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지구’에서 생명체 찾을 수 있을까
생명 자라는 행성 되기 위한 조건
2007년 06월 01일 | 글 | 편집부ㆍ |
 
4월 말, 외신과 국내 언론은 일제히 물이 존재할 수 있고 기후도 지구와 비슷해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행성이 처음으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유럽남방천문대가 발견한 이 행상은 지구에서 20.5광년 떨어진 곳에 있으며 크기는 지구의 5배, 중력은 지구의 1.6배 정도로 천칭자리에 있는 늙은 항성 ‘글리제 581’ 주위를 13일에 한 바퀴씩 돌고 있다.

‘글리제 581c’로 명명된 이 행성의 평균 기온은 섭씨 0∼40도이며 액체 상태의 물도 존재할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새 행성과 글리제 581의 거리는 지구∼태양 거리의 14분의 1. 하지만 ‘글리제 581’이 내는 빛이 태양의 100분의 1 정도로 약해 지구와 흡사한 환경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연구진이 밝혔다. 이 행성에서 생명체가 발견될 지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는 과학자도 있었지만, 이런 조건을 가진 외계행성을 처음으로 발견했다는 것에 세계 각국의 천체과학자들은 흥분했다. ‘슈퍼지구’라는 별명이 붙은 클리제 581c에서 정말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을까?

먼저 우주공간에서 생명체가 탄생하는 조건에 대해 알아보자. 별과 별 사이의 우주공간인 성간에는 약 1백여 종 이상의 분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간의 온도가 상당히 낮기 때문에 대부분 얼음 상태로 존재하는 이들은 주로 거대 성간구름에서 발견되는데, 수소분자, 물분자, 암모니아, 황화수소 등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포름알데히드, 시안화수소, 알코올, 다중고리구조의 방향성 탄화수소인 PHA, 시아노아세틸렌, 아세트알데히드(초산) 등 탄소화합물과 관련된 유기분자를 상당히 포함한다. 이 중에서 포름알데히드는 생명체 조직을 보존하는데 쓰이고, 시아노아세틸렌과 초산은 흔히 아미노산을 형성하는 시발점이 되는 분자라고 생각된다. 이 분자들은 일종의 ‘벽돌’ 역할을 해 생명체의 기본이 된다고 보이는 비누거품과 같은 막구조를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런 화학물질은 생명의 기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과학자들은 혜성, 운석, 행성간 먼지 등이 성간에서 태어난 이와 유사한 유기화합물을 지구에 실어 날라 생명을 탄생시켰다고 믿는다. NASA 에임스연구센터의 연구는 생명 초기의 화학적 단계가 행성이 형성되기 오래 전에 우주공간에서 일어났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런 화합물이 지구의 적합한 환경을 만났을 때 곧 생명체로 탄생하기 시작했을 수 있다.

거주가능지역에 놓인 태양계 행성은 지구 뿐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 행성은 대부분 목성형 행성이다. 이들은 주로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돼 있어 생명체가 살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 NASA
그렇다면 생명체가 살기 적합한 환경이란 무엇일까. 어떤 조건을 갖춘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생명의 천국인 우리 지구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과학자들은 생명체에 필수적 요소 중 하나가 액체상태의 물이라고 말한다. 지표면의 70%를 덮고 있는 물은 생명현상과 직결되는데, 생물체의 성분 중 50% 이상을 차지하고 체내의 여러 물질을 녹일 수 있으며 외부 온도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행성에 물이 액체상태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대기압 하에 표면온도가 0~100℃ 사이여야 한다. 따라서 별로부터 거리가 제한된 지역에 물이 존재할 것이다. 이런 지역을 특히 ‘(생명체) 거주가능지역’(Habitable Zone, HZ)이라고 부른다. 물이 있는 곳에 곧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지역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 태양계의 경우 ‘거주가능지역’은 태양으로부터 약 1억4000만~2억9000만km 사이의 공간이다. 이곳은 금성 바로 다음에서 화성 바로 직전까지의 공간이다. 즉 지구만이 생명체 거주가능지역에 위치한 행성인 것이다.

