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태어난 아기 은하
약 132억년 전의 은하 2개를 발견
2007년 08월 09일 | 글 | 김은영 기자ㆍgomu51@donga.com |
 
거대 은하단이 만든 중력렌즈 현상.
초기 우주의 비밀을 담고 있는 아기 은하가 발견됐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다니엘 스탁 교수팀은 하와이 마우나케아의 ‘켁II’ 망원경을 이용해 우주가 탄생한지 5억년 뒤에 태어난 약 132억년 전의 은하 2개를 발견했다고 ‘천체물리학지’ 7월 1일자에 발표했다. 이번에 발견한 은하들은 태초에 태어난 셈이다.

연구팀은 ‘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해 두 은하를 찾았고 ‘아벨 68 c1’과 ‘아벨 2219 c1’이라 각각 명명했다. 중력렌즈 현상은 아주 멀리 떨어진 천체의 빛이 은하나 은하단처럼 거대한 천체의 중력 때문에 휘어져 우리 눈에 보이는 현상이다. 132억년 전의 은하들은 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은하단 때문에 활처럼 휜 모습으로 보인다.

연구에 참여한 리처드 엘리스 교수는 “약 132억년 전의 우주는 공간을 채운 수많은 수소원자 때문에 빛이 아직 직진하지 못한 ‘암흑시대’였다”며 “이번에 발견한 은하들은 암흑시대에 수소원자들이 어떻게 별과 은하를 형성했는지 알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몸은 하나 마음은 둘 운명은 수정란이 결정
‘샴쌍둥이’ 탄생과 심리의 과학
2007년 07월 27일 | 글 | 박근태 기자ㆍkunta@donga.com |
 
영화 ‘샴’의 한 장면.
태어난 날짜는 물론 태어난 시분 초까지 같은 숙명적 존재가 있다. 엄마의 자궁 안에서부터 한순간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이들. 평생 함께 먹고 자고 울고 웃으며 사는 운명 공동체. 몸의 일부분이 붙어 태어난 결합쌍생아(일명 샴쌍둥이)의 삶이다. 얼마 전 샴쌍둥이 자매의 비극적 운명을 그린 공포영화 ‘샴’이 개봉되면서 결합쌍생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샴쌍둥이를 소재로 한 공포 코드의 진실과 거짓을 살펴봤다.

일란성보다 안 닮은 경우도 많아


결합쌍생아는 머리나 가슴, 배, 엉덩이, 다리 등이 붙은 채 태어난다. 과학자들은 일란성 쌍둥이가 되려던 수정란이 완전히 분리되지 못할 때 결합쌍생아가 된다고 보고 있다. 난자와 정자가 수정된 뒤 13∼15일째 완전히 분리되면 일란성 쌍둥이, 완전히 분리되지 못한 채 성장하면 결합쌍생아가 된다는 것이다.

‘샴’의 주인공 자매처럼 배가 붙은 제대결합쌍생아(33%)는 가슴이 붙은 흉결합쌍생아(40%) 다음으로 흔한 사례에 속한다. 2003년 분리 수술을 받다 숨진 이란의 랄레흐 비자니와 라단 비자니 자매는 가장 드문, 두개골이 붙은 경우다.

샴쌍둥이는 일란성 쌍둥이보다 체질과 성격이 더 닮을 가능성이 높다. 태아 때부터 호르몬과 혈액, 산소 등 모든 환경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함께 성장하면서 줄곧 같은 경험에 노출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주인공 자매처럼 한 명은 ‘외향적’인 반면, 다른 한쪽은 ‘내성적’인 사례도 나타난다. 혈액과 영양분이 어느 한 명에게 집중될 경우 일란성 쌍둥이보다 오히려 더 안 닮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소아 희소질병 전문가인 정풍만 한양대 의대 교수는 “결합쌍생아 중 한 명에게 영양분이 몰려 한쪽 아이만 계속 자라는 기현상이 실제 발견되곤 한다”고 말한다. 분리수술을 받기 전 랄레흐는 사색적이었던 반면 라단은 활달했다고 한다.


1990년 한국서 첫 분리 수술


한국에서 분리 수술은 1990년 정 교수가 가슴과 배가 붙은 형제를 처음 분리한 것을 시작으로 총 7건이 이뤄졌다. 첫 분리 수술을 받은 형제는 지금도 둘 다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영화처럼 수술 도중 한 명이 목숨을 잃거나 이란의 비자니 자매처럼 둘 다 목숨을 잃기도 한다. 대개 심장이 하나거나 뇌의 정맥이 붙어 있는 경우다. 뇌가 붙은 경우의 생존율은 40%, 심장이 하나인 경우 한 명만 살린다고 해도 생존한 예가 없다.

