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자 한글 수출 안 될 이유 없다] 방법은 뭔가

 

‘한글의 세계화’는 한국어에서 표기 수단인 우리 문자를 전파하자는 주장이다. 문자가 아예 없거나 난해한 문자를 가진 나라나 종족의 언어를 표기하는 방식으로 한글을 보급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모국어인 한국어를 세계 곳곳에 보급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자는 ‘한국어의 세계화’와는 구별된다.

지금까지 ‘한글 세계화’는 ‘한국어의 세계화’와 거의 같은 개념으로 이해되고 추진된 것이 사실이다. 문화관광부 국립국어원에서 개방형 한국어 문화학교인 ‘세종학당’을 세계 곳곳에 짓겠다는 계획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지난 10월 3일 한글사랑 나라사랑 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제 1회 한글문화축제.
국립국어원은 2011년까지 몽골과 중국, 구소련 지역에 100개, 2016년까지는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에 100개의 세종학당을 지어 현지인에게 한글과 한국어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 세계에 500여개의 공자(孔子)학교를 세우겠다는 중국, 현재 10여개의 국제일본어보급센터를 100여개로 확대하겠다는 일본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한글 세계화’ 추진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데는 역설적으로 ‘한글=한국어’로 보는 문화적 인식이 깊숙이 깔려 있다. 세계 문자로 도약할 수 있는 한글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읽지 못하고 국어순화운동 차원에 머무르고 있는 국수주의적인 한글운동, 한국어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이 오히려 ‘한글의 세계화’를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한국어학과의 로스 킹 교수는 한국어의 세계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한국어를 민족어로 생각하는 배타적 사고, 한국어 교육을 국어 교육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사고를 꼽았다.

청주대 김희숙 교수는 ‘한국어의 세계화 대 한글의 세계화:더 나은 전략은?’이란 논문에서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에서 측은해 하시던 ‘어리석은 백성’은 … 한국 밖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현대의 과학문명을 주도하고 있는 앵글로색슨 국가의 사람들 중에서 많은 수가 그들 글자의 비과학성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역설적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이들에게도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한글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국립국어원 이상규 원장은 최근 소멸 위기에 처한 소수 언어권에서 보편 문자(universal letter)로 한글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글에 대해 카피레프트(copy-left·저작권 공유)운동을 벌일 것을 제안했다. 한글이 우리말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글사랑 나라사랑 국민운동본부(공동대표 심재율·함은혜)는 지난 9월 23일 ‘한글 문화 대 강대국’ 선언문을 발표했다. “한글은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 유산이자, 민족의 혼이 담긴 세계 최고의 글자”라며 “한글의 세계화·산업화·수출화·지식화를 통해 한민족의 번영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운동본부는 한글을 전 세계 글자 없는 6000여 종족에 전파, 한글 사관학교를 설립하고 유급(有給) 한글 문화봉사단을 파견, 한글 문화봉사단으로 근무한 청년은 국방 의무를 대체할 것을 주장했다.

한글 세계화 운동에 대한 재정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지난 6월 “경기도에서 영어마을에 투자한 시설비 1700억원이면 동남아 등 세계 각지에 현지인을 위한 세종학당 800개는 더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


/ 채성진 기자 dudmie@chosun.com

인공위성도 ‘작은 것이 아름답다’
스푸트니크호 발사 50년
2007년 09월 28일 | 글 | 이충환, 안형준 기자ㆍbutnow@donga.com, cosmos@donga.com |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57년 10월 4일 미국 백악관은 침묵에 휩싸였다. 러시아가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지구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기 때문. 당시 일부 미국인은 농구공만 한 스푸트니크가 미국 상공을 지날 때마다 러시아가 속속들이 들여다본다며 두려움에 떨었다. 당시 기술로는 어림도 없는 상상이었지만, 요즘은 누리꾼들이 구글어스를 통해 지구 구석구석을 찍은 위성사진에서 누드로 일광욕하는 장면을 골라낼 정도가 됐다.

스푸트니크는 지름 58cm에 무게 83.6kg의 소형위성이다. 초창기 발사체는 가벼운 위성만 우주로 올릴 수 있는 한계 때문에 세계 각국의 최초 위성은 모두 소형위성이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익스플로러(13.9kg), 프랑스의 아스테릭스(42kg), 일본의 오스미(23.8kg), 영국의 프로스페로 X3(66kg), 한국의 우리별 1호(48.6kg) 등이 있다. 1970년대 이후부터는 통신방송위성, 정찰위성을 중심으로 1t이 넘는 대형위성이 등장했다. 특히 통신방송위성은 1990년대 이후 4∼6t으로 덩치가 커졌다.

