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일수록 사회적 관계 중요시”
2008년 09월 05일 | 글 |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ㆍsohyung@donga.com |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좋은 일에,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쁜 일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 제공 동아사이언스
30만 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을 실수로 잃어버린다.

관심 있는 이성 친구와 근사한 식사를 한다.

당신이 이 두 가지 경험을 모두 해야 한다면 뭘 먼저 하고 싶은가. 또 두 번째 경험은 첫 번째 경험 후 시간이 얼마나 지나고 난 뒤 하고 싶은가.

흥미롭게도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대답이 다르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팀은 국내 대학생 88명을 모집해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 그룹으로 나눈 다음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처음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1.25%가 상품권을 잃어버리는 경험을 먼저 하고 싶다고 답했다. 매를 먼저 맞는 쪽을 택한 것이다.

이들에게 상품권을 잃고 시간이 얼마나 지나 이성 친구를 만나고 싶은지 물었다. 그 결과 행복한 사람이 불행한 사람보다 만남을 더 빨리 갖길 원했다.

연구팀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완충효과’가 행복함을 느끼는 정도에 따라 다르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행복한 사람은 먼저 경험한 부정적 사건 때문에 생긴 안 좋은 감정을 긍정적 사건이 상당 부분 완충해 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빨리 경험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불행한 사람은 부정적 사건이 긍정적 사건의 기쁨을 오히려 떨어뜨릴 거라고 여겨 늦게 경험하길 바란다는 것. 결국 불행한 사람은 부정적 사건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행복한 사람에게는 작은 기쁨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또 실험 참가자들에게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잃어버리고 나서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마음에 드는 이성 친구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하는 말을 듣는 경험과 길에서 우연히 돈을 줍는 경험, 기대보다 학점이 좋게 나오는 경험 등 세 가지 보기 중 행복한 사람은 첫 번째 응답이 많았다. 반면 불행한 사람은 두 번째를 더 많이 택했다.

최 교수는 “행복한 사람일수록 사회적 관계를 중요시하고 불행할수록 돈에 집착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행복을 느끼는 정도에 따라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에 분명한 차이가 있음이 확인된 결과”라고 말했다.

또 그는 “속상한 일을 겪고 나서 인간관계에서의 즐거움을 빨리 경험하려는 습관을 들이면 행복도를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자신문

"우주비밀 풀 것" vs "지구 멸망 재촉"

기사입력 2008-09-04 10:42 기사원문보기

‘24주 과학훈련’이 빚어낸 ‘朴의 기적’
체육과학硏, 젖산-스텝 테스트 통해 몸상태 체크
2008년 08월 11일 | 글 | 김성규, 베이징=황인찬 동아일보 기자ㆍkimsk@donga.com, hic@donga.com |
 
카메라로 동작 정밀 분석… 최적의 스트로크 완성

박태환의 금메달은 한국 스포츠과학의 성과이기도 하다.

박태환과 그를 지도하는 노민상 국가대표팀 감독, 체육과학연구원의 과학적인 뒷받침이 시너지 효과를 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기 때문이다.

박태환의 기록 단축 과정에는 체육과학연구원의 송홍선 박사가 줄곧 참여했다.

운동생리학 전문가인 송 박사는 박태환이 1년여 동안 대표팀을 떠나 개인훈련을 하다가 2월 대표팀 전지훈련 캠프에 합류했을 때 그의 몸 상태를 정밀 측정했다. 젖산 테스트, 스텝 테스트 등을 통해 얻은 상세 데이터를 갖고 노 감독과 머리를 맞댔고 이를 바탕으로 올림픽까지 일일 상세 훈련 프로그램을 짠 ‘24주 금메달 프로젝트’가 마련된 것. 이 프로그램은 박태환의 원기회복 능력까지 고려한 정밀한 훈련 프로그램이었다.

훈련의 성과는 곧 나타났다. 4월 제80회 동아수영대회에서 박태환이 자유형 400m(3분43초59)와 200m(1분46초26)에서 아시아신기록을 달성한 것.

6월 괌 전지훈련 때는 영법 교정이 시작됐다.