쌍둥이 심리학자들은 “분리 수술에 성공해 둘 다 생존한 경우 보통은 심리적으로 일반인과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물론 영화에서와 같이 한쪽만 생존했을 때 영화 속 주인공처럼 심리적 압박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정 교수는 “수술의 기억을 완전히 지울 수 없다”고 말한다. 힘든 수술을 받은 경험이 기억에 깊숙이 ‘각인’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에 있는 5세 미만 아이에게서도 훗날 수술의 기억이 발견된다”며 “분리 수술은 가급적 태어난 직후 바로 하는 것이 아이 정서에 좋다”고 설명했다. 살아남은 주인공에게 나타나는 ‘환영’은 어쩌면 의식 깊숙이 각인된 ‘상실’과 ‘고통’의 또 다른 모습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쌍두거북 등 ‘샴’ 동물 성격 - 행동 전혀 달라
머리 둘 달린 붉은귀거북. 흔치 않지만 동물에게서도 몸이 붙어 태어나는 결합쌍생아가 발견된다. 사진 제공 코엑스 아쿠아리움·유니코리아
머리 둘 달린 붉은귀거북. 흔치 않지만 동물에게서도 몸이 붙어 태어나는 결합쌍생아가 발견된다. 사진 제공 코엑스 아쿠아리움·유니코리아

자연에도 결합쌍생아가 있다. 이달 초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아쿠아리움은 머리가 둘 달린 붉은귀거북(청거북)을 공개했다. 코엑스 아쿠아리움에 따르면 쌍두거북은 성격이나 행동이 판이하다. 한 마리는 왕성한 활동을 하는 데 반해 다른 쪽은 겁이 많고 내성적이다. 서울대 수의학과 성제경 교수는 “드문 경우지만 소, 돼지, 염소도 종종 배나 등이 붙은 결합쌍생아가 태어난다”고 말한다.

동물 ‘샴쌍둥이’의 운명은 가혹하다. 자궁에서 생존율이 높지 않을 뿐 아니라 태어난다 해도 대부분 ‘살(殺)처분’되는 운명을 맞는다. 그나마 쌍두거북은 ‘희소성’의 덕을 톡톡히 본 행운아인 셈이다.
적분기호 ∫ 모르는 한국 공대 신입생들
사이언스誌 '한국 과학교육의 위기' 집중보도
2007년 07월 09일 | 글 | 박근태 기자, 임우선 동아일보 기자ㆍkunta@donga.com, imsun@donga.com |
 
서울에 있는 한 명문대 공대의 1학년 수업 시간. 한 학생이 갑자기 손을 들었다.

그는 적분 기호를 가리키며 “저 표시가 뭔가요?”라고 물었다. 교수는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지만 곧 농담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

미국의 유명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최신호(6일자)에서 한 대학 강의실에서 벌어진 ‘거짓말 같은 사실’을 소개하며 한국 과학교육의 참담한 현실을 보도했다. 이 잡지는 서강대 화학과 이덕환 교수의 말을 인용해 “한국 과학교육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도 과학 보충수업

사이언스는 ‘세계의 이공계 대학 교육’이라는 특집에서 한국 고교 2, 3학년생의 3분의 2가 과학을 안 배운 채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은 이들을 위해 보충수업을 운영할 정도로 과학교육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고 소개했다.

한 예로 서울대조차 이공계 입학생 5명 중 1명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할 만큼 학력 저하 현상이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서울대가 올해 3월 물리심화과정을 듣기를 원하는 이공계 신입생 243명을 대상으로 물리 시험을 치른 결과 39명만 시험에 통과했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내년부터 신입생들을 수학과 과학 실력에 따라 우열반으로 나누는 수준별 기초과학 교과 교육 개선안을 내놨다.


지나친 정부 통제가 부실 불러

사이언스는 한국 정부가 최근 5년간 연구개발(R&D) 투자액을 2배 이상으로 늘렸지만 한국사회는 과학과 수학 교육을 경시하는 묘한 상황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그 원인으로는 기초과학교육의 부실을 꼽았다. 정부가 교과서에 무엇을 담을지 지나치게 통제하면서 교과서 집필자와 과학교사의 자율권이 훼손됐다는 것.