미니, 마이크로, 나노…. 최근 스커트에 불고 있는 미니 열풍이 인공위성에도 몰아치고 있다. 지구 재난을 감시하고 고장 난 위성을 수리하는 똑똑한 ‘스푸트니크의 후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 주먹만 한 초미니 위성이 대형위성의 자리를 위협할 날도 멀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무게 116kg ‘미니급’… 해상도 2.5m 성능은 ‘점보급’


소형위성은 무게에 따라 미니위성(100∼500kg), 마이크로위성(100kg 안팎), 나노위성(10kg 안팎), 피코위성(1kg 안팎)으로 나뉜다. 1990년대 이후 마이크로전자기계시스템(MEMS) 같은 소형화 기술이 인공위성에 적용되면서 최근 소형위성이 다시 뜨고 있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처럼 최근 소형위성의 활약이 눈부시다.

지구재난감시 위성무리인 DMC가 대표적인 사례다. 2002∼2006년에 영국을 비롯한 알제리, 나이지리아, 터키, 중국이 100kg 안팎의 소형위성을 1기씩 발사해 구성됐다. 5기의 마이크로위성은 해상도 30m급 이상인 카메라를 장착해 자연재난을 24시간 감시할 수 있다. 해상도가 30m인 영상에서는 가로세로가 30m인 지역이 한 점으로 나타난다.

2005년 발사된 영국의 관측위성 톱샛은 작지만 매서운 ‘우주의 눈’이다. 승용차와 트럭을 구별하기에 충분한 2.5m 해상도의 영상을 보내기 때문. 비슷한 능력의 중대형 위성에 비해 개발비용이 20% 이하지만 고해상 영상을 제공할 수 있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776kg의 아리랑 위성 2호가 촬영한 영상이 해상도 1m급임을 감안하면 톱샛은 가격 대 성능비가 탁월한 셈.

보통 2t이 넘는 ‘헤비급’ 통신위성의 자리를 넘보는 소형위성도 있다. 영국의 SSTL사가 개발해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서부아프리카에 통신서비스를 할 예정인 400kg짜리 제미니가 그 주인공. 특정 지역 상공에 머물러야 하는 통신위성은 고도 3만6000km의 정지궤도로 한정돼 있어 지난 40년간 줄곧 대형화돼 왔다.


적은 비용에 개발기간도 짧아 우주기술 시험대


우주에서 신기술을 검증하는 역할도 소형위성의 몫이다. 소형위성은 적은 비용으로 빨리 개발해 발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오비털 익스프레스 프로젝트는 고장 나거나 연료가 떨어진 위성은 버려야 한다는 기존관념을 바꿨다. 3월 서비스 위성(아스트로)이 파트너 위성(넥스트샛)에 다가가 연료를 주입하고 고장 난 컴퓨터를 교체하는 데 성공한 것.

지난해 3월 발사된 25kg짜리 위성 3기로 구성된 ‘스페이스 테크놀로지-5(ST-5)’는 3개월간 위성이 편대 비행하는 데 필요한 핵심기술을 검증했고, 2003년에 발사된 28kg의 XSS-10은 위성을 검사하고 정비할 수 있는 기술을 시험했다.

한국도 과학기술위성과 한누리 같은 소형위성을 이용해 우주용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수신기, 태양전지판, 별 센서(별을 관측해 위성의 자세를 잡는 센서) 관련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한누리 1·2호를 개발한 한국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국내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서 기술시험용 소형위성을 개발 대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생에서 초등생까지 인공위성 나도 만든다

1999년 6월 5일 지구 밖 387km 상공을 날던 미국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의 화물칸 문이 열렸다. 잠시 뒤 표면에 작은 거울이 촘촘히 박힌 축구공만 한 물체 하나가 튀어나왔다. 나이트클럽 천장에 달린 ‘디스코볼’처럼 보였다.

이 물체의 정체는 ‘스타샤인’이라는 미국의 초소형 인공위성. 90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 돌며 태양빛을 반사해 별처럼 반짝이는 임무를 1년간 수행할 목적으로 개발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이 인공위성의 거울은 18개 나라 660개 초등학교 어린이 2만5040명이 힘을 모아 닦았다.