송 박사가 직접 아이디어를 낸 ‘실시간 이동속도 측정 장치’가 훈련에 사용됐다. 박태환의 허리에 줄을 연결하고 카메라도 설치해 그가 앞으로 나아갈 때 풀(pull·손) 동작과 킥(kick·발) 동작의 시간과 속도가 컴퓨터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나타나도록 했다.

박태환의 장점은 부력이 좋다는 것. 자유형 400m 세계기록(3분40초08)을 보유한 호주의 이언 소프(은퇴)가 몸이 거의 물에 잠긴 상태에서 수영하는 반면 박태환은 몸이 물 밖으로 많이 나온다. 몸이 물에 뜰수록 물에 대한 표면 저항이 작기 때문에 기록 단축에 유리하다.

또 박태환의 스트로크(팔 휘젓기) 동작은 더 정교해졌다. 팔을 앞으로 뻗었다가 뒤로 물을 걷어내는 이 동작은 팔 모양이 일(1)자에 가까울수록 좋은데 박태환은 거의 세계적인 수준의 스트로크를 실현해 냈다.

박태환이 어떤 수영복을 입을지 결정할 때도 속도 측정기의 결과를 참고했다. 반신 수영복과 전신 수영복을 입고 여러 차례 속도를 비교 측정한 결과 반신 수영복을 입었을 때 전신 수영복을 착용했을 때보다 기록이 6.6%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과학이 이처럼 훈련에 접목된 데는 현장 지도자인 노 감독의 역할도 중요했다. 송 박사는 “보통 현장 지도자들이 스포츠과학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잘 활용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노 감독은 스포츠과학에 대한 신뢰가 남달라 0.001초라도 기록 단축에 도움이 되는 조언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스피도 ‘레이저 레이서’

‘제2의 피부’같은 첨단 초경량 수영복

물속 뛰어든 선수 ‘로켓’으로 만들어


0.01초의 촌각을 다투는 수영에서 수영복은 기록 향상에 필수적인 요소다.

박태환은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맞춤형 신무기를 준비했다. 스피도가 만든 최첨단 수영복 ‘레이저 레이서’가 그것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호주 스포츠연구소가 3년여의 연구 끝에 만든 이 첨단 수영복은 언뜻 보면 잠수복 같다. 다소 우스꽝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수영복이야말로 과학의 결정체다. 2월 첫선을 보인 이 수영복은 베이징 올림픽 전까지 세계 신기록 48개를 작성한 숨은 조력자다.

발수 기능이 탁월한 초경량 소재로 만든 이 수영복은 물이 잘 스며들지 않아 마찰력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초음파를 사용해 봉합선을 거의 없앴고 몸에 착 달라붙어 돌고래와 같이 매끈한 모양을 유지해 준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8관왕에 도전하는 미국의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물에 뛰어드는 순간 로켓이 된 것 같다”면서 이 수영복을 극찬했다.

박태환은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대회 후 스피도와 스폰서 계약을 했고 맞춤형 전신 수영복을 마련했다. 하지만 4월 동아수영대회에서 시험해 본 전신 수영복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가슴 쪽이 답답하고 어깨 부분이 수영복에 쓸린다”며 불편해했다.

결국 박태환은 반신 ‘레이저 레이서’를 입기로 하고 남은 기간 적응에 박차를 가했다. 해외 유명 선수 대부분이 전신 수영복을 입지만 펠프스도 접영에서는 반신 수영복을 입는다. 선수에게 편한 수영복이 최고의 수영복인 것이다.

박태환은 이번 올림픽을 대비해 반신 수영복을 6개나 준비했다.

손석배 스피도 홍보팀장은 “아무래도 한 번 입었던 것을 다시 입으면 착용감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중요 경기를 위해 여러 벌의 수영복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연습할 때 레이저 레이서 대신 짧은 반바지 수영복도 입는다. 물이 잘 빠지지 않게 만들어 물의 저항을 높인 이른바 ‘저항 수영복’이다. 육상 선수가 모래주머니를 달고 뛰는 것과 같은 원리다.

