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 5. 도반 -  자갓 - 필림

트레킹

출발지

캠핑사이트

고도

소요시간

trek 1

카트만두 - (전세 차량) -  아루갓 바자르

520m

10:20

trek 2

아루갓 바자르

소티 콜라

620m

5:45

trek 3

소티 콜라

마차 콜라

930m

8:10

trek 4

마차 콜라

도반

990m

5

trek 5

도반           

필림

1,550m

7:30

trek 6

필림           

1,895m

4:30

trek 7

뎅               

2,140m

6

trek 8

프록

리히

2,905m

5:45

trek 9

리히

사마가온

3,530m

7

trek 10

사마가온 (휴식일.  빙하호수 방문)

3,680m

5

trek 11

사마가온

삼도

3,850m

3

trek 12

삼도 (고소적응일.  티베트 국경 방문)

4,040m

7

trek 13

삼도

다람살라

4,450m

3:35

trek 14

다람살라 - 라르키아 라(5213m) - 빔탕

3,720m

11

trek 15

빔탕

띨제

2,335m

8:20

trek 16

띨제

자갓

1,314m

9

trek 17

자갓

나디

930m

7

trek 18

나디 - 불불레 - (전세 차량) - 카트만두

1,400m

11


소나무 아래서 동자에게 물으니...

2007. 10. 17(수)

아침을 먹고 7시 10분 출발했다. 프랑스 팀은 이제야 식사 중이다. 우리는 텐트를 치지 않았으므로 포터들은 어제 내려놓은 짐 그대로 다시 지고 출발하니 스태프들의 일이 훨씬 단순하다. 그렇지만 다시 또 도미토리 방을 쓰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으므로 앞으로는 더 이상 비가 오지 않기만을 바랬다.

마을 바로 뒤에 있는 다리를 건너 1시간 동안의 운행은 별 재미가 없는 단조로운 길이다. 30분 더 가자 제법 넓은 경작지 공간이 나오고 계곡 사이에 마이산처럼 생긴 거대한 바위 하나가 떡 가로막고 있는 곳 조금 못미처 집이 세 채 있는 마을이 있다. 샤울리 바티(Shyuli Bhatti) 마을이다. 바티는 찻집이라는 뜻인 줄 알지만 샤울리는 무쓴 뜻인지 모르겠다. ABC트레킹에서 비레탄티와 간드룩 사이의 샤울리(Syauli) 바자르의 샤울리와 같은 뜻일 것이다(통일된 영어 표기가 없으므로 철자 한 두자 다른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샤울리 바티에서 30분 쯤 쉬었다. 물도 마시고 가지고 간 사탕을 나누어 먹었다. 집 주인과 우리 셰르파들 등 눈에 보이는 사람은 모두 나누어 주었다. 어제 늦게 지난 간 팀은 이곳에 캠프를 차렸을 것이다. 휴식을 마치고 다시 좁은 길을 30분 오르내리니 9시 10분 경 갑자기 툭 터진 강바닥이 나타났다.

숲 속을 걷다가 이렇게 개방된 공간을 보니 속이 후련하다. 이곳 풍경은 마치 안나푸르나 서키트 트레킹 코스에 나오는 딸(Tal)과 비슷한 분위기다. 그러나 번잡한 딸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흐르는 강물 소리만 제외하면 그야말로 적막강산이다. 마나슬루나 마칼루 등 캠핑트레킹 코스의 좋은 점은 이런 한적함이다.

네팔에 트레킹을 하기 위해 오는 사람은 대략 1년에 8만명이다. 그 중 60%(48,000명)는 안나푸르나 지역으로 가고 17%(13,000명)는 에베레스트 지역으로, 13%(10,400명)는 랑탕 지역으로 간다. 그리고 위 3대 메이저 트레킹 코스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으로 전체의 10%(8,000명)가 간다.(Steve Razzetti, <Trekking and Climbing in NEPAL-25 Adventure Treks in the Might Himalaya>)

나머지 지역이란 마나슬루, 나르 -푸, 다울라기리, 캉첸중가, 마칼루, 무스탕, 돌포의 일곱 지역이 대표적인 곳인데, 단순하게 계산해서 8천 명을 7로 나누면 한 곳 당 1년에 1,100명 조금 넘는 수만 방문하는 셈이니 얼마나 한적할 지 짐작할 수 있다. 비록 이 수치는 몇 년 전의 통계지만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행이란 물론 다른 여행자들과 어울리는 재미도 있다. 그러나 모처럼 차분한 마음을 가지려고 히말라야를 찾았는데 기본이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기분이 상할 때가 많다. 바글거리는 식당의 풍경도 처음엔 신기하고 즐겁다. 그러나 여러 해 겪다보면 소란스러움을 피해 점점 여행자가 적은 롯지를 찾게 된다. 3대 트레킹 코스를 다 마친 트레커이 좀 더 한적함을 즐길 수 있는 깊은 오지의 히말라야로 향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곳 넓은 강바닥, '마이산' 바로 아래에 바티가 하나 있다. 야영하기 좋은 곳이다. 2005년 마나슬루 트레킹을 했던 안드레스는 우리처럼 마차콜라에서 출발하여 따또빠니에서 점심을 먹고 도반을 지나 이곳에서 야영을 했다. 도반에서 이곳까지 두 시간 거리니 우리 역시 어제 비가 오지 않았다면 오후 3시 경에 도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마나슬루 일정을 짤 때는 소요시간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탓에 어제 일정은 일단 도반으로 정했다. 지도상으로 자갓은 너무 멀었다. 이렇게 중간에 멋진 곳이 있는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일정을 이곳으로 정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어제 날씨가 좋았다면 도반에서 멈추지 않고 조금 더 갔을 것이다. 12시 45분은 운행을 마치긴 너무 이르기 때문이다. 도반의 캠프사이트보다 이곳이 백 배 낫다. 누구든 다음에 올 사람들은 이곳을 놓치지 마시기 바란다. 이런 멋진 강변의 캠프사이트는 마나슬루에서도 유일하지만 아마 네팔 트레킹의 모든 코스에서 흔치 않을 것같다.

강바닥 옆을 가던 길은 물길 때문에 더 이상 가지 못하고 오른쪽 산비탈의 울퉁불퉁한 길로 바뀌었다. 그리고 잠 시 후 다시 계곡 바닥으로 내려섰다. 넓은 강바닥은 점점 좁은 협곡으로 변해갔다. 주변의 풍광은 여전히 절벽이 압도하고 있다. 코너를 돌아 오른쪽 사면으로 올라서서 조금 가다가 지류계곡인 야라콜라를 건너는 현수교를 건너니  다시 계속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교차된다. 그리고 얼마 후 다리를 건너 부리 간다키 강을 건너 왼쪽 사면으로 넘어 갔다.

길은 이제 단정한 돌계단의 오르내림이다. 그런데 주변 풍광이 엄청나다. 거대한 절벽 사이에 난 길은 마치 무릉도원으로 가는 비밀의 문처럼 보인다. 코너를 돌 때마다 변하는 풍경은 발걸음을 자주 멈춘게 한다. 고도는 1200m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풍경은 아주 드라마틱하다. 도반에서 자갓 사이의 이길은 마나슬루 트레킹 중 저지대에서는 가장 멋진 풍경을 지니고 있어 떠나기가 주저될 정도였다.

그 풍경의 중심에 있는 작은 마을 야루판트(Yaruphant)에 도착했다. 샤울리 바티에 서 있는 이정표를 보면 그곳에서 1시간 30분 거리로 나와 있다. 우리는 1시간 20분 걸렸다. 거대한 절벽을 마주하고 따뜻한 햇볕 아래 서너 채의 집이 조용히 모여 있다. 마치 세상에서 벗어나 조용히 은거하고 있는 은자들의 집 같다. 문득 당나라 시인 가도(賈島, 779-843)가 지은 '은자를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하다(尋隱者不遇)'라는 시가 생각났다.  

尋隱者不遇

 

松下問童子 (쏭 시아 원 통쯔)

소나무 아래서 동자에게 물으니,

言師採藥去 (이엔 쉬 차이 야오 취)

스승님은 약초를 캐러 가셨다고 대답한다.

只在此山中 (즈 짜이 츠 샨 쭝)

다만 이 산 속에 있을 터인데,

雲深不知處 (윈 션 뿌 즈 추)

구름이 깊어서 있는 곳을 모르겠네.


예전에 한시를 공부할 때 즐겨 읊던 5언절구다(그러고 보니 벌써 20여 년 전이다). 당시 어학연수를 명분으로 잠시 대만을 다녀오면서 노래 테이프를 몇 개 사왔는데 그 중 <兒童唱唐詩(上,下>) 테이프는 아이들이 당시(唐詩)를 노래로 부르는 내용으로 특히 좋아하여 지금도 가끔 듣곤 한다. 노래가 끝나고 해설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통해 시끄럽게 들리기만 하던 중국어가 조용히 잘 말하면 음악 못지않게 아름다운 선율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도 알 게 되었다.

정말 이곳은 가도의 시에 나오는 그런 은자가 살고 있을 것 같은 분위기다. 길은 계속 산허리 코너를 돌고 있다. 멋진 풍광을 벗어나는 마지막 오르막 코너에서 아쉬움에 뒤를 돌아보았다. 점심 먹을 마을인 자갓(1415m)에는 10시 35분에 도착했다. 마을 입구 전부터 판석이 잘 깔려 있다. 마을 입구 팻말에는 <당신은 마나슬루 보존지역에 들어서고 있습니다>라는 말이 네팔어와 영어로 쓰여 있다. 마을 광장 끝에 있는 돌 초르텐을 보니 비로소 히말라야로 들어 온 기분이 들었다.

자갓이란 '톨게이트(tollgate)'라는 뜻이다. 즉, 통행세를 받는 곳이다. 예전 티베트와 무역을 할 때 이곳에서 통행세를 받았다. 안나푸르나 서키트 지역에도 자갓이 있다. 그곳 역시 마찬가지 기능을 했던 마을이다. 그래서 이 마을에는 경찰 체크포스트와 우체국, 초등학교가 있다.

멋진 캠프사이트에 주방팀이 준비 한 깔개가 놓여 있다. 여성동포들이 강한 햇볕을 피하기 위해 깔개를 그늘 쪽으로 옮긴다. 마당에는 어미닭과 병아리들이 한가롭게 돌아다니고 있다. 히말라야에는 족제비 같은 동물이 없는 모양이다. 모든 닭은 방목을 하고 있다. 제일 윗 마을인 삼도에서도 그랬다. 얼마 후 프랑스 팀이 도착했다. 그들은 서양사람 대부분이 그렇듯 거침없이 뜨거운 햇볕을 즐긴다.

잠시 타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40세인 그는 고향 무스탕 남돌을 떠나 포카라에 와 가이드 일을 한 지 10년 되었고 정식 라이센스는 3년 전에 취득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했으나 수입이 형편없어 나왔다고 한다. 부모님들은 다 돌아가셨으니 특별히 고향에 미련이 없었을 것이다. 12살 아들과 9살 딸이 있다. 타시를 보니 마치 5년 전의 삼툭을 보는 것 같다. 영어를 잘 하니 그도 열심히 일하면 나중에 여행사를 하나 차릴 수 있을 것이다. 삼툭의 여행사에 소속된 지금은 한국어도 열심히 독학하는 중이라고 한다.

발목이 아무래도 심싱찮다. 이틀 동안 샌들을 신고 운행한 탓에 발목이 시큰거린다. 아침에 보명화 보살님이 가지고 온 발목보호대를 양말 안에 신었으니 조금 도움은 되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못한다. 특히 오른쪽 발목이 더 아팠다. 설상가상으로 오늘 아침에 눈을 뜨니 목이 따가웠다. 목감기가 시작될 때의 증상과 같았다. 순간 마차콜라에서 한 목욕이 떠올랐다.

결국 신주단지처럼 배낭에 넣어 지고 온 등산화를 꺼냈다. 가능하면 라르키아 라 가까이 가서 신으려고 했는데 이런 상태라면 그곳까지 가기도 전에 발목이 망가질 지경이다. 비상용 끈으로 밑창을 잘 묶은 후 오후 운행부터 신기로 했다. 제발 오래 버텨주기만을 바라는 마음이다.

점심으로 나온 티베트 빵에 꿀을 찍어 먹으니 맛이 좋다. 열이 많은 체질이라 평소 꿀을 잘 먹지 않는데 네팔 꿀은 잘 먹힌다. 꿀병은 엉성하지만 모두를 이구동성으로 맛이 좋다고 한다. 점심 먹은 후 12시 15분 출발했다. 마을을 벗어나니 바로 내리막길이 나오고 곧 왼편으로 두 개의 계곡(팡구콜라와 바루콜라)이 합수되는 강바닥으로 내려왔다. 여기서 길이 두 개로 갈린다. 하나는 계속 왼쪽 산기슭쪽을 타고 가다가 현수교를 건너는 높은길이고 다른 하나는 강바닥쪽으로 내려가는 낮은길이다.

우리가 타시보다 먼저 출발했는데 갈림길이 나오자 앞에 가던 사람이 망설이고 있다. 내가 앞장 서 윗길로 올랐다. 아무래도 큰 길이 안전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곧 타시가 따라와 돌아오라고 한다. 윗길은 여름길로 몬순 때 물이 불어나면 사용하는 길이다. 지금은 겨울길인 강바닥길을 갈 수 있으며 강에는 작은 통나무 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를 건너 강바닥을 잠시 걸은 후 왼쪽 사면으로 올라 여름길과 만났다. 그곳부터는 다시 계단길이다.

중간에 쉬기도 하면서 계단길을 45분 오르내리니 작은 마을 살레리(Salleri, 1340m)가 나왔다. 이 마을도 판석으로 잘 포장되어 있다. 길 옆 담장에는 이 길에 대한 연혁을 써 놓았다. 총 길이는 317m고 비용은 73,810 루삐 들었으며 살레리 마을부녀회(Mother's Group)에서 30%를 부담했다고 하는 내용이다. 완공연도는 네팔력 2055년 12월 27일이다. 금년이 2064년이니 11년 전이다.