세계 각국에서 우주개발사업이 경쟁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최근 학생들이 직접 만드는 ‘DIY(Do It Yourself·손수 만들기) 인공위성’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대학생이 만들거나 개발에 참여한 인공위성의 개수는 2003년까지 세계적으로 채 50개가 안 됐다. 하지만 지난 4년 사이 2배로 늘어났다. 선진국들은 다음 세대를 책임질 ‘인공위성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학생들의 위성 제작을 장려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사된 무게 4.5kg의 ‘진샛-1’은 본체를 미국의 대학생이 만들었다. 2000년 12월에는 유럽 12개 나라 23개 대학 소속 학생 400여 명이 18개월 동안 세탁기 크기의 ‘세티익스프레스’ 위성을 개발해 궤도에 올렸다. 최근에는 아예 조립식 장난감처럼 위성을 조립하는 부품 세트도 나왔다. 2003년 미국의 전자부품회사 펌킨은 ‘큐브샛 키트’라는 세계 최초의 ‘맞춤형 인공위성 조립 키트’를 6000∼7250달러(540만∼650만 원)에 내놨다. 실제로 3월 콜롬비아 서지오아르비아대 연구팀은 이 키트로 만든 ‘리베르타드 1호’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했다.

일반 음료 깡통(350mL짜리)으로도 위성을 만들 수 있다. 깡통으로 만든 ‘캔샛’은 아마추어 로켓이나 기상관측용 풍선에 매달아 지상 30km 높이까지 발사한다. 이 깡통위성은 주로 지상 사진을 찍거나 대기 성분을 분석해 자료를 전송하는 데 활용한다. 캔샛은 현재 한국항공대와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인공위성 교육프로그램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과학동아 10월호는 점점 작아지는 인공위성의 최신 동향을 특집으로 다뤘다.
한국을 빛낼 태양 ‘KSTAR'
세계 최초로 초전도 자석 전면 채택
2007년 09월 07일 | 글 | 편집부ㆍ |
 
지난 8월 31일 완공돼 오는 14일 완공식을 앞두고 있는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KSTAR). 소위 한국산 ‘인공태양’은 사업비만 총 3090억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KSTAR의 내부. 도너츠 같은 고리 안에 플라스마를 가둔다.
태양의 중심처럼 1억℃가 넘는 초고온의 플라스마 상태에서 가벼운 수소(H) 원자핵들이 융합해 무거운 헬륨(He) 원자핵으로 변하면서 만드는 엄청난 양의 핵융합에너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 지구상에서 아직 어느 누구도 얻지 못한 ‘꿈의 에너지’. 이런 핵융합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태양처럼 핵융합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초고온, 초고압 상태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KSTAR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세계 최초로 초전도 자석만을 사용해 만든 핵융합 장치이기 때문이다. 초전도 자석은 전류가 통과할 때 저항이 0이다. 플라스마를 가두는데 초전도 자석을 사용하지 않으면 1억℃나 되는 고온을 유지할 수 없다. 하지만 초전도 자석 만들기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400가닥의 초전도 선을 꼬아 엄지손가락 두께의 케이블을 만들고, 다시 이 케이블을 감아 자석을 만든다. 게다가 초전도 자석은 극저온에서만 작동하기 때문에 400가닥의 초전도 선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틈을 만들어 이 속으로 영하 268.5℃의 액체 헬륨을 주입해야 한다.

특히 액체 헬륨이 새지 않으려면 초전도 자석이 진공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KSTAR에 쓰이는 초전도자석은 모두 30개. 그 중 길이가 긴 것은 1700m나 된다. 이들이 진공 상태를 유지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처음에는 값비싼 기기를 썼다. 하지만 기기의 감도가 기대에 못 미쳤다.

그래서 고안해 낸 방법은 지름 4m, 높이 4m의 팔각기둥 모양의 큰 수조에 자석을 담군 뒤 물에서 기포가 올라오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었다. 자전거 타이어에 바람을 빵빵하게 집어넣은 뒤 물을 채운 세숫대야에 넣으면 타이어에 균열이 있는 경우 기포가 생기는 원리를 이용했다. 초전도 자석끼리 연결되는 지점에 생기는 저항을 줄이는 방법은 반도체 기판에 얇은 금속막을 입히는 데에서 힌트를 따왔다. 자석의 연결 부위를 은으로 얇게 코팅해 저항을 1나노옴(nΩ, 1nΩ=10-9Ω) 수준으로 낮췄다. 대개 저항이 10nΩ이면 작동할 때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본다.

