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도 세상을 본다
눈보다 넓게… 멀리…
2007년 04월 20일 | 글 | 임소형 기자 ㆍsohyung@donga.com |
 
옆에 놓인 컵을 팔로 밀치는 바람에 물을 쏟은 경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바로 옆에 있는데도 미처 보지 못한 것이다. 사람의 시야는 생각보다 좁다. 정면을 응시하고 서면 시야각이 120도 정도 된다고 알려져 있다. 눈으로 들어오는 시각 정보의 양이 제한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뇌 덕분에 물리적으로 들어오는 시각 정보보다 더 넓게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풍경이나 공간을 볼 때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사진 테두리 확장시키듯 확대해 기억

1980년대 후반 미국 델라웨어대 심리학과 헬렌 인트럽 교수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자연 풍경을 찍은 사진을 보여 주고 기억하게 한 다음, 몇 분 뒤 동일한 사진을 보여 주고 처음 본 것과 같은지 다른지를 물었다. 희한하게도 많은 사람이 다르다고 대답했다.

연구팀은 이번에는 같은 장소를 가까이서 찍은 사진과 그보다 약간 멀리서 찍은 사진을 차례로 보여 주고 두 사진이 같은지 다른지를 물었다. 놀랍게도 많은 사람이 같은 사진이라고 대답했다.

인트럽 교수는 사람들이 사진 속의 풍경을 사진 바깥 부분으로까지 확장시켜 기억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카메라 렌즈를 ‘줌 아웃’시키는 것처럼 사진의 테두리를 무의식적으로 확장시킨다는 것. 처음 본 사진의 풍경을 자신도 모르게 ‘줌 아웃’시켜 기억했기 때문에 나중에 본 사진이 먼저 것과 동일하다고 말했다는 얘기다. 인트럽 교수는 이를 ‘테두리 확장(Boundary Extension) 현상’이라고 불렀다.


좁은 시야 보완하려는 뇌의 지혜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 천명우 교수팀은 최근 자원자 18명을 모집해 넓은 공간에 있는 물체를 가까이서 찍은 사진과 멀리서 찍은 사진들을 30∼60초 간격으로 두 차례 보여 주면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뇌를 촬영했다. 실험 참가자들의 뇌에서는 풍경이나 공간 정보를 처리하는 시각영역(PPA)과 물체 정보를 처리하는 시각영역(LOC)이 모두 활성화됐다.

시각영역을 구성하는 신경세포는 어떤 풍경이나 물체를 처음 볼 때와 반복해서 볼 때 활동하는 강도가 달라진다. 처음 볼 때 10만큼 활발히 활동한다면 다시 볼 때는 활동 강도가 5, 6 정도로 떨어진다. 처음 보는 것에 더 활발히 작동하도록 조절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의 뇌 영상에서 PPA의 신경세포가 얼마나 활발히 활동하는지를 조사했다. 가까이서 찍은 사진 두 장을 차례로 본 경우와 멀리서 찍은 사진 두 장을 차례로 본 경우에는 모두 두 번째 사진을 볼 때의 활동 강도가 첫 번째 사진 때보다 줄어들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진이 같은 것이니 당연한 결과다.

멀리서 찍은 사진을 보여 준 다음 가까이서 찍은 사진을 보여 줬을 때는 활동 강도가 달라지지 않았다. 신경세포가 첫 번째와 두 번째 모두 처음 보는 사진으로 인식한 것. 서로 다른 사진이니 이 역시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가까이서 찍은 사진을 먼저 보여 준 다음 멀리서 찍은 사진을 보여 주자 희한하게도 신경세포의 반응 강도가 줄어들었다. 분명 다른 사진인데도 신경세포는 같은 것으로 취급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실험 참가자들에게 물어봤더니 대부분 두 사진이 같다고 대답했다.

실험을 주도한 박사과정 대학원생 박수진 씨는 “가까이서 찍은 사진을 뇌가 스스로 확장시켜 기억했기 때문에 이어서 본 멀리서 찍은 사진과 동일하다고 착각한 것”이라며 “PPA의 신경세포에서 테두리 확장 현상이 일어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PPA와 달리 물체 정보를 처리하는 LOC의 신경세포가 활동하는 강도는 두 번째 사진을 볼 때 항상 줄어들었다. 가까이서 찍든 멀리서 찍든 사진 속 물체는 모두 같기 때문에 두 번째 사진에서는 반복해서 본다고 인식한 것이다.


