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독으로 진통제 만든다구?
약보다 효험있는 독의 세계
2007년 07월 11일 | 글 | 김은영 기자ㆍgomu51@donga.com |
 
하얀 사기그릇에 담긴 약을 들이미는 포졸 앞에서 소복을 입은 여인이 발광하기 시작한다. 머리가 다 풀어헤쳐질 때까지 억울함을 호소하며 몸을 비트는 여인을 보다 못 한 집행관이 “약을 입에 부어라”고 명령한다. 소복 위에 약 줄기가 번져나간 직후, 여인은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 장엄한 음악이 흐르며 화면은 페이드아웃. 사극 ‘장희빈’에서 보는 익숙한 광경이다.

사약의 주성분은 ‘부자’라는 독이다. 부자에 있는 ‘아코니틴’이라는 식물성 독은 신경전달물질의 움직임을 방해해 신경과 근육을 마비시킨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방에서는 이 부자를 약재로 쓴다. 부자를 껍질을 벗기고 쌀뜨물에 넣는 등 ‘수치’(修治)라는 작업을 거친 뒤 다른 약재와 함께 끓이면 독성은 줄어들고 진통과 염증을 억제하는 약효를 내기 때문이다. 사람을 죽이기 위한 사약과 몸을 편안하게 하는 관절염 치료제를 오가는 부자처럼 독의 ‘두 얼굴’을 살펴보자.

남아메리카나 아프리카에 사는 독개구리 중에는 한 마리 분으로도 10여명을 죽일 정도로 맹독을 내뿜는 녀석이 있다. 그런데 이 독도 잘 쓰면 훌륭한 약이 된다. 암은 말기에 이르면 엄청난 고통을 동반한다. 이 상태가 되면 아스피린 등의 일반 진통제는 듣지 않기 때문에 모르핀을 투여한다. 모르핀은 마약 성분인 만큼 부작용도 크다. 호흡기 질환에 ‘극약’인데다 장의 운동을 방해해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변비를 일으킨다. 또 중독성이 강해 장기간 투여할 경우 육체적 정신적으로 심한 폐해를 일으킨다.

미국 아보트 연구소의 연구팀은 1998년 모르핀을 대체할 새로운 진통제를 개발했다. ‘에피페도바테스 트리컬러’라는 독개구리에서 추출한 물질 ‘에피바티딘’을 기반으로 한 진통제다. 에피바티딘의 진통 효과는 모르핀보다 200배 강한 반면 부작용이나 중독성은 거의 없다. 개구리 독은 원래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사냥을 하거나 적을 죽일 때 사용하는 맹독이지만 잘 다루면 사람의 고통을 줄이는 약제로 쓸 수 있는 것이다.

개구리 독은 진통제 말고도 쓰임새가 많다. 미국 국립 당뇨소화신장질환연구소의 존 달리 박사팀은 개구리 피부에서 추출한 독으로 천연 모기약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푸밀리오톡신 251d’라고 이름 붙인 이 독의 활용법을 연구하던 차에 특히 모기에게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모기약은 화학 모기약보다 훨씬 효과가 뛰어나다. 다만 사람이 직접 사용하기에는 독성이 너무 강해 사람에 대한 독성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이 외에도 개구리 독에 항균, 항진균,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져 다양한 약재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주름을 제거하고 피부를 탱탱하게 해 연예인에게 인기있는 보톡스 주사는 신경성 독성물질 ‘보톨리늄 톡신’을 이용한다. ‘클로스트리디음 보튤리늄’이라는 균이 만들어내는 이 독에 감염된 음식을 먹으면 식중독에 걸린다. 실제로 1793년 독일 남부에서 익히지 않은 소시지를 먹은 사람이 이 독 때문에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나 이 독을 피부에 주사하면 주름을 만드는 근육의 운동신경을 억제해 탄력 넘치는 피부를 만들어준다. 근육의 비정상적인 수축도 완화하기 때문에 뇌성마비나 안구 경련으로 고통 받는 환자에게도 좋은 치료약이다.

