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레아가 빛으로 담아낸 Walls & Climbers] 운악산 용담암
꿈을 찾아 바위를 오르는 두 소녀
▲ 해장길(5.10c)을 오르는 김자인.
한국을 대표하는 두 명의 여성 클라이머와 함께 포천군 화현면 운악산에 위치한 용담암으로 향했다.
용담암은 전성룡(제산산악회), 강석현, 김천수, 함미경, 강금석씨 등에 의해 최근에 개척된 암장이다.
암장의 규모는 폭 50m, 등반길이 7m로 중상급자들이 등반하기 좋고 아늑한 바위터다.

▲ [좌]비오는 날(난이도 미정)을 등반중인 김인경. [우]주막(난이도 미정)을 오르기 위해 숨을 고르고 있다.
▲ 해장길을 가볍게 오르는 김자인.
김자인은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클라이밍 명문가의 막둥이 딸이다.
경기등반계의 강자인 김자하, 자비와 달리 자인은 처음에는 클라이밍을 할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우연을 가장한 운명의 끈은 참 묘했다. 자인은 초등학교 6학년 되던 해 우연히 이화여대 체력테스트에 참가했다가 놀랄만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 결과야 두말하면 잔소리. 클라이밍에 가장 적합한 몸이라는 것이었다. 사춘기 소녀는 자신감이 생겼다. 또 주위의 전폭적인 지원도 그녀의 15m 인공암벽 여왕 등극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 톱클라이머인 두 여인들에게서는 등반에 대한 열정의 향기가 묻어난다.
이렇게 자인은 운동을 시작한 후 1위의 자리를 거의 놓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녀는 그리 쉽게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을 것 같다. 이 예상에 대해 암장에서 훈련에 임하는 자인이의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고개가 끄떡일 것이다. 그녀의 가능성을 인정한 노스페이스에선 자인이가 중학교 3학년 되던 해부터 경기활동에 지원을 시작했다.
김자인! 그녀는 원석이 좋은 보석과도 같다. 훈련을 통해 자신을 가다듬는 최고의 세공사이기도 하다. 하루하루  보석을 다듬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최고의 보석이지만 그 보석이 더  깊은 곳에서 영롱한 빛을 발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보석이 되길 우리 모두 바란다. 
그녀가 오늘 용담암에서 보여주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등반은 하루 하루 거칠고 투박하게 자신을 다그치고 또 다듬은 결과일 것이다.

▲ 몸풀기(5.10b)길에서 마지막 몸풀기를 하고 있다.

연습하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아가씨가 여기 또 한 명 있다. 여성 스포츠클라이밍계의 또 다른 강자 김인경은 1993년 덕성여대 산악부에 입회하면서부터 산처녀가 되었다.


2003년 덕성여대 산악부가 단독으로 매킨리 원정을 준비할 때 인경은 원정에 대비해 체력훈련 삼아 시작한 스포츠클라이밍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당시 암장에서 만난 이재용과의 인연으로 노스페이스 대회에 참가한 그녀는 여성 스포츠클라이머로는 늦은 서른의 나이에 상위에 입상하며 기염을 토했다.


▲ [좌]실크랙을 마치 고양이처럼 오르고 있다. [우]그녀의 등반동작은 항시 물이 흐르는 것과 같이 자연스러웠다.

쉽지는 않은 결정이었다. 김인경은 사실 경쟁이나 사람들의 시선 같은 것을 그리 즐기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선수생활 1년차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선수생활을 해야 하는 이유도 찾지 못했었다. 그러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마음을 비우고 여가생활로 운동을 접하기로 마음먹으면서부터 오히려 안정을 되찾았다.


당시 그녀는 스포츠클라이밍을 해야 하는 두 가지 이유를 확립했다. ‘첫째는, 스포츠클라이밍은 하나의 트렌드다. 둘째는, 내가 누군가를 지도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영역에서 꼭 정점에 서봐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이 결정 후 김인경은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등반대회에만 전념했다. 성적도 항상 상위권에 입상하고, 노스페이스에서 지원도 받으며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 꼬집어 잡은 손끝에서 힘이 느껴진다.

