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사이보그라도 괜찮아
디지털 흡수하며 미래로
2007년 04월 17일 | 글 | 편집부ㆍ |
 
1876년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전화기를 발명하고 후원자 두 사람과 함께 ‘벨 전화회사’(Bell Telephone Company)를 세웠다. 그리고 사무실과 집을 연결하는 전화기 한 쌍을 세트로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벨이 만든 전화기의 본체는 길쭉한 나무상자 형태였고, 이 위에 착신을 알리는 황동 종 2개가 붙었으며, 송화기는 두 종 사이에, 수화기는 본체 측면에 귀처럼 걸렸다.

그로부터 130년이 흘렀다. 요즘 휴대전화는 ‘더 작게, 더 얇게’ 진화하고 있다. 세로로 길쭉한 직사각형이나 타원형 디자인을 벗어나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끈 ‘가로본능폰’처럼 가로로 긴 화면이나 독특한 곡선을 가미해 한손에 쏙 잡히는 인간공학 디자인의 휴대전화가 눈에 띄게 늘었다. 최근에는 두께가 6.9mm인 ‘울트라 슬림폰’에 얼굴선에 꼭 맞게 슬라이드가 휘어지는 '바나나폰'까지 등장했다. 휴대전화 디자인의 끝은 어디일까.

유선전화가 공동의 재산이었다면 휴대전화는 지극히 개인적인 도구가 됐다. 유선전화가 가정용, 업무용, 산업용이었다면 요즘 휴대전화는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휴대전화 덕분에 물리적인 거리 개념이 사라지고 시공을 초월한 생활이 가능해졌다. 개인의 자유가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어떤 전자제품보다 휴대전화의 디자인이 다양한 것은 이 때문이다.

여기에는 기술 발전이 한 몫 했다. ‘시험 사용’이라는 개념은 사라졌고, 버튼을 아무리 여러 번 잘못 눌러도 모터가 타거나 퓨즈가 녹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플러그 앤드 플레이’(Plug and Play) 즉 ‘연결하고(Plug) 즐기라(Play)’는 개념처럼 복잡한 절차를 거칠 필요도, 사용설명서를 정독할 필요도 없다.

디지털 블랙홀 휴대전화

휴대전화는 어디까지 진화할까. 휴대전화에 꽂아 자신의 건강정보를 병원으로 바로 전송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
특히 최근 휴대전화는 인터넷, 디지털카메라, MP3, 게임기, GPS 그리고 심지어 혈당 체크 같은 의료진단기까지 웬만한 오디오 비디오 기능은 물론 정보 기록, 저장, 오락 등 컴퓨터 기능을 모조리 흡수하고 있다. PDA, 게임기, 카메라 등 휴대전화 근처에서 얼쩡거리던 제품은 하나같이 휴대전화라는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일각에서는 휴대전화가 오히려 불안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젊은이들이 휴대전화를 끼고 사는 것은 자유가 부여한 불안감의 표현이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몰입할 대상이 필요하다. 휴대전화가 ‘디지털 블랙홀’이 된 것은 통화중이 아닐 때도 빠져들 만한 어떤 기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를 그냥 갖고 있는 이는 노인뿐이다.

휴대전화는 어디까지 진화할까? 디지털 콘텐츠가 늘어나고 유비쿼터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휴대전화는 일종의 웨어러블(wearable) 컴퓨터 형태를 띠게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웨어러블 컴퓨터가 극단적인 형태로 발전하게 되면 영국 레딩대 케빈 워릭 교수가 자신의 몸속에 실리콘 칩을 이식한 것처럼 휴대전화 일부를 신체에 삽입할 수도 있다. 기계와 인간이 결합한 사이보그는 그리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인기몰이를 했던 슬림폰은 얇게 만들어 몸에 착 달라붙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슬림폰이 더 얇아지고 더 작아진다면 몸과 하나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혹시 우리는 지금 사이보그가 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채승진의 ‘휴대전화는 디지털 블.랙.홀.’ 기사 발췌 및 편집>
컴퓨터는 두뇌 트레이닝 중
단순하게 빠르게 발전하는 컴퓨터
2007년 04월 17일 | 글 | 편집부ㆍ |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컴퓨터에서 일어나는 모든 연산과 처리를 담당하는 반도체 칩이다. 인간으로 따지면 두뇌에 해당한다. 1971년 인텔이 최초로 마이크로프로세서 4004를 개발했을 때 여기에는 2300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있었다. 2000년 개발된 펜티엄4에는 약 4000만개가 들어있었다. 집적도가 무려 1만 7000배 늘었다.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집적도 증가는 동작 속도와 관계가 있다. 4004는 동작 주파수가 약 0.1MHz(메가헤르쯔)였던 반면 펜티엄4는 3GHz(기가헤르쯔) 이상으로 3만 배 증가했다. 마이크로프로세서 크기는 작아지고 집적도는 늘어난 덕분에 컴퓨터도 작고 빠르게 발전했다.