여기서 다음 마을인 시드리바스(Sidribas)까지는 45분 거리다.  마을을 벗어나니 멀리 앞쪽으로 시링기 히말(Shringi HImal, 7187m)이 보인다. 티베트 국경 가까이 있는 산이다. 왼편 산기슭으로는 우리가 가야 할 산허리길이 실날처럼 있다. 그 길을 올라 코너를 돌았다. 오솔길 같은 내리막길이고 그 아래쪽으로 시드리바스가 있다. 멀리 건너편 산 중턱에 오늘의 목적지 필림이 보인다. 극적인 절벽길은 더 이상 없고 다만 한적하고 걷기 좋은 산길이다.

시드리바스(1420m)에서 처음으로 마니월을 보았다. 따뜻한 햇볕 아래에서 아이들과 엄마들이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풍경이 한가롭다. 개도 길바닥에 늘어져 있고 오리도 새끼들을 모아놓고 뭔가를 훈시(?) 중이다. 곧 부리 간다키 강을 가로지른 긴 다리가 보였다. 필림으로 가는 길이다. 계속 산기슭을 따라 가는 작은 길도 하나 있다. 그 길을 따라가면 팡싱(Pangsing)을 거쳐 나중에 냑(Nyak)에서 주 트레일과 만난다. 그러나 캠핑할 곳도 없고 현지인들만 이용하는 거친 길이라 모험적인 트레커 외에는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필림으로 가는 이 다리는 마나슬루 지역에서 제일 긴 다리다. 어림짐작으로도 150m는 될 것 같다. 다리를 건너 필림까지는 200m 정도의 고도를 오르는 지그재그 오르막이 다. 하루의 일정을 마칠 때 쯤은 모두들 힘들어 하는데 오늘은 더욱 화끈하게 운행을 마감하고 있다.

오후 2시 40분, 필림(Philim, 1550m)에 도착했다. 마을 입구에 세워 놓은 관문인 카니(Kani)에는 마오이스트 깃발이 많이 꽂혀 있다. 필림은 두 개의 마을로 이루어져 있는데 캠프사이트는 아랫마을에 있다. 필림도 마나슬루에서는 비교적 큰 마을이다. 스넬그로브에 의하면 필림은 부리 간다키 계곡에서 티베트 곰빠가 있는 마을 중 제일 아래에 있는 마을이라고 한다.

여장을 풀고 좀 씻어볼까 하고 마을 수돗가를 가니 마을 사람들이 많아 포기했다. 저 아래쪽으로 가면 또 수도가 하나 있다고 한 영감님이 몸짓으로 말했지만 내려가기가 귀찮아 그냥 수건에 물을 적셔 몸을 닦는 것으로 만족했다. 닷새만에 겨우 1500 고지에 올랐다. 그래도 해가 지자 쌀쌀한 것이 고산지역에 가까이 온 것을 실감한다. 주방팀이 내 온 따뜻한 차를 마시며 하루의 운행을 정리했다. 식당텐트에서 뜨거운 차를 마시는 이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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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콜라를 건너 돌아본 도반 풍경. 어제 지나왔던 멋진 폭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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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넓은 경작지에 있는 샤울리 바티 마을. 마이산 처럼 생긴 바위 절벽이 보인다. 잠시 후 우리는 그 절벽 아래를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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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울리 바티에서 휴식. 아직 고도가 얼마 도지 않는데 혜명화 보살은 벌써부터 붓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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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안나푸르나 지역의 딸(Tal)과 비슷한 분위기의 풍경이 나타났다. 그러나 전체적인 느낌은 비교를 불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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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닥 길가에 바티(찻집) 하나가 있다. 도반보다 이곳에서 야영하면 더욱 멋진 밤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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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에서는 반드시 쉬어 간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사탕이나 초코바를 먹어 에너자를 보충한다. 보명화 보살님이 초코바를 많이 가져와 쉴 때마다 나누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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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닥 길을 한참 간 후 길은 오른쪽 기슭으로 오른다. 고개에 올라 내려다 보니 다시 넓은 강바닥, 오른쪽 절벽 아래로 길이 나 있다. 절벽 코너를 돌면 길은 다시 산길로 이어진다. 그리고 동쪽 지류에 걸쳐진 다리를 하나 건넌 후 왼쪽 산기슭을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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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다시 부리 간다키 강을 건너 서쪽 사면으로 가니 잘 만들어져 있는 돌계단길이 기다리고 있다. 거대한 절벽이 튀어 나와 있는 이곳 주변 풍경이 기가 막히다. 나는 이곳을 <마나슬루 풍경 베스트 5>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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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을 오르면 멀리 은자라도 살고 있을 것 같은 작은 마을 야루판트가 보인다. 거대한 절벽은 그곳으로 들어가는 관문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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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흐르는 소리만 들리는 적막한 야루판트 마을. 강 주변 땅은 돌이 많아 경작지로는 별로 좋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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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지나 고개에 올라 뒤를 돌아보다. 다시 보아도 멋진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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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조금 넘어 자갓 마을 도착. 마나슬루 보존지역이 시작되는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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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갓 마을 광장에 세워진 초르텐. 트레킹 시작 후 처음 보았다. 본격적으로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접근하고 있다는 표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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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갓 돌담에 있는 이정표. 마나슬루 지역에서는 라르케로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1956년 가을 이 지역을 방문한 스넬그로브의 책 <히말라야 순례>를 비롯하여 모든 문헌과 지도에는 라르키아(Larkya)로 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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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이 아파 더 이상 샌달을 신고 운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비상용 끈으로 임시조치를 한 후 점심 먹고 오후 운행 때부터 다시 등산화를 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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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갓을 벗어나 겨울길에 놓여 있는 소박한 통나무다리. 여름길은 왼편 산기슭으로 나 있고 사진의 물이 흘러 나오는 계곡에 현수교가 놓여 있다.  포터들이 앞에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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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 산골 마을 살레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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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리 마을 길 가 돌담에 부착되어 있는 도로포장공사 기록. 1996년 12월 27일 완공되었다고 쓰여 있다. 공사비 73,810루삐는 당시 약 1,000불 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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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리를 벗어나자 멀리 북쪽으로 시링기 히말이 보였다. 시링기 히말은 티베트 국경에 가까이 있는 7천 미터급 산이다. 우리가 갈 길이 왼쪽 산허리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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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길은 항상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반복된다. 지금까지 아주 심한 오르막이나 내리막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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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강쪽으로 시드리바스 마을이 있다. 다시 내려가야 한다는 말이다. 저 정도 쯤이야... 건너편 산중턱에 오늘의 목적지 필림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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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마니월을 만난 시드리바스. 마니월이나 초르텐은 항상 왼편으로 통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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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햇볕 아래에서 한가하게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엄마들과 아이들. 검둥개도 길 가운데에 늘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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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마을에는 이렇게 이정표가 잘 되어 있다. 다음 목적지인 필름까지 45분 거리라고 쓰여 있다.

엄마와 아이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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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와 아이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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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리바스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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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마나슬루 지역에서 제일 긴 다리가 나타났다. 필림으로 가는 150m는 족히 되어 보이는 긴 다리지만 그리 높지는 않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다리 건너는 것을 무서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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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 한참 지그재그로 올라 필림에 도착했다. 마지막 운행에 땀께나 흘렸다. 마을 입구에 있는 카니(Kani)에는 마오이스트 깃발들이 색이 바랜 채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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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림 마을 중심가. 캠프사이트는 아줌마가 보고 있는 오른쪽에 바로 있다(아래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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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를 치는 스태프들. 셰르파들과 주방팀들이 이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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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가 완성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젖은 옷을 줄에 너는 일이다. 캠프사이트에는 대부분 이렇게 빨래줄을 설치해 두고 있다. 식사 전 손을 씻으라고 주방에서 항상 빨간 물통은 준비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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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르파들을 도와 캠프를 치고 난 주방팀들은 바로 전을 벌이고 우리에게 차를 내 준 후 저녁식사 준비를 한다. 남자들이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은 이제 전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선반 위로 김치그룻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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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오후 4시 경 차와 과자가 나온다.  뜨거운 밀크에 홍차티백과 설탕을 넣어 마시며 하루의 피곤을 달랜다.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trek 4. 마차콜라 - 따또빠니 - 도반

트레킹

출발지

캠핑사이트

고도

소요시간

trek 1

카트만두 - (전세 차량) -  아루갓 바자르

520m

10:20

trek 2

아루갓 바자르

소티 콜라

620m

5:45

trek 3

소티 콜라

마차 콜라

930m

8:10

trek 4

마차 콜라

도반

990m

5

trek 5

도반           

필림

1,550m

7:30

trek 6

필림           

1,895m

4:30

trek 7

뎅               

2,140m

6

trek 8

프록

리히

2,905m

5:45

trek 9

리히

사마가온

3,530m

7

trek 10

사마가온 (휴식일.  빙하호수 방문)

3,680m

5

trek 11

사마가온

삼도

3,850m

3

trek 12

삼도 (고소적응일.  티베트 국경 방문)

4,040m

7

trek 13

삼도

다람살라

4,450m

3:35

trek 14

다람살라 - 라르키아 라(5213m) - 빔탕

3,720m

11

trek 15

빔탕

띨제

2,335m

8:20

trek 16

띨제

자갓

1,314m

9

trek 17

자갓

나디

930m

7

trek 18

나디 - 불불레 - (전세 차량) - 카트만두

1,400m

11


비를 만나다

2007. 10. 16(화)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예상했던 일이다. 비나 눈은 항상 예상을 해야 한다. 한 여름에도 눈이 올 수 있고 겨울에도 비가 내릴 수 있다. 히말라야 트레킹은 저지대에서 고지대까지 다양한 고도를 거치기 때문이다. 2000m 이하는 아열대 기후라 비가 자주 내린다. 그리고 비행기로 바로 3000m 가까이 오르는 쿰부나 좀솜, 무스탕 지역도 비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히말라야 트레킹 때는 우의나 스패츠, 아이젠은 반드시 지참해야 하는 필수품이다.

어제 오후 잠시 널어두었던 빨래는 비닐봉지에 넣었다. 이런 날씨에는 마르기가 쉽지 않다. 땀에 덜 젖는 티셔츠나, 바지는 빨지 않아도 별 문제가 없다. 트레킹에서 제일 문제는 속옷 빨래다. 하루만 운행해도 땀에 차는 속옷을 매 번 빨기도 어렵고 빨아도 마를 시간이 없다.

그나마 저지대는 나은 편이다. 고산으로 올라가면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기온이 낮아 잘 마르지 않는다. 매일 운행이 끝난 후 마른 옷으로 갈아입지만 다음날 운행을 시작할 때는 전날 입었던 옷과 양말을 다시 착용할 수밖에 없는데, 아침마다 온 몸이 으시시했다. 그렇다고 매일 마른 옷으로 갈아입을 수도 없다. 그러려면 열 벌도 모자란다.

사실 하루 3리터 이상의 수분을 섭취하고 열심히 온 몸을 움직이는 트레킹을 이틀 정도만 하면 그동안 문명사회에서 축적되었던 노폐물이 거의 다 빠지낟.그 후에 나오는 땀은 냄새가 거의 없는 맹물 수준이어서 그리 냄새가 나지 않는다.  통기성과 보온성, 투습성이 뛰어난 등산의류는 운행 중에도 빨리 마른다.

양말은 다르다. 양말은 꽉막힌 등산화 속에 갇혀 있어 아무리 좋은 쿨맥스 양말과 고어텍스 등산화를 신어도 한계가 있다. 발냄새는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점심시간에 신발은 물론 양말까지 벋는 이유는 발을 편하게 하려는 뜻이 있지만 양말을 말리기 위한 이유도 있다. 등산양말은 두껍기도 오죽 두꺼운가! 빨아도 말리기가 쉽지 않다. 나는 가지고 간 양말 네 컬레 중 한 컬레는 수면용으로 신고 세 컬레를 교대로 신으며 버텼다. 물론 중간에 빨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는 롯지트레킹이 훨씬 조건이 좋다. 롯지 식당에는 저녁에 난로를 피워놓기 때문에 젖은 빨래나 세탁한 빨래를 널어두면 쉽게 마른다. 밤에는 방 안에 빨래줄을 치고 널면 조금이라도 습기를 제거할 수 있다. 안나푸르나 지역 트레킹의 경우 롯지 식당 탁자 아래 요란한 소리를 내는 석유난로와 탁자를 빙 두르고 있는 담요 속에 빨래줄이 있다. 쿰부나 랑탕 지역은 식당 창가 주변에 빨래줄이 쳐져 있다.

아침을 다 먹을 때까지 비가 그치지 않아 출발을 조금 늦추었다. 타시가 앞장서야 하는데 텐트 걷는 일을 거들기 때문이다. 오늘은 일정이 짧아 웬만큼 늦어도 무리가 없다. 다행히 곧 빗줄기가 가늘어져 텐트를 걷을 수 있었고 7시 40분 출발했다.

마을을 빠져나오니 어제 늦게 도착한 프랑스 팀은 마을 끝 캠프사이트에서 이제 아침을 먹고 있다. 14명이나 되니 기동력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식당텐트도 두 동이나 된다. 이 팀은 대체로 젊은 사람들이 많다. 마나슬루 여행기를 보면 프랑스 팀을 만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무스탕 방문자도 프랑스가 단연 압도적으로 많다.

2005년 무스탕 방문자의 나라별 통계를 보면 프랑스가 156명으로 단연 으뜸이다. 2위 이태리는 88명, 3위 미국은 82명, 4위 독일은 80명이니 상위권에 속하는 다른 나라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비단 무스탕 지역 뿐만 아니라 아마도 네팔에서 캠핑트레킹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프랑스일 것 같다.

마을을 벗어나 바로 거센 지류가 흐르는 통나무 다리를 건넜다. 그리고 바로 강바닥으로 내려선다. 계곡에 물안개가 자욱하여 마치 비밀의 화원으로 들어가는 듯했다. 길은 절벽길이 아니라 강물 2-3미터 바로 위를 걷는 쉬운 길이다. 빗줄기가 굵어져 우의를 입었다.