또 1990년대 중반 ‘입시부담을 덜어줘 학생들의 창의력을 높인다’며 추진한 교육과정 개편이 수학과 과학에 대한 경시풍조로 이어져 창의력을 떨어뜨렸다고 분석했다

사이언스는 과학교육의 파행을 막기 위해 교육과정 재개정을 요구하는 최근 한국 과학계의 움직임도 전했다.


일본 중국은 과학 중시

사이언스의 이번 특집은 세계 11개국 이공계 대학들의 교육 현황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일본의 게이오대는 경영대나 인문계 학생에게도 실험실에서 유전자(DNA)를 분석하도록 하는 등 과학과 다른 분야의 융합을 강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중국의 경우 물리학과 학생들에게 영어 교육을 강화해 세계적인 연구진과 직접 토론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한 둥난(東南)대 사례를 보도했다.

반면 한국은 이공계 진학 기피, 신입생 학력 저하 현상 등 기초적 문제가 집중 부각됐다. 과학계의 한 관계자는 “사이언스 측도 취재과정에서 최근 각종 올림피아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이 같은 기현상에 대해 적잖이 놀란 것 같았다”고 전했다.

사이언스는 이번 보도를 위해 오세정 서울대 자연대학장, 김도한 대한수학회장, 이덕환 서강대 교수, 민경찬 연세대 교수 등 많은 국내 과학계 인사를 직접 취재했다.
개구리 독으로 진통제 만든다구?
약보다 효험있는 독의 세계
2007년 07월 11일 | 글 | 김은영 기자ㆍgomu51@donga.com |
 
하얀 사기그릇에 담긴 약을 들이미는 포졸 앞에서 소복을 입은 여인이 발광하기 시작한다. 머리가 다 풀어헤쳐질 때까지 억울함을 호소하며 몸을 비트는 여인을 보다 못 한 집행관이 “약을 입에 부어라”고 명령한다. 소복 위에 약 줄기가 번져나간 직후, 여인은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 장엄한 음악이 흐르며 화면은 페이드아웃. 사극 ‘장희빈’에서 보는 익숙한 광경이다.

사약의 주성분은 ‘부자’라는 독이다. 부자에 있는 ‘아코니틴’이라는 식물성 독은 신경전달물질의 움직임을 방해해 신경과 근육을 마비시킨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방에서는 이 부자를 약재로 쓴다. 부자를 껍질을 벗기고 쌀뜨물에 넣는 등 ‘수치’(修治)라는 작업을 거친 뒤 다른 약재와 함께 끓이면 독성은 줄어들고 진통과 염증을 억제하는 약효를 내기 때문이다. 사람을 죽이기 위한 사약과 몸을 편안하게 하는 관절염 치료제를 오가는 부자처럼 독의 ‘두 얼굴’을 살펴보자.

남아메리카나 아프리카에 사는 독개구리 중에는 한 마리 분으로도 10여명을 죽일 정도로 맹독을 내뿜는 녀석이 있다. 그런데 이 독도 잘 쓰면 훌륭한 약이 된다. 암은 말기에 이르면 엄청난 고통을 동반한다. 이 상태가 되면 아스피린 등의 일반 진통제는 듣지 않기 때문에 모르핀을 투여한다. 모르핀은 마약 성분인 만큼 부작용도 크다. 호흡기 질환에 ‘극약’인데다 장의 운동을 방해해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변비를 일으킨다. 또 중독성이 강해 장기간 투여할 경우 육체적 정신적으로 심한 폐해를 일으킨다.

미국 아보트 연구소의 연구팀은 1998년 모르핀을 대체할 새로운 진통제를 개발했다. ‘에피페도바테스 트리컬러’라는 독개구리에서 추출한 물질 ‘에피바티딘’을 기반으로 한 진통제다. 에피바티딘의 진통 효과는 모르핀보다 200배 강한 반면 부작용이나 중독성은 거의 없다. 개구리 독은 원래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사냥을 하거나 적을 죽일 때 사용하는 맹독이지만 잘 다루면 사람의 고통을 줄이는 약제로 쓸 수 있는 것이다.