ITER의 테스트 베드로 활약

KSTAR는 1년간의 시험가동을 거친 뒤 각종 실험을 수행할 예정이다.
“끝이 아니라 시작이죠.” 핵융합연구센터 권면 연구개발부장은 오는 9월 시운전을 앞두고 있는 KSTAR에 대한 감회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제 장치를 만들었을 뿐 본격적인 핵융합 연구는 지금부터라는 것. 10개월간 시운전을 마치고 나면 2008년 6월부터 핵융합발전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시작한다.

운전시간이 300초로 정해진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수소 원자핵들이 핵융합하면서 중성자를 대량 방출하기 때문에 300초 이상 운전할 경우 주변 물질들의 방사화가 일어난다. 무엇보다도 핵융합 기초 연구가 목적인 KSTAR로서는 300초로 충분하다. 2015년 프랑스 키다라쉬에 실제 핵융합발전로를 건설할 계획인 국제핵융합로(ITER)가 목표로 하는 운전 지속 시간도 500초다.

현재 KSTAR는 ITER의 테스트 베드로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ITER 연구팀은 건설비를 줄이기 위해 핵융합로를 재설계하면서 KSTAR와 비슷한 방식으로 초전도 자석의 형태를 바꾸기도 했다. 이 때문에 KSTAR는 ITER의 축소판이자 파일럿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영하 268.5℃의 초전도 자석에 1억℃의 뜨거운 플라스마를 가둬놓는 상극의 기술이 만나 빚어낼 새로운 핵융합에너지. KSTAR는 벌써부터 세계를 설레게 한다.

<이현경의 ‘한국에 ‘인공태양’이 뜬다’ 기사 발췌 및 편집>
우주에 발 디딜 2명의 이공계 전사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 후보 고산, 이소연 씨
2007년 09월 04일 | 글 | 편집부ㆍ |
 
5일 오전 11시, 고산 씨가 탑승 우주인으로 최종 결정됐습니다. 고산 씨는 내년 4월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향합니다. 선발되지 못 한 이소연 씨도 내년 4월까지 예비 우주인으로서 고산 씨와 같은 훈련을 받을 예정입니다. 기사 바로가기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의 임무를 기필코 완수하겠습니다.”

8개월이라는 긴 선발 과정을 통해 1만 8103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우주인 최종후보로 뽑힌 고산(31) 씨와 이소연(29) 씨. 이들은 한마디로 ‘강인한 체력의 젊은 과학자’다.

과학은 짜릿한 모험

구릿빛 피부에 균형 잡힌 몸매. 고 씨의 외모는 과학자의 이미지와 다소 거리가 멀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 재학 시절 그는 권투부, 축구부에서 활동했던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2004년 전국 신인 아마추어 복싱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땄고 축구도 수준급이다. 또 고산(高山)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산악부 활동도 열심이었다. 중앙아시아의 지붕 파미르 고원에 있는 해발 7500m 높이의 ‘무즈타크 아타’(Muztagh-ata)를 한 달에 걸쳐 등반한 경험도 있다.

이처럼 도전과 모험을 즐기는 고 씨에게 가장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한 탐험지는 다름 아닌 ‘인공지능’이다. 그는 우주인 후보에 선발되기 전 삼성종합기술연구원에서 ‘컴퓨터비전’을 연구했다. 컴퓨터비전은 컴퓨터가 사람처럼 카메라 렌즈로 사물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인공지능의 한 분야다.

고 씨의 인공지능 탐험은 한영외고 재학 당시 ‘생각 그 자체란 무엇인가’라는 사춘기 소년의 다소 철학적인 물음에서 시작됐다. 그는 이 질문에 확실한 답을 얻기 위해서 자연과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모험을 택했다. ‘중국어를 배우고 싶어서’ 들어간 외고에서 과감하게 이공계 대학으로 진학하기로 결심한 것.

그는 1995년 서울대공대 원자핵공학과에 입학했다. 모든 물질의 기본을 이루는 미시세계를 탐구하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한 전공이었다. 하지만 공대의 학과과정은 근본적인 물음에 답을 주지 못했다. 고심 끝에 재수라는 또 다른 모험을 선택했고 이듬해 자연대에 다시 입학했다.