뇌의 시각영역이 일으키는 의미있는 착각

테두리 확장 현상은 언제나 정확하게 반응할 것 같은 뇌에서도 착각이 일어난다는 증거다. 박 씨는 “PPA의 이런 착각은 제한된 시각 정보를 받을 수밖에 없는 눈의 제약 조건을 극복하려는 인체의 메커니즘일 것”이라고 말했다. 좁은 시야를 확장해 주변 환경까지 자각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이 연구결과는 신경과학 전문지 ‘뉴런’ 19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뇌에서 일어나는 이 같은 착각 덕분에 우리는 세상을 좀 더 ‘넓게’ 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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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센터 꿈꾸는 TV
화면 선명해지고 이동 자유로워져
2007년 04월 17일 | 글 | 편집부ㆍ |
 
TV가 등장한 것은 세계적으로 70년 남짓, 우리나라도 1956년 첫 TV 방송이 전파를 탄지 50년이 됐다. TV 수상기가 광범위하게 보급된 1980년대에는 컬러 TV 방송(1980년 12월 시작)과 함께 ‘1가구 1TV 시대’가 찾아왔고, 온 국민에게 정보와 오락을 제공하는 가장 친근한 수단이 됐다. 그리고 ‘손 안의 TV’가 된 휴대전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이제 ‘1인 1TV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TV가 발전하며 가장 달라진 것은 디지털 압축 기술에 의한 고품질의 영상과 입체음향이다. 현재까지 나온 고품질 TV는 SD(Standard Definition)TV와 HD(High Definition)TV가 있다. HDTV는 35mm 영화 수준으로 영상이 선명해지고 음악 CD보다 좋은 음질을 제공할 수 있다. 기술의 발달이 계속되면 2010년경 더 높은 해상도의 UD(Ultra Definition)TV와 3차원 입체영상 TV, 향기 나는 TV 등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흔히 ‘대역 압축 기술’로 알려진 디지털 송출기술이 발달하며 지상파와 케이블 TV는 더 많은 채널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케이블 TV만도 디지털화를 통해 200개 가까운 채널을 방송할 수 있고, 최근 월드컵 기간 중 시험 방송한 지상파의 ‘MMS’(Multi-Mode Service)는 기존 채널 하나로 최대 3채널까지 방송이 가능한 서비스다.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 가운데 가장 먼저 서비스되고 있는 것이 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실용화한 지상파 DMB는 유럽의 DAB(디지털오디오방송)기술에 비디오 서비스를 결합시킨 것이다. DMB 휴대전화를 쓰거나 차량에 수상기만 부착하면 되고 무료이므로 이미 100만대가 넘는 수신기가 보급된 상태다. 위성 DMB는 SK텔레콤에서 세계 최초로 DMB 위성 ‘한별’을 3만5000km 상공에 쏴 올려 서비스하고 있다.

DMB와 함께 차세대 매체로 꼽히는 IPTV(인터넷 프로토콜 TV)는 초고속 인터넷망(IP)을 이용해 최대 999개까지 채널을 시청하며 다양한 정보 서비스와 동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다. 기존 인터넷TV와 다른 점은 PC 모니터 대신 TV 수상기를, 마우스 대신 리모컨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양방향성이다.

IPTV는 TV를 보면서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거나 출연진이 입고 나온 의상을 홈쇼핑으로 즉시 구매할 수 있도록 시청자와 방송사의 양방향 소통을 대폭 강화했다. IPTV에 디지털 정보를 전송하는 전용 모뎀과 셋탑 박스(set-top box)를 연결하면 초고속 인터넷, 전화, 방송 3가지 서비스를 한꺼번에 이용하는 TPS(Triple Play Service)를 실현할 수 있다.