초기 마이크로프로세서는 구조도 매우 복잡했다. 메모리가 비싸고 용량에도 제약이 심해 프로그램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프로세서에 복잡한 명령어를 넣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차츰 메모리 용량이 커지고 가격도 내리면서 마이크로프로세서는 프로그램의 크기보다 동작 속도가 중요해졌다. 게다가 C언어처럼 상위 수준의 언어를 사용한 프로그래밍이 대중화됐다.

여기에 하나 이상의 명령어를 동시에 수행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구조도 개발돼 연산 속도가 동작 주파수의 수배나 되는 것까지 등장했다. 결국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구조가 바뀌었을 뿐 아니라 초고속 마이크로프로세서도 등장할 수 있었다.

요즘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얼마나 빠를까? FM 라디오의 최대 주파수는 108MHz다. 동작 주파수가 3GHz인 펜티엄4는 FM 주파수보다 30배 빠르다. 이 속도라면 1초에 열자리 십진수 덧셈을 30억 번 할 수 있다. 빛의 속도로 환산하면 빛이 10cm 가는 동안 덧셈을 한번 하는 꼴이다. 최근에 집적도를 늘린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이보다 더 빨라졌다.

머리는 단순해지고 몸은 더 민첩해져

마이크로프로세서는 과거 30년 동안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해왔다. 앞으로도 성능이 계속 좋아질 것이다. 조만간 10GHz로 동작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이크로프로세서의 동작 주파수가 계속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현재 첨단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는 수십 개의 원자 층으로 이뤄진 수nm(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의 박막과, 머리카락을 1만 개로 쪼갠 두께 정도의 아주 작은 패턴을 가공한다. 가공이 가능한 박막의 두께와 패턴의 크기가 점차 물리적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를 보완하며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가 여러 개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하나의 반도체 칩에 집적하는 방법이다. 인텔이 선보인 ‘듀얼 코어’는 마이크로프로세서 2개를 집적해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연산 단위를 늘려 여러 개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는 방법도 개발 중이다. 동영상이나 게임 같은 멀티미디어 연산에서는 지금의 32비트보다 큰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도록 여러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는 구조가 유리하다.

이런 방법들을 통해 앞으로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성능을 계속 향상시킨다면 언젠가는 ‘슈퍼 울트라 하이퍼’ 초고속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등장할 수도 있다. 도처에 깔린 컴퓨터로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유비쿼터스 유토피아가 열릴 것이다. 진보는 계속 되는 것이니까.

<박인철의 ‘빠른 비트에 몸을 맡겨라’ 기사 발췌 및 편집>
컴퓨터는 두뇌 트레이닝 중
단순하게 빠르게 발전하는 컴퓨터
2007년 04월 17일 | 글 | 편집부ㆍ |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컴퓨터에서 일어나는 모든 연산과 처리를 담당하는 반도체 칩이다. 인간으로 따지면 두뇌에 해당한다. 1971년 인텔이 최초로 마이크로프로세서 4004를 개발했을 때 여기에는 2300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있었다. 2000년 개발된 펜티엄4에는 약 4000만개가 들어있었다. 집적도가 무려 1만 7000배 늘었다.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집적도 증가는 동작 속도와 관계가 있다. 4004는 동작 주파수가 약 0.1MHz(메가헤르쯔)였던 반면 펜티엄4는 3GHz(기가헤르쯔) 이상으로 3만 배 증가했다. 마이크로프로세서 크기는 작아지고 집적도는 늘어난 덕분에 컴퓨터도 작고 빠르게 발전했다.