수학 전공으로 학부과정을 마치고 인지과학협동과정 대학원 석사과정에 진학한 그는 철학, 심리학, 컴퓨터과학, 신경과학을 두루 공부하며 사춘기 시절의 질문에 답을 구했다. 그리고 ‘사람처럼 사물을 보는’ 인공지능 컴퓨터를 만드는 연구에 뛰어들었다.

고 씨는 이제 우주라는 극한의 공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에게 우주는 인생 최대의 탐험지인 셈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탐험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우주인 선발 과정동안 꿈을 꿀 수 있어 행복했다”며 “우주실험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와 무인 우주탐사선의 ‘눈’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과학은 생활의 중심

“어릴 때 SF만화영화를 즐겨 봤는데, 우주선에 항상 미모의 여자 박사가 있었어요. 그 역할을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우주인 1차 선발에 뽑힌 245명을 축하하는 텔레비전 공연의 생방송 인터뷰 현장. 지원동기를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한 여성 후보가 재미있는 답을 했다. 서글서글한 눈매의 이 후보자는 3달 뒤 한국 우주인 후보 2인에 최종 선발됐다.

우주선을 탄 미모의 과학 박사. 이소연 씨는 이런 소원의 성취를 눈앞에 뒀다. 미모는 이미 갖췄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고, 한국우주인 최종후보 2인에 뽑혔으니 우주선을 탈 확률은 이제 50%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에서 4년 동안 준비해온 박사논문도 이제 마무리만 남았다.

이 씨의 연구분야는 ‘바이오멤스’(BioMEMS)다. 바이오멤스는 생명공학(Bio Technology)과 초소형전자기계시스템(MEMS, 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기술을 접목한 분야로, 생명체 안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구조와 원리를 나노 크기의 디지털 바이오칩으로 재현한다. 이 씨는 크기에 따라 DNA를 분리할 수 있는 나노소자 개발로 박사 논문을 준비해왔다.

이 씨가 한국 최초 우주인 1인에 선발되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18가지 과학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와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이 씨는 실험과 보고 모두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중학교 시절 교육청 과학영재교실에서 처음 흥미를 붙인 과학실험은 과학고를 거쳐 KAIST 학부와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오는 동안 ‘생활의 중심’이었다.

또 그는 연구결과를 보고하고 홍보하는 일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박사과정을 하면서 여러 국제회의에 참석한 이 씨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연구 성과 홍보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박사과정을 마친 뒤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홍보하고 발표하는 국제회의 기획자가 되기를 꿈꿔 왔다.

이 씨가 가장 기대하는 우주 실험은 무엇일까. 이 씨는 “반도체 공정과 유사한 실험을 많이 해 와서 그런지 ‘분자메모리 테스트’에 흥미가 있다”며 “우주에서 먹는 한국형 우주식은 어떤 맛일지, 무중력 공간에서 얼굴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도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체력과 지력을 모두 갖춘 우주인 후보들. 이들이 들려줄 우주실험의 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안형준의 ‘우주실험 임무 걱정마세요!’ 기사 발췌 및 편집>
쓰레기서 ‘삼중수소’ 노다지로
버려두면 방사성 폐기물, 활용하면 1g 2700만원
2007년 08월 17일 | 글 | 경주=전동혁 기자ㆍjermes@donga.com |
 
1g에 2700만 원을 호가하는 방사성폐기물이 있다. 금보다 약 1350배나 비싼 값이다. 이 방사성폐기물은 바로 삼중수소(三重水素).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달 26일부터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 산업용 삼중수소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캐나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다.


산업용으로 쓰이는 방사성폐기물

삼중수소는 중수로형 원전에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이다. 보통 수소보다 3배 무겁다. 중성자가 2개 더 많기 때문이다. 삼중수소는 다른 방사성폐기물과 달리 여러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삼중수소는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체(自發光體)의 핵심 원료다. 전기가 내는 자외선이 형광물질을 자극해 빛을 내는 형광등과 달리 삼중수소 자발광체는 삼중수소가 방출하는 베타선(방사선의 일종)이 형광물질을 자극한다. 갑자기 정전이 돼 어두워지면 큰 사고의 위험이 있는 공항 활주로의 유도등이나 건물의 비상구등에 주로 삼중수소 자발광체가 설치돼 있다. 수명이 13년 안팎이라 형광등보다 5, 6배나 오래 쓸 수 있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워싱턴 덜레스공항과 뉴욕 케네디공항에 중성자 검색대를 설치했다. 물체의 형태만 검사하는 X선 검색대에 비해 중성자 검색대는 성분까지 분석하기 때문에 모양을 바꾼 폭발물도 바로 적발할 수 있다. 중성자 검색대는 물체에 중성자를 쏘아 폭발물의 주원료인 질소가 내는 특정 파장을 찾아낸다. 이 중성자를 발생시키는 게 바로 삼중수소다.