손 팀장은 “저항 수영복을 입고 훈련하다가 레이저 레이서를 입으면 한층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드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황우석 연구 ‘뜨거운 감자’
2008년 07월 28일 | 글 | 김윤종 동아일보 기자 ㆍzozo@donga.com |
 
황우석(사진) 박사의 인간체세포 복제 배아 연구 재개 승인 여부를 앞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다음 달 2일 황 박사가 이끄는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이 지난해 12월 제출한 인간 체세포 복제 배아 연구 승인 신청에 대해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이번에 승인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과거 황 박사가 진행해 왔던 ‘체세포 핵 이식기술을 이용한 줄기세포수립’ 관련 연구로 2006년 3월 연구조작 사건으로 승인이 취소됐다.

현재 복지부는 승인 여부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학계에서는 황 박사가 아직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승인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반면 승인을 거부할 경우 황 박사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복지부 생명윤리안전과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생명윤리법 시행규칙에 연구책임자의 요건으로 ‘경력과 자격을 갖춰야 한다’로 돼 있는데 황 박사는 연구조작 사건으로 재판 중이라 그 기준에 안 맞는다는 내부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 사이에서도 연구재개 승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많은 사람은 “세계 최고 수준인 황 박사의 복제 기술을 썩히기에는 너무 아깝다”며 연구 승인을 찬성하고 있다. 최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 설문조사에서도 승인 찬성 의견이 88.4%로 나타났다.

반면 “희대의 사기극을 벌인 사람의 연구를 승인하는 것은 안 된다”며 반대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날아오는 야구공 잡는 뇌의 원리 규명
연대 김민식-이도준 교수팀
2008년 07월 02일 | 글 |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ㆍdream@donga.com |
 
외야수가 잘 맞은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 잡게 하는 뇌의 영역이 발견됐다.

연세대 심리학과 김민식, 이도준 교수팀은 뇌의 뒷머리 아랫부분에 있는 시각 영역이 물체의 이동궤적 같은 시공간적 특성을 처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1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됐다.

그동안 물체의 색깔이나 모양 등 시각적 특징은 뇌의 뒷머리 아랫부분의 시각 영역에서, 공간 정보는 윗부분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움직이는 물체 같은 시공간적 정보를 뇌가 처리하는 과정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사람들의 뇌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장치로 관찰하며 실험한 결과 색깔이나 모양만 본다고 생각했던 시각 영역이 물체가 같은 공간에서 조금씩 위치를 달리하며 변하는 연속적인 정보도 함께 처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뇌에 이 부분이 있기 때문에 축구 선수가 빠르게 날아오는 코너킥을 헤딩하거나 야구 선수가 휘는 커브볼을 제대로 칠 수 있다.
인간 난자 탄생 순간 포착
자궁수술중 촬영… 난포의 빨간 돌출체 통해 빠져나와
2008년 06월 13일 | 글 | 노지현 동아일보 기자ㆍisityou@donga.com |
 
난소의 난포 조직에서 난자가 빠져나오고 있다. 중년 여성의 자궁절제수술 도중 우연히 찍힌 이 영상은 인간의 배란 과정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 출처 BBC 홈페이지
사람의 난소에서 난자가 탄생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고 영국 BBC 인터넷판이 11일 보도했다. 그동안 동물의 배란 과정이 관찰된 일은 있지만 인간 난자의 탄생을 선명하게 촬영한 것은 처음이다.

난자의 탄생 과정은 벨기에 브뤼셀의 루뱅 가톨릭 대학병원에서 40대 한 여성의 자궁절제수술 도중 우연히 포착됐다. 수술 도중 ‘마침표(full-stop)’만 한 크기의 난자가 난소 표면의 난포를 뚫고 빠져나오고 있었던 것.

수술 집도의인 자크 도네 박사는 “난자는 지금까지 몇몇 이론들처럼 한순간에 ‘폭발하듯(explosive)’ 나오는 것이 아니고 난포에서 완전히 나오기까지 15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난자가 난포에서 나오기 직전 난포 조직이 분해되면서 빨간 돌출체가 형성되었으며 이를 통해 난자가 빠져나왔다고 설명했다.