어디든 갈 수 있는 유연한 TV

앞으로 TV는 어떻게 진화할까?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의 TV는 기존 기능을 뛰어넘는 ‘디스플레이 센터’가 될 것이다. 즉 방송시청뿐 아니라 컴퓨터와 결합해 인터넷, 쇼핑, 보안, 홈 오토메이션 등을 통합 제어한다. 이런 차세대 TV 기술로 가장 주목받는 것 중 하나가 ‘플렉서블’(flexible)이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말 그대로 구부릴 수 있는 디스플레이다. TV를 둘둘 말아서 갖고 다니거나 가방 속에 접어 넣을 수 있다. 다만 아직은 구부려도 손상이 없는 유연한 재료를 확보하는 등 여러 문제가 남아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되면 미래의 TV는 벽에 쉽게 걸 수 있는 초대형, 초박형 무선 TV로 진화할 것이다. 나아가 종이 위에 고해상도 컬러 인쇄를 하듯 디스플레이 전자재료를 인쇄법으로 찍어서 만드는 날도 올 것이다. 대형 TV를 찍어서 만들게 되면 크기와 형태의 제약이 없는 TV를 즐길 수 있다. 벽면 전체를 덮는 초대형 플렉서블 벽걸이 TV를 상상해 보라.

분명한 사실은 과거에 상상했던 기술이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 곁에 다가왔듯, 오늘날 꿈꾸는 기술이 미래엔 자연스런 일상이 될 수 있다. 인간의 시각(視覺)이 존재하는 한 TV의 변신은 현재 진행형으로, 그 진화의 핵심은 인간과의 교감이 될 것이다.

<김영신의 ‘TV는 미래를 싣고’, 석준형의 ‘모든 TV는 디지털로 통한다’ 기사 발췌 및 편집>
휴대전화 사이보그라도 괜찮아
디지털 흡수하며 미래로
2007년 04월 17일 | 글 | 편집부ㆍ |
 
1876년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전화기를 발명하고 후원자 두 사람과 함께 ‘벨 전화회사’(Bell Telephone Company)를 세웠다. 그리고 사무실과 집을 연결하는 전화기 한 쌍을 세트로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벨이 만든 전화기의 본체는 길쭉한 나무상자 형태였고, 이 위에 착신을 알리는 황동 종 2개가 붙었으며, 송화기는 두 종 사이에, 수화기는 본체 측면에 귀처럼 걸렸다.

그로부터 130년이 흘렀다. 요즘 휴대전화는 ‘더 작게, 더 얇게’ 진화하고 있다. 세로로 길쭉한 직사각형이나 타원형 디자인을 벗어나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끈 ‘가로본능폰’처럼 가로로 긴 화면이나 독특한 곡선을 가미해 한손에 쏙 잡히는 인간공학 디자인의 휴대전화가 눈에 띄게 늘었다. 최근에는 두께가 6.9mm인 ‘울트라 슬림폰’에 얼굴선에 꼭 맞게 슬라이드가 휘어지는 '바나나폰'까지 등장했다. 휴대전화 디자인의 끝은 어디일까.

유선전화가 공동의 재산이었다면 휴대전화는 지극히 개인적인 도구가 됐다. 유선전화가 가정용, 업무용, 산업용이었다면 요즘 휴대전화는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휴대전화 덕분에 물리적인 거리 개념이 사라지고 시공을 초월한 생활이 가능해졌다. 개인의 자유가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어떤 전자제품보다 휴대전화의 디자인이 다양한 것은 이 때문이다.

여기에는 기술 발전이 한 몫 했다. ‘시험 사용’이라는 개념은 사라졌고, 버튼을 아무리 여러 번 잘못 눌러도 모터가 타거나 퓨즈가 녹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플러그 앤드 플레이’(Plug and Play) 즉 ‘연결하고(Plug) 즐기라(Play)’는 개념처럼 복잡한 절차를 거칠 필요도, 사용설명서를 정독할 필요도 없다.