국내 생산 삼중수소 수출 가능성도

최근 들어 국내 전문가들이 삼중수소를 주목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과 유럽연합,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인도가 공동으로 프랑스에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를 건설 중이기 때문이다. ITER는 2020년부터 본격 가동돼 삼중수소와 중수소를 충돌시키는 핵융합반응으로 막대한 에너지를 생산해 낼 것으로 전망된다. 삼중수소가 바로 ITER의 원료가 된다.

현재 산업용 삼중수소를 생산하는 곳은 캐나다 달링턴 원전이 유일하다. 핵융합연구센터 정기정 ITER사업단장은 “캐나다는 ITER 회원국이 아닌 데다 삼중수소 생산량이 연간 700g(추정치)에 불과해 ITER의 연간 사용량(1kg)에 못 미친다”며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삼중수소를 ITER에 판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성원전은 매년 700g 정도의 산업용 삼중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안전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

월성 원전의 중수로형 원자로. 이곳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부산물로 삼중수소가 생성된다. 사진 제공 한국수력원자력
산업용 삼중수소를 생산하려면 삼중수소제거설비(TRF)가 필요하다. 사실 TRF는 중수로형 원전을 가동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중수에서 삼중수소를 분리해 따로 저장하는 설비다. 원전 인근 지역으로 삼중수소가 배출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월성원전은 이렇게 TRF에 모아둔 삼중수소를 산업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다. TRF에 저장된 삼중수소는 티타늄이라는 금속에 결합돼 있는 형태. 한국전력공사 송규민 박사는 “티타늄과 삼중수소를 분리하려면 온도를 700도 이상 높여야 하는데, 이때 삼중수소가 다른 금속에 침투해 설비 전체가 오염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삼중수소가 내는 베타선은 종이나 물로 차단되고 사람 피부도 뚫지 못한다. 그러나 삼중수소가 기체나 액체 상태로 몸속에 들어와 베타선을 방출하면 유전자가 파괴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황용수 박사는 “일정 지역에 삼중수소가 장기적으로 누적될 경우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시민단체인 경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원자력정책연구소는 “곧 TRF 감시기구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초에 태어난 아기 은하
약 132억년 전의 은하 2개를 발견
2007년 08월 09일 | 글 | 김은영 기자ㆍgomu51@donga.com |
 
거대 은하단이 만든 중력렌즈 현상.
초기 우주의 비밀을 담고 있는 아기 은하가 발견됐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다니엘 스탁 교수팀은 하와이 마우나케아의 ‘켁II’ 망원경을 이용해 우주가 탄생한지 5억년 뒤에 태어난 약 132억년 전의 은하 2개를 발견했다고 ‘천체물리학지’ 7월 1일자에 발표했다. 이번에 발견한 은하들은 태초에 태어난 셈이다.

연구팀은 ‘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해 두 은하를 찾았고 ‘아벨 68 c1’과 ‘아벨 2219 c1’이라 각각 명명했다. 중력렌즈 현상은 아주 멀리 떨어진 천체의 빛이 은하나 은하단처럼 거대한 천체의 중력 때문에 휘어져 우리 눈에 보이는 현상이다. 132억년 전의 은하들은 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은하단 때문에 활처럼 휜 모습으로 보인다.