열과 근육통을 일으키며 바닷가에서 놀던 이들에게 지독한 고통을 선사하는 해파리 독도 약에 쓸 데가 있다. 단백질 성분으로 이루어진 해파리 독은 간세포의 독성을 증가시키고 적혈구 안의 헤모글로빈을 혈구 밖으로 빼내는 작용을 한다. 2005년 중국 과학원 연구팀은 해파리 촉수에 있는 독을 이용해 복숭아흑진딧물 등의 해충을 퇴치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는 해충을 없애기 위해 화학 살충제를 쓰면 해충에 내성이 생겨 결국 살충제 양만 느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더 큰 문제는 살충제 성분이 고스란히 사람 뱃속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연구팀은 해파리 촉수의 독을 썼을 때 해충의 치사율이 최고 98%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독은 해충에 특이적으로 반응하고 사람의 몸에는 쌓이지 않는다. 이들은 해파리를 이용해 화학 살충제보다 효과는 뛰어나고 부작용은 적은 자연 살충제를 만드는 연구를 계속 하고 있다. 바닷가에 널려 쓰레기처럼 버려지는 해파리를 유용한 자원으로 이용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모든 독이 다 그렇지는 않지만 어떤 독은 분명 건강과 생활에 도움을 주는 ‘보석’을 품고 있다. 독이라는 선입관에 사로잡힌 이는 그 보석을 찾지 못한다. 어쩌면 독 뿐 아니라 사람, 돈, 시간, 사랑 그 모든 것이 그럴 지도 모르겠다. 독 안에 숨겨진 약 성분을 찾아낸 과학자처럼 선입관을 버리고 사물에 숨겨진 진실을 찾는 눈이 필요하지 않을까. 독과 약을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는 판단력과 함께.
<출처 KISTI의 과학향기>
땀 냄새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이성 유혹하고 모기도 쫓아내
2007년 06월 29일 | 글 | 편집부ㆍ |
 
여름철, 뜨거운 공기 속을 조금만 걸어도 온몸에 땀이 배어나온다. 운동이라도 한 번 했다가는 사방에 ‘퀴퀴한’ 땀 냄새를 뿌리고 다녀야 한다. 매일 샤워를 해도 진득이 남은 듯한 땀 냄새 때문에 사람을 만나기도 두려운 이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남성의 땀 냄새가 여성의 기분을 편안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다.

괴로운 땀 냄새도 때로는 이성을 유혹하는 '향기'가 된다
미국 모넬 화학감각연구소 조지 프레티 박사는 2003년 “남성의 겨드랑이에서 나오는 땀에는 강한 페로몬이 들어 있다”며 “이 페로몬이 여성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은 물론 임신하기 쉽도록 생리 주기를 바꾼다”고 ‘생식생물학지’에 발표했다.

프레티 박사는 남성의 겨드랑이에서 나온 땀에서 페로몬을 추출한 뒤 여성들에게 이 냄새를 맡게 했다. 그러나 여성들은 함께 뿌린 방향제 때문에 남성의 땀 냄새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후 땀 냄새를 6시간 동안 맡은 여성들은 실험을 하기 전보다 기분이 편안해지고 긴장이 많이 풀렸다고 밝혔다.

곤충에서 많이 발견된 페로몬은 이성을 유혹할 때 내뿜는 물질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페로몬 향수를 사용한 여성에게서 키스 같은 성적 행동이 3배 이상 늘었다는 연구가 나오는 등 사람도 페로몬을 이용한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많이 나오고 있다.

생리주기를 조절하는 호르몬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조사결과 남성의 땀 냄새를 맡은 여성은 황체형성호르몬 농도가 크게 늘어났다. 여성은 배란기에 이 호르몬의 농도가 증가해 임신할 채비를 갖춘다.

프레티 박사는 “페로몬에 의해 긴장이 풀어진 여성들은 남성과 관계를 맺기가 더 쉬우며 배란을 앞당겨 임신을 더욱 쉽게 하도록 진화한 것”이라며 “바쁜 원시인들에게 이 전략은 더 많은 자손을 낳는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남성의 페로몬을 이용해 여성의 수정을 돕거나 조절하는 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모기 오지 말라는 신호도 내

겨드랑이의 땀 냄새가 모기를 쫓아내기도 한다
겨드랑이 땀 냄새가 모기와 병원균들을 쫓아내는데 이용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01년 영국 농작물연구소의 존 피케트 박사팀은 말라리아를 전파하는 아노펠레스 모기가 겨드랑이 악취를 일으키는 물질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모기 퇴치의 단서를 얻었다. 모기가 반응하는 인체 물질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험 결과 겨드랑이 악취의 원인인 메틸 2-헥센산과 7-옥텐산이라는 물질들이 분비되면 모기의 더듬이에 있는 후각신경들이 극렬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모기는 더 이상 이 물질에 접근하지 않았다. 피케트 박사는 아마도 겨드랑이 냄새는 모기에게 이제 목표물에 다 왔으니 더 이상 날지 말라는 신호 역할을 하는 것이며 피부에 달라붙게 만드는 신호는 땀 속에 들어있는 다른 물질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과학자들은 이 물질들과 함께 모기를 유인하는 인체 물질들을 찾아내면 효과적인 살충제와 유인망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독일 에버하르트-카를대학의 브리지트 쉬테크 박사 연구팀은 피부암과 관련된 단백질을 찾던 중 땀 속에 천연 항생제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쉬테크 박사에 따르면 겨드랑이 등 피부 곳곳에 있는 땀샘에서 분비되는 더미시딘 단백질은 대장균, 포도상구균, 칸디다 등 피부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을 죽이는 효과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피부 수 제곱센미터에는 수십만마리의 미생물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생물들은 사람들이 땀을 흘릴 때처럼 온도가 높고 축축한 환경을 좋아한다. 인체는 미생물들이 불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땀샘에서 이와 같은 더미시딘 단백질을 분비하게 됐다는 것.