포터들은 비가 오면 비닐로 짐을 덮어 가방을 나르지만 비가 많이 오면 다 커버하지 못하므로 가방 안에 든 옷은 하나씩 따로 비닐패킹해야  한다. 배낭커버도 필요하다. 방수용도 되고 평소 운행 때도 커버를 쒸우고 운행하면 배낭을 보호해 준다.

'뜨거운 물'이라는 뜻의 따또빠니에는 10시에 도착했다. 입구에 물탕이 하나 있고 왼편으로는 따뜻한 물이 흘러나오는 홈을 판 돌 꼭지가 세 개 있다. 2005년 11월 이곳을 방문했던 안드레스의 글에는 욕탕에 물이 없는 모습인데 지금은 따뜻한 물이 찰랑찰랑 넘치고 있다. 사진을 비교해 보니 2년 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트레킹을 준비하면서 따또빠니에 도착하면 신나는 샤워는 아니더라도 몸을 씻고 빨래도 하며 한가한 오후를 보낼 생각이었다. 지금은 물이 나오는 �지도 세 개나 있으니 복잡하지도 않을 것이다. 생각같아서는 당장 욕탕에 몸을 담그고 싶었다.

그러나 비가 내리는 으슬으슬한 날씨여서 그럴 분위기가 나지 않았고 수온도 생각보다 높지 않고 미지근하다. 그래서 그냥 세수 정도로 끝냈다. 꼭지에서 나오는 물의 수온은 다 다른데 오른쪽 꼭지의 물 온도가 제일 높다. 따또빠니는 역시 안나푸르나 라운딩 중 나오는 따또빠니가 제일 뜨겁고 시설이 좋다.

1956년 이곳을 방문한 다비드 스넬그로브는 <히말라야 순례(Himalaya Pilgramage)>에서 "뜨거운 물이 나오는 작은 물줄기가 바위 아래에서 나와 노호하는 찬 부리 간다키 강으로 흐른다."라고 쓰고 있다. <마나슬루 트레킹 가이드북>을 쓴 레이놀즈가 1992년 마나슬루 개방 후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찻집도 없고 물꼭지도 오직 하나뿐이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캠핑트레킹이라고 아무데서나 점심을 먹지 않는다. 반드시 주방팀이 전을 펼칠 움막이나 롯지 아궁이가 있어야 하며 그런 곳이라야 식수도 구할 수 있다. ABC 트레킹 중 나오는 캠프사이트가 있는 롯지에는 한쪽에 반드시 그런 움막이 있다.

몇 채의 집이 마주보고 있는 이곳 따또빠니 마을 입구에 가게가 하나 있고 그 앞에 테이블이 하나 있어 일찍 온 우리가 차지했다. 지붕에 차양을 쳐 놓아 골목길은 비가 내리지 않았다. 배낭에서 우모자켓을 꺼내 체온을 보존했다. 빠상이 곧 따뜻한 비스킷과 차를 가지고 왔다. 차 마시는 이 시간이 제일 즐거운 시간이다. 비는 차츰 잦아들었다.

별로 커지 않은 마을인데 아이들이 많다. 욕탕 앞에서 아이들이 웅성거리고 있어 뭔 일인가 하고 가 보니 꼬마들이 엄마들의 보호 아래 비가 오든말든 즐겁게 물놀이를 하고 있다. 세상 근심걱정을 모르는 아이 때는 언제나 행복하다. 누구든 저런 시절이 있었으리라.

점시 먹고 출발할 때 비가 다시 굵어졌다. 15분 쯤 지나서 나무로 바닥을 깐 고풍스런(?) 현수교를 건너 처음으로 부리 간타키 강 오른쪽 사면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얼마 오르지 않아 건너편 절벽에서 엄청난 소리를 내며 공중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나타났다. 얼마나 장관인지 비가 내리는 중에도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감상했다. 마나슬루 지역은 유난히 수직 절벽이 많아 만나는 폭포마다 장관이다.

길은 울창한 수풀 사이로 나 있다. 야생 대마초가 자주 보인다. 히말라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이 대마초도 여행기에서 빠지지 않는 매뉴 중 하나다. 간혹 히말라야에 온 김에 대마초를 피워보려는 여행자도 있겠지만 트레킹을 망치지 않으려면 삼가는 것이 좋다.

목적지 도반에는  12시 45분에 도착했다. 스태프들은 이미 도착한 상태다. 타시가 이곳 유일의 도미토리 '호텔'에서 자도 괜찮겠냐고 묻는다. 캠프사이트가 젖어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젖은 땅에 텐트를 치는 것은 번거롭기도 하지만 자는 사람도 불편하다.

이층 도미토리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니 입구는 옥수수 등 곡물 창고이고 그 옆에 침상이 여덟 개 있는 큰 방 하나가 있다. 2층 전체가 천장을 공유하고 있다. 엉성한 창문으로 바람이 몰아쳐 왔다. '나만의 왕국'인 텐트에 비하면 썰렁하지만 비오는 날엔 이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 할 일이다.

모두를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어제 빨았던 빨래와 함께 발코니에 널었다. 가지고 온 빨래줄을 총 동원했다. 비가 오고 있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잘 마를 것 같다. 가지고 온 빨래집게 10개가 모자란다. 양말 한 컬레에만 두 개가 필요하니 그렇다. 다음부터는 15개로 상향조정해야겠다.

마른 옷으로 갈아입으니 여유가 있다. 비는 이제 수그러들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날 비로 라르키아 라에는 1m 이상의 눈이 내려 3일간 길이 막혔다고 한다. 거기까지 간 이상 3일 기다렸다가 길을 뚫고 넘는 것이 차라리 더 낫다.

보통 라르키아 라 넘기 전 마지막 캠프인 다람살라까지 아무리 빨리 가더라도 고소적응일 하루를 포함해 11일이 걸린다(우리는 13일 일정이다). 거기서 라르키라 라를 넘어가면 카트만두까지 5일 걸리지만(뛰어가도 4일 걸린다), 갔던 길로 다시 내려오면 최소한 일주일이 걸린다.

오후 3시 경 프랑스 팀이 도착했다. 그리고 젖은 마당에 텐트를 친다. 이들은 인원이 많고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어서인지 스태프들의 도움을 받아 각자 자기 텐트를 친다. 사전에 그런 약속이 있었는지 아무도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이 없다. 우리라면 그런 식의 트레킹을 기꺼이 감수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갑자기 조용한 산골이 사람들로 바글거린다. 트레커 20명에다 스태프 50명이 한꺼번에 몰렸다. 우리는 롯지에 딸린 도미토리 방과 식당 그리고 화장실까지 이용할 수 있어 편하다. 이들은 따로 식당텐트와 화장실 텐트를 세웠다.

그리고 1시간 30분 후인 4시 30분, 한 서양인 노(?)부부가 도착했다. 이곳이 복잡한 것을 보고 더 가려는 그 부부를 가이드가 만류한다. 앞으로 1시간 더 가야 하는데 너무 늦다는 것이다. 결국 그들도 마당에 텐트를 쳤다. 부부라서 한 동만 치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5시 경 또 다른 그룹 6명이 나타났다. 도저히 자리가 없는 것을 안 이들은 그대로 통과했다. 다음 마을인 샤울리 바티에 도착하면 날이 저물 것이다.

마나슬루 지역은 캠프사이트가 많지 않고 있는 곳도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넓지 않아 트레커들이 몰리는 10월과 11월에는 캠프사이트 트래픽이 심한 편이다. 그래서 오후 3시 이전에 운행을 마치는 여유 있는 일정을 짜는 것이 좋다. 그런 일정을 짠 우리는 한 번도 캠프사이트가 만원이어서 다음 캠프사이트까지 가는 일이 없었다.

여기는 전기가 들어온다. 식당에서 차 마시고 자녁까지 먹은 후 이야기를 나누다가 포터들을 위해 일찍 자리를 떴다. 식당은 우리가 떠나면 포터들의 침실로 사용된다. 식당텐트도 마찬가지다. 옆에서 기다리던 포터들이 반가운 듯 식탁과 의자를 치우로 잠자리를 마련한다.

도미토리의 높은 천장과 휑한 공간이 영 낯설다. 아직 마르지 않은 빨래는 방 안에 줄을 치고 널었더니 더욱 산만한 모양새다. 그래도 하루의 일과를 마친 가뿐한 마음으로 침낭에 몸을 깊이 묻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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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콜라 마을을 벗어나면 나오는 통나무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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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 돌아 본 마차콜라 마을. 조랑말들이 따라오고 있다. 노란색 텐트는 프랑스 팀의 식당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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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곧 계곡 강바닥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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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작은 지류를 건너다. 통나무 다리 건너기는 보기와는 달리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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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계곡 위로 오른다. 돌계단이 비에 젖어 윤기가 흐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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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을 따또빠니 도착. 사전 정보와는 달리 욕탕에 물이 가득하다. 수온은 그리 높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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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 왼쪽에 보이는 벽쪽으로 설치된 온천 꼭지. 오른쪽 물이 제일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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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고 쉬는데 아이들이 욕탕 주위에 몰려 있길래 무슨 일인가 하고 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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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꼬맹이들이 욕탕에서 수영을 하고 있다. 엄마나 아이 모두 즐거운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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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의 유일한 숙소인 <히말라얀 호텔-롯지>. 캠프사이트가 젖어 있어 우리는 이 숙소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렇지 않다면 뒤숭숭한 분위기의 도미토리 방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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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 왼쪽은 고방이고 오른쪽이 도미토리. 발코니에 넌 우리팀 빨래가 요란하다. 아래층 왼쪽방은 식당이다. 차를 마시고 있는 사람 중 오른쪽은 우리팀의 밍마 셰르파이고 왼쪽은 미리 도착한 프랑스 팀 가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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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경 도착한 프랑스 팀은 진 땅에 그대로 텐트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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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팀의 식당텐트와스태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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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도착하여 짐을 풀고 따뜻한 옷으로 갈아입은 우리팀 사람들은 한결 느긋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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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경부터 날이 좋아졌다. 마당에서 본 도반 풍경. 광각인 28.8mm의 렌즈여서 롯지 건물이 왜곡되어 기울어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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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위로 조금 올라가 내려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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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터들은 이렇게 한쪽에서 자기들끼리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저 남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이 어떨지는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저런 모습을 보면 더 이상 우리가 먹는 음식의 맛이 있니 없니를 따지는 것은 복감(福減)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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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도착한 한 서양 부부. 가이드가 더 가면 힘들다는 말을 하고 있다. 반팔 차림의 할매가 주도를 하고 영감님은 딴청이다. 서양인으로서는 이례적이다. 보통은 아내는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고 남편이 모든 일을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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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부부도 마당 한쪽에 텐트를 쳤다. 늦게 온 사람들은 바빠죽겠는데 일찍 도착하여 짐을 푼 사람들은 한가하게 웃으며 구경하고 있다.

 

trek 3. 소티콜라 - 라푸베시 - 마차콜라

트레킹

출발지

캠핑사이트

고도

소요시간

trek 1

카트만두 - (전세 차량) -  아루갓 바자르

520m

10:20

trek 2

아루갓 바자르

소티 콜라

620m

5:45

trek 3

소티 콜라

마차 콜라

930m

8:10

trek 4

마차 콜라

도반

990m

5

trek 5

도반           

필림

1,550m

7:30

trek 6

필림           

1,895m

4:30

trek 7

뎅               

2,140m

6

trek 8

프록

리히

2,905m

5:45

trek 9

리히

사마가온

3,530m

7

trek 10

사마가온 (휴식일.  빙하호수 방문)

3,680m

5

trek 11

사마가온

삼도

3,850m

3

trek 12

삼도 (고소적응일.  티베트 국경 방문)

4,040m

7

trek 13

삼도

다람살라

4,450m

3:35

trek 14

다람살라 - 라르키아 라(5213m) - 빔탕

3,720m

11

trek 15

빔탕

띨제

2,335m

8:20

trek 16

띨제

자갓

1,314m

9

trek 17

자갓

나디

930m

7

trek 18

나디 - 불불레 - (전세 차량) - 카트만두

1,400m

11


마오이스트 통행세, 개울 목욕

2007. 10. 15(월)

아침 5시에 잠이 깼다. 히말라야에 들어오면 잠이 적어진다. 일찍 잠을 자는 탓도 있지만 책을 보느라 늦게 자도 마찬가지다. 피곤하게 몸을 움직였어도 일찍 누니 떠지고 그래도 잠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없는 것이 신기하다. 밤에 후레쉬 빛이 텐트밖을 가끔 지나가는 걸 보니 셰르파들이 물건의 분실을 막기 위해 교대로 입초를 선 모양이다.

먼저 화장실부터 다녀 온 후 짐을 싼다. 일단 하루의 운행이 끝나고 짐이 들어오면 갈아 입을 옷가지를 찾느라 다 풀어제쳐 놓는다. 그리고 아침에 다시 잘 싸서 가방에 집어 넣는다. 이미 무스탕 트레킹 때 경험한 매일 반복되는 일과지만 며칠 지나면 숙달되어 어렵지 않다. 6시에 모닝티가 배달되고 10분 후 세숫물이 온다. 세수 후 곧 아침식사가 시작되므로 그때까지 침낭을 과 짐을 다 싸서 자물쇠로 채워놓아야 한다. 아침 먹으러 갈 때는 배낭과 스틱, 카메라 가방 등을 다 가지고 나간다.

밖에는 식당텐트가 이미 철거되어 있다. 야외식탁에서 우리가 아침을 먹을 동안 텐트가 철거된다. 포터들은 이미 출발하고 있다. 제일 늦게 출발하는 포터는 우리의 식사가 다 끝나야 짐을 쌀 수 있는 식탁과 의자 담당 포터다. 아침은 간단하다. 뽀리지 대신 누릉지와 가지고 간 라면을 교대로 끓여달라고 했다. 짜파티와 계란 하나가 따라 나온다. 뜨거운 핫초코릿부터 듬뿍 마신다.

6시 30분에 아침을 먹고 7시에 출발했다. 무성한 숲 길을 걷고 고도도 300m 정도 오르는 오늘도 그리 힘든 일정이 아니다. 건너편 절벽에서 폭포가 자주 나타난다. 규모가 엄청나다. 얼마 가지 않아  마오이스트 검문소가 나타났다. 어제 저녁 작대기 하나 들고 어린 녀석 하나가 나타나 타시와 말을 주고 받을 때 이미 짐작했던 일이다.