개구리 독은 진통제 말고도 쓰임새가 많다. 미국 국립 당뇨소화신장질환연구소의 존 달리 박사팀은 개구리 피부에서 추출한 독으로 천연 모기약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푸밀리오톡신 251d’라고 이름 붙인 이 독의 활용법을 연구하던 차에 특히 모기에게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모기약은 화학 모기약보다 훨씬 효과가 뛰어나다. 다만 사람이 직접 사용하기에는 독성이 너무 강해 사람에 대한 독성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이 외에도 개구리 독에 항균, 항진균,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져 다양한 약재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주름을 제거하고 피부를 탱탱하게 해 연예인에게 인기있는 보톡스 주사는 신경성 독성물질 ‘보톨리늄 톡신’을 이용한다. ‘클로스트리디음 보튤리늄’이라는 균이 만들어내는 이 독에 감염된 음식을 먹으면 식중독에 걸린다. 실제로 1793년 독일 남부에서 익히지 않은 소시지를 먹은 사람이 이 독 때문에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나 이 독을 피부에 주사하면 주름을 만드는 근육의 운동신경을 억제해 탄력 넘치는 피부를 만들어준다. 근육의 비정상적인 수축도 완화하기 때문에 뇌성마비나 안구 경련으로 고통 받는 환자에게도 좋은 치료약이다.

열과 근육통을 일으키며 바닷가에서 놀던 이들에게 지독한 고통을 선사하는 해파리 독도 약에 쓸 데가 있다. 단백질 성분으로 이루어진 해파리 독은 간세포의 독성을 증가시키고 적혈구 안의 헤모글로빈을 혈구 밖으로 빼내는 작용을 한다. 2005년 중국 과학원 연구팀은 해파리 촉수에 있는 독을 이용해 복숭아흑진딧물 등의 해충을 퇴치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는 해충을 없애기 위해 화학 살충제를 쓰면 해충에 내성이 생겨 결국 살충제 양만 느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더 큰 문제는 살충제 성분이 고스란히 사람 뱃속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연구팀은 해파리 촉수의 독을 썼을 때 해충의 치사율이 최고 98%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독은 해충에 특이적으로 반응하고 사람의 몸에는 쌓이지 않는다. 이들은 해파리를 이용해 화학 살충제보다 효과는 뛰어나고 부작용은 적은 자연 살충제를 만드는 연구를 계속 하고 있다. 바닷가에 널려 쓰레기처럼 버려지는 해파리를 유용한 자원으로 이용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모든 독이 다 그렇지는 않지만 어떤 독은 분명 건강과 생활에 도움을 주는 ‘보석’을 품고 있다. 독이라는 선입관에 사로잡힌 이는 그 보석을 찾지 못한다. 어쩌면 독 뿐 아니라 사람, 돈, 시간, 사랑 그 모든 것이 그럴 지도 모르겠다. 독 안에 숨겨진 약 성분을 찾아낸 과학자처럼 선입관을 버리고 사물에 숨겨진 진실을 찾는 눈이 필요하지 않을까. 독과 약을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는 판단력과 함께.
<출처 KISTI의 과학향기>
땀 냄새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이성 유혹하고 모기도 쫓아내
2007년 06월 29일 | 글 | 편집부ㆍ |
 
여름철, 뜨거운 공기 속을 조금만 걸어도 온몸에 땀이 배어나온다. 운동이라도 한 번 했다가는 사방에 ‘퀴퀴한’ 땀 냄새를 뿌리고 다녀야 한다. 매일 샤워를 해도 진득이 남은 듯한 땀 냄새 때문에 사람을 만나기도 두려운 이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남성의 땀 냄새가 여성의 기분을 편안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다.

괴로운 땀 냄새도 때로는 이성을 유혹하는 '향기'가 된다
미국 모넬 화학감각연구소 조지 프레티 박사는 2003년 “남성의 겨드랑이에서 나오는 땀에는 강한 페로몬이 들어 있다”며 “이 페로몬이 여성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은 물론 임신하기 쉽도록 생리 주기를 바꾼다”고 ‘생식생물학지’에 발표했다.

프레티 박사는 남성의 겨드랑이에서 나온 땀에서 페로몬을 추출한 뒤 여성들에게 이 냄새를 맡게 했다. 그러나 여성들은 함께 뿌린 방향제 때문에 남성의 땀 냄새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후 땀 냄새를 6시간 동안 맡은 여성들은 실험을 하기 전보다 기분이 편안해지고 긴장이 많이 풀렸다고 밝혔다.

곤충에서 많이 발견된 페로몬은 이성을 유혹할 때 내뿜는 물질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페로몬 향수를 사용한 여성에게서 키스 같은 성적 행동이 3배 이상 늘었다는 연구가 나오는 등 사람도 페로몬을 이용한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많이 나오고 있다.