초기 마이크로프로세서는 구조도 매우 복잡했다. 메모리가 비싸고 용량에도 제약이 심해 프로그램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프로세서에 복잡한 명령어를 넣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차츰 메모리 용량이 커지고 가격도 내리면서 마이크로프로세서는 프로그램의 크기보다 동작 속도가 중요해졌다. 게다가 C언어처럼 상위 수준의 언어를 사용한 프로그래밍이 대중화됐다.

여기에 하나 이상의 명령어를 동시에 수행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구조도 개발돼 연산 속도가 동작 주파수의 수배나 되는 것까지 등장했다. 결국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구조가 바뀌었을 뿐 아니라 초고속 마이크로프로세서도 등장할 수 있었다.

요즘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얼마나 빠를까? FM 라디오의 최대 주파수는 108MHz다. 동작 주파수가 3GHz인 펜티엄4는 FM 주파수보다 30배 빠르다. 이 속도라면 1초에 열자리 십진수 덧셈을 30억 번 할 수 있다. 빛의 속도로 환산하면 빛이 10cm 가는 동안 덧셈을 한번 하는 꼴이다. 최근에 집적도를 늘린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이보다 더 빨라졌다.

머리는 단순해지고 몸은 더 민첩해져

마이크로프로세서는 과거 30년 동안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해왔다. 앞으로도 성능이 계속 좋아질 것이다. 조만간 10GHz로 동작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이크로프로세서의 동작 주파수가 계속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현재 첨단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는 수십 개의 원자 층으로 이뤄진 수nm(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의 박막과, 머리카락을 1만 개로 쪼갠 두께 정도의 아주 작은 패턴을 가공한다. 가공이 가능한 박막의 두께와 패턴의 크기가 점차 물리적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를 보완하며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가 여러 개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하나의 반도체 칩에 집적하는 방법이다. 인텔이 선보인 ‘듀얼 코어’는 마이크로프로세서 2개를 집적해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연산 단위를 늘려 여러 개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는 방법도 개발 중이다. 동영상이나 게임 같은 멀티미디어 연산에서는 지금의 32비트보다 큰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도록 여러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는 구조가 유리하다.

이런 방법들을 통해 앞으로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성능을 계속 향상시킨다면 언젠가는 ‘슈퍼 울트라 하이퍼’ 초고속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등장할 수도 있다. 도처에 깔린 컴퓨터로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유비쿼터스 유토피아가 열릴 것이다. 진보는 계속 되는 것이니까.

<박인철의 ‘빠른 비트에 몸을 맡겨라’ 기사 발췌 및 편집>
독 오른 봄조개 조심!
2007년 04월 16일 | 글 | 우정열 동아일보 기자ㆍpassion@donga.com |
 
상큼한 봄나물과 함께 먹는 조개는 나른한 몸에 활력소가 된다. 하지만 봄에 조개를 먹을 때는 마비성 패독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패독(貝毒)’이란 독성이 있는 플랑크톤을 먹은 조개를 먹었을 때 나타나는 중독 현상이다.

패독은 기억상실성, 설사성, 신경성, 마비성 등 증세별로 다양한 종류가 있다. 봄철 조개를 먹었을 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중독이 마비성 패독이다.

주로 남해안의 조개에서 마비성 패독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해수 온도가 섭씨 13∼17도에 이르는 4월 말부터 5월 초 사이에 최고조에 달했다가 5월 말부터 6월 초가 되면 자연 소멸된다. 진주담치나 굴처럼 껍데기가 2장인 조개(이매패)에 독소가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마비성 패독의 증상은 조개를 먹은 뒤 30분쯤이 지난 뒤 입술이나 혀부터 시작된다. 경증은 안면 마비 증세만 보이지만 중증이면 목이나 팔, 전신에 마비 증세가 나타나 심하면 호흡 곤란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마비성 패독은 냉동, 냉장, 가열 등을 통해서도 독성이 파괴되지 않는다.