정상이 어디인지는 잘 모르지만 필자가 보기엔 이미 정상에 선 그녀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녀는 나이도 있고 하니 이제 지도자의 길을 걷고 싶다고 한다. 덕성여대에서는 회계학을 전공했지만 바른 등반교육을 위해 1993년 연세대 체육학과에 편입해 졸업하고, 지금은 한국체육대학교 대학원 체육학과를 다니고 있다. 또 후배들을 위해 현재 애스트로맨 록짐에서 김자하씨와 함께 일반인들을 상대로 스포츠클라이밍을 강의하고 있다.


최고의 반열에 올라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안정된 생활을 버리며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그녀는 아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스포츠클라이밍을 선택할 때부터 이미 남과 다른 최고가 돼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용담암에서 에너지 넘치는 등반을 마치고 내려서는 길, 선수와 지도자 모든 부분에서 최고를 갈망하는 그녀의 앞길에 따뜻하고 온화한 햇살이 가득하길 바라며 산을 내려온다.


운악산 용담암

▲ 등반하는 그녀의 눈빛에서는 뜨거운 불의 기운이 느껴진다.
포천군 화현면 운악산에 위치한 용담암은 폭 50m, 등반길이 7m 규모에 약수터가 딸린 아주 아담한 자유등반지다. 용담암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무속인들이 빈번히 드나들던 곳이었으나 포천시가 환경개선의 일환으로 단속을 시작하면서 루트개척 작업이 이루어졌다. 이곳 암장의 이름은 인근의 약수터 이름을 따서 용담암이라 부르게 됐다.

▲ [좌]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너무나도 닮은 미소들이다. [우]비 오는 날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여 몸을 날리는 김인경.
이곳은 볼더링 루트 성격을 띤 암장으로 5.10급에서부터 5.13급대의 루트 17개가 개척되었다. 평균 각도는 80~90도로 페이스와 오버행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암장 한쪽에는 약수터가 있고 벤치도 설치되어 있어 휴식을 취하며 등반하기도 좋은 바위다.  야영하기 적합한 터가 있다.

▲ [좌]주막, 비오는 날을 살펴보고 있는 두 여인. [우]오버행을 아주 가볍게 오르는 김자인.
접근 포천시 화현면 화현리 운악산 자연휴양림(031-534-6330) 부근에 위치한 운악산 매표소를 지나 산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무지치마을’이라는 음식점이 나오는데 그 음식점 왼쪽으로 길이 나 있고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여기서 등산로를 30~40분 오르면 용담암 팻말이 보인다.


/ 글 강레아
출처 : 수미산
글쓴이 : 블루해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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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인 인공암벽 여왕

클라이밍 월드컵 첫 우승

스파이더 걸’ 김자인(22·고려대)이 마침내 국제스포츠클라이밍 월드컵 정상에 올랐다.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에 따르면 김자인은 이날 오전(한국시간) 터키 브르노에서 막을 내린 제5차 월드컵 여자 난이도 부문에서 슬로베니아의 마야 비드마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난이도는 몸에 줄을 매고 15m 높이의 인공암벽을 제한시간 내에 오르는 종목.

 김자인의 국제대회 우승은 지난 9월 이탈리아 아르코에서 열린 ‘록 마스터(Rock Master) 초청 스포츠클라이밍 대회’ 난이도 부문 1위 이후 두 번째다. 그러나 IFSC가 주최하는 월드컵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김자인은 월드컵에서는 ‘준우승 징크스’에 시달리며 한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었다. 난이도 부문에서 아시아 여성 클라이머가 우승하기는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여자 스포츠클라이밍 통합랭킹 2위(난이도 3위)에 오른 김자인은 다음주 슬로베니아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도 우승을 차지할 경우 통합랭킹 1위도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서울등산학교 거벽반 2주차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탓에 오전에 내가 왜 이런짓을 하고 있나 하는 마음에 집으로 가고 싶은 맘 금할 길 없었으나, 어찌하라 기왕시작하였으니 끝을 보아야지.

  매서운 바람과 간간히 흗날리는 눈발 속에 손발은 시려오고 워낙 추위에 약한 탓인지라 허리 및 허벅지 통증까지 밀려왔다. 그러나 배움의 열정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었다.