‘거주가능지역’은 별의 밝기에 따라 달라진다. 보통 별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밝기가 밝아지고, 질량이 클수록 밝기가 밝다. 밝은 별의 경우 어두운 별보다 더 바깥쪽에 ‘거주가능지역’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태양보다 밝은 별에서는 지구 위치가 아니라 화성 위치에 물이 존재할 만하기 때문에 이곳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화성의 경우를 보면 행성 자체의 질량도 ‘거주가능지역’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화성은 질량이 작기 때문에 물을 대기에 잡아둘 만큼 중력이 크지 못하다. 또한 화성은 지각에서 판구조 활동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만큼 크지 않기 때문에 탄생 초기 화산활동은 곧 잦아들었다. 행성과학자들에 따르면, 만일 화산활동이 지속적으로 일어났다면 대기에 이산화탄소가 풍부해져 표면온도가 높아졌을 것이기 때문에 거주가능지역 밖의 거리에도 불구하고 물이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화성표면에는 과거에 물이 흐른 흔적이 발견되지만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화성과 달리 질량이 지구보다 10~15배인 행성의 경우는 어떨까. 이렇게 무거운 행성은 중력이 강하기 때문에 수소나 헬륨 등과 같은 성간가스를 붙잡아둘 수 있다. 따라서 목성과 같이 대기압이 큰 가스행성이 된다. 보통 이런 행성에는 액체상태의 물을 기대하기 힘들다. 오히려 가스행성 주위를 돌고 있는 위성에 생명체가 존재할지 모른다.

만일 태양계 탐사미션 중 목성 위성인 유로파에서 생명체를 발견한다면 여기서 논의된 ‘거주가능지역’에 대해 다시 연구해야 할 것이다. 목성은 태양계의 ‘거주가능지역’ 바깥쪽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이충환의 ‘망망한 우주에서 또다른 지구 찾기’ 기사 발췌 및 편집>
방대한 우주공간에서 이웃을 만나다
외계행성 탐색 나선 미국과 유럽
2007년 06월 01일 | 글 | 편집부ㆍ |
 
태양계 밖 행성을 지구에서 직접 관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행성은 항성과 달리 직접 빛을 내지도 않을뿐더러 작고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행성사냥’에 나선 천문학자들은 ‘시선속도 방법’이라는 간접적인 방법을 주로 사용했다.

아빠가 아이의 두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려주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이때 아이는 공중에 붕 떠 아빠 주위를 원을 그리며 돌고, 아빠 또한 아이의 무게 때문에 몸이 약간 뒤로 젖혀져 작지만 원운동을 한다. 아이가 무거울수록 아빠의 원운동 반지름은 커질 것이다. 같은 원리로 목성(아이)과 중력으로 연결된 태양(아빠)은 제자리에서 천천히 원을 그리며 움직인다. 태양이 목성의 중력 때문에 초속 12m로 회전운동을 한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다.

마찬가지로 목성 같은 행성이 어떤 별 주위를 공전한다면 그 별은 행성의 질량 때문에 원운동을 하게 되고 지구 사이의 거리도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할 것이다.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그 별의 움직임을 측정하면 행성을 직접 관측하지 않고도 행성의 존재를 추측할 수 있다. 도플러 효과는 관찰자와 빛을 내는 물체의 상대적 운동방향에 따라 진동수가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현상. 즉 빛을 내는 물체와 가까워지면 파랗게, 멀어지면 붉게 보인다. 이를 이용한 방법을 시선속도 또는 도플러 방법이라고 부른다.

코로트는 우주공간에서 몇가지 테스트를 모두 성공적으로 마치고 2007년 2월 3일부터 외계행성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선속도 방법에는 큰 약점이 있다. 행성이 가볍거나 중심별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중심별의 움직임(속도)이 작아져 관측이 어려워진다. 이런 이유로 시선속도 방법으로는 지구처럼 작은 행성을 발견하기 어렵다. 지난해 12월 27일 카자흐스탄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유럽우주국(ESA)의 외계행성 관측위성 ‘코로트’(COROT)가 주목받는 이유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6개 나라가 개발한 코로트는 지름이 27cm인 망원경을 탑재하고 있으며 지구 크기의 2~3배 되는 작은 외계행성까지 찾아낼 수 있다. 코로트는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갈 때 생기는 미세한 밝기 변화를 감지하는 방법으로 지구형 행성을 찾는다.

이 방법은 일명 ‘천체면 통과현상을 이용한 방법’(transit method)이라 불린다. 이 방법으로 지금까지 외계행성 9개를 발견했다. 태양계에서도 가끔 이 현상이 일어나는데, 예를 들어 수성이 정확히 지구와 태양 사이를 지날 때 수성은 태양면을 지나가는 검은 점처럼 보인다. 수성의 면적만큼 태양빛이 가려지는데 이를 이용해 수성의 크기와 질량을 알 수 있다.