조개를 먹은 뒤 마비 증상이 보이면 신속히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첨단 과학도 흉내 못내는 이 세상 단 하나뿐인 향
그녀의 향기
2007년 04월 13일 | 글 | 임소형 기자ㆍsohyung@donga.com |
 
‘개코.’ 냄새를 잘 맡는 사람에게 흔히 따라다니는 별칭이다. 요즘 스크린에서 천부적인 ‘개코’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장바티스트 그르누이’. 최근 개봉한 영화 ‘향수’의 주인공이다. 그르누이는 여인 13명을 죽인 희대의 살인마로 낙인찍힌다. 하지만 그는 단지 최고의 향수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아름다운 여인의 체취(體臭) 그대로 말이다.

천연 향 100% 재현은 불가능

그래픽=김수진 동아일보 기자
[꽃에서 향기 내는 성분을 추출할 때 옛날에는 소나 돼지의 기름을 썼다. 넓은 판에 기름을 깔고 꽃을 얹어 두면 향기 내는 성분이 날아가지 않고 기름에 스며든다. 이를 용매에 녹여 기름을 분리해 낸 다음 용매를 날리면 향기 내는 성분만 남는다.

그르누이는 이런 방법에 착안해 여인들의 온몸에 끈적끈적한 연고 같은 물질을 바른다. 체취를 내는 성분을 흡착시키려는 것이다. 엽기적이지만 나름대로는 일리가 있어 보인다.

체취에는 보통 미량의 여러 가지 화학 성분이 다양한 비율로 섞여 있다. 사람마다 체취가 다른 것은 화학 성분의 종류와 혼합 비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량의 성분이 각각 무엇인지 알아내고 혼합 비율까지 정확히 맞춰야 체취를 똑같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요즘은 특정한 냄새를 내는 수많은 화학 성분이 알려져 있다. 향수나 생활용품 등에 첨가하는 향기를 만들 때 이들 성분을 여러 가지 방법의 화학반응을 통해 조합한다. 그러나 이런 첨단기술로도 체취를 재현해 내기는 쉽지 않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류충민 박사는 “설사 체취를 만들어 냈다고 해도 인공으로 만든 향과 실제로 맡는 냄새는 다를 수 있다”며 “코에서 뇌의 후각 영역까지 냄새가 전달되는 동안 냄새를 내는 성분의 화학반응이 미세하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코는 미세한 냄새 변화에도 민감하다는 얘기다. 류 박사는 “10억분의 1몰 농도의 극미량 성분까지 찾아내는 기기인 가스 크로마토그래피가 못 찾는 냄새 성분을 코가 감지할 수도 있다”고 했다.

LG생활건강 센베리퍼퓸하우스 김병현 부문장은 “지금까지 알려진 화학물질로 체취를 만들어 낸 적은 없다”며 “현대 기술로는 어떤 천연 향도 100% 정확하게 재현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사람마다 후각 능력 천차만별

사람마다 후각 능력이 천차만별인 것도 체취를 재현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개코’가 있는 반면 특정 냄새를 못 맡는 ‘후맹’도 있다. 후각 능력은 후각 유전자가 얼마나 활발히 활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인간의 전체 유전자 중 3% 정도가 후각 유전자라고 알려져 있다.

건국대 의대 이비인후과 홍석찬 교수는 “성장 과정에서 겪은 특정한 환경이 후각 유전자가 더 활발해지도록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천적으로 후각이 뛰어난 그르누이가 어릴 때 온갖 악취가 진동하는 시장 한가운데서 자랐다는 영화의 설정은 설득력이 있는 셈이다.

몸 상태나 기분에 따라 후각 능력이 달라지기도 한다. 순천향대 천연향장품연구소 한상길 교수는 “조향사(調香師)가 하루 중 냄새를 가장 잘 맡는 시간은 보통 오전 10시∼낮 12시”라며 “식사 직후나 피로가 쌓인 오후에는 평소보다 민감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후각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감정을 느끼는 영역과 가깝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사이언스’ 2월 23일자에는 후각 능력이 심지어 수명까지 바꾼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미국 베일러대 의대 스콧 플레처 박사팀은 먹이를 조절해 다른 초파리보다 오래 살게 만든 초파리에게 효모의 냄새를 맡게 했다. 그 결과 흥미롭게도 수명이 다시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효모 냄새에 독성이 있지는 않다”며 “냄새를 내는 성분이 초파리의 몸속에서 어떤 생물학적 반응을 일으켜 수명을 조절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오늘 사랑하는 사람을 꼭 안아 보라. 그 체취는 첨단기술로도 재현할 수 없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향이다. 어쩌면 그 향이 당신을 더 오래 살게 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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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외부 행성에서 물 성분 발견
美천문학자 바먼 박사 주장
2007년 04월 12일 | 글 | 송평인 동아일보 기자ㆍpisong@donga.com |
 