<김상연의 ‘男 겨드랑이 땀엔 특별한 것이’, 이영완의 ‘모기도 접근 못하는 겨드랑이 악취기사 발췌 및 편집>
슈퍼결핵균의 한판승
사람 VS 미생물
2007년 06월 15일 | 글 | 박근태 기자ㆍkunta@donga.com |
 
키 0.5∼5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허리둘레 0.3∼0.5μm. 잘록한 허리에 가늘고 늘씬한 외모. 세계 인구 3분의 1을 감염시킨 작은 거인 ‘결핵균’이다. 과학자들은 결핵이야말로 ‘인간과 미생물 간에 벌어진 생존 게임의 전형’이라고 말한다.

결핵연구원에 따르면 한국도 매년 약 3만6000명이 새로 결핵균에 감염되고 있다. 이는 매일 100명 이상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로, 환자 발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그러나 결핵 보균자들은 대부분 그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간다. 균이 활동을 중단한 채 몸속에 잠복해 있기 때문이다.

결핵균이 오랫동안 잠복할 수 있는 이유는 이렇다. 우연히 호흡기를 통해 몸속에 들어간 결핵균은 대부분 강력한 소화효소로 침입균을 죽이는 대식세포에 붙잡힌다. 이 대식세포가 결핵균을 잡고 있는 사이 다른 대식세포와 T림프구가 둘러싸 결핵균을 죽인다.

문제는 결핵균 일부가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것. 결국 더 많은 대식세포와 T림프구가 주위에 모이면서 육아종을 형성하게 된다. 이 육아종에 갇힌 균은 성장과 증식을 하지는 않지만 죽지 않은 상태로 남게 된다. 잠복결핵이 되는 것이다.


사람과 결핵균 끈질긴 심리전

잠복 결핵 대식세포와 T림프구가 결핵균을 죽이지 못할 경우 남은 결핵균은 육아종(붉은 점들) 속에서 잠복하게 된다. 사진 제공 질병관리본부
일반 결핵이 여러 가지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 결핵으로 악화되는 이유는 환자가 약을 불규칙하게 먹거나 도중에 복용을 그만두기 때문이다. 결핵 환자들은 최소 6개월 이상 항결핵제를 먹어야 하는데 부작용과 번거로움 때문에 치료를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이들 결핵 치료제는 주로 결핵균의 세포벽 형성을 막거나, 균의 복제를 방해하는 식으로 치료 효과를 낸다. 일반 결핵 환자들도 자연적인 내성을 갖고 있다. 보통 한 가지 약을 1개월 정도 먹으면 대부분 내성이 생긴다.

문제는 약을 불규칙하게 먹으면 이 균이 돌연변이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결국 약을 불규칙하게 먹으면 일반 결핵균을 쉽게 죽일 수 있지만 이들 돌연변이 내성균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결핵 치료약을 3가지 이상 동시에 먹는 이유도 이런 돌연변이로 바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슈퍼균으로 깜짝 변신

항결핵제를 먹어도 효험이 적은 다제내성균은발병하면 치사율이 70%에 이른다. 이들을 슈퍼 결핵이라고 부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다제내성 결핵 환자 4명 중 3명은 불성실한 약 복용 때문에, 1명은 외부에서 감염된 경우다.

과학자들은 다제내성균과 일반 결핵균의 차이를 주로 돌연변이에 두고 있다. 다제내성균이 사람 몸속에 침입하는 과정이나 발병하는 과정은 일반 결핵과 거의 같다. 다제내성균의 감염력은 그동안 일반 결핵균보다 약한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최근 감염력에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다른 항생물질에 비해 활동성이 좋은 퀴놀론계 물질의 화학구조를 일부 바꿔 내성이 적으면서도 치료 효과가 높은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도움말=박승규 국립마산병원장 국제결핵연구센터장)


전문가들이 본 결핵 치료의 문제점

국내외 결핵 전문가들이 보는 최근 결핵의 현안은 뭘까. 5∼7일 경남 마산시에서 한국화학연구원과 결핵연구원, 노바티스 열대병연구소 소속 의사와 과학자들이 모인 가운데 다제내성 결핵을 주제로 ‘한-스위스 생명의학 심포지엄’이 열렸다.