   버드빅, 스카이 훅, 프렌드, 레더를 설치하며 한걸음 한걸음 정상으로의 등반의 맛은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기쁨으로 돌아왔다. 올 4월 등산학교 정규반으로 시작한 바위와의 본격적인 사귐은 8월 설악산의 암벽반 수강에 이여 거벽반 수강으로 이어졌다.

   암벽을 하면서 바위 및 장비의 특성 및 기본지식을 모른체 한다는 것이 마음을 복잡하게 하였기에 시작하게 되었고, 이젠 조금이나마 어려운 난관에 직면하더라도 슬기롭게 헤처나갈 수 있겠구나 하는 안정감이 든다. 아울러 암벽을 시작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등반의 욕심을 가지고 있는 요세미티도 언젠가 등정해 보리라 하는 욕심도 조금씩 싹트기 시작한다.

  벌써 5주간의 교육과정 중 절반에 가까운 2주과정이 지나갔다.

  모쪼록 앞으로의 바위와의 사귐에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회이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선등자 교육용 탑로핑 로프를 깔기 위해 선등하고 있는 박준규 강사

 

 

  주마로 등반하며 확보물을 회수하고 있는 장선태 강사

 

버드빅, 스카이 훅, 프렌드를 이용한 선등을 마치고 확보지점에서 기념촬영

 동감내기 친구인 강호출

 

 장선태 강사

 

 김일기

 

 안치영 강사

 이희정 선배님(띠동갑)

 최성병 최고참 선배님

 김민수씨

 

 

 

따끈한 음료 등으로 추위와 전쟁을 벌이는 교육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해준 조영업누님 암벽반 동기생

고맙습니다.

 

 

 

권기열 등산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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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7일 서울등산학교 거벽반 1기 첫 교육이 시작되는 날이다.

  18시 도봉산숲속마을 앞 포돌이 광장이 집결지, 3시 집에서 출발 증평에 들려 김일기 선배님과 함께 서울행 중부 고속도로에 올랐다. 서울 가는길에 중계동 동생집에 들려(과일을 갔다주려고) 구리톨게이트를 지나 서울외곽순환도로에 접어들려니 예상했던 것보다 차들이 너무 밀려 지체서행을 하는 바람에 집결시간보다 30분이나 늦게 도착하는 하였다. 곧장 직진하여 불암산 터널을 지나 집결지로 향하였다면 30분 정도는 일찍 도착하여 따끈한 밥으로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였을 터인데...

  6시 40분 포돌이광장 주변 식당에 들려 산채비빔밥을 두 그릇을 비닐 봉지에 포장하고 교육장소인 도봉산장으로 출발하였다. 8시부터 거벽등반에 관한 박준규 강사의 강의가 2시간 가량 진행되었고, 11시가 되서야 차가워져서 진흙처럼 뭉처버린 비빔밥으로 시장기를 해결할 수 있있다.

  비가오면 교육일정이 엉망이 될텐데 밖에는 내일부터 온다던 비가 계속내리고 있다. 제발 내일은 참아달라는 간절한 소망을 가지고 12시 가까이가 되어 잠자리에 들었다.

  밤새 비는 지속되었고 가까운 곳에서 떨어진 듯한 천둥 번개소리에 몇번을 설쳤던 달콤한 잠자리에 누군가 6시라는 소리에 눈을 비비며 기상하였고,  바로 조별(콩밥, 미역국, 북어국, 김치, 다수의 마른반찬)로 아침 식사 준비, 왜이리도 산에 와서 먹는 밥은 맛이 있는것인지 평상시의 식사량에 거의 두배가 되는 양을 금방 해치워 버렸다.

  잠시 후식후 8시부터 오전 실전 연습이 실내에서 진행되었다.

  이렇게 비가 지속된다면 오늘의 교육일정은 점심때 접기로 하였다.

  점심은 각자 준비한 행동식으로 하였다. 나는 큰아들놈이 준비해준 빵 한조각과 우유 한병으로 풍족한 점심을 먹었다. 다행인지 점심식사중 차차 비가 줄어들더니 구름사이로 햇빛이 들기시작하였다. 1시 산장에서 왼쪽으로 200여미터 떨어진 짱구바위에서 실전연습이 시작되었다.

  모두들 내년의 요세미테 등반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입교한 지라 열의가 대한하였다.