태양계 외부 행성에서 처음 물 성분이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 주 로웰천문대의 트래비스 바먼 박사는 지구에서 150광년(1광년은 초당 30만 km 가는 빛이 1년간 간 거리) 떨어진 페가수스자리의 거대한 가스 행성 HD209458b 대기에서 수증기를 발견했다고 10일 주장했다.

태양계 행성 중 지구 외에 화성의 극지방에서 얼음이 발견된 적이 있지만 태양계 외부 행성에서 물 성분이 포착된 것은 처음이다.

페가수스자리의 한 별을 돌고 있는 HD209458b는 1999년 태양계 외부의 정상적인 별 주변에서는 처음으로 직접 관측된 행성. 이 행성은 목성처럼 가스로 이루어졌지만 별과의 거리가 수성과 태양의 거리보다 가까워 표면온도가 섭씨 1100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뜨거운 목성’으로 불린다. ‘뜨거운 목성’에서는 초당 1만 t의 물질이 기체 상태로 방출된다.

바먼 박사는 “물 분자가 완전히 원자로 쪼개지려면 더 뜨거운 열이 필요하다”며 “물은 아주 넓은 범위의 온도에서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행성에 수분이 있다면 ‘뜨거운 목성’류의 다른 행성에도 모두 수분이 있다는 추정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바먼 박사는 “목성류의 가스행성은 지구류의 암석행성과 달리 생명체가 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며 “가스행성에 수증기가 있다는 것만으로 외계 생물의 존재를 상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2월 발표된 다른 과학자들의 보고서에서는 HD209458b에서 수증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오! 나의 모나리자
신비로운 미소 속에 숨겨진 과학 원리
2007년 04월 06일 | 글 | 편집부ㆍ |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초상화 ‘모나리자’의 주인공은 신비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이 미소의 비밀을 풀기 위해 많은 예술가와 과학자가 매달렸지만 아직 “이거다!”고 할만한 정답은 나오지 않았다. 모나리자의 비밀을 조금씩 엿본 연구 결과들을 소개한다.

왼쪽은 무표정 오른쪽은 미소

'아름답고 신비한 여인'의 대명사가 된 모나리자. 그녀의 미소는 탄생한지 500년이 지난 지금도 보는 이를 설레게 한다.
모나리자를 자세히 보면 코를 중심으로 왼쪽과 오른쪽 입 근육이 서로 다르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 왼쪽 입은 한일(一)자로 다물어져 있어 무표정하게 느껴지는 반면, 오른쪽 입은 입 꼬리가 약간 올라가 웃는 표정으로 그려져 있다.

한성대 미디어디자인학부 지상현 교수(심리학 박사)는 “모나리자의 경우 화면 왼쪽 얼굴의 무표정한 모습이 우세하게 느껴지고 언뜻언뜻 오른쪽 얼굴의 웃는 표정을 보게 된다”며 그의 저서 ‘뇌, 아름다움을 말하다(해나무)’에서 모나리자의 신비한 미소를 설명했다.

사람의 좌뇌와 우뇌는 서로 맡은 영역이 다르다. 지 교수는 “얼굴 표정 인식처럼 정서적 정보를 처리하는 데는 우뇌가 관여한다”며 “흔히 화면의 왼쪽 얼굴 표정을 중심으로 전체 표정을 인식한다”고 말했다. 대개 화면의 왼쪽 정보는 우뇌가, 오른쪽 정보는 좌뇌가 처리한다.