▽김상재 국제항결핵 및 폐질환 연맹 고문=“다제내성 결핵에 걸린 환자 4명 중 3명은 일반 결핵에 감염됐다 바뀐 경우다. 환자 관리에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환자가 수치심을 갖지 않고 치료받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박태호 한국화학연구원 감염증치료제연구센터장=“결핵은 항생제 복용 기간이 길고 먹는 약의 양이 많다는 게 문제다. 최근 약 개발 방향은 복용 기간과 양을 줄이는 쪽으로 가고 있다. 내성이 매우 적은 치료제 개발도 고려해야 한다.”

▽토머스 딕 노바티스 열대병연구소 결핵 부문 책임연구원=“치료제 연구에서 퀴놀론 외에 다른 물질을 찾지 못하는 게 문제다. 또 쥐 말고 사람과 병변이 비슷한 동물모델을 찾는 게 급선무다.”

▽류우진 대한결핵협회 결핵연구원장=“내성 문제는 한두 해 일이 아니다. 약 복용 기간을 6개월에서 2개월 정도로 줄이면 환자가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을 것이다. 초기 결핵처럼 다제내성 결핵 환자에 대해서도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
씨앗의 귀환
美한국토종 1679점 반환키로
2007년 06월 13일 | 글 | 유재동 동아일보 기자 ㆍjarrett@donga.com |
 
미국이 6·25전쟁 때 등을 통해 과거 한반도에서 가져간 농업 유전자원(종자) 1600여 점을 반환하기로 했다. 유전자원은 농작물의 품종 육성과 연구 등에 쓰이는 기본 재료로, 차세대 생명공학 분야에서 큰 가치가 있는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정부가 외국에서 공식으로 한국 원산의 유전자원을 돌려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콩, 팥 등 34종 1679점 반환

12일 경기 수원시 농촌진흥청 직원들이 미국이 최근 반환한 한반도 원산의 농업 종자 280점 중 일부를 살펴보고 있다. 미국은 이를 포함해 총 1679점의 한반도 원산 종자를 올해 안에 한국에 반환하기로 했다. 수원=변영욱 동아일보 기자
농촌진흥청은 최근 미국 농업연구청과 미국이 보존하고 있는 한반도 원산의 유전자원을 돌려받기로 합의하고 12일 경기 수원시 농진청 청사에서 두 기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반환 행사를 가졌다.

이번에 돌려받는 품목은 콩(901점)을 비롯해 돌콩(351점), 녹두(108점), 팥(107점), 코끼리마늘, 산부추, 파속 등 34종 1679점. 모두 한반도 원산 품목이지만 현재는 한국에 없는 종자들이다. 이 중 280점은 이미 국내에 들어왔고 나머지도 올해 안에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한국은 이를 위해 그동안 미국을 꾸준히 설득해 왔다.

농진청은 2002년 미 농업연구청과 농업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고 지난해 미국과 유전자원 반환 및 공동연구, 연구원 교류 등에 합의했다.

미국은 올해 2월 “한국 원산의 종자 6000여 점을 보관 중”이라고 통보해 왔고 한국은 정부가 갖고 있지 않은 품목들을 모두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농진청 국제기술협력과 김대일 농업연구사는 “미국이 처음엔 약간 주저했지만 ‘양국 간 기술협력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계속 설득했다”고 말했다.


일본 등에도 반환 요구 추진

한국 원산 종자는 대한제국 때 미국, 러시아 등 열강이 반출하기 시작해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본격적으로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광복 이후에도 미국 등의 식물학자들은 원정대를 구성해 수천 점을 채취한 뒤 본국으로 가져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진국들은 이렇게 세계 각지에서 채집해 간 유전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품종 개발과 연구로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유명한 ‘미스킴 라일락’은 서울 북한산에서 자생하던 ‘정향나무’가 건너가 개량된 것이며, 서양의 크리스마스트리에 사용되는 구상나무도 20세기 초 유럽으로 유출된 한국 토종 식물이다.

농진청 측은 “이번 성과가 일본 등 다른 나라에도 유사한 형태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은 지난달 정부 승인 없이 농업 유전자원을 국외로 빼돌리는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의 ‘농업 유전자원의 보존 및 이용에 관한 법률안’을 만들었다.
생활 습관 변화, 뱃살과의 이별
바쁜 현대인을 위한 일상 다이어트
2007년 06월 13일 | 글 | 편집부ㆍ |
 
노출의 계절이 다가오며 각종 매스컴을 통해 다이어트 광고가 넘치고 있다. ‘1주일에 3kg을 줄일 수 있다’ ‘잠자는 동안 체중이 빠진다’ ‘실컷 먹고도 체중을 줄인다’ 등 매력적인 문구가 많다. 많은 사람들은 이 광고가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알고 있다. 그러나 비만 환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꿈같은 광고에 쉽게 유혹된다. 그 결과 커다란 금전적 손실을 입을 뿐 아니라 건강이 더욱 악화되기도 한다. 유감스럽게도 현재까지 비만 특효약은 없다.