과학자들은 코로트가 2년 반 동안 대략 12만개의 별을 감시해 지구보다 약간 큰 외계행성 60~240개를 발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정도면 그 중 생명체 존재가능영역에 위치한 ‘제2의 지구’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빛 스펙트럼에서 엽록소 분자 찾는다

지구형 행성 탐사위성(TPF)은 가시광선 영역의 코로나그래프(좌)와 적외선 간섭계(우)로 외계행성을 찾을 예정이다
코로트 위성을 발사한 유럽에 선두자리를 뺏기긴 했지만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지구 크기의 행성까지 발견할 만큼 정밀도가 높은 우주망원경을 여럿 계획하고 있다. 코로트처럼 천체면 통과현상을 이용하는 케플러 망원경은 2008년 말 발사될 예정이다. 그 뒤엔 코로나그래프와 대규모 적외선 간섭계를 조합한 지구형 행성 탐사위성 TPF(Terrestrial Planet Finders)와 가시광선 간섭계를 이용하는 행성탐사위성 SIM(Space Interferometry Mission)이 뒤따른다.

특히 TPF는 고해상도 분광기를 이용해 외계행성의 대기에 있는 수증기, 이산화탄소, 오존, 메탄의 비율을 측정해 생명체가 그곳에 살 수 있는지 파악한다. 예를 들어 수증기 스펙트럼이 나타난다면 행성에 액체상태의 물로 이뤄진 바다가 있는지 알 수 있다. 또 오존 스펙트럼을 볼 수 있다면 행성의 대기에 많은 양의 산소를 공급한 식물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식물과 일부 박테리아는 엽록소를 이용해 빛을 에너지로 바꾸는데, 수많은 식물의 잎에서 반사된 빛의 스펙트럼에서 엽록소 분자를 확인할 수 있다면 이 역시 생명체의 증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NASA는 SIM 프로젝트를 2015년으로 연기했고 TPF의 발사 또한 무기한 연기했다. 국제우주정거장을 완성하고 달에 전진기지를 건설한 뒤 이를 발판삼아 화성을 비롯한 태양계 행성을 탐사하는 계획에 집중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우선순위가 밀린 것이다. 대부분의 천문학자가 반대했지만, 달기지 건설이 장기적으로는 득이라는 학자도 있다.

외계행성 탐색과 달기지 건설 중 어떤 임무가 현명한 선택인지 지금으로선 알기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인류가 이미 지구 밖 우주공간에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해 우주에 대한 새롭고 흥미로운 발견이 계속되리라는 점이다. 그 여정의 끝엔 아마도 ‘제2의 지구’가 있을 것이다.

<정무광의 ‘미국과 유럽, 행성탐색전쟁 선포’ 기사 발췌 및 편집>
5억년을 이은 생명의 파노라마
화보로 보는 갯벌 생물들
2007년 05월 23일 | 글 | 편집부ㆍ |
 
바닷가에 가면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에만 눈길이 집중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해변 곳곳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전혀 색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민물 때는 바다, 썰물이면 육지가 되는 기묘한 땅 갯벌에서는 인간보다 훨씬 오래 전에 태어난 온갖 생명체가 살아 꿈틀거리고 있다. 평소 무심코 지나치던 바닷가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생명의 파노라마를 소개한다.

목도리참갯지렁이
몸통 주위에 옷깃같은 돌기물이 올라와 넓은 목도리를 두른 것 같은 모양이다. 고둥 껍질 속에서 대형 집게류와 공생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 갯지렁이는 집게의 배설물을 먹이로 삼기 때문에 집게에게는 더없이 좋은 청소부인 셈이다. 사진은 껍질 밖으로 내민 집게 위에 앉아 포즈를 취한 모습.



뿔석회관갯지렁이
뒤에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 몸통을 숨기는 관이다. 몸에서 분비하는 점액과 물 속에 녹아있는 석회 성분을 이용해 탄산석회질 관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관 바깥으로 내민 붉은색의 아가미에는 좌우 10개씩의 아가미줄기가 있는데, 호흡과 먹이 잡는데 쓰인다. 관이 쇠뿔처럼 한쪽 끝이 뾰족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농게수컷
서해안에서는 입구가 넓은 집을 만들고 사는 농게를 흔히 볼 수 있다. 수컷은 몸집에 비해 엄청나게 큰 한쪽 집게다리를 달고 있는데, 마치 바이올린 연주자가 곧 공연을 시작하려는 모습처럼 보인다. 농게 암컷은 굴의 주위를 굴뚝모양으로 부풀려 쌓아놓는다. 올려놓은 흙은 ‘나는 암컷’이라는 표시다. 물론 이 외에 갯벌에서 발견되는 절지동물은 수도 없이 많다.