예를 들어 사진 왼쪽에 웃는 표정의 얼굴 반, 오른쪽에 무표정한 얼굴 반을 붙여 놓은 ‘키메라’를 제시하고 사진에 대한 인상을 물으면 많은 사람들은 웃는 표정이라고 응답한다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는 무표정하다는 응답이 많다.

실제 지 교수가 모나리자 원화를 조작해 좌우 입술의 모양을 서로 바꾸자 웃는 표정이 우세해지고 신비감이 원화보다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소의 비밀은 30겹 덧칠

전혀 붓질이 느껴지지 않는 화면, 밝게 빛나는 볼에서 어두운 턱선까지 부드럽게 이어지는 음영…. 모나리자의 섬세한 기법은 일류 화가들까지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다. 과연 어떻게 이 그림을 그렸을까. 2006년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은 프랑스의 화가 자크 프랑크 씨가 밝힌 ‘모나리자 미소의 비밀’을 소개했다.

프랑크 씨가 밝혀 낸 모나리자 미소의 비밀은 ‘스푸마토(안개 마감법)’라고 불리는 초정밀 붓질. 그에 따르면 다빈치는 먼저 밑그림을 그린 뒤에 극도로 묽게 희석한 물감으로 폭이 4분의 1mm에 불과할 만큼 아주 섬세하게 붓질해 나갔다. 붓질의 길이도 2mm를 넘지 않았다. 다빈치는 이렇듯 미세한 붓질을 반복해 밑그림 위에 30겹 이상의 물감 층을 쌓아 나갔다고 프랑크 씨는 설명했다.

이렇게 꼼꼼하게 작업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동량이 요구된다. 프랑크 씨는 다 빈치가 이런 섬세한 붓질을 위해 한 손에는 확대경, 또 다른 한 손에는 붓을 들고 작업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16년간의 작업 끝에 죽기 직전인 1519년에야 그림을 완성한 것도 이토록 엄청나게 많은 노동량 때문이었다는 것.

프랑크 씨는 직접 ‘다 빈치의 기법’을 사용해 단계별로 ‘모나리자’를 그려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서 전시했다. 그는 한 작품을 그리는 데만도 시간으로 따져 3000시간 이상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모나리자는 출산 기념 초상화?

다 빈치가 스케치한 여인의 초상.
모나리자의 모델은 아이를 출산한 직후의 여성이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캐나다 국립과학기구(NRC) 전문가들은 2년 동안 특수 적외선 촬영과 3차원 영상기술을 동원해 이 그림의 안료층을 투시하는 분석 작업을 벌여 모나리자가 옷 위에 투명한 망사 천을 걸치고 있는 사실을 알아냈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연구보존센터의 브루노 모탱 박사는 2006년 가진 기자회견에서 “투명 망사 천은 16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임신부나 막 출산한 부인이 두르던 전형적인 것”이라며 “그동안 모나리자의 화면이 어두워 망사 천을 식별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 그림이 모나리자의 둘째 아들 출산을 기념하기 위해 다 빈치가 그렸다고 보고 그림의 제작 연대를 1503년경으로 추정했다.

모나리자 모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여러 가지 추측이 제기돼 왔지만 16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거상이었던 프란체스코 데 조콘도의 부인 ‘리자 게라르디니’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1495년 조콘도와 결혼한 게라르디니는 다섯 아이를 두었으며 1503년경 둘째 아이를 출산했다는 기록이 내려오고 있다.

과학자들은 또 모나리자가 머리를 자유롭게 풀어헤쳐 어깨 위로 늘어뜨리고 있다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머리묶음 장식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머리카락이 일부 삐져나와 있는 것이라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에 대해 모탱 박사는 “르네상스 시대에 머리를 늘어뜨리는 것은 젊은 여성이나 행실이 나쁜 여성의 경우에만 가능했기 때문에 그동안 학자들도 이를 의아하게 생각해 왔는데, 이번에 그 수수께끼가 풀린 셈”이라고 밝혔다.