연구에 참여한 리처드 엘리스 교수는 “약 132억년 전의 우주는 공간을 채운 수많은 수소원자 때문에 빛이 아직 직진하지 못한 ‘암흑시대’였다”며 “이번에 발견한 은하들은 암흑시대에 수소원자들이 어떻게 별과 은하를 형성했는지 알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몸은 하나 마음은 둘 운명은 수정란이 결정
‘샴쌍둥이’ 탄생과 심리의 과학
2007년 07월 27일 | 글 | 박근태 기자ㆍkunta@donga.com |
 
영화 ‘샴’의 한 장면.
태어난 날짜는 물론 태어난 시분 초까지 같은 숙명적 존재가 있다. 엄마의 자궁 안에서부터 한순간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이들. 평생 함께 먹고 자고 울고 웃으며 사는 운명 공동체. 몸의 일부분이 붙어 태어난 결합쌍생아(일명 샴쌍둥이)의 삶이다. 얼마 전 샴쌍둥이 자매의 비극적 운명을 그린 공포영화 ‘샴’이 개봉되면서 결합쌍생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샴쌍둥이를 소재로 한 공포 코드의 진실과 거짓을 살펴봤다.

일란성보다 안 닮은 경우도 많아


결합쌍생아는 머리나 가슴, 배, 엉덩이, 다리 등이 붙은 채 태어난다. 과학자들은 일란성 쌍둥이가 되려던 수정란이 완전히 분리되지 못할 때 결합쌍생아가 된다고 보고 있다. 난자와 정자가 수정된 뒤 13∼15일째 완전히 분리되면 일란성 쌍둥이, 완전히 분리되지 못한 채 성장하면 결합쌍생아가 된다는 것이다.

‘샴’의 주인공 자매처럼 배가 붙은 제대결합쌍생아(33%)는 가슴이 붙은 흉결합쌍생아(40%) 다음으로 흔한 사례에 속한다. 2003년 분리 수술을 받다 숨진 이란의 랄레흐 비자니와 라단 비자니 자매는 가장 드문, 두개골이 붙은 경우다.

샴쌍둥이는 일란성 쌍둥이보다 체질과 성격이 더 닮을 가능성이 높다. 태아 때부터 호르몬과 혈액, 산소 등 모든 환경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함께 성장하면서 줄곧 같은 경험에 노출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주인공 자매처럼 한 명은 ‘외향적’인 반면, 다른 한쪽은 ‘내성적’인 사례도 나타난다. 혈액과 영양분이 어느 한 명에게 집중될 경우 일란성 쌍둥이보다 오히려 더 안 닮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소아 희소질병 전문가인 정풍만 한양대 의대 교수는 “결합쌍생아 중 한 명에게 영양분이 몰려 한쪽 아이만 계속 자라는 기현상이 실제 발견되곤 한다”고 말한다. 분리수술을 받기 전 랄레흐는 사색적이었던 반면 라단은 활달했다고 한다.


1990년 한국서 첫 분리 수술


한국에서 분리 수술은 1990년 정 교수가 가슴과 배가 붙은 형제를 처음 분리한 것을 시작으로 총 7건이 이뤄졌다. 첫 분리 수술을 받은 형제는 지금도 둘 다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영화처럼 수술 도중 한 명이 목숨을 잃거나 이란의 비자니 자매처럼 둘 다 목숨을 잃기도 한다. 대개 심장이 하나거나 뇌의 정맥이 붙어 있는 경우다. 뇌가 붙은 경우의 생존율은 40%, 심장이 하나인 경우 한 명만 살린다고 해도 생존한 예가 없다.

쌍둥이 심리학자들은 “분리 수술에 성공해 둘 다 생존한 경우 보통은 심리적으로 일반인과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물론 영화에서와 같이 한쪽만 생존했을 때 영화 속 주인공처럼 심리적 압박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정 교수는 “수술의 기억을 완전히 지울 수 없다”고 말한다. 힘든 수술을 받은 경험이 기억에 깊숙이 ‘각인’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에 있는 5세 미만 아이에게서도 훗날 수술의 기억이 발견된다”며 “분리 수술은 가급적 태어난 직후 바로 하는 것이 아이 정서에 좋다”고 설명했다. 살아남은 주인공에게 나타나는 ‘환영’은 어쩌면 의식 깊숙이 각인된 ‘상실’과 ‘고통’의 또 다른 모습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쌍두거북 등 ‘샴’ 동물 성격 - 행동 전혀 달라
머리 둘 달린 붉은귀거북. 흔치 않지만 동물에게서도 몸이 붙어 태어나는 결합쌍생아가 발견된다. 사진 제공 코엑스 아쿠아리움·유니코리아
머리 둘 달린 붉은귀거북. 흔치 않지만 동물에게서도 몸이 붙어 태어나는 결합쌍생아가 발견된다. 사진 제공 코엑스 아쿠아리움·유니코리아

자연에도 결합쌍생아가 있다. 이달 초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아쿠아리움은 머리가 둘 달린 붉은귀거북(청거북)을 공개했다. 코엑스 아쿠아리움에 따르면 쌍두거북은 성격이나 행동이 판이하다. 한 마리는 왕성한 활동을 하는 데 반해 다른 쪽은 겁이 많고 내성적이다. 서울대 수의학과 성제경 교수는 “드문 경우지만 소, 돼지, 염소도 종종 배나 등이 붙은 결합쌍생아가 태어난다”고 말한다.