맛조개
대나무 토막 모양의 가늘고 긴 껍질을 가진 맛조개, 이보다 좀 짧고 통통한 가리맛조개와 굵고 큰 대맛조개는 깊이 묻혀 사는 바로 아래에 조롱박 모양의 굴을 만들어 그 속에 필요한 물을 담아두고 있다. 손으로 잡으려고 하면 발을 부풀려 굴 아래쪽으로 발을 뻗어서 끌려나가지 않으려고 저항한다. 이때는 순간적으로 손을 아래쪽으로 약간 내렸다가 재빨리 뽑아 올리면 쉽게 당겨낼 수 있다.



흰갯민숭달팽이
이른 봄부터 여름에 걸쳐 바위에 잘 등장한다. 등에 크고 작은 검은 반점 30여개가 박혀 있고 색체가 선명한 탓에, 헤엄칠 때 리본체조의 리본이 우아하게 파상운동을 펼치는 모습처럼 보인다. 가장자리와 촉수 끝, 그리고 아가미 끝은 오렌지색이고, 바탕 전체는 희고 옅은 보라색이다



꽃고랑따개비
밀물 때는 바위에 가만히 붙어있다 썰물 때면 먹이를 찾아 부지런히 움직인다. 특히 바위에 물기가 흠뻑 젖은 밤이면 빠른 속도로 이동해 바위에 붙은 해조류를 갉아먹고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몸 테두리에 방사형으로 굵은 가시가 돋아있어 국화꽃처럼 보인다.



바다나리류
‘바다의 백합’ ‘바다의 갯고사리’라 불릴만큼 식물과 비슷한 모습이다. 5개의 팔 안쪽 한가운데에 입이 위치한다. 팔에 걸려든 먹이는 입에 있는 5개의 흡판으로 빨아들여진다. 항문은 옆쪽에 있다. 고생대 캄브리아 후기에 크게 번성했다가 대부분 전멸했고, 현재 6백여종만이 남아있어 ‘살아있는 화석생물’이라 불린다. 한국에 많은 종류가 서식하고 있지만, 현재 보고된 종은 깃갯고사리(Comanthus japonica)뿐이다.



별불가사리
바닷가 어느 곳에 가도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불가사리다. 모양이 실패처럼 보여 실패불가사리라고도 부른다. 육식성으로, 조개와 고둥, 갯지렁이, 성게류 등 주변에 눈에 띄는 것은 닥치는대로 잡아먹는 무법자다. 그래서 굴이나 전복 양식장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생물이기도 하다.



보라성게
몸 전체가 단단한 껍질로 둘러싸여 있고, 그 위로 뾰족한 가시들이 솟은 전형적인 성게의 모습이다. 항문이 위치한 아래 부분은 다소 편평하다. 생식 시기가 되면 누런 생식소가 몸 속에 나타나는데, 일본인들이 이를 즐겨 먹기 때문에 많은 보라성게가 일본에 수출되면서 사라져가고 있다.


<백의인의 ‘갯벌과 모래톱의 해안생물’, ‘게의 천국 갯벌’ 기사 발췌 및 편집>
인간의 삶터, 자연의 정화조
지구 전체 생태계 5% 가치
2007년 05월 23일 | 글 | 편집부ㆍ |
 
갯벌이란 조수가 드나드는 바닷가나 강가에 위치한 넓고 평평하게 생긴 땅을 말한다. 갯벌은 밀물 때는 물 속에 잠기지만 썰물 때는 드러난다는 특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발이 푹푹 빠지는 진흙벌뿐만 아니라 모래로 된 단단한 모래벌과 자갈로 된 자갈벌도 갯벌에 포함된다.

한동안 갯벌은 쓸모 없는 땅으로 여겨졌다. 간척사업을 통해 갯벌을 메워 새로운 육지를 만드는 일이 대다수 사람들의 환영을 받으며 활발히 진행된 까닭이다. 그러나 갯벌이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하나씩 알려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갯벌은 풍요로운 밭이자 삶의 터전이다
우선 갯벌은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다. 갯벌은 밀물과 썰물이 항상 드나들면서 물질을 퇴적하기 때문에 유기물이 많이 존재한다. 유기물은 갯벌이 엄청난 수의 생물을 먹여 살릴 수 있도록 한다. 갯벌에 서식하는 생물은 먹이사슬을 통해 다양한 생물들과 연관된다.