<이충환의 ‘모나리자 미소, 알고 보면 우뇌의 작품’, 유윤종의 ‘모나리자 신비의 미소 비밀 밝혔다’, 정미경의 ‘“모나리자는 출산 기념 초상화”’ 기사 발췌 및 편집>
다 빈치, 날다
자연을 모방한 500년 전의 이카루스
2007년 04월 06일 | 글 | 편집부ㆍ |
 
“새는 수학 법칙을 통해 작동하는 기구(器具)이다. 새가 하는 일을 인간이 하지 못하리라는 법이 있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발명품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것은 비행 장치다. 그는 지느러미를 날개삼아 물을 차고 오르는 날치와, 근육의 힘만으로 날개를 움직이는 박쥐를 비행 모델로 삼았다. 그밖에도 잠자리, 파리, 비둘기, 매, 수리 등 자연에서 관찰할 수 있는 모든 날짐승의 비행방식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그의 노트는 직접 고안한 ‘오니솝터’(날개를 위아래로 흔들며 날던 초기 비행기)를 묘사한 정교한 드로잉으로 채워졌다.

박쥐처럼 훨훨 날고 싶었던 천재

다 빈치의 설계도를 바탕으로 재현한 박쥐 모양 날개.
다 빈치는 박쥐의 날개 형태가 사람의 비행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사람 손을 닮은 물갈퀴 모양의 날개를 고안했다. 판지에 그물을 엮어 날개를 단단하게 만들고, 골조에는 속이 빈 관을 이용했다. 날갯죽지에는 지레가 설치돼 있어, 지레를 움직이면 날개가 펄럭거리도록 만들어졌다. 그는 박쥐 모양의 날개를 단 자신의 비행기를 ‘우첼로(거대한 새)’라고 이름 붙였다.

다 빈치는 날갯짓을 통해서 인간의 몸뚱이를 공중에 띄울 수 있다고 믿었다. 지렛대를 이용한 비행 날개 실험에서 “200파운드(약 91kg)의 중량을 들어 올리려면 날개 길이가 20m가 돼야 한다”고 적은 기록에서 그의 확신이 엿보인다.

1496년 1월 3일경. 그는 피렌체 근처 체체리 산에서 ‘우첼로’의 테스트를 시작했다. 그러나 다 빈치의 비행 시도는 참담한 실패로 끝나고 만다. 실패의 원인은 양력의 원리에 무지했던 탓이었다. 다 빈치는 박쥐가 날아오를 때 힘차게 날개를 퍼덕이는 것을 보고는 이렇게 생각했다.

“날개를 펼쳐 아래로 후려치는 순간 날개 아래에 고여 있던 공기가 아래로 이동한다. 이때 날개를 다시 위로 올리면 순간적으로 날개 밑에 진공 상태가 발생하는데, 비어 있는 곳을 메우기 위해 주변의 공기가 밀려들어오면 그 힘에 의해서 박쥐의 몸통이 둥실 떠오른다.”

그는 날개를 아래로 쳐 공기를 밀어내면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날개 위를 지나는 공기 흐름이 아래를 지나는 공기의 흐름보다 빨라서 기압차가 생겨야 위로 뜨는 힘, 즉 양력을 얻을 수 있다. 인류가 양력의 원리를 이해하고 비행기를 처음 발명한 것은 무려 400년 후의 일이니 다 빈치의 순진한 오류를 무조건 비난하기는 어렵다.

실패한 비행, 과학의 시대를 열다

다 빈치는 비행에 실패한 뒤 나선형 날개를 디자인했다.
비행에 실패한 다 빈치는 곧 활강으로 관심을 돌린다. 다 빈치의 설계 중 무동력 활강 글라이더는 인체 동력을 이용한 일체형, 관절형 비행장치보다 나중에 나온 작품으로 보는 것이 옳다. 또 그는 대안으로 나선형 날개를 회전시키는 ‘헬리콥터’와 ‘낙하산’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다 빈치의 실험은 실패했지만 전혀 쓸모없는 것이 아니었다. 러시아 태생의 항공기술자 이고리 시코르스키는 다빈치의 나선형 날개에서 영감을 얻어 1930년대에 최초로 헬리콥터를 만들었다. 비행기와 낙하산 등도 500여 년 뒤에 상용화됐다. 다 빈치의 꿈이 20세기 하늘을 과학으로 수놓은 것이다.

<전승훈의 ‘1496년 다 빈치 비행 실험’, 노성두의 ‘디지털... 노마드... 아이콘 다 빈치’ 기사 발췌 및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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