사유재산제로부터 발생하는 사회적 타락과 도덕적 부정을 간파하고, 재산의 공동소유를 기초로 하여 더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공동사회를 실현하고자 한 공산주의의 이상은 19세기 후반 마르크스와 레닌이 주창하여 20세기에는 거의 전 세계를 풍미했다. 인류 역사상 현실적인 면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혁명적인 이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20세기가 끝나기도 전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인간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권력욕과 사리사욕 등이 너무 강렬해 쉽게 포기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그래서 고상한 이념은 또 다른 형태의 계급사회를 형성하여 피지배계급층에게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러나 실패한 사상이지만 공산주의는 봉건주의와 제국주의로부터 세상의 인민을 깨우는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네팔에 공산주의가 아직도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네팔의 사회가 낙후되었다는 말과 같다. 흔히 30년 전 우리와 비교하지만 사회적 구조와 그 구조를 이루는 사상적인 면에서는 우리의 50년대에 비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네팔의 마오이스트들을 비난할 생각이 없다. 만일 내가 네팔에서 태어났다면 나도 그 일원이 되어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어쨌든 그들 내부의 일이고 부정부패가 만연한 현 지배층의 행태는 그들에게 일말의 정당성을 부여해 주기도 하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편들고 싶지 않다. 나는 그저 히말라야가 좋아 찾아왔을 뿐이다. 히말라야는 왕족이든 정부군이든 마오이스트든, 외국인이든 상관없이 다 받아들인다. 사람과 제도는 잠시 머물다 가지만 수천 만 년 동안 히말라야는 그대로 있다.

마오이스트들이 통행세를 내라고 한다. 명분은 혁명기금이고 그 돈은 나중에 혁명이 완수되면 다 환불해 주겠다는 약속까지 하지만, 혁명이 성공할지도 의문이고 설사 성공한다하더라도  그 돈을 다시 돌려준다고 생각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1인당 14일간의 통과비로 1400루삐, 약 23불이다. 트레킹이 허가비로 240불을 네팔정부에 낸 것에 비하면 약소하다. 그나마 지금은 하루 100루삐니 다행이다. 예전에는 1인당 5000루삐를 걷을 때도 있었다.

그 정도는 시비할 것 없이 얼른 주는 것이 좋다. 여기는 그들의 해방구여서 그들이 바로 법이다. 강제징수는 하지 않고 친절하게 싫으면 돌아가라고 한다. 미소를 지으며 그들은 말한다.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여기서 네팔 정부의 무능함을 원망할 필요는 없다. 히말라야를 한 두 번만 들어와 보면 산간오지에서 정부군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알 게 된다. 오직 한줄기 절벽에 난 길로 아무리 많은 병력이 온다한들, 다이너마이트 하나에 길이 끊어져 오갈데 없는 신세가 되고 만다.

길은 계속 숲길을 오르내린다. 9시부터 한 시간은 계속 절벽길이다. 그리고 트레킹 초반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고산지대에 이르기 전까지는 항상 절벽길을 가야했다. 안나푸르나 라운딩 때도 마찬가지다. 마을은 항상 계곡을 끼고 있으니 그 마을을 지나가는 길 역시 항상 계곡 옆 절벽길로 나 있는 것이다.

작은 지류 계곡 징검다리를 건너다가 남형씨가 그곳에서 물고기를 한 마리 잡았다. 마차콜라라는 이름이 그 계곡에서 물고기(마차)가 많이 잡혀서 생긴 이름인 줄은 짐작했지만 우리나라 계곡 웅덩이처럼 이곳도 작은 물고기가 사는 것을 이번에 처음 보았다. 이런 지류 계곡은 무성한 나무에서 나오는 물이라 물고기가 있는 것 같다.

작은 바티(bhatti)가 길가에 가끔 나타난다. 바티란 '찻집'이란 뜻이다. 우리로 치면 주막 이다. 현지인 여행자들이 잠시 쉬며 차를 마시는 작은 오두막이다. '에클로바티'란 지명은 안나푸르나의 좀솜 위쪽에도 있지만 이곳 마나슬루에도 있다. 뜻은 '한 채의 찻집'이다. 이런 곳은 반드시 돌로 만든 초우따라가 있어 짐꾼들이 편하게 짐을 내려 놓을 수 있다.

포터들이 쉬고 있다. 그곳은 또 우리가 쉬어가는 곳이다. 이들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교차된다. 어린 나이에 남의 짐을 들어주며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처지가 안쓰럽고, 적은 보수를 받는 이들 덕분으로 그리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히말라야를 방문할 수 있는 것이 고맙다. 레이놀즈의 말대로 우리는 이들을 단지 짐꾼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정을 가능하게 해 주는 '노동전문가'로 생각해야 한다.

샌들을 신고 운행하니 아무래도 불편하다. 그러나 아직은 견딜 만하다. 남형씨도 출발 때부터 샌들을 신고 있으니 위안이 되었다. 잠시 쉬면서 물병의 목을 축인다. 캠핑트레킹이 아니었다면 밀크티 한 잔 사 먹었을 것이다. 캠핑을 하면 밀크티를 자주 마시게 되니 굳이 사 먹지 않아도 되었다. 그리고 땀을 흘린 후에는 물이 제일 맛있다. 그러나 현지인들의 차를 팔아주지 못해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9시 조금 넘어 두 번째 바티를 지나자 이미 사진에서 많이 보았던 절벽길이 나타났다. 멀리서 보기에도 엄청나고 실제로도 부리 같다키 강과 거의 수직으로 나 있는 멋진(?) 절벽길이다. 나무만 없다면 영화 <히말라야>에 나오는 폭순도 호수 절벽길과 같은 분위기일 것이다. 모두들 열심히 올라간다. 현지인 아줌마들도 짐을 지고 가고 있다. 아래에서 장을 보고 올라가는 모양이다.

오르막이 끝나고 잠시 강물과 평행선을 그리며 난 길이 다시 오르막으로 변한다. 그리고 다시 평행선 길이 나오고 곧 계단식 논이 펼져진 마을이 나타났다. 점심 먹을 라푸베시 마을이다. 시계를 보니 10시 20분이다. 오전 운행은 3시간 30분 내외인 이 정도 운행이 좋다. 가볍게 먹은 아침의 칼로리가 거의 다 소비되어 배가 고플 시간이다.

날은 점점 더 흐려지더니 빗방울까지 뿌린다. 현지인 여행자들도 말도 모두 점심을 먹기 위해 짐을 부려놓았다. 시장을 보고 가는 윗 마을 아줌마들과 처녀들도 처마 밑에서 쉬고 있다. 아이들도 동행하고 갓난쟁이까지 도꼬(대바구니)에 싣고 있다. 거친 히말라야는 사람들을 강하게 만들었다. 강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적자생존의 법칙은 어디에서건 같다.

맛잇는 티베트 빵으로 점심을 먹고 12시에 출발했다. 길은 강에서 조금 떨어진 산길이다. 30분쯤 지나자 마나슬루 지역에서 제일 긴 다리가 나타났다. 100미터는 될 것 같다(당시는 이 기록이 나중에 필림에서 깨질 줄 몰랐다). 한 서양인 커플이 가벼운 차림으로 통과하고 있다. 이 다리는 왼편 절벽에서 떨어지는 큰 폭포가 만든 계곡을 가로지르고 있다. 다리가 없다면 강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수고를 해야 했을 것이다. 다리를 건너면서부터 계곡이 넓어져 툭 터진 시원한 느낌을 준다.

어느새 오후 2시가 되었다. 별로 힘든 길은 아니지만 온 몸이 땀에 젖었다. 길가에 노점이 하나 나타났다. 굵은 오이와 과자를 팔고 있다. 오이를 두 개 사서 깎아 고추장에 찍어 먹으며 쉬었다. 안나푸르나 라운딩 때 그렇게 먹은 기억이 있다. 그 때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모른다. 지금은 아무래도 그때만 못하다. '도로묵'이 된 것이다.

그곳에서 1시간 동안 산허리길을 더 가니 멀리 오늘의 목적지 마차콜라가 보였다. 3시 15분 마차콜라 도착. 제법 큰 마을이다. 룽다가 보이고 붉은 칸나도 보인다. 소박한 산골 마을의 정취가 풍기는 마을이다. 캠프사이트에는 주방팀이 도착하여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 짐을 진 포터들도 도착했다. 스태프들은 텐트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차를 마시는 동안 캠프가 설치되었다. 그리고 무진행 보살님이 시원한 개울물에서 머리를 감았다고 해서 바지를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개울로 갔다. 기회가 있을 때 목욕을 하고 싶었다. 고지대로 가면 목욕하기가 어렵다. 지류 개울 쪽은 터가 넓어 말들이 짐을 내려놓고 풀을 뜯고 있다. 말들도 오늘 여기서 야영하는 모양이다. 마부도 있고 동네 아이들도 여러 명 보인다.

그동안 젖은 옷을 모두 가지고 와 간단하게 빨고 약간 춥기는 하나 용감하게 개울물에 몸을 �었다. 그런데 그게 아무래도 잘못이었다. 개운하게 씻은 것은 좋았으나 다음날부터 감기가 걸려 이후 열흘 가까이 고생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저녁 식사 전 식당에서 차를 마시는데 대규모 서양팀이 도착했다. 오후 6시가 다 되었는데 지금 도착했으니 오늘 운행이 제법 길었을 것이다. 알고보니 이들은 첫날 우리와 함께 출발한 프랑스 팀이다. 그들은 아루갓바자르 못미처 야영을 하는 바람에 반나절을 까먹었다. 그것을 오늘까지 이틀 동안 보충하려니 늦어진 것이다. 그들은 개울쪽 공터에 캠프를 친다. 일찍 운행을 마치는 우리팀은 항상 동네에서 제일 좋은 곳에 캠프를 차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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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행이 시작되자 건너편 절벽으로 폭포가 자주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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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를 건너 또 바티가 하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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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를 건너면서 남형씨가 잡은 마차 한 마리. 잡는 기술이 놀랍기도 하지만 아마 물고기들이 낯가림을 잘  하지 않는 탓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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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에서는 웬만하면 쉰다. 길 중간에서는 쉬기가 마땅찮다. 제일 왼쪽의 아낙네는 시장보고 올라가는 중인 것을 등에 밴 땀으로 알겠다. 바티의  아낙네들은 여유만만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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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을 흘린 포터들이 쉬기 편하도록 바티에는 항상 초우따라가 만들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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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멋진 절벽길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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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넓어 위험하지 않다. 그러나 수직절벽이라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벽에 딱 붙어 가는 게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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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길을 올라 와 뒤를 돌아본 풍경. 강물이 한참 아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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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또 절벽 오르막길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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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경 절벽길이 끝났다. 어쨌든 이 구간은  스릴 있는 멋진 길이다.
 

 

 라푸베시 입구를 알리는 집 몇 채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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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푸베시 마을 입구. 보명화 보살님도 오늘 반 바지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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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푸베시 롯지. 현지인들을 위한 것이라 외국인이 사용하기엔 너무 열악하다. 우리는 오른쪽 야외 식당에서 점심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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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보고 올라가는 윗 마을 아낙네들. 아이들도 대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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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혜명화 보살. 빨간모자 쓴 사나이는 우리의 식탁, 의자 담당 포터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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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푸베시에서 한 시간 더 가자  긴 현수교나 나왔다. 멋진 출렁다리다. 한 서양인 커플이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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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폭포가 위사진 왼편의 깊은 골짜기를 만들었고 다리는 그 골짜기 위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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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행 보살님이 다리를 거의 다 건넌 후 왼편의 멋진 큰 폭포를 감상하고 있다. 흔들리는 다리 중간에서는 무서워 볼 엄두를 못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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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건너자 계곡이 넓어졌다. 산허리길로 조랑말들이 오고 있다. 말이 지나갈 때는 벽쪽에 바짝 붙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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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 노점상 주인가족. 이곳에 쉬면서 오이 두 개를 사 고추장에 찍어 먹었는데 그런대로 맛이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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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산허리길이 끝나는 지점 강변의 햇볕 아래 라푸베시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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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산골의 정취가 있는 라푸베시 마을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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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도착한 주방팀은 차 준비로 바쁘고 호기심 많은 동네 아이들이 구경하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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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가 쳐지길 기다리는 우리의 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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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끝 지류 개울에서 시원하게 머리를 감은 두 사람. 이곳에서 화끈하게 목욕을 한 나는 그 후 감기로 고생 좀 했다.  

 

trek 2. 아루갓 바자르 - 아르켓 바자르 - 소티콜라

트레킹

출발지

캠핑사이트

고도

소요시간

trek 1

카트만두 - (전세 차량) -  아루갓 바자르

520m

10:20

trek 2

아루갓 바자르

소티 콜라

620m

5:45

trek 3

소티 콜라

마차 콜라

930m

8:10

trek 4

마차 콜라

도반

990m

5

trek 5

도반           

필림

1,550m

7:30

trek 6

필림           

1,895m

4:30

trek 7

뎅               

2,140m

6

trek 8

프록

리히

2,905m

5:45

trek 9

리히

사마가온

3,530m

7

trek 10

사마가온 (휴식일.  빙하호수 방문)

3,680m

5

trek 11

사마가온

삼도

3,850m

3

trek 12

삼도 (고소적응일.  티베트 국경 방문)

4,040m

7

trek 13

삼도

다람살라

4,450m

3:35

trek 14

다람살라 - 라르키아 라(5213m) - 빔탕

3,720m

11

trek 15

빔탕

띨제

2,335m

8:20

trek 16

띨제

자갓

1,314m

9

trek 17

자갓

나디

930m

7

trek 18

나디 - 불불레 - (전세 차량) - 카트만두

1,400m

11


트레킹 시작

 2007. 10. 14(일)

그런대로 잠을 잘 자고 일찍 눈을 떳다. 멋진 롯지도 아니고 포근한 텐트도 아니어서 기분이 좀 찝찝하지만 그래도 계획대로 아루갓 바자르까지 왔으니 다행이다. 처음부터 일정이 어긋나면 전체 일정을 다시 조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날씨를 보니 흐리다. 저지대의 따뜻한 바람이 분다. 마을은 생각보다 작다. 다운타운은 어제 밤에 올라왔던 아래쪽에 있는 모양이다. 여기는 마을이 거의 끝나는 지점이어서 상점도 별로 없다. 아침에 보명화 보살님의 가방이 도착했다. 어제는 두 개의 가방 중 하나만 도착했다. 다른 사람은 하나씩인데 두 개를 가져온 것은 밑반찬과 간식거리 그리고 네팔 아이들에게 줄 선물로 양말 100컬레를 가지고 왔기 때문이다.