영국 의학연구위원회의 앨런 맥네일리 교수는 “우리가 실제로 인간의 배란 과정을 지켜본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며 “생명의 시작 단계를 보는 놀라운 순간”이라고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고유가 밀물에 ‘조력 발전 프로젝트’ 다시 돈다
2008년 06월 30일 | 글 | 생말로(프랑스)·서산=차지완 동아일보 기자 ㆍcha@donga.com |
 
충남 가로림만에서 추진되는 가로림조력발전소 건설의 벤치마크 대상인 프랑스의 랑스조력발전소. 휴양도시인 생말로(오른쪽)와 디나르를 연결하는 댐 모양의 다리와 수면 밑의 발전용 터빈시설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가로림조력발전소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사진 제공 한국서부발전
52만kW 규모 ‘가로림 발전소’ 28년만에 본격 추진

시화호 발전소와 함께 세계최대 ‘조력발전 벨트’로


# 프랑스 랑스발전소는…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차로 4시간 거리에 있는 랑스조력발전소. 브르타뉴 지방의 세계적인 휴양도시인 생말로와 디나르를 잇는 댐 모양의 친(親)환경 발전소다. 오후 4시가 되자 가족 단위 관광객을 실은 요트와 어선들이 줄지어 발전소 끝부분에 있는 통선문으로 몰려들었다. 1시간 간격으로 열리는 통선문을 통해 바다로 나가기 위한 배들이었다. 발전소 인근 노네 마을의 자치단체장인 미셸 르페브르 씨는 “발전소가 지어졌던 196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활기를 잃어 가던 곳이었으나 40년이 지난 지금은 관광객이 늘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등 당시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삶의 질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 서산 가로림만에선…

27일 오후 충남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 항아리 모양의 가로림만이 시작되는 지역으로 바다 건너편 충남 태안군 이원면 내리를 마주하고 있다. 밀물과 썰물의 최대 낙차가 8m에 이르는 덕분에 조력발전소 건설의 최적의 후보지로 꼽히는 곳이다. 실제로 한국서부발전을 주축으로 포스코건설과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이 공동으로 오지리와 내리의 2km 구간을 잇는 조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가로림 어촌계장이면서 발전소건설대책위원회 위원장인 한광천 씨는 “처음에는 생태계 파괴에 대한 걱정 때문에 반대했으나 지금은 지역경제를 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서해안이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 벨트’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기 시화호에 이어 충남 가로림만에서도 세계 최대 규모인 랑스조력발전소를 능가하는 조력발전소 건설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가로림, 랑스를 넘어서라


가로림만에 조력발전소를 짓는다는 구상은 제2차 오일쇼크가 한국 경제를 강타한 1980년 경제장관협의회에서 결정됐다. 하지만 오일쇼크가 진정된 이후 국제유가가 빠른 속도로 안정세를 찾으면서 조력발전소 건설 필요성도 점점 잊혀져 갔다.

그러나 최근 제3차 오일쇼크가 현실화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국내 4개 회사가 랑스조력발전소를 벤치마크 대상으로 정한 뒤 지난해 8월 1조22억 원을 투자해 왕복 4차로 대교를 겸한 조력발전소를 짓고 인근에는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키로 한 것. 현재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가로림조력발전소의 설비 용량은 52만 kW로 현재 랑스조력발전소(24만 kW)의 2배가 넘는다”며 “연간 전력생산량도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풍력발전의 4배, 태양광발전의 30배에 이르는 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력발전의 시간당 전력 생산비용이 90.5원으로 태양광(677원)에 비해 저렴한 데다 건설 뒤 갯벌 면적이 일부 줄기는 하지만 그나마 환경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발전 방식이라는 것도 고려 요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서해안 ‘조력발전 벨트’로 부상


내년 완공 예정인 시화호조력발전소(25만4000kW)에 이어 가로림조력발전소가 2012년 상업 가동에 들어가면 서해안은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 벨트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까지 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던 서산시와 태안군의 어민들도 최근 찬성 쪽으로 잇따라 돌아서면서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신재생 에너지 가운데 조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한국은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 덕분에 주목을 받고 있다”며 “시화호와 가로림만 외에도 인천만 등 국내 조력자원 우수 후보지에 대한 조사가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는 천상 천문학자
<여기까지 오기까지> 경이로운 ‘별똥별 쇼’

이 단장이 대학교 입학하자마자 조립해 만든 반사망원경.
“1969년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에서 달에 착륙하던 광경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때부터 자외선우주망원경연구단을 이끄는 이영욱(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 단장의 관심사는 온통 천문학으로 채워졌다.