작은 플랑크톤에서 물고기, 조개, 게, 갯지렁이 등이 갯벌에서 사는 대표적인 생물들이다. 국제적으로 보호받는 철새도 꼭 갯벌에 머문다. 그 까닭도 갯벌이 장거리를 비행할 수 있을 만큼 풍부한 먹이를 섭취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한편 갯벌은 흔히 자연의 콩팥이라고 불린다. 우리 몸 속에서 발생한 노폐물을 거르는 콩팥처럼 육지에서 발생한 각종 오염물질을 깨끗이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갯벌에서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일은 진흙이나 모래 속에서 사는 미생물이 담당한다. 미생물이 오염물질들을 해롭지 않은 물질로 분해하는 능력은 상당히 뛰어나다. 갯벌 1천m2는 하수처리장 1개의 처리능력과 비슷할 정도로, 거대한 자연정화조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갯벌이 직접 인간에게 주는 혜택도 다양하다. 많은 어민들은 갯벌에 사는 어패류를 채취해 생계를 유지한다. 어패류나 김을 양식하는 경우도 갯벌이 적당하다. 방조제 공사가 진행중인 새만금에는 최근에도 어류가 약 155종, 저서생물이 141종, 규조류가 1cm2당 20만 개체가 서식하고 있을 정도다. 덕분에 우리 조상들은 그동안 서해 갯벌에서 얻어낸 동식물로 호사스런 밥상을 차려왔다.

갯벌은 낚시나 해수욕, 관광을 즐기는 장소로서도 의미를 지닌다. 예를 들어 피부에 좋은 갯벌의 천연진흙 덕분에 머드축제가 성대히 펼쳐지기도 한다. 보령의 머드축제는 이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행사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자연의 순환고리 끊어질 위기 처해

1997년 미국 메릴랜드대 코스탄자 교수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구 생태계 면적의 0.3%에 불과한 갯벌은 전체 생태계의 5%에 해당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지구의 모든 호수와 강이 지닌 가치와 맞먹는다. 논문에서는 일반 갯벌의 가치를 1ha당 9990달러로, 영양물질의 유입이 풍부한 강 하구에 위치한 갯벌을 2만2832달러로 평가했다. 92달러로 평가된 농경지에 비해 100~250배 정도 더 큰 가치를 지닌다.

새만금의 명물 백합조개
강은 육지에서 배출한 유기물을 거둬 서해로 흘러 드넓은 갯벌에 부려놓는다. 검은 땅 갯벌이 품고 있는 무수한 생명은 이 유기물을 쉴새 없이 먹어치우며 몸집을 불린다. 사람들은 이를 잡아올려 식량으로 삼고 다시 유기물을 배출한다. 이처럼 갯벌은 육상생태계와 해양생태계를 이어주며 사람과 자연 간 순환 고리 역할을 한다.

그런데 최근 이 순환 고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해양생태계의 보고로서 갯벌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인정한다. 그러나 그 갯벌이 얼만큼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해안에 위치한 새만금은 그 생사를 두고 오랫동안 논쟁의 중심에 서 있었다. 농경지도 인간의 삶에 중요하지만 생태계를 파괴하면서까지 얻을 가치가 있는 지는 의문이다.

지구 온난화도 문제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갯벌은 급격히 후퇴할 수 있다. 육지로부터 공급되는 퇴적물이 많으면 해수면이 상승하더라도 계속 갯벌이 유지될 수 있지만 우리의 경우는 퇴적물의 양이 적어 해수면이 상승하면 갯벌을 이루고 있던 모래나 펄이 바다 속으로 잠기고 만다. 지금 같은 수치로 해수면이 계속 상승한다면 100년 후 해안선이 4~8km까지 후퇴할 지도 모른다. 서서히 사라져가는 ‘자연의 콩팥’을 그대로 두고 볼 것인가. 이 콩팥은 인공투석이나 장기이식도 불가능하다.