이번에 올 때 각자 지참품으로 라면 10개, 누룽지 5봉지, 고추장 500g씩 꼭 가지고 오라고 했다. 한 사람이 다 가져오기에는 양이 너무 많다. 그 외 필요한 간식은 취행대로 가지고 오면 된다. 라면과 누릉지는 트레킹이 끝날 때까지 잘 먹었다. 고추장은 3kg 중 반만 먹고 반인 1.5kg은 남았다. 밑반찬으로는 깻잎, 장아찌, 묵은지 등 몇 가지를 가지고 온 분들이 있어 덩달아 호사를 누렸다.

가장 중요한 김치는 카트만두에서 미리 주문해 가지고 갔다. 이젠 한국에서 가지고 갈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는 조금씩 가지고 갔는데 운반에 애를 먹곤 했다. 무겁기도 하고 포장도 어려웠다. 그러다가 문득 원정대들은 현지에서 미리 담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삼툭에게 연락하니 담을 수는 없어도 살 수는 있다고 한다.

주 1회 운항으로 한국 단체관광객들이 많아진 카트만두에는 한국식당이 더 늘었다. 그런 식당 중 삼툭이 잘 아는 <서울아리랑>에서 김치 10kg을 주문해 두었다고 한다. 가격은 1kg에 350루삐(약 5500원)로 네팔 물가로는 상당히 비싼 편이지만 한국에서 여러 사람이 각자 가지고 가는 번거로움이 없어 좋다. 김치를 안 먹는다면 더 좋겠지만 하루 이틀도 아니고 18일 동안의 여행에 김치가 없으면 입맛이 떨어져 체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8시 45분 출발. 이제 진짜 두 발로 걷는 마나슬루 트레킹이 시작된 것이다. 저지대라 더울 것 같아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었다. 출발이 늦은 이유는 어제 전세버스에 놓고 온 텐트, 식량, 등의 장비를 아침에 가지고 온 까닭이다. 주방도구도 없어 아침도 롯지에서 시켜 먹었다. 어제 그곳에서 오는데 거의 1시간 걸렸으니 포터들과 주방팀은 아침부터 바빳을 것이다.

한가한 산골 마을 풍경이다. 마을을 벗어나니 넓은 부리 간다키 강이 보이고 멀리 설산 꼭대기가 조금 보인다. 부리 간타키 계곡 오른쪽에 있으니 아마 가네시 히말(Ganeshi Himal)의 한 봉우리일 것이다. 가네시 히말은 4개의 7천미터급 봉우리로 이루어진 산군으로 그 오른쪽에는 랑탕 히말이 있고 두 산군 사이에는 티베트에서 발원한 트리술리 강이 흐르고 있다. 랑탕 트레킹은 보통 트리술리 강의 상류에 있는 샤브루베시에서 시작한다.

샨티 바자르(Shanti Bazar)에 9시 30분 도착하여 잠시 쉬었다. 큰 반얀나무 주변에 초우따라와 작은 가게가 몇 개 있다. 이미 그곳에는  우리 포터들이 쉬고 있다. 카트만두에서 같이 온 포터들의 나이는 19세에서 25세 사이다. 짐이 많아 어제 아루갓 바자르에서도 포터 서너 명 더 구했다는데 어린 친구도 있고 40세가 넘는 노장도 있다.

포터들은 아침에 짐을 꾸려 그날 캠핑사이트까지 나르는 일을 한다. 식량을 가지고 와서 중간에 자기들끼리 밥을 지어 먹는다. 포터에게 맡기는 짐은 하루의 운행이 끝나야만 만날 수 있으므로 필요한 장비는 개인용 배낭에 미리 챙겨두어야 한다. 물통과 휴대용 방석은 꺼내기 쉽게 배낭 좌우 주머니에 넣는다. 간단한 세면도구, 휴지, 물티슈, 비옷, 보온용자켓, 헤드랜턴, 간식, 입술크림, 손톱깎기, 작은 칼, 화장품(여자) 등은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배낭을 보호하기 위한 배낭커버도 필요하다. 자외선 차단제의 경우 나는 아침에 한 번 바르는 것으로 만족했기 때문에 카고백에 넣었다.

샨티바자르를 지나 이제 여물고 있는 녹색의 벼논 사이를 걸었다. 주변 집에는 '바나나 나무'가 많이 보인다. 그리고 곧 강바닥으로 내려섰다. 한가로운 전원 풍경을 즐기며 강을 따라 걷다가 맑은 지류 개울을 하나 건넜다. 다리가 없어 신발을 벗어야했다. 물이 맑아 한국의 산골 계곡을 건너는 기분이다.

곧 점심 먹을 마을인 아르켓 바자르(Arkhet Bazar)에 도착했다. 10시 45분이니 아루갓 바자르에서 2시간 걸렸다. 날이 무척 더워 땀을 많이 흘렸다. 한 식당에 안내되어 점심을 기다렸다. 주방팀은 이미 식당 뒷마당에서 음식준비를 하고 있다. 먼저 비스킷과 뜨거운 레몬티를 빠상이 가지고 왔다. 빠상은 수석 주방보조원이다. 수석 주방보조요원이 맡은 일은 아침마다 모닝티와 세숫물을 텐트 앞으로 갖다주고 식사 전 차와 과자를 내오며 식사 시간에는 테이블을 세팅한다.

바자르란 시장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뒤에 바자르가 붙은 마을은 모두 시장의 기능이 있는 마을이다. 아르켓 바자르는 이 지역에서 제일 위쪽에 있는 시장이다. 그 위로는 시장 기능이 있는 마을은 없다. 시장은커녕 마을다운 마을은 한참 올라가야 하는 남룽, 사마가온, 삼도 정도밖에 없다. 위쪽 마을 사람들은 3-4일 씩 걸어 내려와 이곳이나 아루갓 바자르에서 장을 보고 다시 그만큼 걸어 올라가곤 한다.

시장 마을답게 생필품을 갖춘 가게들이 많이 있다. 원정대와 트레커들을 겨냥한 로프도 보인다. 백산 스님은 이곳에서 반 바지를 하나 샀다. . 더사인 축제 대목장을 보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모여 바글거리는데 한쪽에서는 주사위 노름을 하고 있다. 그런 곳은 특별한 구경거리가 없는 산골 아이들에게 신나는 구경거리다.

주방팀이 만들어 온 첫 점심이 나왔다. 이미 작년 무스탕에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음식이 어떤지 잘 알고 있다. 캠핑트레킹은 서구 식민지 시대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일정이나 음식 등이 정립되어 있다. 그래서 네팔에서의 캠핑트레킹은 어떤 여행사를 택하더라도 대동소이하다.

저널리스트이자 트레킹 전문가인 레이놀즈(Kev Reynolds)의 책에는 그 일정이 소개되어 있다. 그는 마나슬루가 개방된 1992년 처음 마나슬루를 방문했고 1996년 마나슬루 트레킹 가이드북을 쓰기 위해 다시 방문한 후 라는 안내서를 썼다. 마나슬루 트레킹 구간별 설명이 되어 있는 가이드북은 현재 그의 책이 유일하다.

그가 쓴 책으로 마나슬루 외에도 그는 캉첸중가, 안나푸르나, 에베레스트, 랑탕 헬라부 & 고사인꾼드 트레킹에 관한 'A Trekker's Guide' 시리즈가 있고, 등 유럽의 여러 산을 트레킹 하는 안내서도 썼다. 그의 책에 나와 있는 캠핑트레킹의 일과는 다음과 같고 우리 역시 대체로 그 일과를 따를 것이다.

6:00 트레커의 텐트로 한 잔의 차가 배달되면서 하루가 시작된다.
6:15 텐트 입구로 따뜻한 물이 담긴 세숫대가 도착한다.
7:00 아침식사. 구릉지역에서는 보통 식당텐트가 이미 철수되기 때문에 야외 에서 먹고 추운 고산지대에서는 식당텐트에서 바쁘게 먹을 것이다. 아침식사는 보통 뽀리지 또는 시리얼, 계란과 짜파티, 홍차, 커피 또는 핫초코릿 티로 구성된다.

7:30 트레킹 출발. 이 시간은 하루 중 가장 멋진 때이다. 공기는 시원하고 빛은 순수하고 새들은 지저귄다. 사진 찍기 아주 좋다. 오전 중 당신은 짐을 내려놓고 길가에서 쉬거나 차를 마시는 포터들을 추월한다. 주방팀은 당신을 추월한다. 만일 그들이 당신을 추월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너무 빨리 걸은 것이다. 당신은 점심을 굶을지 모른다!

11:00 점심을 먹기 위해 멈춘다. 스태프들은 보통 물이 가까이 있고 경치가 좋은 곳을 선택한다. 당신이 그곳에 도착하면 뜨거운 과일음료가 담긴 찻잔을 받는다. 쉬는 동안 책을 읽거나 여행기록을 쓰고 경치를 감상한다. 점심은 종종 두 코스의 음식으로 이루어진다. 예를들면, 참치, 감자볶음, 양배추샐러드와 짜파티, 그리고 디저트로 통조림 과일과 각종 차가 따른다.

13:00 다시 트레킹을 한다. 다시 길가에 쉬고 있는 포터들을 추월하고 주방팀과 셰르파들에게 추월당한다. 만일 그러지 않다면 당신은 길을 잘못 들었거나 너무 빨리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캠프를 지나친다! 그렇지만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좋은 서다는 셰르파 한 사람을 당신 앞에 보내 갈림길에서 기다린다.

16:00 캠프에 도착. 몸을 씻고 빨래하고 차와 비스킷을 먹으며 쉰다. 포터들이 마침내 당신의 가방과 침낭과 텐트를 지고 나타난다. 밤에 텐트 안에서 헤매지 않으려면 헤드랜턴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두라.

18:00 저녁식사를 하며 내일의 일정을 설명하고 의논한다. 저녁은 고정된 세 코스의 음식으로 수프, 닭, 밥과 야채, 과일, 홍차, 커피 또는 핫초콜릿 차가 나온다.

20:00 이를 닦고 잠 자러 간다.

12시 45분, 점심을 먹고 다시 기운을 얻어 출발했다. 강 하류에 위치한 마을이라 계단식 논이 많이 보인다. 아직은 계곡의 경사가 완만하다. 부리 간다키 강도 깔리 간카키 강 못지 않게 검다. 이 강은 얼마 후 트리술리 강과 만나 서쪽 무글링으로 흐르다가 방향을 남쪽으로 바꾸어 치트완 지역을 거쳐 갠지스 강과 합류한다.

길이 넓다. 현지인들과 함께 짐을 실어 나르는 조랑말 무리도 지나간다. 말이 지나갈 때는 쉬는 때이기도 하다. 이미 길은 산기슭으로 올라왔기 때문에 말들이 지나갈 때는 벽쪽으로 붙어야 한다. 강쪽에 있으면  자칫 말에 실은 짐에 밀려 아래로 추락할 수도 있다.

슬슬 협곡이 높아지고 있다. 바로 앞 산꼭대기에서 폭포가 내려와 작은 지류를 만들고 있다. 마나슬루 지역은 '폭포의 나라'로 불릴 정도로 폭포가 많다. 마지막 폭포는 트레킹 6일째 날, 필림에서 뎅 가는 길에서 본 것인데 마지막을 장식하는 폭포답게 엄청나게 길었다.

오후 2시 30분, 오늘의 목적지 소티콜라(Soti khola)에 도착했다. 첫날이라 워밍업을 하는 의미로 오늘 일정은 비교적 짧게 잡았다. 긴 여정이니 처음부터 무리할 것은 없다. 콜라는 네팔어로 '계곡'이란 뜻이니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것은 계곡 옆에 위치하고 있다는 말이다. 도반, 데우랄리, 자갓 등 네팔의 마을 이름은 이렇게 지형이나 기능의 이름을 딴 것이 많다. 그래서 같은 이름이 여러 군데 있다.

롯지 뒤 캠프장이 있는 곳에는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이 근처 마을 아이들은 다 모인 것 같다. 여기가 이 지역 축구 전용구장일 것이다. 2000년 마나슬루를 방문한 칼스텐 네밸은 이곳에서 아이들과 축구를 했다고 쓰고 있다.

캠프 동쪽은 부리 간다키 강이고 서쪽은 거대한 절벽이다. 캠프장은 그 절벽 아래에 있다. 그런데 절벽 뒤에서 거센 물소리가 들려왔다. 혹 절벽 뒤쪽에 폭포가 있는가 해서 가까이 가서 살펴보았지만 모두 막혀 있다. 결국 그 소리는 부리 간다키 강을 거세게 흐르고 있는 물소리가 절벽에 부딪쳐 반사된 메아리로 판명되었다.

곧 텐트가 도착했다. 캠프를 차릴 동안 우리는 빠상이 내 온 비스킷과 뜨거운 차를 마셨다. 이번에는 뜨거운 밀크에 코코아와 설탕을 듬뿍 타서 많이 마셨다(이것을 영어로는 '핫초코릿'이라 한다). 에너지 축적의 압박 때문이기도 하지만 맛도 아주 좋다. 평소 코코아차를 거의 먹지 않는 나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뜨거운 밀크에 홍차 티백을 넣어 먹어도 맛있는 찌아가 된다.

