 1970년대 중동전쟁을 계기로 유럽의 북해 유전 개발이 본격화됐고, 최근 고유가 시대를 맞아 또 다른 심해유전 개발 붐이 일고 있다. 이 새로운 역사의 중심에 한국 조선소들이 서 있다.



드릴십(drill ship)

수심이 깊거나 파도가 심해 고정된 구조물을 설치할 수 없는 해상에서 원유와 가스 시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선박 형태의 시추설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 척당 6000억원이 넘는다.
입력 : 2007.12.05 23:59
“어릴 적 환경이 과학자 만든다”
책을 많이 읽는 가정에서 태어나 중고등학교 때 뛰어난 과학자를 만난 경험이 있는 사람은 과학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교육학과 오헌석 교수팀은 국내 대표 과학자 31명을 분석해 최근 발표한 ‘과학 인재의 전문성 개발 과정에서의 영향 요인에 관한 연구’에서 이 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1987년에서 2007년까지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한국과학상, 젊은 과학자상 등을 수상했거나 각종 기관에서 업적을 인정받은 과학자 31명을 심층 인터뷰해 이들의 공통된 특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과학자들은 대부분 초중고등학교 시절에 ‘자기 주도적 학습태도’와 ‘다양한 분야에 관한 관심과 강점’을 지녔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책을 많이 읽는 가정환경에서 성장했거나 어릴 적에 과학자와 의미 있는 만남을 가진 경험이 있다고 한 응답도 전체의 70%를 넘었다.

또 조사 대상 과학자 90%가 대학시절에 자신의 미래 계획을 혼자 세우거나 남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분야에 신경을 쏟았다. 이를 바탕으로 한 석ㆍ박사 과정과 박사후과정에서 특정 과제에 한껏 몰입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역시 90%에 이르렀다.

창의연구단장 경험서 입증

이번 연구에서 발견된 과학자들의 성장 과정은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집단인 창의적연구진흥사업단장들에게서도 확인된다.

분석대상인 과학자 31명 가운데 창의연구단장은 6명으로 △유룡 기능성나노물질연구단장(KAIST 화학과 교수) △김빛내리 마이크로RNA연구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이효철 시간분해회절연구단장(KAIST 화학과 교수) △조윤제 구조생물학연구단장(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 △김규원 혈관·신경계 통합조절연구단장(서울대 약대 교수) △김은준 시냅스생성연구단장(KAIST 생명과학과 교수)이 포함됐다.

이들에게선 자기 주도적 학습태도, 어린 시절의 지적 자극, 연구 과제의 조기 선정과 몰입 등의 특성이 골고루 나타난다. 이달 초 ‘국가과학자’에 선정된 유룡 단장은 고등학교 시절 흐릿한 등잔불 아래에서 이를 악물고 공부한 경험이 있다. 자신이 정한 공부 분량을 채우지 못하면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유 단장의 활동 무대인 ‘다공성 물질’은 그가 학자로서 본격적으로 발을 딛기 시작한 90년대 초반 이전부터 집중하던 분야다. 당시에는 이 같은 연구가 지금처럼 주목받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그는 다른 과제에 한 눈을 판 적이 없다.

과학계의 신인상 격인 ‘젊은 과학자상’을 받은 유일한 여성인 김빛내리 단장도 어린 시절이 범상치 않았다. 여고 때 읽은 고대 과학사 책이 김 단장을 과학자의 길로 이끈 원동력이 됐다. 간접 경험이긴 했지만 아르키메데스 같은 과학자들의 활동상이 김 단장에게 남긴 인상이 컸던 것이다.

마이크로RNA라는 그의 연구 분야도 이미 박사 시절에 모색한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RNA의 중요성에 눈을 떴고 박사후과정도 관련 연구를 할 수 있는 미국 펜실베니아대에서 보냈다. 이 같은 준비과정에 있었기에 지난 2001년부터 쉴 새 없이 연구성과를 쏟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김빛내리 교수는 “생명과학 분야로 진로를 정한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며 “현재 수행 중인 연구의 가능성에 강한 흥미를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이정호 기자 sunrise@donga.com (2007년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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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보면 더 재미있는 미술]누드화 벗겨보면 기하학이…
2007년 11월 16일 | 글 | 박근태 기자 ㆍkunta@donga.com |
 
미술전람회를 가면 그냥 지나치는 작품이 적지 않다. 미술계 거장의 작품이라고 하니 눈여겨보긴 하지만 그림이 그려진 배경을 잘 모르는 탓에 보는 둥 마는 둥 한다. 본보 플러스 과학면은 세기적 명화를 과학의 눈으로 새롭게 읽어보는 코너를 7회에 걸쳐 소개한다. 과학자와 미술평론가가 모여 미술관에서 명화를 감상할 때 꼭 기억해 둘 만한 핵심 관람 포인트를 제시한다. 첫 회 주제는 ‘누드’로 잡았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정민석 아주대 해부학교실 교수,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와 함께 대표적인 누드 작품 2개를 통해 누드의 관람 포인트를 짚어본다.