디지털 블랙홀 휴대전화

휴대전화는 어디까지 진화할까. 휴대전화에 꽂아 자신의 건강정보를 병원으로 바로 전송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
특히 최근 휴대전화는 인터넷, 디지털카메라, MP3, 게임기, GPS 그리고 심지어 혈당 체크 같은 의료진단기까지 웬만한 오디오 비디오 기능은 물론 정보 기록, 저장, 오락 등 컴퓨터 기능을 모조리 흡수하고 있다. PDA, 게임기, 카메라 등 휴대전화 근처에서 얼쩡거리던 제품은 하나같이 휴대전화라는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일각에서는 휴대전화가 오히려 불안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젊은이들이 휴대전화를 끼고 사는 것은 자유가 부여한 불안감의 표현이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몰입할 대상이 필요하다. 휴대전화가 ‘디지털 블랙홀’이 된 것은 통화중이 아닐 때도 빠져들 만한 어떤 기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를 그냥 갖고 있는 이는 노인뿐이다.

휴대전화는 어디까지 진화할까? 디지털 콘텐츠가 늘어나고 유비쿼터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휴대전화는 일종의 웨어러블(wearable) 컴퓨터 형태를 띠게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웨어러블 컴퓨터가 극단적인 형태로 발전하게 되면 영국 레딩대 케빈 워릭 교수가 자신의 몸속에 실리콘 칩을 이식한 것처럼 휴대전화 일부를 신체에 삽입할 수도 있다. 기계와 인간이 결합한 사이보그는 그리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인기몰이를 했던 슬림폰은 얇게 만들어 몸에 착 달라붙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슬림폰이 더 얇아지고 더 작아진다면 몸과 하나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혹시 우리는 지금 사이보그가 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채승진의 ‘휴대전화는 디지털 블.랙.홀.’ 기사 발췌 및 편집>
컴퓨터는 두뇌 트레이닝 중
단순하게 빠르게 발전하는 컴퓨터
2007년 04월 17일 | 글 | 편집부ㆍ |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컴퓨터에서 일어나는 모든 연산과 처리를 담당하는 반도체 칩이다. 인간으로 따지면 두뇌에 해당한다. 1971년 인텔이 최초로 마이크로프로세서 4004를 개발했을 때 여기에는 2300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있었다. 2000년 개발된 펜티엄4에는 약 4000만개가 들어있었다. 집적도가 무려 1만 7000배 늘었다.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집적도 증가는 동작 속도와 관계가 있다. 4004는 동작 주파수가 약 0.1MHz(메가헤르쯔)였던 반면 펜티엄4는 3GHz(기가헤르쯔) 이상으로 3만 배 증가했다. 마이크로프로세서 크기는 작아지고 집적도는 늘어난 덕분에 컴퓨터도 작고 빠르게 발전했다.

초기 마이크로프로세서는 구조도 매우 복잡했다. 메모리가 비싸고 용량에도 제약이 심해 프로그램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프로세서에 복잡한 명령어를 넣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차츰 메모리 용량이 커지고 가격도 내리면서 마이크로프로세서는 프로그램의 크기보다 동작 속도가 중요해졌다. 게다가 C언어처럼 상위 수준의 언어를 사용한 프로그래밍이 대중화됐다.

여기에 하나 이상의 명령어를 동시에 수행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구조도 개발돼 연산 속도가 동작 주파수의 수배나 되는 것까지 등장했다. 결국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구조가 바뀌었을 뿐 아니라 초고속 마이크로프로세서도 등장할 수 있었다.

요즘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얼마나 빠를까? FM 라디오의 최대 주파수는 108MHz다. 동작 주파수가 3GHz인 펜티엄4는 FM 주파수보다 30배 빠르다. 이 속도라면 1초에 열자리 십진수 덧셈을 30억 번 할 수 있다. 빛의 속도로 환산하면 빛이 10cm 가는 동안 덧셈을 한번 하는 꼴이다. 최근에 집적도를 늘린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이보다 더 빨라졌다.