텐트가 다 설치되자 가져온 꼬리표를 달았다. 텐트가 여섯 동이어서 표시를 하지 않으면 매일 바뀌게 된다. 노란 리본에 1부터 6까지 쓰고 그 아래 각자의 이니셜인 DW, JJ, NH, ME, AA, BS를 써서 가지고 왔다. 그것을 세 개씩 만들어 텐트와 카고백 그리고 침낭집에 달아놓으니 항상 같은 텐트를 쓸 수 있었다. 또한 카고백과 침낭을 배달하는데도 매일 누구네 집으로 가야할 짐인지 몰라 우왕좌왕 하는 일이 생기지 않았다.

이번 트레킹을 위해 <에코 무스탕>에서 텐트 세 동을 새로 구입했다. 새 텐트는 여성동포들에게 양보하고 남자들은 예전 무스탕에서 쓰던 텐트를 사용했는데 약간 허름한 것 외엔 지내기에 문제가 전혀 없었다. 침낭도 새로 두꺼운 것으로 구입하여 모두에게 지급되었다. 그래서 4660m의 추운 다람살라에서도 따뜻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침낭을 가져온 사람도 있어 남는 침낭 중 하나를 베개 대용으로 사용하니 머리가 편했다.

저녁 먹으러 식당텐트에 모였을 때 복습과 예습으로 오늘 보낸 일정과 내일 일정에 관한 브리핑을 했다. 브리핑이란 미리 가지고 간 프린트물을 읽는 일이다. 당일과 다음날의 칼스텐, 밥, 톰 & 루이사 부부의 기록을 읽으며 오늘 우리가 왔던 코스를 되돌아보고 내일의 운행에 대한 힌트를 얻는다. 칼스텐의 글은 마나슬루 지역의 문화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고 톰 & 루이사 부부의 글은 실용적이다(이 친구들은 특히 음식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저녁은 식당텐트에서 토마토 수프와 양배투 샐러드에 김치를 곁들인 볶음밥과 수제비로 잘 먹었다. 타시는 밤에 잘 때 물건을 잘 보관하라는 주의를 준다. 다른 여행기에서 장비의 분실에 관한 글을 본 터라 등산화와 스틱을 모두 텐트 안에다 넣으라고 말했다. 무스탕에서는 텐트 플라이 안쪽에 두었다.

도둑질은 나쁜 일이고 순박한 산골 사람들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이곳은 저지대로 비교적 사람들이 많이 살며 왕래가 잦은 곳이다. 아이들도 많다. 도둑질을 부추킨 것은 결국 외국인 관광객들이다. 이곳과는 전혀 다른 화려한 의상과 장비를 가지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으니 부러움과 욕심이 함께 생겨나는 것은 인지상정의 일. 견물생심이라는 말도 그래서 생겼을 것이다. 우리가 조심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일이다.

스태프들에게 보명화 보살님이 가지고 와 내게 맡긴 양말을 한 컬레씩 나누어 주었다. 오지의 아이들에게 주려고 한 것이지만 나누어 주는 일도 보통일이 아니다. 어떤 기준이 있어야 하고 인원수도 문제가 된다. 여유분이 있으니 우리를 위해 수고하는 스태프들에게 먼저 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생겼다. 무심코 벗어 둔 등산화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둘 다 밑창 중간이 부식된 것처럼 헤어져 있다. 하루 걸은 상태가 이렇다면 얼마 가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랬다면 당연히 다른 등산화를 가지고 왔을 것이다.

이것은 심각한 일이다. 이제 막 시작하는 참인데 등산화가 고장났으니 어찌할 것인가. 궁여지책으로 우선 등산화는 정말 필요할 때를 대비해 '모셔두고' 가지고 온 샌들을 신기로 했다. 포터들은 슬리퍼를 신고 짐을 나르니 샌들은 그에 비하면 양반이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그러나 걱정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았다. 마나슬루 트레킹은 초반부터 그렇게 걱정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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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갓 바자르에서 트레킹을 시작하다. 날씨는 처음엔 흐렸으나 출발할 때는 청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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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 간다키 강 저 넘어로 보이는 가네시 히말. 갈 길이 까마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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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벼논 사이로 상쾌하게 걷다. 저지대 더운 지방이라 '바나나 나무'가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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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바닥으로 내려가다. 예전 어릴 때 놀던 여름철 강변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히말라야의 물살은 항상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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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계류를 발 벗고 건넌 후 다시 신발을 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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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켓 바자르에서 점심 먹기 위해 운행을 멈추었다. 시장답게 물건이 많이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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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점심 먹을 장소로 빌린 식당 주인의 아들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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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통에서 주사위 노름을 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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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식 논과 부리 간다키 강. 강변 주위가 완만한 경사라 경작지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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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항상 계곡 옆으로 나 있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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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길고 긴 폭포.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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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오늘의 목적지인 소티콜라가 나타났다. 마을이라 하지만 집은 두 채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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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장에서 공을 차는 아이들. 대부분 맨발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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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를 설치하는 스태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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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가 설치되는 동안 우리는 차와 간식을 먹었다. 트레킹 내내 에너지 확보 차원에서 핫초코릿을 많이 마셨다. 

trek 1. 카트만두 - 다딩베시 - 아루갓 바자르

트레킹

출발지

캠핑사이트

고도

소요시간

trek 1

카트만두 - (전세 차량) -  아루갓 바자르

520m

10:20

trek 2

아루갓 바자르

소티 콜라

620m

5:45

trek 3

소티 콜라

마차 콜라

930m

8:10

trek 4

마차 콜라

도반

990m

5

trek 5

도반           

필림

1,550m

7:30

trek 6

필림           

1,895m

4:30

trek 7

뎅               

2,140m

6

trek 8

프록

리히

2,905m

5:45

trek 9

리히

사마가온

3,530m

7

trek 10

사마가온 (휴식일.  빙하호수 방문)

3,680m

5

trek 11

사마가온

삼도

3,850m

3

trek 12

삼도 (고소적응일.  티베트 국경 방문)

4,040m

7

trek 13

삼도

다람살라

4,450m

3:35

trek 14

다람살라 - 라르키아 라(5213m) - 빔탕

3,720m

11

trek 15

빔탕

띨제

2,335m

8:20

trek 16

띨제

자갓

1,314m

9

trek 17

자갓

나디

930m

7

trek 18

나디 - 불불레 - (전세 차량) - 카트만두

1,400m

11

* 고도는 Kev Reynols의 <Manaslu-A Trekker's Guide>를 따랐고
 소요시간은 출발 때부터 도착 때까지 걸린 총 소요시간입니다.


출발

2007. 10. 13(토)

오전 7시 호텔에서 마련해준 도시락을 가지고 호텔을 나섰다. 삼툭 라마가 가이드 타시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 곧 미니버스가 오고 짐을 버스지붕 위에 올린 후 좁은 타멜의 골목길을 벗어나 카트만두 외곽 도로인 링로드를 찾아 북쪽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길이 복잡하다. 카트만두도 차량이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다. 도로는 그대로인데 차량이 늘어나니 혼잡함과 매연이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30분 정도 링로드를 따라 서쪽을 향해 간 후 대기하고 있던 전세버스로 갈아탔다. 멋진 관광버스를 기대했는데 그 유명한 인도산 타타(TATA) 로컬버스다. 로컬버스 한 대를 아예 전세내었다. 랑탕 트레킹을 마치고 10시간 롤러코스트 길을 달려왔던 바로 그런 버스다. 로컬버스는 2000년 가을 처음 안나푸르나 라운딩에 나섰을 때 베시사하르까지 타고 간 경험부터 따지면 이번이 세 번째인 셈이다. 그러나 보기와는 달리 달리 이 타타버스는 2004년 랑탕 트레킹 때 내가 '탱크'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듯 다딩베시에서 아루갓바자르로 가는 험악한 산길을 잘 빠져나왔다.

버스에는 셰르파인 밍마 세르파(40세)와 주방장 노르지 세르파(25), 주방요원 3명, 포터 14명이 타고 있다. 가이드 타시 빠상 구릉(40)까지 스태프들이 20명이고 우리팀 6명을 합치면 26명의 대부대다. 앞으로 18일 동안 우리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마나슬루를 한 바퀴 도는 트레킹을 할 것이다.

이번에는 삼툭이 가이드 하지 않는다. 이제는 어엿한 여행사 대표라 성수기 때는 한가하게 고객을 따라다닐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비수기 때는 직접 가이드를 한다고 한다. 이미 한국에서 연락할 때 나에게 양해를 구했고 나도 동의했다. 삼툭은 마나슬루를 가본적이 없다고 한다. 물론 가이드의 일이 반드시 경험이 있는 코스만 가는 것은 아니며 코스보다는 손님이 불편하지 않도록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가이드 타시는 무스탕 남돌 출신으로 그동안 삼툭이 일정이 겹쳐 가이드 하지 못할 경우 대신 가이드로 나서곤 했던 친구다. 금년 봄 두 번의 무스탕 트레킹 가이드 일을 했고 마나슬루도 이전에 한 번 다녀 온 경험이 있다. 그러나 10여년 간 주로 롯지 트레킹 가이드 일을 했으며 캠핑 트레킹 일에 참여 한 것은 무스탕을 제외하고는 다울라기리 한 번과 마나슬루 한 번이 전부여서 캠핑트레킹 경험은 일천하지만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친구다.

타시는 영어는 능숙하지만 한국말은 몰라(배우는 중) 우리로서는 삼툭처럼 한국말로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지 못해 답답한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삼툭은 나와 5번의 트레킹을 같이 했기 때문에 내 취향을 잘 알고 있어 굳이 일일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처리하는데 이 친구는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번 마나슬루 트레킹 통참자는 나(51)를 포함하여 모두 6명이다. 백산스님(49)과 보명화 보살님(54)은 2년 전 ABC 트레킹과 작년 무스탕 트레킹을 같이 했으니 3년 연속 트레킹을 같이 하는 셈이다. 각자 특별 추천케이스로 혜명화 보살(38)과 송남형씨(48)가 팀에 합류했다. 또 한 분은 '광주 할매'인 무진행 보살님(64)이다. 5년 전인 2002년 봄에 ABC를, 가을에는 쿰부를 같이 트레킹을 한 적이 있는 '역전의 용사'로 5년만에 트레킹을 하게 되어 감회가 남다르다 한다. 작년에 무스탕에 가고 싶었지만 마침 걸린 감기 때문에 가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던 차였다.

아무리 역전의 용사라 하더라도 64세의 할머니가 난이도 4등급(1에서 5등급까지 있으며 5등급이 최고 등급이다. 무스탕, 돌포, 다울라기리, 마칼루, 캉체중가 등 일단 캠핑트레킹이 필요한 코스는 모두 4등급에 속한다) 마나슬루 트레킹을 잘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은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2002년 겨울, 21일간의 쿰부 트레킹 때 5420m의 촐라패스를 넘은 경험이 있으니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 경험 상 지금까지 넘었던 세 개의 고개인 안나푸르나의 토롱 라, 랑탕 헬람부의 로우레비나 패스, 쿰부의 촐라 패스 중 촐라패스가 가장 힘들었다. 앞의 두 고개는 말이나 야크가 넘을 수 있는 고개지만 촐라 패스 오직 사람만 넘을 수 있을 뿐이다. 고개로 가는 도중 롯지나 찻집이 전혀 없다. 라르키아 라 역시 말과 야크가 자주 넘어가는 고개이니 그리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촐라 패스를 넘은 때로부터 5년의 시간이 지났고 젊은 사람도 아니어서 체력이 더욱 떨어져 있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래도 두 번의 트레킹 경험이 있는 세 사람은 그리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 정도면 체력이 중요성을 알고 있을 것이고 필요한 장비를 잘 챙길 수 있는 경험도 충분하다. 문제는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이 처음이 두 사람이다. 그러나 보명화 보살님의 남동생인 남형씨는 1년 전까지 운동으로 마라톤을 했으며 4번의 완주를 했을 정도로 기초체력이 탄탄하다고 하니 걱정이 덜 되었다. 혜명화 보살도 이번 트레킹을 위해 홈그라운드 잇점을 살려 매일 4시간 사패산 산행을 40일간 했다고 하고 나이도 제일 젊으니 무난하리라고 생각했다.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 일정도 여유 있게 짰다.

이번 캠핑 트레킹 코스를 고르는데 많은 고민을 했다. 우선 시간의 제약이 있다. 세월이 흘러 상황이 좋아져 네팔까지 바로 가는 직항이 생겼다. 그러나 일주일에 한 편 운항하기 때문에 일정은 1주일 단위로 끊어진다. 오가는 날 빼면 2주로는 갈 만한 데가 없다. 4주는 몇몇 동행자들에게는 허락된 시간을 넘는 너무 긴 시간이다. 그래서 3주로 정했다.

후보지로는 마나슬루, 다울라기리, 나르-푸-틸리초, 마낭서키트(좀솜-토롱 라-마낭-틸리초-좀솜), 마칼루, 캉첸중가, 돌포가 있다. 아직 내가 가 보지 못한 곳이다. 일행들이야 쿰부와 랑탕, 안나푸르나 서키트 등을 아직 가보지 않았으니 그곳을 가도 좋겠지만 나는 기왕에 가는 일이니 새로운 코스를 가고 싶었다.