많은 이가 알고 있지만 또 가장 하기 힘든 다이어트가 행동요법이다. 이것의 핵심은 생활 전반에서 잘못된 식습관과 행동을 고치면서 올바른 식생활관을 확립하고 꾸준한 운동으로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것이다. 다만 먼저 충분히 활동하는 습관을 들이고, 그 뒤에 식사량을 조절해야 한다. 식사량부터 줄이면 “피곤하다” “힘이 없다” 등의 이유를 대며 몸을 움직이기 싫어진다. 당연히 다이어트 실패 위험이 커진다.

운동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해 헬스클럽이나 수영장에 꼭 가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는 것도 소위 말해서 ‘에러’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운동법을 물었을 때 십중팔구는 ‘일주일에 3일, 매회 30분 이상 꾸준히 해야 효과가 있다. 간헐적으로 하거나 30분을 채우지 못하면 효과는 별로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 스포츠의학회(ACSM)는 2002년 “동일한 시간을 운동한다면 여러 번으로 쪼개나 한 번에 이어 하나 운동효과는 같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성인 남녀를 ‘한 번에 30분 운동을 하는 그룹’과 ‘10분씩 쪼개서 3회 운동하는 그룹’으로 나눠 6주 동안 관찰했다. 연구결과는 놀라웠다. 양쪽 그룹의 체지방량이 똑같이 늘어나지 않은 것. 산소 흡입량은 오히려 ‘10분 운동 그룹’이 더 많았다.

이어 10분을 5분, 다시 1분씩 쪼개 운동해도 효과가 있다는 이론이 나왔다. 1분간 운동을 30회로 쪼개서 하는 사람과 단 한 번에 30분을 이어서 운동하는 사람의 소비열량이 같다는 것이다. 당연히 체중감량 효과도 동일하다. 즉 10분 운동할 때 소비되는 열량 따로, 30분 운동 할 때 소비되는 열량이 따로 있지 않다는 말이다.

10분 운동도 힘들다면 생활 속에서 더 많이, 그리고 열심히 움직이자. 80kg의 남성 이 씨가 쉴 새 없이 온 몸으로 1시간 응원한다면 소비열량은 무려 720kcal에 이른다. 또 다른 예로 50kg의 주부 김 씨가 1시간 장을 보고 1시간 동안 요리를 한 뒤 애완견을 데리고 30분 산책, 이후 30분간 훌라후프를 돌리고 방청소를 30분간 하면 739kcal를 소비한 것과 같다. 열심히 달리기를 했을 때와 비슷한 열량이 소비된다. 이는 마르고 움직임이 적은 사람의 하루 활동대사량에 거의 맞먹는 수준이기도 하다.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 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난다


식사량은 80%만, 포만감 들 때까지 천천히

운동을 하는 버릇을 들여 활동량을 늘린다고 해도 먹는 양이 변하지 않으면 뱃살의 애정은 변함없을 것이다. 비만의 가장 큰 원인은 과식이다. 비만인은 하루종일 먹는다. TV를 보면서, 누가 주니까, 초조할 때…. 이때 배가 고파 먹는 것이 아니고 스트레스 해소와 기분전환용으로 먹는다. 따라서 포만감이나 만족감을 얻지 못하고 계속 먹는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많이 먹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루에 얼마나 먹느냐고 물어보면 조금밖에 먹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이때 전날 먹은 음식을 적어보라고 하면 ‘엄청난’ 양의 리스트가 작성된다. 이런 상황에서 살이 빠질 수 없다. 따라서 비만을 치료할 때 우선 자신이 많이 먹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먹는 양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무조건 굶어서도 안 된다. 우리의 몸은 외부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도록 설계돼 있다. 2~3일만 식사를 하지 않아도 우리 몸은 ‘비상사태’를 선포해 ‘긴축운영’에 들어간다. 영양소를 저장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말이다. 이 상태에서 며칠 후 다시 식사를 하면 살이 찐다. 우리 몸이 새로 들어온 음식을 여전히 저장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또 먹고 싶은 생각을 무리하게 억누르면 신경성 식욕부진증이 발생, 최악의 경우 영양실조로 사망한다. 예를 들어 광고대로 ‘1주일에 3kg’을 줄이면 정신적 육체적 부담이 커 격렬한 반응이 나타난다.

평소 저녁 식사량의 50%를 줄이는 ‘하프 디너’(half dinner)를 시도하는 게 좋다. 다만 조급하게 처음부터 50% 룰을 지킬 필요는 없다. 80% 수준에서 시작해 3~4개월 동안 꾸준히 줄여 50%에 이르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하루 세 끼의 식사를 4~5회로 나눠 식사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때 매 끼니 식사량은 평소의 40~50% 정도로 제한한다. 이 룰만 정확히 지키면 식사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은 식사법은 매 끼니의 80%만 먹는 것이다.