머리는 단순해지고 몸은 더 민첩해져

마이크로프로세서는 과거 30년 동안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해왔다. 앞으로도 성능이 계속 좋아질 것이다. 조만간 10GHz로 동작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이크로프로세서의 동작 주파수가 계속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현재 첨단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는 수십 개의 원자 층으로 이뤄진 수nm(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의 박막과, 머리카락을 1만 개로 쪼갠 두께 정도의 아주 작은 패턴을 가공한다. 가공이 가능한 박막의 두께와 패턴의 크기가 점차 물리적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를 보완하며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가 여러 개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하나의 반도체 칩에 집적하는 방법이다. 인텔이 선보인 ‘듀얼 코어’는 마이크로프로세서 2개를 집적해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연산 단위를 늘려 여러 개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는 방법도 개발 중이다. 동영상이나 게임 같은 멀티미디어 연산에서는 지금의 32비트보다 큰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도록 여러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는 구조가 유리하다.

이런 방법들을 통해 앞으로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성능을 계속 향상시킨다면 언젠가는 ‘슈퍼 울트라 하이퍼’ 초고속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등장할 수도 있다. 도처에 깔린 컴퓨터로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유비쿼터스 유토피아가 열릴 것이다. 진보는 계속 되는 것이니까.

<박인철의 ‘빠른 비트에 몸을 맡겨라’ 기사 발췌 및 편집>
컴퓨터는 두뇌 트레이닝 중
단순하게 빠르게 발전하는 컴퓨터
2007년 04월 17일 | 글 | 편집부ㆍ |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컴퓨터에서 일어나는 모든 연산과 처리를 담당하는 반도체 칩이다. 인간으로 따지면 두뇌에 해당한다. 1971년 인텔이 최초로 마이크로프로세서 4004를 개발했을 때 여기에는 2300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있었다. 2000년 개발된 펜티엄4에는 약 4000만개가 들어있었다. 집적도가 무려 1만 7000배 늘었다.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집적도 증가는 동작 속도와 관계가 있다. 4004는 동작 주파수가 약 0.1MHz(메가헤르쯔)였던 반면 펜티엄4는 3GHz(기가헤르쯔) 이상으로 3만 배 증가했다. 마이크로프로세서 크기는 작아지고 집적도는 늘어난 덕분에 컴퓨터도 작고 빠르게 발전했다.

초기 마이크로프로세서는 구조도 매우 복잡했다. 메모리가 비싸고 용량에도 제약이 심해 프로그램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프로세서에 복잡한 명령어를 넣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차츰 메모리 용량이 커지고 가격도 내리면서 마이크로프로세서는 프로그램의 크기보다 동작 속도가 중요해졌다. 게다가 C언어처럼 상위 수준의 언어를 사용한 프로그래밍이 대중화됐다.

여기에 하나 이상의 명령어를 동시에 수행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구조도 개발돼 연산 속도가 동작 주파수의 수배나 되는 것까지 등장했다. 결국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구조가 바뀌었을 뿐 아니라 초고속 마이크로프로세서도 등장할 수 있었다.

요즘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얼마나 빠를까? FM 라디오의 최대 주파수는 108MHz다. 동작 주파수가 3GHz인 펜티엄4는 FM 주파수보다 30배 빠르다. 이 속도라면 1초에 열자리 십진수 덧셈을 30억 번 할 수 있다. 빛의 속도로 환산하면 빛이 10cm 가는 동안 덧셈을 한번 하는 꼴이다. 최근에 집적도를 늘린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이보다 더 빨라졌다.

머리는 단순해지고 몸은 더 민첩해져

마이크로프로세서는 과거 30년 동안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해왔다. 앞으로도 성능이 계속 좋아질 것이다. 조만간 10GHz로 동작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이크로프로세서의 동작 주파수가 계속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현재 첨단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는 수십 개의 원자 층으로 이뤄진 수nm(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의 박막과, 머리카락을 1만 개로 쪼갠 두께 정도의 아주 작은 패턴을 가공한다. 가공이 가능한 박막의 두께와 패턴의 크기가 점차 물리적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를 보완하며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가 여러 개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하나의 반도체 칩에 집적하는 방법이다. 인텔이 선보인 ‘듀얼 코어’는 마이크로프로세서 2개를 집적해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연산 단위를 늘려 여러 개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는 방법도 개발 중이다. 동영상이나 게임 같은 멀티미디어 연산에서는 지금의 32비트보다 큰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도록 여러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는 구조가 유리하다.