생리주기를 조절하는 호르몬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조사결과 남성의 땀 냄새를 맡은 여성은 황체형성호르몬 농도가 크게 늘어났다. 여성은 배란기에 이 호르몬의 농도가 증가해 임신할 채비를 갖춘다.

프레티 박사는 “페로몬에 의해 긴장이 풀어진 여성들은 남성과 관계를 맺기가 더 쉬우며 배란을 앞당겨 임신을 더욱 쉽게 하도록 진화한 것”이라며 “바쁜 원시인들에게 이 전략은 더 많은 자손을 낳는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남성의 페로몬을 이용해 여성의 수정을 돕거나 조절하는 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모기 오지 말라는 신호도 내

겨드랑이의 땀 냄새가 모기를 쫓아내기도 한다
겨드랑이 땀 냄새가 모기와 병원균들을 쫓아내는데 이용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01년 영국 농작물연구소의 존 피케트 박사팀은 말라리아를 전파하는 아노펠레스 모기가 겨드랑이 악취를 일으키는 물질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모기 퇴치의 단서를 얻었다. 모기가 반응하는 인체 물질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험 결과 겨드랑이 악취의 원인인 메틸 2-헥센산과 7-옥텐산이라는 물질들이 분비되면 모기의 더듬이에 있는 후각신경들이 극렬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모기는 더 이상 이 물질에 접근하지 않았다. 피케트 박사는 아마도 겨드랑이 냄새는 모기에게 이제 목표물에 다 왔으니 더 이상 날지 말라는 신호 역할을 하는 것이며 피부에 달라붙게 만드는 신호는 땀 속에 들어있는 다른 물질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과학자들은 이 물질들과 함께 모기를 유인하는 인체 물질들을 찾아내면 효과적인 살충제와 유인망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독일 에버하르트-카를대학의 브리지트 쉬테크 박사 연구팀은 피부암과 관련된 단백질을 찾던 중 땀 속에 천연 항생제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쉬테크 박사에 따르면 겨드랑이 등 피부 곳곳에 있는 땀샘에서 분비되는 더미시딘 단백질은 대장균, 포도상구균, 칸디다 등 피부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을 죽이는 효과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피부 수 제곱센미터에는 수십만마리의 미생물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생물들은 사람들이 땀을 흘릴 때처럼 온도가 높고 축축한 환경을 좋아한다. 인체는 미생물들이 불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땀샘에서 이와 같은 더미시딘 단백질을 분비하게 됐다는 것.

<김상연의 ‘男 겨드랑이 땀엔 특별한 것이’, 이영완의 ‘모기도 접근 못하는 겨드랑이 악취기사 발췌 및 편집>
슈퍼결핵균의 한판승
사람 VS 미생물
2007년 06월 15일 | 글 | 박근태 기자ㆍkunta@donga.com |
 
키 0.5∼5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허리둘레 0.3∼0.5μm. 잘록한 허리에 가늘고 늘씬한 외모. 세계 인구 3분의 1을 감염시킨 작은 거인 ‘결핵균’이다. 과학자들은 결핵이야말로 ‘인간과 미생물 간에 벌어진 생존 게임의 전형’이라고 말한다.

결핵연구원에 따르면 한국도 매년 약 3만6000명이 새로 결핵균에 감염되고 있다. 이는 매일 100명 이상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로, 환자 발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그러나 결핵 보균자들은 대부분 그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간다. 균이 활동을 중단한 채 몸속에 잠복해 있기 때문이다.

결핵균이 오랫동안 잠복할 수 있는 이유는 이렇다. 우연히 호흡기를 통해 몸속에 들어간 결핵균은 대부분 강력한 소화효소로 침입균을 죽이는 대식세포에 붙잡힌다. 이 대식세포가 결핵균을 잡고 있는 사이 다른 대식세포와 T림프구가 둘러싸 결핵균을 죽인다.

문제는 결핵균 일부가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것. 결국 더 많은 대식세포와 T림프구가 주위에 모이면서 육아종을 형성하게 된다. 이 육아종에 갇힌 균은 성장과 증식을 하지는 않지만 죽지 않은 상태로 남게 된다. 잠복결핵이 되는 것이다.