<김홍재의 ‘오염물질 정화하는 자연의 콩팥 갯벌’, 허철희의 ‘새만금 갯벌에 기댄 어민들의 삶기사’ 발췌 및 편집>
빙하가 녹으며 남겨준 선물
간빙기 때 서해안 갯벌 형성돼
2007년 05월 23일 | 글 | 편집부ㆍ |
 
발이 푹푹 빠지고 옷이고 얼굴이고 진흙투성이로 만들어버리는 서해안 갯벌은 미국 동부, 캐나다, 중국, 북해 연안과 더불어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손꼽힌다. 서해안 갯벌의 총면적은 2천390㎢로 이는 한반도 전체 면적의 2.4%에 해당한다. 서해 갯벌은 또한 생명체들의 보고이기도 하다. 세계 5대 갯벌 가운데서도 생물 다양성 측면을 고려해볼 때 우리 서해가 단연 돋보인다.

이처럼 좋은 갯벌이 한반도의 서해에 넓게 형성된 까닭은 무엇일까? 서해의 형성 시기는 동해보다 빠르다고 할 수도 그렇지 않다고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서해를 이루는 땅은 동해보다 훨씬 역사가 깊지만 오늘날과 같은 서해바다는 동해보다 늦게 지금의 모습이 됐기 때문이다.

몸이 푹푹 빠지는 서해안 갯벌
서해 밑바닥의 땅을 파보면 최소한 1억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부터 암석이 나온다. 현재 당시는 바다가 아닌 호수가 있는 육지였다. 이후 서해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는 아직 잘 모른다. 다만 밝혀진 점은 2천만년 전쯤에도 서해에 바닷물이 들어왔던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해지역은 대체로 평평한 육지였으며 때때로 바다를 이뤘던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과 같은 서해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1만5천년 전으로, 땅의 역사에서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당시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면서 점점 기후가 따뜻해졌다. 그러면서 넓은 벌판이었던 지역에 태평양의 바닷물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까지만도 해수면은 지금보다 1백m 낮았다. 당시 우리 조상들은 걸어서 중국으로 오갈 수 있었다. 이후 해수면은 급격히 상승했고 바다는 점점 넓어져갔다.

다양한 갯벌 혼재로 생물 살기 좋아

갯벌은 약 5천년 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해수면은 오늘날보다 4m 정도 낮았다. 이후 해수면이 상승하는 속도가 매우 더뎌지면서 갯벌이 형성됐다.

모래 갯벌
갯벌은 펄이나 모래로 이뤄져 있다. 펄과 모래는 육지의 강을 따라 흘러온 퇴적물이다. 따라서 갯벌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내륙으로부터 퇴적물이 바닷가로 공급돼야 한다. 그런데 이 퇴적물은 바닷물에 의해 물 속으로 쓸려 들어갈 수 있다. 또한 해수면이 높아지면 물로 쓸려 들어가는 퇴적물의 양은 늘어난다. 더 많은 양의 모래나 펄이 바닷물에 잠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수면의 상승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한 5천년 전이 돼서야 갯벌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서해에 왜 이토록 넓은 갯벌이 형성될 수 있었을까? 넓은 갯벌이 형성되기 위한 조건을 알아보자. 갯벌은 밀물 때는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 때는 물 밖으로 드러나는 바닷가의 습지지역을 말한다. 따라서 넓은 갯벌이 형성되려면 해안가는 넓은 폭으로 바닷물이 잠겼다가 빠져야 한다. 이를 만족하려면 2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조수간만의 차가 커야하고, 해안가의 경사가 낮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해의 독특한 지형적 특성은 바로 이 두조건을 만족시켜준다. 서해는 그 자체가 만이다. 즉 한반도와 중국의 두 육지 사이로 바다가 움푹 들어가 있는 것이다. 서해는 대양의 물이 들어오는 입구가 넓은 반면 안쪽은 폭이 좁은 만 구조라서 넓은 입구로 많은 양의 바닷물이 들어왔다 나간다. 또한 최대 수심이 90m밖에 안된다. 그래서 서해는 조수간만의 차가 3-9m 정도로 크다. 이와 함께 서해안이 경사가 완만하다는 것도 넓은 갯벌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됐다. 조수간만의 차가 같더라도 해안가의 지형이 완만하면 바닷물이 잠겼다 빠지는 폭이 넓기 때문이다.