  한편으로는 열의는 있지만 등반능력이 떨어지는 몇 분도 계셨지만.

  5시가 가까워지자 차차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였고, 교육이 종료되었다.

  컴컴해진 등산로를 따라 힘겨운 하산이 시작되었고, 도봉산역 근처 국밥집에서 교육생들의 간단한 뒷풀이 후 귀가하게 되었다.

 

저녁식사를 준비해 주시는 식당의 아주머니

 

거벽반 이론 교육을 하고 있는 박준규 강사 

 

우천관계로 실내에서 장비 및 인공 등반 교육을 받는 모습(사진은 김일기)

 

쥬마 등반시 그리그리로 확보하며 등반하는 방법(사진 박준규 강사)

 

선등하며 확보물을 설치하고 있는 안치영 강사 

 

장선태 강사 

 

 

 

암벽반 3기 거벽반 1기 교육을 함께하게된 박원구 선배님 

 

서울등산학교 서성식 교감 선생님

 

 

 

교육생들의 생생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주마를 이용해 등반하고 있는 호상사 이전호 이사님

 

 

 

다른 교육생들의 등반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교육생 

 

한참을 올려다 보니 고개도 아프고...

 

이틀간의 일과를 마치 교육생들과 저녁식사 하러 가는 길에...

 

뒷풀이 모습(김민수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 장성재, 이희정, 박원구, , 박유태, 김일기, 최성병, 강호출)

 

귀가중 음성휴게소에서 

 

 

 

 

 

 

 

 

 

 

 

 

 

 

 

 

 

 

 

 

 

 “컴퓨터 저장용량 1000배 이상 늘린다”
[창의연구단공동기획] 박재훈 상호결합기능성물질연구단장

박재훈 상호결합기능성물질연구단장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컴퓨터 저장용량 뒤에는 물리학자들의 피나는 노력이 숨어있다. 1990년대 이전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금속판의 표면을 잘게 나누고 각 구역을 자석의 N극, S극으로 바꿔가며 0과 1(2진수)을 표현하는 방법을 썼다. 한 구역의 넓이가 워낙 작다 보니 N극과 S극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어 용량도 수백 메가바이트(MB) 정도에 그쳤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은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프랑스 물리학자 알베르 페르가 1988년 거대자기저항(GMR) 기술을 개발한 뒤부터 이야기가 달라졌다. 알베르 페르는 자기화 방향이 서로 다른 얇은 박막을 겹쳐 붙인 뒤 전류를 흘려주면 매우 큰 전기저항이 생기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른바 ‘거대자기저항’(GMR, Giant Magnetoresistance)이다. GMR은 1기가바이트(GB) 이상 고용량 하드디스크가 등장한 기본 원리이기도 하다. 현재 거의 모든 컴퓨터 저장장치는 GMR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알베르 페르는 이 연구 성과로 2007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물리학자들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GMR 기술을 한 단계 뛰어 넘을 수 있는 신물질 개발을 넘보고 있는 것이다. 박재훈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가 이끄는 상호결합기능성물질연구단은 이 같은 신물질 연구에서는 국내 최고 실력을 자랑한다.

원자 속 ‘전자’를 건드리면 미래가 보인다

물질의 표면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박 교수는 크게 4가지 방법이 있다고 설명한다.

먼저 초창기 하드디스크처럼 금속 표면의 자성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전자기력을 사용해 물질의 표면 성질을 바꾸는 식이다. 두 번째로는 원자 내부에 있는 전자의 회전 운동을 이용한다. GMR 역시 이런 원리로 만들어졌다. 세 번째는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도는 궤도를 조정하는 방법이다. 가령 타원궤도를 도는 전자는 0, 원형 궤도를 도는 전자를 1로 구분하는 식이다. 마지막으로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의 위치에 따라 데이터를 표현할 수 있다. 이들은 각각 전하, 스핀, 궤도, 그리고 격자로 불린다.