사람과 결핵균 끈질긴 심리전

잠복 결핵 대식세포와 T림프구가 결핵균을 죽이지 못할 경우 남은 결핵균은 육아종(붉은 점들) 속에서 잠복하게 된다. 사진 제공 질병관리본부
일반 결핵이 여러 가지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 결핵으로 악화되는 이유는 환자가 약을 불규칙하게 먹거나 도중에 복용을 그만두기 때문이다. 결핵 환자들은 최소 6개월 이상 항결핵제를 먹어야 하는데 부작용과 번거로움 때문에 치료를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이들 결핵 치료제는 주로 결핵균의 세포벽 형성을 막거나, 균의 복제를 방해하는 식으로 치료 효과를 낸다. 일반 결핵 환자들도 자연적인 내성을 갖고 있다. 보통 한 가지 약을 1개월 정도 먹으면 대부분 내성이 생긴다.

문제는 약을 불규칙하게 먹으면 이 균이 돌연변이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결국 약을 불규칙하게 먹으면 일반 결핵균을 쉽게 죽일 수 있지만 이들 돌연변이 내성균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결핵 치료약을 3가지 이상 동시에 먹는 이유도 이런 돌연변이로 바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슈퍼균으로 깜짝 변신

항결핵제를 먹어도 효험이 적은 다제내성균은발병하면 치사율이 70%에 이른다. 이들을 슈퍼 결핵이라고 부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다제내성 결핵 환자 4명 중 3명은 불성실한 약 복용 때문에, 1명은 외부에서 감염된 경우다.

과학자들은 다제내성균과 일반 결핵균의 차이를 주로 돌연변이에 두고 있다. 다제내성균이 사람 몸속에 침입하는 과정이나 발병하는 과정은 일반 결핵과 거의 같다. 다제내성균의 감염력은 그동안 일반 결핵균보다 약한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최근 감염력에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다른 항생물질에 비해 활동성이 좋은 퀴놀론계 물질의 화학구조를 일부 바꿔 내성이 적으면서도 치료 효과가 높은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도움말=박승규 국립마산병원장 국제결핵연구센터장)


전문가들이 본 결핵 치료의 문제점

국내외 결핵 전문가들이 보는 최근 결핵의 현안은 뭘까. 5∼7일 경남 마산시에서 한국화학연구원과 결핵연구원, 노바티스 열대병연구소 소속 의사와 과학자들이 모인 가운데 다제내성 결핵을 주제로 ‘한-스위스 생명의학 심포지엄’이 열렸다.

▽김상재 국제항결핵 및 폐질환 연맹 고문=“다제내성 결핵에 걸린 환자 4명 중 3명은 일반 결핵에 감염됐다 바뀐 경우다. 환자 관리에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환자가 수치심을 갖지 않고 치료받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박태호 한국화학연구원 감염증치료제연구센터장=“결핵은 항생제 복용 기간이 길고 먹는 약의 양이 많다는 게 문제다. 최근 약 개발 방향은 복용 기간과 양을 줄이는 쪽으로 가고 있다. 내성이 매우 적은 치료제 개발도 고려해야 한다.”

▽토머스 딕 노바티스 열대병연구소 결핵 부문 책임연구원=“치료제 연구에서 퀴놀론 외에 다른 물질을 찾지 못하는 게 문제다. 또 쥐 말고 사람과 병변이 비슷한 동물모델을 찾는 게 급선무다.”

▽류우진 대한결핵협회 결핵연구원장=“내성 문제는 한두 해 일이 아니다. 약 복용 기간을 6개월에서 2개월 정도로 줄이면 환자가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을 것이다. 초기 결핵처럼 다제내성 결핵 환자에 대해서도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
씨앗의 귀환
美한국토종 1679점 반환키로
2007년 06월 13일 | 글 | 유재동 동아일보 기자 ㆍjarrett@donga.com |
 
미국이 6·25전쟁 때 등을 통해 과거 한반도에서 가져간 농업 유전자원(종자) 1600여 점을 반환하기로 했다. 유전자원은 농작물의 품종 육성과 연구 등에 쓰이는 기본 재료로, 차세대 생명공학 분야에서 큰 가치가 있는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정부가 외국에서 공식으로 한국 원산의 유전자원을 돌려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콩, 팥 등 34종 1679점 반환

12일 경기 수원시 농촌진흥청 직원들이 미국이 최근 반환한 한반도 원산의 농업 종자 280점 중 일부를 살펴보고 있다. 미국은 이를 포함해 총 1679점의 한반도 원산 종자를 올해 안에 한국에 반환하기로 했다. 수원=변영욱 동아일보 기자
농촌진흥청은 최근 미국 농업연구청과 미국이 보존하고 있는 한반도 원산의 유전자원을 돌려받기로 합의하고 12일 경기 수원시 농진청 청사에서 두 기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반환 행사를 가졌다.