갯벌은 쌓여있는 퇴적물의 종류에 따라 펄갯벌, 모래갯벌, 펄과 모래의 혼합 갯벌로 나뉜다. 다양한 생물이 살기 위해서는 한 해안가에서 이들 다양한 갯벌이 혼재돼 나타나야 한다. 환경이 다양한 만큼 서식하는 생물종의 수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서해 갯벌은 같은 지역에서도 다양한 갯벌이 혼재돼서 나타난다. 서해로 유입되는 퇴적물의 양이 여러 형태의 갯벌을 만드는데 적절하기 때문이다. 또한 겨울철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몬순계절풍으로 파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도 또 하나의 요인이 된다. 갯벌에 파도가 치면 가벼운 펄이 바다에 뜨게 돼 갯벌에 있는 펄의 양이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한 지역에 펄, 모래, 이들의 혼재된 갯벌이 나타나기 쉽다.

<전승수의 ‘간빙기가 베풀어준 천혜의 갯벌’ 기사 발췌 및 편집>
면으로 만든 세계 최초 방탄조끼
아라미드 섬유 쓴 최신 조끼와 원리 같아
2007년 05월 16일 | 글 | 편집부ㆍ |
 
19세기 조선군, 이 단어에서 창을 꼬나들고 맨몸으로 돌진하는 청년들을 떠올렸다면 오판이다. 당시 조선군에는 놀랍게도 개인용 ‘방탄조끼’가 지급됐었다. 근대화가 상당부분 진척돼 있던 일본은 물론 서양 제국도 생각지 못한 세계 최초의 ‘개인 총탄보호구’였다.

면제배갑과 같은 원리로 만들어진 최신 방탄조끼
방탄조끼는 말 그대로 총탄을 막기 위해 상체에 두르는 방어무기다. 인체 주요기관이 상체에 위치한 까닭에 방탄조끼는 병사의 생존력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한다. 그럼에도 현대전에서 방탄조끼가 보급된 된 건 극히 최근의 일이다. 실제로 베트남전에서도 총탄을 막기 위한 방탄조끼는 병사들에게 지급되지 않았다. 최근까지 방탄조끼는 총탄이 아닌 포탄 파편을 막는 장비였을 뿐이다.

총탄 방어를 위한 방탄조끼가 쓰이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전장에서의 인명 피해 상당수가 포탄 파편에 의해 발생한 탓이기도 했지만 총탄의 압도적 위력을 막아낼 기술적 수단이 부족했던 게 더 큰 이유였다. 수십 kg의 금속성 장갑을 병사의 몸에 덧대면 총탄을 막을 수 있었겠지만 재빠른 동작을 기본으로 하는 전장에서 살아남기는 힘들었다. 이 때문에 오히려 병사의 방어수준은 결과적으로 수백 년 전 기사보다 더 후퇴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1866년 병인양요 직후 우수한 방호 능력을 지니면서도 무게가 가벼운 방탄조끼가 등장했다. 최근에야 개발된 줄 알았던 군사 과학기술의 결정체가 100년도 더 된 우리 역사 속에 있었던 것이다. 당시 조선군이 방탄조끼를 개발한 건 병인양요 뒤 서양 총의 우수한 성능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서양 총에 위축된 병사들이 제대로 된 전투를 할 수 없을 것으로 봤던 흥선대원군은 방탄조끼 개발을 직접 지시했다.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남은 놀라운 유물

신미양요 당시 작전 회의 중인 미국군
‘면제배갑’이라고 이름 붙여진 조선군의 방탄조끼는 면 헝겊 13겹을 겹쳐 단단히 꿰맨 것이었다. 여러 겹의 면이 총탄의 운동 에너지를 차례차례 흡수해 병사를 보호하도록 했다. 면제배갑은 1871년 미국이 자국 상선 제너럴셔먼호 침몰을 계기로 일으킨 신미양요 때 본격적으로 성능을 입증한다. 면제배갑을 착용한 당시 조선군은 실제로 미국 군대가 퍼부은 총탄에서 보호 받았다. 총탄으로부터 몸을 방어한다는 목적이 정확히 달성된 것이다.

놀라운 점은 조선군 방탄조끼의 원리가 아라미드 섬유를 통해 총탄의 운동 에너지를 흡수하는 현대의 최신 방탄조끼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1935년 미국 듀폰사가 개발한 아라미드는 고분자 아미드기(CO-NH)가 2개의 방향족 고리에 직접 결합한 섬유다. 아라미드 고분자가 나란히 정렬해 서로 강력하게 결속돼 있는데 이 결합 정도가 총탄의 운동 에너지도 흡수할 만큼 강력하다. 당시 조선군은 면 헝겊을 겹쳐서 이와 비슷한 효과를 낸 것이다.