당시에는 천문학 관련 서적이 적었고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아 천문학에 대한 지식을 얻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 단장에게 ‘학생과학’이란 잡지가 천문학자의 꿈을 키우는 데 큰 힘이 됐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이 잡지를 읽다가 자코비니 별똥별 쇼가 펼쳐진다는 사실을 알고 우이동 집에서 담요를 깔고 누웠다. 몇 시간쯤 지났을까. 그의 머리 위로 난데없이 무수한 별똥별이 떨어졌다. 무려 5시간 동안 별들의 쇼가 펼쳐진 것이다.

‘학생과학’에는 모형비행기나 반사망원경 등의 설계도가 자주 소개됐다. 천문학자의 꿈을 키우던 이 단장은 책에 소개된 반사망원경의 설계도를 종합해 자신만의 반사망원경 설계도를 완성했다. 그 뒤 연세대 천문학과에 입학하자 부모님과 친구들에게서 빌린 돈을 모아 직접 반사망원경을 제작했다.

천문학과에 입학했지만 1·2학년 교과 과목에는 물리와 수학 수업만 있을 뿐 천문학 수업은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별을 보고 싶었던 이 단장은 친구들을 끌어 모아 천문학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다. 당시 경기도 일산관측소에는 국내에서 가장 큰 지름 61cm 반사망원경이 있었는데, 이 단장과 친구들은 겨울방학을 모두 그곳에서 보내며 우주에 푹 빠졌다.

하늘이 자신을 부르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이 단장은 다른 길로 빠질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1984년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 천문학과로 유학을 떠났다. 석·박사 통합과정을 4년 만에 마치고 캐나다 빅토리아대와 허블우주망원경연구소를 거쳐 1993년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어려움을 넘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우주에서 별이 폭발하거나 은하가 충돌하면 가시광선뿐 아니라 자외선, 적외선, X선, 전파 등 여러 파장의 전자기파가 발생한다. 우주에서 날아든 각종 전자기파는 우주 각지에서 일어난 다양한 사건의 기록을 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지구에선 가시광선과 전파만 지상에 도달하고 나머지 파장은 대기에서 흡수된다. 대기권 밖에 망원경을 설치해야 관측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1993년 이 단장은 모교 천문우주학과에 교수가 됐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우주에 관측위성 하나를 쏘아 올리려면 최소 1200억 달러(약 124조9200억 원)가 든다. 하지만 이 단장에게 지원된 국가연구비는 1년에 1500만원 정도였다. 이 단장에게는 외국 과학자들이 관측한 사진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 단장이 원하는 위치를 외국 과학자들이 촬영한다 해도 결과를 분석한 논문은 외국인의 이름으로 쓰일 수밖에 없었다. 학자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이 단장은 칠레에 위치한 세로톨로로 미국국립천문대에서 지름 0.9m짜리 망원경을 쓸 수 있게 해달라고 3년 넘게 요청했다. 이윽고 일주일 간 사용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대학원생 2명을 출장 보내자 1년 연구비의 3분의 2인 1000만 원이 쓰였다. 그래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일주일 간 날씨는 매우 화창했다.

연구팀은 그때까지 구성성단으로 알려졌던 ‘오메가 센타우리’가 우리은하에 잡힌 왜소은하였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 구성성단을 이루는 별들은 동시에 태어나기 때문에 나이와 화학조성이 같다. 반면 오메가 센타우리를 구성하는 별들은 화학조성이 구별되고 별들의 나이 차이가 최대 20억년으로 나타났다. 화학조성이 다양하고 나이 차이가 나는 천체는 구성성단이 아니라 은하였던 것이다. 이 결과는 1999년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나의 성공담> NASA의 첫 한국인 공식 파트너

자외선우주망원경 모식도. 연세대 자외선우주망원경연구단 제공
이 단장은 2003년 한국 최초로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우주망원경 갤렉스(GALEX)를 공동 개발해 우주로 쏘아 올렸다. 현재 갤렉스는 지상 700km 상공에서 자외선으로 우주를 관측하고 있다. 한국이 갤렉스의 총 개발비 1300억원 가운데 3%만 책임지고도 NASA의 공식파트너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이 단장의 능력과 열정이 있어 가능했다.