마칼루, 캉첸중가, 돌포는 시간의 제약으로 제외되었다. 나르-푸-틸리초-좀솜과 마낭서키트는 5000m 고개 세 개를 넘어야 하는 난 코스에 속해 초보자와 노약자가 낀 이번 팀으로는 무리다. 나르-푸와 틸리초 횡단을 둘로 나누어 하나만 다녀올 수도 있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조금 조금 싱거운 감이 있다. 프랑스의 <voyages-nepal> 여행사에서는 이 나르-푸-틸리초-좀솜 코스를 아래 약도와 함께 카트만두에서 출발하여 트레킹을 마치고 카트만두로 돌아오는 21일 일정을 제시하고 있다. 종종 나르-푸와 안나푸르나 서키트를 연결하여 가기도 하는데 그 역시 21일짜리다. 우리로선 난이도는 둘째치고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다울라기리와 마나슬루가 남았다. 다울라가리 라운딩은 포카라로 간 후 베니에서 시작하여 마르파로 내려와 좀솜에서 비행기를 타고 포카라까지 돌아오는데 16일이면 가능하다. 그러나 5000m 급 고개를 두 개 넘어야 하고 이틀은 눈밭에서 캠핑을 해야 한다. <프로젝트 히말라야>의 제이미는 원정대 수준의 준비가 필요하며 긴 빙하지대를 건너야 하고 산사태와 눈사태 지역도 있어 노련한 셰르파의 인솔과 자일이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다울리기리 라운딩은 네팔트레킹 코스 중 난이도가 가장 높은 코스에 속한다. 남자들만이라면 열심히 체력단련을 하여 다울라기리 연봉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이 코스를 시도할만 하지만 '노약자'들과 함께 가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리룽닷컴(lirung.com)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이탈리안 캠프와 재패니즈 캠프 사이에는 항상 눈사태, 빙폭붕괴, 낙석의 위험이 있다. 따라서 아침 일찍 조심스럽고 빠르게 지나가는 것이 좋다." (다울라기리 지도)

결국 마나슬루로 낙착되었다. 마나슬루는 5213m의 라르키아 라 하나만 넘으면 된다. 비록 고개를 넘으면 바로 아주 가파른 급경사로 떨어지는 길이라 쉽지 않다고 하지만 고개 자체는 완만하게 오르는 길이고 위험한 구간이 없어 자일이나 피켈이 필요없다. 단지 눈길에 대비하여 아이젠과 스패츠만 있으면 되는 '평범한' 고개에 속한다고 한다. 그리고 해발 520m의 아루갓바자르에서 시작하여 고도를 천천히 올리는 것도 유리한 조건이다.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제일 힘든 것이 고산병의 발생이다. 일단 고소가 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한 사람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전체 일정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그런면에서 마나슬루는 다른 코스에 비해 고소적응에 비교적 좋은 코스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일정을 여유 있게 짰다. 왠만한 사람이라면 17일 일정으로 가능하지만 유유자적한 트레킹을 모토로 삼는 나는 고소적응일로 이틀을 두어 18일로 일정을 만들었다. 이 일정에 결정적인 도움이 된 것은 다딩베시에서 아루갓바자르로 바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전통적으로 마나슬루 트레킹은 고르카에서 시작한다. 고르카는 카트만두에서 서쪽 142km 떨어져 있는 마을이다. 행정적으로 마나슬루 산군 전체가 고르카 지역에 속하니 그 지역 전체의 중심 도시임을 알 수 있다. 그곳에서 18세기 후반 프리티비 나라얀 샤(Prithvi Narayan Shah)가 혜성같이 나타나 동쪽으로는 시킴과 부탄으로부터 서부 네팔까지 모든 군소 왕국을 평정한 후, 1768년 네팔 전역을 통일한 네팔왕국를 세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트만두로 도읍지를 옮겨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이것이 네팔의 샤왕조인데 현재 왕가는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카트만두-포카라 고속도로 이름인 프리티비 하이웨이는 이 왕의 이름에서 땄으며 지금도 고르카에는 옛 왕조가 통치하던 역사적인 왕궁이 있다.

오전 6시 출발하여 6시간 차를 타고 고르카에서 내리면 거기서 점심 먹고 다시 고르카와 아루갓바자르 사이에 있는 칸촉까지 서너 시간 걸어야 한다. 아니면 고르카에서 멈추고 다음날 아루갓 바자르까지 간다. 그러자면 카트만두에서 아루갓바자르까지 이틀이 걸린다. 네팔의 트레킹 여행사는 보통 이 코스를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젝트 히말라야>에서는 지름길인 다딩을 거쳐 아루갓바자르로 바로 가고 있다. 안드레스 팀도 그렇게 갔다. 그렇다면 하루를 절약할 수 있다. 즉 남는 하루를 예비일로 쓸 수 있는 것이다.

그 길도 만만한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안드레스의 글에서 읽었기에 조금 걱정을 했다. 삼툭에게 전화를 걸어 그 길로 갈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다. 이미 일정은 고르카로 가는 일정으로 짜놓았다. 만일 다딩으로 갈 수 있다면 예비일을 하루 더 쓸 수 있다. 출발 10여 일 전 다시 전화를 걸어 그 길로 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며칠 전 그 길로 다녀 온 팀이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정을 새로 조정했다.

하루가 더 있으니 한결 여유 있는 일정이 되었다. 일정을 하루 줄여 17일로 할 수도 있지만 무리할 필요도 없고, 18일 일정이라도 주 1편 운항하는 직항기 일정상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카트만두에서 온전히 하루를 쉴 여유가 있다. 남은 하루를 포카라에서 쓰는 것은 짐을 가지고 다음날 카트만두로 움직이는 것이 너무 번거롭다. 매연과 소음이 심한 카트만두에서 연 이틀을 쉬는 것도 피곤한 일이다. 기왕에 히말라야를 보러 들어왔으니 마나슬루 설산을 바라보며 하루를 더 보내는 것이 좋다.

우리 팀 6인의 캠핑트레킹에 드는 비용은 하루 420불(70불x6인)이다. 카트만두에서 하루를 더 보낸다면 숙식비로 220불이면 충분하니 200불을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200불은 히말라야 산자락 아래에서 6인의 트레커들이 성심을 다하는 스태프들의 봉사를 받으며 하루를 보내는 대가로 추가 지불할 가치가 있다. 더구나 카트만두의 부자들(호텔과 식당 주인)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20여 명의 가난한 스태프들에게 고루 돌아가니 더욱 좋은 일이다.

캠핑트레킹은 롯지트레킹과는 달리 그룹이 필요하다. 최소한의 인원은 두 명. 그러나 두 명은 경비부담이 크다. 4명에서 6명이면 가장 좋다. 6명이상부터는 비용이 같다. 그리고 6명이 넘으면 분위기가 산만해지기 쉽다. 이번 트레킹 도중 프랑스 팀과 다른 한 팀은 10명 이상의 인원이 왔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다다익선이겠고 팀을 만들지 못한 트레커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따라왔겠지만, 식사 때도 그렇고 화장실 사용 때도 복잡하기 마련이다.

 

7전 8기라더니, 이번에 직항을 이용하니 정말 편하다. 작년까지 7번의 네팔방문 때마다 홍콩, 방콕, 상하이를 경유해 오가느라 중간에서 진이 다 빠지곤 했다. 특히 돌아오는 길에 환승하는 방콕에서의 12시간은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니었다. 악명 높은 로얄네팔항공의 연착, 환승게이트 찾는라 이리저리 헤매는 고생, 상해 공항에서는 입출국을 다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이번에는 모두 옛일이 되었다.

비행기삯도 로얄네팔이나 타이항공에 비해 그리 비싼편도 아니다.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허비되는 환승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대가로 충분히 치를 만하다. 중간에 홍콩이나 방콕에서 스톱오버를 할 예정이 있거나, 여행일정이 1주일 단위가 아닌 경우면 모를까 굳이 몇 만원 아끼려고 편리한 직항을 외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네팔행 대한항공 비행기는 9열이 배치된 250석의 크고 좋은 비행기다. 각 좌석마다 비디오 모니터가 있고 각 종 음악은 물론 30여 편의 비디오를 마음대로 골라 볼 수 있다. 금년 1월 캄보디아 갈 때 탔던 6열 150석의 좁고 허름한 비행기와는 차이가 많이 났다. 매일 두 편씩 운항하는 캄보디아와 일주일에 한 편 운항하는 비행기의 차이인지, 아니면 이제 막 새로운 노선을 운항하는 서비스 차원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쨋든 그동안 기내에서 이용하던 mp3는 꺼내지 않고 오랜만에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보그만이 나오는 옛날 영화 <카사블랑카>를 보았다.

*   *   *

호텔에서 카트만두 분지 서쪽 교차로까지 가는데만 두 시간이 걸렸다. 지금이 네팔의 추석이라 할 수 있는 더사인이 얼마 남지 않은 때라 길거리마다 노점상들이 늘어서 있다. 사람들이 고향 가족들에게 가져갈 선물을 고르기 위해 붐비는 모습이 정겹다. 도로는 고향길에 나선 사람들로 가득 찬 로컬버스, 봉고버스 등으로 가득 차 있다.

카트만두는 흔히 카트만두 밸리라 부른다. 북쪽 히말라야에서 뻗어 내려 온 산 사이로 넓은 계곡이 펼쳐져 생긴 도시다. 말이 계곡이지 너무 넓어 그 안에 있으면 우리가 생각하는 개념의 계곡의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처라리 분지라고 생각하면 쉽게 감이 온다.

카트만두를 빙 둘러싸고 있는 도로가 링로드(Ring Road)인데 왕궁은 링로드 중앙에 있다. 링로드의 동쪽 길 바깥으로 보트나트, 파슈파티나트, 공항이 있고 타멜과 스와얌부나트는 링로드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링로드와 포카라로 가는 프리티비 하이웨이가 만나는 교차로가 있는 칼란키(Kalanki)는 네팔에서 가장 교통량이 많은 곳이다.

그곳은 카트만두에서 인도로 가는 유일한 길이 연결된 프리티비 하이웨이와 만나는 곳이어서 늘 트럭에 가득 생필품을 싣고 인도에서 들어오는 차들로 붐빈다. 몇 년 전 마오이스트들과 정부가 대립하던 때 마오들이 인도에서 들어오는 길목을 막고 번다(차량 통행금지 파업)를 벌이자 사재기가 일어났다. 생필품 가격이 폭등하고 석유공급이 줄어들어 카트만두는 혼란에 빠졌다. 다행히 마오측에서 15일쯤 지난 후 번다를 풀어 사태가 진정되긴 했지만, 험준한 산악국가로 국경이 모두 산과 육지로 들러싸인 네팔은 여러 면에서 취약한 형편이다.

비가 오락가락 하고 있다. 길이 막혀 움직이지 차가 멈춰 있을 때 호텔에서 싸 준 간단한 아침 도시락을 먹었다. 네팔에서 차를 탈 때는 가능하면 음료수 먹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쉬기는 하지만 차가 막힐 경우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화장실 가는 일이 문제가 된다. 그래도 남자들은 문제가 덜하다. 대충 내려 근처에서 돌아서서 볼 일을 볼 수 있다. 여자들은 인적이 드문 곳까지 가야 하니(그것도 운이 좋을 경우만) 고생이 심하다.

칼란키를 벗어나 10여 킬로미터 완만한 오르막을 오른 후 마침내 차는 탄코트(Tankot) 산고개를 넘어 무지막지하게 골짜기로 떨어진다. 이 길도 이제는 몇 번 오르내린 경험이 있어 낯설지 않다. 7년 전 처음 네팔에 와 이 길을 내려갈 때는 오금이 저릴 정도로 무서웠던 인상깊은 길이다.

계곡 바닥 가까이 내려와 트리술리 강을 끼고 가던 차는 11시 40분 다딩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했다. 여기서 다리를 건너니 분위기가 확 다르다. 인적이 드물고 집들이 가끔 나타나는 첩첩산중으로 들어가고 있다. 트레킹의 시작을 이렇게 오지에서 하는 곳은 많지 않다. 롯지트레킹은 항상 번화한 마을에서 시작한다.

20여분 산길을 가던 차가 작은 마을에서 멈추었다. 현지인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스태프들이 내렸다. 우리는 오는 도중 카트만두에서 54km 떨어져 있는 지점에 있는 여행자 휴게소에서 뷔페식으로 이미 먹었다. 그때가 10시 40분밖에 되지 않았으나 타시가 그곳에서 먹기를 권했다. 현지인 식당은 외국인이 먹기에 적당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그랬를 것이다.

2000년 안나푸르나 서키트 갈 때와 2004년 랑탕트레킹 마치고 올 때 로컬버스를 탄 경험을 하면서 중간에 현지인 식당에서 다른 승객들과 함께 달밧을 먹은 적이 있다. 그리고 별 부담없이 맛있게 잘 먹었다. 타시의 걱정은 괜한 기우다. 우리 팀 사람들은 그래서 현지인 휴게소 식당의 '오리지널' 달밧을 먹어볼 기회를 놓쳤다.

다시 산길을 돌아 다딩베시에는 12시 50분에 도착했다. '베시'라는 말이 들어 있는 것을 보니 이곳이 샤브루베시처럼 물가임을 알 수 있다. 여러 마을로 갈라지는 이 지역의 중심인 제법 큰 마을이다. 타시는 이곳에서 잠시 정차하는 동안 석유 등 추가로 필요한 물품을 구입했다. 우리도 내려 과일을 샀다. 작은 사과가 맛있다.

1시 30분 다딩베시를 출발 아루갓바자르로 향했다. 지도상에는 천미터급 산 하나만 넘는 간단한 길이다. 그런데 이 길이 보통이 아니다. 굴곡이 심한 1차선 황토길이어서 차가 마주오는 경우엔 서로 비켜갈 수 있는 지점까지 한 대가 후진해야 한다. 그래서 운전기사는 계속 경적을 울리며 혹 맞은편에서 올지 모르는 차를 향해 신호를 보낸다.

더 큰 문제는 아직 몬순의 물기가 마르지 않은 진흙탕길이 많다는 점이다. 도저히 차가 다닐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길을 이곳 기사들은 거의 신기에 가까운 기술로 통과한다. 만일 우리가 애초 생각했던 일정대로 1주일 전에 왔더라면 아마 이 길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다. <프로젝트 히말라야>에서 이 길을 10월 23일 출발하는 이유가 있었다.

30분을 오르던 차가 멈춘다. 맞은편에서 오던 차가 고장났다. 이럴 땐 많은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해결을 도모한다. 네팔이나 인도에서는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라 모두 태연하다. 급하게 서두르지도 않고 언성을 높이는 일도 없다. 일이 잘 되어 30분 후 차가 다시 출발했다. 그러나 계속 난코스가 이어져 시속 5km를 넘지 못하므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고개를 넘어 부리 간다키 강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도착하니 오후 5시가 넘었다. 그곳에서 다시 오가는 차가 밀려 대기했다. 곧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우리 앞에 가던 다른 팀의 버스는 아루갓바자르까지 가지 않고 중간 산기슭에서 운행을 멈춘다. 스태프들이 내려 캠프를 칠 준비를 한다.