【포인트 1】그림 속의 황금비율을 찾아라


‘미와 조화, 균형감’이라는 삼박자를 모두 갖춘 벨베데레의 아폴론은 고대 그리스에서 만든 아폴론상 중 최고 걸작으로 불린다. 상체와 하체, 머리와 목부터 허리까지의 길이가 황금비율(1 대 1.618)을 이룬다. 그리스인들은 이런 방식으로 신체의 비율을 고려해 이상적인 몸매를 만들어 냈다.
미술에 문외한일지라도 가장 편하게 ‘한마디’ 할 수 있는 작품 소재는 몸이다. 하지만 예술가들이 누드를 주제로 작품을 만든 것은 그와 다른 이유다.

이명옥=“누드는 원래 완벽한 비례와 균형, 대칭의 산물이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인은 남성의 몸을 가장 완벽하고 아름답다고 인식했다. 1490년 로마에서 발견된 벨베데레의 아폴론상은 이상적인 남성 누드다. 그리스인들은 이상적인 몸을 묘사하기 위해 키를 기준으로 몸의 다른 부위를 일정한 비례로 만들었다. 카논(‘자’라는 뜻)이라는 이 법칙에 따르면 키가 머리보다 7배(훗날 8배로 바뀜) 길 경우가 가장 아름답다고 봤다.”

과연 당시 예술가들이 수학자나 알 만한 ‘비례’나 ‘법칙’이란 걸 얼마나 의식했을까.

이광연=“가장 이상적인 아폴론상이 만들어졌을 즈음인 기원전 550∼300년은 유클리드 기하학이 완성된 시기다. 벨베데레의 아폴론상을 보면 발바닥에서 머리까지 황금비율이 쓰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어깨 양끝과 남성의 성기를 이으면 역이등변삼각형을 이룬다. 아름다움마저 수학 규칙을 통해 표현하려는 풍토가 반영된 것이다.”


【포인트 2】S라인에 현혹되지 말라


19세기 신고전주의 화가 앵그르의 작품 ‘샘’. 자연스럽게만 보이는 그림 속 여인의 도발적 자세는 해부학적으로는 비정상이다.
미술평론가는 요즘 유행하는 ‘S라인’의 기원을 과거 명화에서 찾아낸다. 육체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시대를 관통하는 걸까.

이명옥=“아름다운 몸을 표현하려는 노력은 유럽 르네상스를 거쳐 19세기까지 이어진다. 16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는 사람 몸을 직접 해부해 작품으로 남겼다. 특히 19세기 화가 앵그르가 그린 ‘샘’의 여성 누드는 이상적 미와 현실감이 조화된 몸으로 꼽힌다. 한 발은 살짝 구부린 채 엉덩이는 치켜세우고 허리는 요염하게 비틀어 성적 매력을 발산한다. 요즘 젊은 여성 사이에서 유행하는 ‘S라인’ 몸매가 한껏 드러나는 자세다.”

과학의 눈으로 볼 때 상당수의 누드화 모델은 해부학적으로 ‘기형’으로 보인다.

정민석=“샘에 등장하는 여성(요정)의 몸은 현실감도 높지만 해부학적 오류가 있다. 그림 속 여인은 오른발을 살짝 들고 있는데, 이럴 경우 골반 오른쪽이 올라가야 몸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오른쪽 골반이 내려간 것은 비정상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와 달리 해부를 했다는 기록이 없는 라파엘로의 경우도 그렇다. 라파엘로가 그린 ‘삼미신’의 한 여신은 흉쇄유돌근이 나타나지 않고 다리 무릎 뒤에 있어야 할 오금이 보이지 않는다. 화가는 아마도 좀 더 ‘예술가의 시각으로’ 완벽한 미를 추구하기 위해 사실대로 그리지 않았을 것이다.”


【포인트 3】소품 하나에도 과학이 있다


명화에는 뜻밖에도 당시의 ‘첨단’ 과학지식이 반영돼 나타나기도 한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다. 작품 ‘샘’에 등장하는 여인 어깨에 얹은 물동이에서 떨어지는 물은 평행선을 그린다. 그러나 떨어진 물이 바닥쯤 왔을 때 평행선은 사라진다.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

이광연=“‘샘’이 그려진 1850년대 중반은 비(非)유클리드 기하학이 처음 제시된 때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에서는 평행선은 절대 서로 마주치지 않는 직선이 아니다. 사회 변화에 민감한 화가였던 앵그르는 과거 2000년간 절대 서로 만나지 않는다는 평행선의 개념이 흔들리고 있음을 작품에 반영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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