이런 방법들을 통해 앞으로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성능을 계속 향상시킨다면 언젠가는 ‘슈퍼 울트라 하이퍼’ 초고속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등장할 수도 있다. 도처에 깔린 컴퓨터로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유비쿼터스 유토피아가 열릴 것이다. 진보는 계속 되는 것이니까.

<박인철의 ‘빠른 비트에 몸을 맡겨라’ 기사 발췌 및 편집>
독 오른 봄조개 조심!
2007년 04월 16일 | 글 | 우정열 동아일보 기자ㆍpassion@donga.com |
 
상큼한 봄나물과 함께 먹는 조개는 나른한 몸에 활력소가 된다. 하지만 봄에 조개를 먹을 때는 마비성 패독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패독(貝毒)’이란 독성이 있는 플랑크톤을 먹은 조개를 먹었을 때 나타나는 중독 현상이다.

패독은 기억상실성, 설사성, 신경성, 마비성 등 증세별로 다양한 종류가 있다. 봄철 조개를 먹었을 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중독이 마비성 패독이다.

주로 남해안의 조개에서 마비성 패독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해수 온도가 섭씨 13∼17도에 이르는 4월 말부터 5월 초 사이에 최고조에 달했다가 5월 말부터 6월 초가 되면 자연 소멸된다. 진주담치나 굴처럼 껍데기가 2장인 조개(이매패)에 독소가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마비성 패독의 증상은 조개를 먹은 뒤 30분쯤이 지난 뒤 입술이나 혀부터 시작된다. 경증은 안면 마비 증세만 보이지만 중증이면 목이나 팔, 전신에 마비 증세가 나타나 심하면 호흡 곤란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마비성 패독은 냉동, 냉장, 가열 등을 통해서도 독성이 파괴되지 않는다.

조개를 먹은 뒤 마비 증상이 보이면 신속히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첨단 과학도 흉내 못내는 이 세상 단 하나뿐인 향
그녀의 향기
2007년 04월 13일 | 글 | 임소형 기자ㆍsohyung@donga.com |
 
‘개코.’ 냄새를 잘 맡는 사람에게 흔히 따라다니는 별칭이다. 요즘 스크린에서 천부적인 ‘개코’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장바티스트 그르누이’. 최근 개봉한 영화 ‘향수’의 주인공이다. 그르누이는 여인 13명을 죽인 희대의 살인마로 낙인찍힌다. 하지만 그는 단지 최고의 향수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아름다운 여인의 체취(體臭) 그대로 말이다.

천연 향 100% 재현은 불가능

그래픽=김수진 동아일보 기자
[꽃에서 향기 내는 성분을 추출할 때 옛날에는 소나 돼지의 기름을 썼다. 넓은 판에 기름을 깔고 꽃을 얹어 두면 향기 내는 성분이 날아가지 않고 기름에 스며든다. 이를 용매에 녹여 기름을 분리해 낸 다음 용매를 날리면 향기 내는 성분만 남는다.

그르누이는 이런 방법에 착안해 여인들의 온몸에 끈적끈적한 연고 같은 물질을 바른다. 체취를 내는 성분을 흡착시키려는 것이다. 엽기적이지만 나름대로는 일리가 있어 보인다.

체취에는 보통 미량의 여러 가지 화학 성분이 다양한 비율로 섞여 있다. 사람마다 체취가 다른 것은 화학 성분의 종류와 혼합 비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량의 성분이 각각 무엇인지 알아내고 혼합 비율까지 정확히 맞춰야 체취를 똑같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요즘은 특정한 냄새를 내는 수많은 화학 성분이 알려져 있다. 향수나 생활용품 등에 첨가하는 향기를 만들 때 이들 성분을 여러 가지 방법의 화학반응을 통해 조합한다. 그러나 이런 첨단기술로도 체취를 재현해 내기는 쉽지 않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류충민 박사는 “설사 체취를 만들어 냈다고 해도 인공으로 만든 향과 실제로 맡는 냄새는 다를 수 있다”며 “코에서 뇌의 후각 영역까지 냄새가 전달되는 동안 냄새를 내는 성분의 화학반응이 미세하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코는 미세한 냄새 변화에도 민감하다는 얘기다. 류 박사는 “10억분의 1몰 농도의 극미량 성분까지 찾아내는 기기인 가스 크로마토그래피가 못 찾는 냄새 성분을 코가 감지할 수도 있다”고 했다.