그는 1989년 미국 예일대에서 천체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보통 자외선은 질량이 크고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신생별에서 1만~3만K(절대온도 K=섭씨온도℃+273.15)로 뜨거운 상태에서 나온다. 이 단장은 박사논문에서 질량이 작고 나이가 많은 별도 진화 후반부인 헬륨연소 단계에서 갑자기 2만K 정도로 뜨거워져 자외선을 방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논문은 갤렉스 계획에 참여할 발판이었던 자외선 은하연령측정법의 기초가 됐다.

NASA의 갤렉스 계획이 진행되기 시작했을 때 이 단장은 갤렉스 계획의 미국측 연구책임자를 설득할 수 있었다. 한국측 연구비가 확보될 경우 함께 하자는 확답도 받았다. 1997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크리스 마틴 교수가 프로젝트 책임자(PI)로 선정됐다. 같은해 12월 이 단장이 이끄는 자외선우주망원경연구단도 과학기술부 ‘창의적연구진흥사업’으로 선정됐다. 2006년부터는 창의적연구진흥사업의 후속과제인 도약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02년 4월 발사된 갤렉스는 지금 50cm의 반사경을 가진 작은 망원경이지만 시야는 허블망원경보다 100배나 더 넓다. 연구팀은 2003년 갤렉스를 이용해 안드로메다은하 전체를 자외선으로 관측하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2006년 1월에는 초기 우주에서 은하 형성의 비밀을 밝히는 단서를 발견해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구성성단은 100만여 개의 별들이 구형으로 모여 있는 천체다. 흔히 구성성단의 색은 파란색과 붉은색 2가지로 나눠져 천문학자들은 기원이 다른 두 종류의 구성성단에서 ‘이중 색 분포 현상’이 발생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연구팀은 구성성단의 진화 과정에서 색 분포의 양분화 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자외선망원경 연구의 미래상> “사람 구하고 싶어도 없다”

흔히 천문학이라고 하면 춥고 배고픈 학문이란 인식이 퍼져 있다. 1학년 과목을 가르치는 이 단장에게도 한 학기 동안 2명의 학부모에게서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자식이 천문학을 하겠다는 데 밥 굶는 거 아니냐?”는 내용이다.

이 단장은 “창의연구와 도약연구에 천문학이 2곳이나 선정돼 최근 활력을 받고 있다”며 “박사후 연구원을 구하고 싶어도 사람이 없어 못 쓸 정도로 인력 수요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연세대 이과대 학부 8개 전공 가운데 천문학은 해마다 정원을 넘기고 있다고 했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는 당장 눈에 보이는 기술을 개발해야 했지요. 하지만 1인당 국민 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하려면 자연 현상에 대한 규명이나 원리 설명처럼 근본적인 물음에 답하는 연구를 해야 합니다. 천문학은 아직도 무한한 미지의 세계죠. 연구할 주제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 단장은 NASA와 함께 갤렉스를 만들면서 축적한 인공위성의 설계와 발사, 운용 기술이 한국의 인공위성 개발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단은 한국 최초로 NASA의 인공위성 탑재체 개발 전 과정에 참여했다. 연세대 자외선우주망원경연구단 제공.
























자외선우주망원경은 [ ](이)다

이 단장에게 자외선우주망원경은 50%다. 쉽게 말해 인생의 절반이다. 그는 “무척 귀중한 것이 될 수도 있지만 목을 맬 정도로 귀중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제까지 자외선우주망원경 연구로 네이처와 사이언스 같은 학술지에 4~5편의 논문을 썼지만 우주의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그만큼의 관심이 있다는 얘기다.

그는 당장 10년 전으로 되돌아가 다시 창의연구단을 시작하라면 안 할지도 모른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만큼 자외선우주망원경연구는 그에게 힘들고 고단한 주제였다. 그럼에도 이 단장이 창의연구에 이어 도약연구를 신청한 것은 “남들보다 더 잘할 수 있고 즐겁게 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제 아이디어의 50%는 다른 곳에 쓰여 질 겁니다. 아직 보여줄 수 있는 아이디어의 절반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다음번엔 이 단장에 우리에게 또 무엇을 보여줄 지 몹시 궁금해진다.

글/서금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symbious@donga.com (2008년 0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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