동물 ‘샴쌍둥이’의 운명은 가혹하다. 자궁에서 생존율이 높지 않을 뿐 아니라 태어난다 해도 대부분 ‘살(殺)처분’되는 운명을 맞는다. 그나마 쌍두거북은 ‘희소성’의 덕을 톡톡히 본 행운아인 셈이다.
적분기호 ∫ 모르는 한국 공대 신입생들
사이언스誌 '한국 과학교육의 위기' 집중보도
2007년 07월 09일 | 글 | 박근태 기자, 임우선 동아일보 기자ㆍkunta@donga.com, imsun@donga.com |
 
서울에 있는 한 명문대 공대의 1학년 수업 시간. 한 학생이 갑자기 손을 들었다.

그는 적분 기호를 가리키며 “저 표시가 뭔가요?”라고 물었다. 교수는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지만 곧 농담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

미국의 유명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최신호(6일자)에서 한 대학 강의실에서 벌어진 ‘거짓말 같은 사실’을 소개하며 한국 과학교육의 참담한 현실을 보도했다. 이 잡지는 서강대 화학과 이덕환 교수의 말을 인용해 “한국 과학교육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도 과학 보충수업

사이언스는 ‘세계의 이공계 대학 교육’이라는 특집에서 한국 고교 2, 3학년생의 3분의 2가 과학을 안 배운 채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은 이들을 위해 보충수업을 운영할 정도로 과학교육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고 소개했다.

한 예로 서울대조차 이공계 입학생 5명 중 1명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할 만큼 학력 저하 현상이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서울대가 올해 3월 물리심화과정을 듣기를 원하는 이공계 신입생 243명을 대상으로 물리 시험을 치른 결과 39명만 시험에 통과했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내년부터 신입생들을 수학과 과학 실력에 따라 우열반으로 나누는 수준별 기초과학 교과 교육 개선안을 내놨다.


지나친 정부 통제가 부실 불러

사이언스는 한국 정부가 최근 5년간 연구개발(R&D) 투자액을 2배 이상으로 늘렸지만 한국사회는 과학과 수학 교육을 경시하는 묘한 상황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그 원인으로는 기초과학교육의 부실을 꼽았다. 정부가 교과서에 무엇을 담을지 지나치게 통제하면서 교과서 집필자와 과학교사의 자율권이 훼손됐다는 것.

또 1990년대 중반 ‘입시부담을 덜어줘 학생들의 창의력을 높인다’며 추진한 교육과정 개편이 수학과 과학에 대한 경시풍조로 이어져 창의력을 떨어뜨렸다고 분석했다

사이언스는 과학교육의 파행을 막기 위해 교육과정 재개정을 요구하는 최근 한국 과학계의 움직임도 전했다.


일본 중국은 과학 중시

사이언스의 이번 특집은 세계 11개국 이공계 대학들의 교육 현황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일본의 게이오대는 경영대나 인문계 학생에게도 실험실에서 유전자(DNA)를 분석하도록 하는 등 과학과 다른 분야의 융합을 강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중국의 경우 물리학과 학생들에게 영어 교육을 강화해 세계적인 연구진과 직접 토론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한 둥난(東南)대 사례를 보도했다.

반면 한국은 이공계 진학 기피, 신입생 학력 저하 현상 등 기초적 문제가 집중 부각됐다. 과학계의 한 관계자는 “사이언스 측도 취재과정에서 최근 각종 올림피아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이 같은 기현상에 대해 적잖이 놀란 것 같았다”고 전했다.

사이언스는 이번 보도를 위해 오세정 서울대 자연대학장, 김도한 대한수학회장, 이덕환 서강대 교수, 민경찬 연세대 교수 등 많은 국내 과학계 인사를 직접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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