체중조절에 성공, 거의 일정한 체중을 유지하던 사람이 생활리듬을 잃어 갑자기 체중이 증가하는 경우가 있다. 그 최대 이유는 알코올. 모임에서 과음 과식으로 인해 2-3일만에 체중이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 7kcal의 높은 열량도 열량이지만 더 큰 문제는 알코올이 식욕을 증진시킨다는 점이다. 알코올이 뇌 시상하부에 존재하는 식욕중추의 신경세포를 자극, ‘자 이제 그만 하지’ 하는 식욕 제어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식사는 물론 안주까지 모두 먹는 일이 흔하다. 저녁 술자리에는 과감하게 이별을 고하자.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천천히 잘 씹어먹는 것. 살찐 사람들은 대부분 식사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15분 이내의 빠른 식사는 먹어도 배가 찬 느낌을 주지 않아 과식으로 연결되기 쉽다. 반면 20여분 이상 꼭꼭 씹어 먹으면 포만중추가 자극돼 적게 먹어도 충분히 배부르다.

<김상훈의 ‘게으른 다이어트’, 민병일의 ‘날씬해지는 행동요법 5’ 기사 발췌 및 편집>
사진 속 모델과 눈 맞추기 ‘시선의 수학’
2007년 06월 08일 | 글 | 박근태 기자 ㆍkunta@donga.com |
 
전국의 음식점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광고 포스터. 매력적인 여성 모델이 던지는 시선이 사뭇 짜릿하다. 한 남자가 벽에 붙은 광고 포스터를 보고 동료에게 슬쩍 농담을 건넨다. “저 아가씨는 왜 나만 쳐다보는 거지?” 옆에 있던 동료는 슬쩍 눈을 흘기더니 “아냐, 나를 보고 웃는데?”라고 응수한다. 남자는 다시 “아냐, 자세히 봐. 나를 보고 있다고”라고 우긴다. 음식점에서 종종 벌어지는 재미있는 상황이다. 과연 포스터 속 모델은 누구를 보고 있는 걸까.

모든 방향을 바라보는 사진 속 모델

광고 사진작가 박창민 씨는 “사진 모델이 렌즈를 바라볼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시선을 끄는 정도가 다르다”고 말한다. 모델이 도발적으로 렌즈를 바라볼 때 시선을 더 끈다는 것이다. 사실 모델이 렌즈(사진 정면)를 응시하도록 하는 데는 보는 사람의 시선을 묶어 두려는 고도의 전략이 담겨 있다.

고등과학원 수학과 최재경 교수는 “사진 속 인물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시선이 가진 기하학적 특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시선은 직선으로 간주된다. 직선은 말 그대로 두 점을 최단거리로 잇는 선이다.

사람의 시선에서 바로 그 두 점의 역할을 하는 것이 수정체와 망막 중심점(황반)이다. 수정체는 빛이 눈동자에 처음 부딪히는 점이고, 망막은 이 빛이 맺히는 점이다. 일상에서 “눈길이 마주쳤다”거나 “눈이 맞았다”고 하는 경우는 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 겹쳐 한 직선을 이룰 때다.

사진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다. 카메라도 눈의 구조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렌즈를 통과하는 모든 직선(빛)은 필름에서 각각의 점으로 맺힌다. 그런데 렌즈를 바라보는 모델의 시선은 사진에서 직선이 아니라 한 점으로 겹쳐 나온다. 사진은 2차원 평면이기 때문에 모델의 시선도 수정체와 망막 중심점이 겹쳐 한 점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점에서 나오는 모든 직선은 모델이 사진 속에서 보내는 시선이 된다. 점에서 나오는 직선의 수는 무한하기 때문에 모든 방향에서 쳐다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리저리 위치를 바꿔 봐도 사진 속 모델과 마주 보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 눈과 한 점으로 바뀐 사진 속 모델의 시선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강렬한 인상 주려면 렌즈를 보게 하라

사실 ‘눈 맞춤’이 이런 광고 사진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미술관에 전시된 초상화 인물의 시선도 마찬가지다.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 봐도 그 시선은 항상 나를 따라오는 것처럼 보인다. 15세기 이탈리아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가 어느 자리에서나 나를 쳐다보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사진 속 시선의 원리를 그대로 따른다.

물론 사진이나 그림 속 인물이 항상 우리를 쳐다보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자리를 옮겨 봐도 눈을 맞추기 힘든 경우도 많다.

최 교수는 “이 중 눈을 맞추기 힘든 경우는 인물이 정면(화가의 눈)을 응시하지 않을 때”라고 말한다. 사진에서는 모델이 카메라 렌즈를 쳐다보지 않는 경우다. 이때는 사진이나 그림 속 모델의 망막 중심과 수정체가 겹치지 않고 서로 다른 두 점이 된다. 이런 경우 시선은 점이 아니라 사진 위에 이 두 점을 지나는 직선으로 나타난다.