LG생활건강 센베리퍼퓸하우스 김병현 부문장은 “지금까지 알려진 화학물질로 체취를 만들어 낸 적은 없다”며 “현대 기술로는 어떤 천연 향도 100% 정확하게 재현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사람마다 후각 능력 천차만별

사람마다 후각 능력이 천차만별인 것도 체취를 재현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개코’가 있는 반면 특정 냄새를 못 맡는 ‘후맹’도 있다. 후각 능력은 후각 유전자가 얼마나 활발히 활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인간의 전체 유전자 중 3% 정도가 후각 유전자라고 알려져 있다.

건국대 의대 이비인후과 홍석찬 교수는 “성장 과정에서 겪은 특정한 환경이 후각 유전자가 더 활발해지도록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천적으로 후각이 뛰어난 그르누이가 어릴 때 온갖 악취가 진동하는 시장 한가운데서 자랐다는 영화의 설정은 설득력이 있는 셈이다.

몸 상태나 기분에 따라 후각 능력이 달라지기도 한다. 순천향대 천연향장품연구소 한상길 교수는 “조향사(調香師)가 하루 중 냄새를 가장 잘 맡는 시간은 보통 오전 10시∼낮 12시”라며 “식사 직후나 피로가 쌓인 오후에는 평소보다 민감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후각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감정을 느끼는 영역과 가깝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사이언스’ 2월 23일자에는 후각 능력이 심지어 수명까지 바꾼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미국 베일러대 의대 스콧 플레처 박사팀은 먹이를 조절해 다른 초파리보다 오래 살게 만든 초파리에게 효모의 냄새를 맡게 했다. 그 결과 흥미롭게도 수명이 다시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효모 냄새에 독성이 있지는 않다”며 “냄새를 내는 성분이 초파리의 몸속에서 어떤 생물학적 반응을 일으켜 수명을 조절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오늘 사랑하는 사람을 꼭 안아 보라. 그 체취는 첨단기술로도 재현할 수 없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향이다. 어쩌면 그 향이 당신을 더 오래 살게 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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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외부 행성에서 물 성분 발견
美천문학자 바먼 박사 주장
2007년 04월 12일 | 글 | 송평인 동아일보 기자ㆍpisong@donga.com |
 
태양계 외부 행성에서 처음 물 성분이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 주 로웰천문대의 트래비스 바먼 박사는 지구에서 150광년(1광년은 초당 30만 km 가는 빛이 1년간 간 거리) 떨어진 페가수스자리의 거대한 가스 행성 HD209458b 대기에서 수증기를 발견했다고 10일 주장했다.

태양계 행성 중 지구 외에 화성의 극지방에서 얼음이 발견된 적이 있지만 태양계 외부 행성에서 물 성분이 포착된 것은 처음이다.

페가수스자리의 한 별을 돌고 있는 HD209458b는 1999년 태양계 외부의 정상적인 별 주변에서는 처음으로 직접 관측된 행성. 이 행성은 목성처럼 가스로 이루어졌지만 별과의 거리가 수성과 태양의 거리보다 가까워 표면온도가 섭씨 1100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뜨거운 목성’으로 불린다. ‘뜨거운 목성’에서는 초당 1만 t의 물질이 기체 상태로 방출된다.

바먼 박사는 “물 분자가 완전히 원자로 쪼개지려면 더 뜨거운 열이 필요하다”며 “물은 아주 넓은 범위의 온도에서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행성에 수분이 있다면 ‘뜨거운 목성’류의 다른 행성에도 모두 수분이 있다는 추정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바먼 박사는 “목성류의 가스행성은 지구류의 암석행성과 달리 생명체가 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며 “가스행성에 수증기가 있다는 것만으로 외계 생물의 존재를 상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2월 발표된 다른 과학자들의 보고서에서는 HD209458b에서 수증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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