이번에 돌려받는 품목은 콩(901점)을 비롯해 돌콩(351점), 녹두(108점), 팥(107점), 코끼리마늘, 산부추, 파속 등 34종 1679점. 모두 한반도 원산 품목이지만 현재는 한국에 없는 종자들이다. 이 중 280점은 이미 국내에 들어왔고 나머지도 올해 안에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한국은 이를 위해 그동안 미국을 꾸준히 설득해 왔다.

농진청은 2002년 미 농업연구청과 농업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고 지난해 미국과 유전자원 반환 및 공동연구, 연구원 교류 등에 합의했다.

미국은 올해 2월 “한국 원산의 종자 6000여 점을 보관 중”이라고 통보해 왔고 한국은 정부가 갖고 있지 않은 품목들을 모두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농진청 국제기술협력과 김대일 농업연구사는 “미국이 처음엔 약간 주저했지만 ‘양국 간 기술협력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계속 설득했다”고 말했다.


일본 등에도 반환 요구 추진

한국 원산 종자는 대한제국 때 미국, 러시아 등 열강이 반출하기 시작해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본격적으로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광복 이후에도 미국 등의 식물학자들은 원정대를 구성해 수천 점을 채취한 뒤 본국으로 가져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진국들은 이렇게 세계 각지에서 채집해 간 유전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품종 개발과 연구로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유명한 ‘미스킴 라일락’은 서울 북한산에서 자생하던 ‘정향나무’가 건너가 개량된 것이며, 서양의 크리스마스트리에 사용되는 구상나무도 20세기 초 유럽으로 유출된 한국 토종 식물이다.

농진청 측은 “이번 성과가 일본 등 다른 나라에도 유사한 형태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은 지난달 정부 승인 없이 농업 유전자원을 국외로 빼돌리는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의 ‘농업 유전자원의 보존 및 이용에 관한 법률안’을 만들었다.
생활 습관 변화, 뱃살과의 이별
바쁜 현대인을 위한 일상 다이어트
2007년 06월 13일 | 글 | 편집부ㆍ |
 
노출의 계절이 다가오며 각종 매스컴을 통해 다이어트 광고가 넘치고 있다. ‘1주일에 3kg을 줄일 수 있다’ ‘잠자는 동안 체중이 빠진다’ ‘실컷 먹고도 체중을 줄인다’ 등 매력적인 문구가 많다. 많은 사람들은 이 광고가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알고 있다. 그러나 비만 환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꿈같은 광고에 쉽게 유혹된다. 그 결과 커다란 금전적 손실을 입을 뿐 아니라 건강이 더욱 악화되기도 한다. 유감스럽게도 현재까지 비만 특효약은 없다.

많은 이가 알고 있지만 또 가장 하기 힘든 다이어트가 행동요법이다. 이것의 핵심은 생활 전반에서 잘못된 식습관과 행동을 고치면서 올바른 식생활관을 확립하고 꾸준한 운동으로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것이다. 다만 먼저 충분히 활동하는 습관을 들이고, 그 뒤에 식사량을 조절해야 한다. 식사량부터 줄이면 “피곤하다” “힘이 없다” 등의 이유를 대며 몸을 움직이기 싫어진다. 당연히 다이어트 실패 위험이 커진다.

운동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해 헬스클럽이나 수영장에 꼭 가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는 것도 소위 말해서 ‘에러’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운동법을 물었을 때 십중팔구는 ‘일주일에 3일, 매회 30분 이상 꾸준히 해야 효과가 있다. 간헐적으로 하거나 30분을 채우지 못하면 효과는 별로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 스포츠의학회(ACSM)는 2002년 “동일한 시간을 운동한다면 여러 번으로 쪼개나 한 번에 이어 하나 운동효과는 같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성인 남녀를 ‘한 번에 30분 운동을 하는 그룹’과 ‘10분씩 쪼개서 3회 운동하는 그룹’으로 나눠 6주 동안 관찰했다. 연구결과는 놀라웠다. 양쪽 그룹의 체지방량이 똑같이 늘어나지 않은 것. 산소 흡입량은 오히려 ‘10분 운동 그룹’이 더 많았다.