만약 이 4가지 특성을 한 가지 물질에서 모두 구현할 수 있다면 어떨까. GMR 기술만 해도 물질의 자기장(전하)과 전자의 회전 운동(스핀) 두 가지를 결합했을 뿐이다. 4가지 특성을 모두 구현할 수 있다면 데이터 저장 용량은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박 교수는 “GMR 기술로 이전보다 수천 배 더 많은 저장 용량을 손에 넣었다”면서 “4가지 특성을 모두 구현할 수 있는 신물질을 만든다면 저장 용량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가 이끄는 상호결합복합기능성물질연구단은 이런 IT 혁신을 준비하는 현대의 연금술사 집단인 셈이다.

현재 신물질 후보로는 다중강성 물질(다강체)이 있다. 다강체는 필요에 따라 N극, S극을 바꾸어 줄 수 있는 강유전성과 자석과 동일한 성질을 갖는 강자성 등 상반되는 두 가지 특성을 지녔다. 지금까지 개발된 다강체로는 터븀망간산화물(TbMn2O5)이 대표적이다.

이런 물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대부분 순수한 자연물질을 산소와 반응시킨 산화물인 경우가 많다. 물질이 산화되면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진 물질로 바뀌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실리콘이 산화돼 모래가 되거나, 알루미늄이 산화돼 루비가 되는 것과 같은 식이다. 연구단은 요즘 이런 산화물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포항방사광가속기는 필수장비

연구단이 산화물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장비는 바로 거대한 가속기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원자 내부를 속속들이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지름이 80m에 이르는 큰 가속기가 필요하다. 연구단은 포스텍에 있는 포항방사광가속기를 100% 활용하고 있다.

‘빛공장’이라고도 불리는 방사광가속기는 원자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분석 장비다. 연구단은 이 분석 장비로 원자 내부의 전자가 전하-스핀-궤도-격자의 4가지 움직임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목적이다. 다양한 산화물을 만든 뒤 이 산화물이 터븀망간산화물처럼 다강체의 성질을 갖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방사광가속기를 ‘현미경’으로 사용하는 셈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방사광가속기에서 나온 빛을 산화물에 쬔 뒤 산화물의 구조를 분석하면 된다. 연구단은 방사광가속기에서 나오는 많은 빛 중에서도 물질투과에 유리한 X선을 자주 활용한다. X선을 스프링처럼 구부리거나 물결무늬로 만들기도 한다. 산화물의 구조를 더욱 정확하게 살펴보기 위해서다.

올해 출범한 신생 연구단이지만 벌써 세계적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2006년부터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3편의 논문을 게재하는 동 지금까지 SCI급 논문 7편을 게재했다. 현재 2편의 논문은 준비 중이다. 박 교수는 이런 성과로 4월 한국물리학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 박재훈 교수 약력

1981~1985 :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학사
1985~1987 :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석사
1987~1994 : 미국 미시간대 물리학과 박사
1994~1996 : 미국 루센트 테크놀로지 연구원(AT&T Bell 연구실)
1996~1999 : 미국 브룩헤븐연구소 연구원
1999~현재 : 포스텍 물리학과 조교수, 부교수
2009~현재 : 상호결합복합기능성물질연구단장

상호결합복합기능성물질 연구단은?

상호결합기능성물질연구단. 사진 제공 박재훈 포항공대 교수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라. 창의력은 적극적인 사고방식에서 나온다.”

박 교수가 연구원들에게 강조하는 말이다. 그는 “박사과정 학생을 포함해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대부분은 적극성과 도전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박 교수는 “연구단 제자들을 지도할 때도 항상 질문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연구과정에서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어떤 실험을 어떤 순서로 했는지 묻고 또 묻는다. 스스로 생각하고 대답하는 습관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아직 젊은 연구자들이다 보니 모르는 부분이 있는 건 당연합니다. 중요한건 부족한 지식을 스스로 찾아내고 보충할 수 있는 능력이죠. 그래야 연구도 자발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너무 숫기가 없어요.”

IT 신소재 개발의 첨병을 맡고 있는 상호결합기능성물질연구단의 철학은 ‘자신감’ 이다. 항상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내야 한다는 박 교수. 그의 말 속에 IT 강국 대한민국의 또 다른 미래가 엿보인다.

박사후연구원 1명, 박사과정 7명, 석사과정 3명으로 구성된 연구단은 올해 4월 창의적연구진흥사업단에 선정됐다.

글/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2009년 11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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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기 등산학교 암벽등반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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