만일 억지로라도 눈을 맞추고 싶다면 직선의 연장선 위(사진이 놓인 평면 위)에 눈을 갖다 대야 한다. 사진을 앞이 아닌 옆에서 봐야 한다는 것. 사진이나 그림 속 인물과 눈을 맞추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광고 사진에 여러 인물이 등장할 때 정면을 응시하는 인물에게 좀 더 눈길이 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 교수는 “이 같은 문제는 3차원 공간에 사는 사람을 2차원인 평면에 투영했기 때문에 일어난다”며 “입체공간이 평면으로 납작해지면서 일어난 하나의 시각적 착란”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수정체(1)와 황반(2)이 일치할 때 "눈이 맞았다"고 한다. 사진에서는 모델의 수정체(1′)와 황반(2′)이 한 점에 모이기 때문에 항상 눈을 맞출 수 있게 된다.
조선 비늘갑옷 원형 그대로 발견
칼자국 인골도 출토
2007년 06월 06일 | 글 | 윤완준 동아일보 기자ㆍzeitung@donga.com |
 
임진왜란 당시 치열한 격전지였던 동래읍성 유적에서 조선시대 찰갑(札甲·비늘갑옷·사진)이 거의 원형 그대로 발견됐다. 백제 유적인 몽촌토성에서 쇠뼈로 만든 비늘갑옷이 출토됐고 다른 지역에서도 비늘갑옷 조각이 발견된 적은 있으나 온전한 형태의 조선시대 비늘갑옷이 출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남문화재연구원은 부산 동래구 지하철 3호선 수안정거장 터의 유적을 발굴 조사한 결과 동래읍성의 해자 유적에서 철제 비늘갑옷 상의 한 벌을 발견했다고 5일 밝혔다.

발굴 팀 관계자는 “해자의 뻘 속에 묻혀 공기가 차단된 덕분에 400여 년 전 것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보존 상태가 좋았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견된 비늘갑옷은 수은을 섞은 철을 물고기 비늘처럼 촘촘히 붙여 만든 것으로 ‘조선왕조실록’ 중 세종실록 갑옷 조(條)에 기록된 비늘갑옷과 일치한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이 연구원 정의도 학예연구실장은 “흔히 드라마에서 보는 갑옷은 조선 후기 갑옷을 모델로 한 것이지만 이번에 발견된 비늘갑옷은 이와 다른 조선의 전형적인 갑옷”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굴에서는 칼자국이 남아 있는 두개골 등 인골 6구도 발견됐다. 1592년 왜군의 침략에 대응하다 순절한 동래부사 송상현과 군민들의 항전 내용이 담긴 동래부순절도(보물 392호)의 묘사처럼 동래읍성이 임진왜란 초기 치열한 교전이 벌어진 전투 현장이라는 사실을 고고학 발굴로 확인한 것이다.
중력렌즈로 행성 겨냥 완료!
우리나라가 이끄는 ‘지구사냥꾼’
2007년 06월 01일 | 글 | 편집부ㆍ |
 
천문학자들은 1995년 페가수스자리에서 외계행성을 처음 발견한 뒤 10여 년 동안 200개가 넘는 행성을 새로 발견했다. 하지만 생명체가 있을 만한 행성이 발견됐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우리나라 과학자를 주축으로 이뤄진 외계행성탐색 프로젝트 ‘지구사냥꾼’(Earth Hunter)은 우주에 망원경을 띄우지 않고도 지구의 10분의 1정도 질량을 가진 행성을 찾을 수 있다. 지구사냥꾼이 외계행성 탐색에 사용할 돋보기는 ‘미시중력렌즈’(microlensing)다.

중력렌즈 현상을 잘 보여주는 페가수스자리의‘아인슈타인 십자가’. 지구에서 약 80억 광년 떨어져 있는 퀘이사의 빛이 2억 광년 떨어진 은하를 지날때 휘어져 4개의 상을 만들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질량이 큰 천체의 질량은 주변 공간을 휘게 한다. 마치 스펀지 위에 쇠공을 올려놓으면 스펀지 표면이 푹 들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빛이 은하나 은하단처럼 질량이 큰 천체 주위의 굽은 공간을 지나가면 마치 렌즈를 통과하는 것처럼 휜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천체가 그 사이에 놓여있는 질량이 큰 다른 천체 때문에 여러 개로 보이는데, 이를 ‘중력렌즈’ 현상이라고 한다.

‘미시중력렌즈’ 현상은 말 그대로 훨씬 세밀한 중력렌즈 현상이라고 보면 된다. 미시중력렌즈 현상의 발견에는 청주대 응용과학부 장경애 교수의 선구적인 연구가 큰 기여를 했다. 장 교수는 1979년과 1984년 연이어 발표한 논문에서 은하 정도의 질량을 가진 천체뿐만 아니라 이보다 질량이 훨씬 작은 별 하나도 중력렌즈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은하에는 수억~수백억 개의 별이 있다. 따라서 별 하나가 중력렌즈 현상을 일으킨다는 주장은 당시로서 상상조차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이 현상은 곧 증명됐고 그 뒤 천문학자들은 별 하나 정도의 질량이 일으키는 중력렌즈 현상을 미시중력렌즈 현상이라 불렀다.