이어 10분을 5분, 다시 1분씩 쪼개 운동해도 효과가 있다는 이론이 나왔다. 1분간 운동을 30회로 쪼개서 하는 사람과 단 한 번에 30분을 이어서 운동하는 사람의 소비열량이 같다는 것이다. 당연히 체중감량 효과도 동일하다. 즉 10분 운동할 때 소비되는 열량 따로, 30분 운동 할 때 소비되는 열량이 따로 있지 않다는 말이다.

10분 운동도 힘들다면 생활 속에서 더 많이, 그리고 열심히 움직이자. 80kg의 남성 이 씨가 쉴 새 없이 온 몸으로 1시간 응원한다면 소비열량은 무려 720kcal에 이른다. 또 다른 예로 50kg의 주부 김 씨가 1시간 장을 보고 1시간 동안 요리를 한 뒤 애완견을 데리고 30분 산책, 이후 30분간 훌라후프를 돌리고 방청소를 30분간 하면 739kcal를 소비한 것과 같다. 열심히 달리기를 했을 때와 비슷한 열량이 소비된다. 이는 마르고 움직임이 적은 사람의 하루 활동대사량에 거의 맞먹는 수준이기도 하다.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 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난다


식사량은 80%만, 포만감 들 때까지 천천히

운동을 하는 버릇을 들여 활동량을 늘린다고 해도 먹는 양이 변하지 않으면 뱃살의 애정은 변함없을 것이다. 비만의 가장 큰 원인은 과식이다. 비만인은 하루종일 먹는다. TV를 보면서, 누가 주니까, 초조할 때…. 이때 배가 고파 먹는 것이 아니고 스트레스 해소와 기분전환용으로 먹는다. 따라서 포만감이나 만족감을 얻지 못하고 계속 먹는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많이 먹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루에 얼마나 먹느냐고 물어보면 조금밖에 먹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이때 전날 먹은 음식을 적어보라고 하면 ‘엄청난’ 양의 리스트가 작성된다. 이런 상황에서 살이 빠질 수 없다. 따라서 비만을 치료할 때 우선 자신이 많이 먹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먹는 양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무조건 굶어서도 안 된다. 우리의 몸은 외부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도록 설계돼 있다. 2~3일만 식사를 하지 않아도 우리 몸은 ‘비상사태’를 선포해 ‘긴축운영’에 들어간다. 영양소를 저장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말이다. 이 상태에서 며칠 후 다시 식사를 하면 살이 찐다. 우리 몸이 새로 들어온 음식을 여전히 저장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또 먹고 싶은 생각을 무리하게 억누르면 신경성 식욕부진증이 발생, 최악의 경우 영양실조로 사망한다. 예를 들어 광고대로 ‘1주일에 3kg’을 줄이면 정신적 육체적 부담이 커 격렬한 반응이 나타난다.

평소 저녁 식사량의 50%를 줄이는 ‘하프 디너’(half dinner)를 시도하는 게 좋다. 다만 조급하게 처음부터 50% 룰을 지킬 필요는 없다. 80% 수준에서 시작해 3~4개월 동안 꾸준히 줄여 50%에 이르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하루 세 끼의 식사를 4~5회로 나눠 식사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때 매 끼니 식사량은 평소의 40~50% 정도로 제한한다. 이 룰만 정확히 지키면 식사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은 식사법은 매 끼니의 80%만 먹는 것이다.

체중조절에 성공, 거의 일정한 체중을 유지하던 사람이 생활리듬을 잃어 갑자기 체중이 증가하는 경우가 있다. 그 최대 이유는 알코올. 모임에서 과음 과식으로 인해 2-3일만에 체중이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 7kcal의 높은 열량도 열량이지만 더 큰 문제는 알코올이 식욕을 증진시킨다는 점이다. 알코올이 뇌 시상하부에 존재하는 식욕중추의 신경세포를 자극, ‘자 이제 그만 하지’ 하는 식욕 제어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식사는 물론 안주까지 모두 먹는 일이 흔하다. 저녁 술자리에는 과감하게 이별을 고하자.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천천히 잘 씹어먹는 것. 살찐 사람들은 대부분 식사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15분 이내의 빠른 식사는 먹어도 배가 찬 느낌을 주지 않아 과식으로 연결되기 쉽다. 반면 20여분 이상 꼭꼭 씹어 먹으면 포만중추가 자극돼 적게 먹어도 충분히 배부르다.

<김상훈의 ‘게으른 다이어트’, 민병일의 ‘날씬해지는 행동요법 5’ 기사 발췌 및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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