부리 간다키 강에 새로 만든 시멘트 다리를 건너 마을에 도착했다. 그곳에 아루갓바자르인줄 알았는데 아직 덜 왔단다. 작은 강변 마을이다. 날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강을 따라 난 오르막 길을 가다가 결국 차가 진창에 빠졌다. 어두운 밤에 30분간 잭으로 바퀴를 들어 올린 후 흙과 돌을 채우고 사람들이 뒤로 밀어 후진시킨 후 다시 요을 써 겨우 통과했다.

아루갓바자르 불빛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8시. 모두 힘들어한다. 다딩베시에서 여기까지 불과 30km밖에 되지 않는데 무려 6시간 30분이 걸렸다. 그 유명한 랑탕 가는 길, 카트만두-샤브루베시 사이의 롤러코스터 코스는 여기에 비하면 양반이다. 그 길은 그래도 2차선이고 포장된 구간도 있다.

불도 없는 깜깜한 밤중인데 애어른 할 것 없는 마을 사람들이 차소리를 듣고 우르르 몰려 와 구경한다. 운전기사는 내리자마자 땅바닥에 벌렁 드러눕는다. 파워핸들도 아닌 버스를 몰고 급커브길과 흙탕길을 오르내리느라 기력이 엄청나게 소모되었을 것이다. 운전석 바로 뒷자리에서 타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잘 알고 있다. 수고한 기사에게 특별팁으로 500루삐 주었다. 그는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다.

모두 헤드랜턴을 착용하고 마을 향해 내려갔다. 헤드랜턴, 우의, 보온자켓은 24시간 배낭에 넣고 다녀야 한다. 오늘도 이렇게 늦게 도착하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적어도 오후 5시경에는 도착할 줄 알았다. 일이란 언제나 변수가 생긴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우리들 카고백만 포터들이 나르고 나머지 짐은 내일 아침 다시 가지로 올 것이라고 한다. 어두운 비탈길인데도 포터들은 잘도 내려간다. 부리 간다키 강에 놓여 있는 현수교를 건너 마을에 도착한 뒤에도 한참 더 올라가 마지막 롯지에서 멈추었다. 이미 밤 9시가 넘었다.

롯지 수준이 아주 소박하다. 아루갓바자르는 이 지역에서 고르카 다음으로 큰 마을이라고 해서 안나푸르나나 쿰부쪽 롯지 정도는 되리라고 생각한 것은 오산이었다. 개인 여행자는 거의 오지 않고 단체 캠핑트레킹 팀만 오니 시설이 그리 필요없다. 다행히 샤워시설이 있어 찬물로 샤워를 하고 밤 10시에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쓰는 홀'에 모여 주문을 하는데 아예 메뉴판이 없다. 구두주문이면 충분할 정도의 메뉴만 있다. 달밧과 라면, 계란후라이 정도만 된단다.

밥을 먹으려고 달밧을 시킨 후 한참이 지나도 나오지 않자 아차 싶었다. 달밧은 주문하면 쌀을 씻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깜박했다. 간단한 라면을 시켰으면 피곤한 몸을 좀 더 빨리 누일 수 있을 텐데...이미 때는 늦었다. 그렇게 1시간 이상 기다려 밥을 먹고 12시 다 되어 잠을 청했다. 저지대라 더워 천장의 선풍기를 약하게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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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슬루 트레킹 자료

이번 트레킹을 준비하면서 인터넷으로 다른 사람의 마나슬루 여행기를 뒤져보았다. 역시 마나슬루 같은 캠핑트레킹의 경우는 여행기가 많지 않았다. 이곳 저곳 열심히 뒤져 찾은 여행기로 한국인의 여행기 세 편, 영어로 쓴 서양인의 여행기 네 편을 찾았다.

한글 기록

1. <히말라야여행사> 대표 최영국씨의 2003년 3월 기록
2. <산울림 산악회> 등반대장 배영하
씨의 1월 기록
3.
카트만두 현지에서 한인여행사를 운영하는 류배상씨 부부의 2006년 8월 기록

영어 기록

1. 2000년 10월 <프로젝트 히말라야 여행사>를 따라 나선 칼스텐 네벨의 기록
2. 칼스텐과 비슷한 시기인 2000년 11월 <Camp 5 여행사> 패키지 팀에 합류한 쉴드(
Tom & Louisa Shields) 부부의 기록
3. 2004년 <프로젝트 히말라야> 패키지에 참여한 밥(Bob Rosenbaum)의 기록
4.
2005년 11월 독립트레커 수준(가장 기본적인 가이드와 포터 외 음식은 직접 해 먹음)으로 친구 3명이 여행한 안드레스(Andrées de Ruiter)의 기록

한국인 여행기와 서양인 여행기의 가장 큰 차이는, 한국팀은 모두 고생이 심했고 서양팀은 별 고생없이 여행을 마쳤다는 점이다. 그 주된 이유를 살펴보니, 한국팀은 대체로 바쁜 일정인 반면 서양팀은 여유 있는 일정이었고, 한국팀은 겨울(1월)과 봄(3월)에 갔지만(여름 트레킹은 큰 의미가 없다) 서양팀은 가을(10월 또는 아무리 늦어도 11월)에 간 까닭이라 생각한다. 이 두 그룹의 여행기를 읽어본 후 내 취향에 맞는 서양팀의 일정, 그 중에서도 <프로젝트 히말라야>의 일정을 기본 토대로 삼았다.

영상물도 있다. 2007년 6월 3일과 10일 2회에 걸쳐 KBS의 <다큐 산>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영혼의 땅, 마나슬루 라운드 트레킹>을 방영했다. 마침 마나슬루 트레킹을 준비하는 중이라 관심 있게 지켜보고 나중에 다시보기로 반복해서 보았다. 그리고 실망했다. 그것이 영상물의 한계다.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기 위한 연출된 장면이 많음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하긴, 내가 피디라 해도 그런 장면을 요구했을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그 팀도 금년 3월에 갔다. 트레킹 초보자들도 몇 명 있다. 74세의 왕고참 할머니까지 참가하여 많은 '노인네급' 트레커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물론 준비만 잘 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준비가 허술했다. 그런 미끄럽고 높은 고개를 넘으면서 스틱도 없는 사람이 있었다. 눈길인데도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5000m 이상의 고개는 항상 눈이 내리거나 쌓여 있을 확률이 아주 높다. 당연히 그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혹시 극적인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눈길에서 미끌어지는 장면을 연출했을지는 모르지만, 만약 실제 장면이라면 트레킹 경험자의 눈에는 리더의 준비 미숙에 혀를 찰 뿐이다. 이 프로그램 역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한국인의 마나슬루 여행기는 초보자에게 '정말 무서운 곳'으로 각인시키고 있다. 실제로 앞의 두 기록은 조난사고에 가까운 경험이다.

왜 트레킹 전문가 그룹인 <프로젝트 히말라야>에서 항상 가을에 일정을 짜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결국 그곳은 봄이면 눈이 많이 내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물론 히말라야의 날씨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이상기온 현상이 빈번하여 더욱 종잡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십 년, 수 백년 계속되던 자연현상이 하루 아침에 천지개벽할 리는 없다. 트레킹 피크시즌이 10월과 11월이라는 사실은 아직은, 그리고 한참 더 지나더라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마나슬루 트레킹을 준비하면서 참고를 가장 많이 한 것은 <프로젝트 히말라야 여행사>의 '마나슬루 매직' 패키지 프로그램이다. 일정 요약도 잘 나와 있다. 무엇보다도 참가인원을 6명으로 한정한 것에 주목을 했다. 거기서 6명으로 제한했다면 충분히 그럴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경험을 해보니 그 인원이 가장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년 무스탕 때 3명은 조금 쓸쓸했던 느낌이 있었다. 6명이니 복잡하다는 느낌이 없고 분위기도 좋았다. 롯지트레킹이라면 너무 번잡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마나슬루 트레킹 비용

이번 트레킹 캠핑비용으로 1인당 하루 1260불씩 지불했다(70x18일). 여기에는 전세차량 렌트비 등 카트만두에서 출발하여 카트만두까지 돌아오는데 드는 모든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작년의 경우로 계산하자면 5-6인 그룹의 경우 1일 65불인데 1년 동안 달러 가치가 하락하여 현재 1불당 61루삐밖에 되지 않는다. 작년에는 71루삐였으니 무려 14%가 떨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달러가 2006년 10월 975원에서 2007년 10월 현재 930원으로 5% 가까이 떨어졌다. 그래서 적당한 수준에서 보전을 해주는 것으로 하여 1인당 하루 5불 인상한 70불을 지불했다.

70불을 받아도 네팔 루삐로 환전하면 작년의 60불 가치밖에 안되지만 그것은 지불수단을 달러로 정한 사업자가 어쩔 수 없이 부담해야 할 몫이다. 우리에게도 5불은 7.7% 인상된 액수다. 그래서 5% 하락한 원화 대 달러의 환율을 고려하여 18일 동안의 전체비용을 원화로 계산할 경우 작년에 비해 1인당 33불씩 더 부담한 셈이다. 서로 조금씩 손해를 보는 적당한 타협점이라 생각한다.

* 작년 경우 : 975원x65불x18일=1,140,750원
* 금년 경우 : 930원x70불x18일=1,171,800원
* 1,170,800-1,140,750=31,050원=33불

여기에 마나슬루 트레킹 2주 허가비 180불, MCAP 입장료 32불(2000루삐), ACAP 입장료 32불(2000루삐)를 합친 244불을 더하니 1인당 1504불이 되었고 나중에 마지막 캠프장에서 쫑파티+스태프 팁으로 600불을(150+350) 지출했으므로 1인당 100불이 추가되어 1606불이 되었다. 그래서 카트만두에서 머무는 4일 동안의 숙식비, 네팔비자비, 공항세, 마오이스트 통행세(1인당 하루 100루삐=1400루삐=23불) 그리고 기타 비용을 포함하여 네팔에서 1인당 총 1950불 정도 들었다.

제이미 멕기네스의 <프로젝트 히말라야>에서 10월 21일부터 11월 10일까지 21일간 트레킹 비용으로 1980불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는 카트만두 시티투어와 호텔비(식사불포함)만 들어 있다. 같은 조건으로 따져보니 우리는 1580불 들었다.

카트만두까지는 대한항공 직항을 이용했다. 늘 이용하는 <네팔투어>에서 10월 요금(매 달 요금이 다르다) 2개월짜리를 90만원(82만원+세금8만원)에 구입했다. 지금은 이전처럼 표를 문서로 주지 않고 전자확인증을 보내준다. 그러면 그것을 프린트 하여 탑승카운터에 제시하면 된다. <네팔투어>를 통해 여행자 보험도 들고 카트만두 호텔도 예약했다. 앞으로는 <에코 무스탕>에서도 호텔 예약을 해 주겠다고 한다.

<에코 무스탕 트레킹> 여행사의 캠핑트레킹 1인당 요금
(2007년 11월 현재. 환율변동에 따라 약간의 변동이 있을 수 있음)

2인 그룹

105불

3-4인 그룹

75불

5-6인 그룹

70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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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 밸리 조감도. 링로드와 주변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 사진은 타멜의 카트만두게스트하우스 바로 아래의 만답호텔(입구에 오후 8시 이후는 50% 할인해 주는 빵집으로 유명하다) 프런트데스크 뒷벽에 있는 대형사진을 찍어 편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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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란키 고개에서 포카라로 향해 내려가는 길. 네팔에서 스릴 만점인 길 중 하나다. 포카라쪽(서쪽)에서 카트만두 방향(동쪽)으로 본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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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딩으로 가는 갈림길. 다리를 건너면 전혀 새로운 분위기의 오지가 나온다. 입구에는 노점상과 행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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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정차한 타무 마을. 왼쪽 가게가 식당이다. 우리 차의 모토는 "저속 운전, 긴 수명(Slow Drive, Long Lif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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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들이 점심 먹는 동안 우리도 좁은 버스 좌석에서 시달린 다리를 풀었다. 아직은 여유만만하다. 황토와 돌을 섞어 지은 집들이 이곳에 황토가 많음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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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에 건립한 타무 지방의회소(THE COUNCIL HOUSE OF TAMU-1992) 건물 안에서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는 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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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딩베시 전경. 건물이 많이 들어서 있는 제법 큰 마을이다. 이곳에서 석유 등 추가로 필요한 물품을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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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딩베시 중앙통의 노점에서 사과를 샀다. 작은 사과가 맛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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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딩베시의 로컬버스. 이곳에는 여러 작은 마을로 가는 노선이 있다. 버스 지붕은 짐과 사람으로 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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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15분, 맞은 편에서 오던 차가 고장나 운행이 정지되었다. 앞 차는 로컬버스고 우리 차는 뒷 차다. 붉은 옷을 입은 앞의 사나이는 우리 차의 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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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다시 운행을 재개하다. 비록 1차선 황톳길이고 커브길이 많아 속도는 못 내어도 길에 물기만 없으면 다닐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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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진흙탕 길이 자주 나타났다. 그래도 잘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 신기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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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점검하려는 듯 나선 우리의 포터들. 동네 아이들이 구경나와 있다. 맨 앞의 친구는 똘똘한 우리 차의 어린 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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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35분, 드디어 고개 마루 마을에 도착. 오른쪽 길은 다른 마을로 가는 길이다. 왼쪽 길이 우리가 갈 내리막길. 이때까지만 해도 두어 시간 후면 아루갓바자르에 도착할 줄 알았다. 베스트 드라이버라고 할 만한 우리 차의 젊은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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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50분, 다시 정체된 차량행렬. 벌써 여러 번 째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차가 많아 한쪽에 비키느라 시간이 제법 소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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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내려 앞으로 가 보니 제법 넓은 인터체인지 공간이 있고 차들이 자리를 만들고 있다. 오른쪽은 올라오는 로컬버스. 왼쪽의 깔끔한 버스 두 대는 서양팀 전세버스인데 얼마 가지 않아 캠프를 쳤다. 우리는 계속 전진하여 밤 늦게 아루갓 바자르에 도착했다.

 

마나슬루 트레킹 일정표

스태프들과 트레킹 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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