미시중력렌즈 현상은 비교적 작은 외계행성을 찾는데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중력렌즈현상이 일어날 때 렌즈 역할을 하는 천체(렌즈별) 주위에 행성이 있으면 배경별의 밝기에 독특한 변화가 생긴다. 렌즈별이 배경별이 보이는 시선에 가까이 접근하면 배경별의 상은 두 개로 분리된다. 그러다가 시선이 렌즈별 주위의 행성이 있는 곳에 다다르면 배경별의 상이 또 한 번 분리되고 갑자기 몇 시간동안 밝기가 변한다. 이때 나타나는 배경별의 밝기변화로 행성을 찾는다.

우리나라 주축이 돼 우주 전체 ‘사냥’

미시중력렌즈 방법은 지금까지 제안된 방법 중 작은 질량의 행성을 찾는데 가장 뛰어나다. 코로트 위성은 지구질량의 수배에 해당하는 행성이 검출한계이고, 케플러 위성은 지구 질량 행성을 가까스로 검출할 수 있다. 하지만 미시중력렌즈 방법은 지구질량의 10분의 1인 화성 정도의 행성까지도 찾을 수 있다.

또 별과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을 찾는데도 탁월하다. 시선속도 방법이나 천체면 통과현상을 이용한 방법으로 얻은 관측자료를 외계행성의 증거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같은 방법을 3번 이상 관측한 자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별과 행성사이의 거리가 멀면 공전주기가 길기 때문에 후속관측을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수명이 각각 2년 반과 5년 밖에 되지 않는 코로트 위성과 케플러 우주만원경은 그보다 긴 주기를 갖는 행성을 찾기 어렵다는 뜻이다. 반면 미시중력렌즈 방법은 한 번의 관측으로도 외계행성의 증거로 삼기에 충분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어 별과 떨어진 거리에 상관없이 행성을 찾을 수 있다.

여기에 우주 전역을 ‘사냥터’로 삼을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다른 행성탐색 방법은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은 찾기 어렵다. 하지만 미시중력렌즈 현상은 오히려 배경별과 렌즈별이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실제로 지금까지 중력렌즈 방법을 사용해 발견한 행성은 다른 방법으로 찾아낸 행성보다 최소 수십 배 먼 곳에 있다. 이런 특성으로 미시중력렌즈 방법은 우리 은하에 있는 행성뿐만 아니라 안드로메다은하 같은 외부은하에 있는 행성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미시중력렌즈 방법에도 단점은 있다. 가장 중요한 단점은 중력렌즈 현상의 특성상 한번 발생한 사건은 다시 관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행성에 대한 정보를 렌즈현상이 발생하는 기간 중에 최대한 많이 얻어야 한다.

중력렌즈 원리. 렌즈별이 배경별의 시선에서 멀리 있다가(01) 점차 배경별의 시선에 가까워지면 배경별은 두개의 상으로 분리되고(02) 점차 밝아진다(03). 이때 렌즈별 주위에 있는 행성이 분리된 상의 시선방향에 우연히 놓이면 상이 또 한번 분리되고 갑자기 밝기에 변화가 생긴다(04). 배경별의 시선에서 렌즈별이 완전히 벗어나면 배경별의 상은 원래의 모습을 찾는다(05)


지구사냥꾼 프로젝트는 10년 동안 진행될 장기프로젝트다. 이중 처음 5년 동안 관측에 필요한 망원경과 관측기기를 만들고 나머지 5년 동안 궁수자리에 있는 우리은하 중심부를 이 잡듯 뒤진다. 4억 화소를 자랑하는 검출기가 1년 중 8개월을 매일 10분 간격으로 관측해 쏟아내는 자료 는 매년 5~6TB(테라바이트, 1TB=1012Byte)에 이른다. 이 자료는 전산망을 통해 국내로 전송하기에 용량이 커 현지에서 자료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 자료를 모두 분석하면 프로젝트가 종료될 즈음 목성급 행성 수천 개, 천왕성급 행성 수백 개, 지구형 행성 수십~수백 개를 발견할 전망이다. 이 수치는 코로트와 케플러 프로젝트가 찾아낼 행성 수를 합친 것보다 훨씬 많으며 그때까지 발견할 모든 외계행성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정도다. ‘제2의 지구’를 찾는 일에 우리나라가 선두에 서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한정호의 ‘한국의 ‘지구사냥꾼’ 나선다’ 기사 발췌 및 편집>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