그러나 면제배갑에는 중요한 약점이 있었다. 우선 입고 있으면 너무 더웠다. 메리야스 13겹을 겹쳐 입었다고 상상해보자. 한여름에 적이 쳐들어 왔을 때 이를 입고 달려야 하는 병사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실제로 신미양요가 6월에 일어났던 탓에 조선군은 더위라는 적과도 싸워야 했다. 게다가 비가 오거나 강을 건너면 면제배갑이 물을 한껏 흡수해 이를 입은 병사의 기동력을 떨어뜨렸던 것도 문제였다.

가장 치명적이었던 건 면제배갑이 불에 극히 취약했다는 것이다. 면 소재가 지닐 수밖에 없던 약점이었다. 실제로 신미양요 당시 미국 군대가 대포 공격을 하자 파편 때문에 면제배갑을 입은 병사들의 몸에 연이어 불이 붙었다. 이처럼 조선군은 총탄을 막기 위해 적지 않은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이 같은 문제점에도 면제배갑이 미국 군대에 남긴 충격은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총탄 세례 속에서 내달리는 조선군은 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현재 면제배갑 중 유일하게 남은 한 벌이 미국의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에 소장돼 있어 당시 미국 군대가 느꼈던 당혹스러움을 짐작케 하고 있다.

<'KISTI의 과학향기' 이정호의 ‘세계최초의 방탄조끼 조선군의 ‘면제배갑’’ 기사 발췌 및 편집 >
‘제5세대 전투기’ 공중전 판도 바꾼다
'유령 전투기' 랩터 뜨면 F-15 완패
2007년 05월 16일 | 글 | 윤상호 동아일보 기자 ㆍysh1005@donga.com |
 
한국 공군의 최신예기인 F-15K. 한국은 아직 제5세대 전투기 도입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44 대 0.’ 지난해 여름 미국 알래스카의 공군기지 내 모의 공중전 상황실. 고성능 컴퓨터가 연결된 대형 스크린에서 깜박이는 숫자를 바라본 미 국방부와 공군 수뇌부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미 공군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F-22(일명 랩터)가 기존 주력 전투기인 F-15, F-16, F-18과의 가상 공중전에서 ‘백전백승’의 경이적인 성과를 거둔 것. 역사상 어떤 전투기도 보여주지 못한 가공할 전투력이었다. 사흘간에 걸쳐 진행된 가상 공중전에서 기존 전투기들은 미사일 한 번 제대로 쏘아보지 못한 채 F-22의 ‘먹잇감’이 됐다. ‘제5세대 전투기’의 선두 주자인 F-22의 최첨단 스텔스(적 레이더를 회피하는 기술) 성능 때문이었다.

일본이 최근 F-22의 대량 도입 방침을 밝힌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도 이에 맞설 제5세대 전투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은 2012년 이후 제5세대 전투기의 도입을 검토 중이지만 예산 문제가 걸림돌로 남아 있다.


▽미국, F-22 다음엔 무인전투기로=미국이 1991년 F-15의 후속으로 개발에 착수한 F-22는 제5세대 전투기 중 최초로 2005년 말 실전 배치됐다.

F-22는 상대의 레이더 스크린에 나타나는 반사면적(RCS)이 작은 벌레 크기에 불과해 상대는 레이더만 봐서는 F-22의 접근을 탐지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적기는 F-22가 접근해 미사일을 발사해도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F-22가 ‘유령 전투기’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F-22는 또 현존 전투기 중 유일하게 ‘슈퍼 크루징(재연소가 필요 없는 초음속 순항)’이 가능하고 최첨단 항공 전자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미 공군은 대당 3억 달러(약 2800억 원)인 F-22를 2010년대 중반까지 300여 대 도입할 계획이다.

미 국방부는 F-22의 후속으로 보잉사와 함께 인공지능 로봇이 조종하는 차세대 스텔스 무인전투기(UCAV)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X-45’로 불리는 이 UCAV는 시험 비행과 폭탄 투하 실험을 끝냈으며 5년 내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F-22와 견줄 첨단 전투기 개발=중국은 2015년경 실전 배치를 목표로 J-13, J-14로 불리는 차세대 첨단 전투기를 개발 중이다.

중국의 선양(瀋陽)과 청두(成都) 항공사에서 제작 중인 두 기종의 경쟁상대는 미 공군의 F-22. 괌이나 일본의 미군기지에 F-22가 실전 배치되면 유사시 중국의 주요 군사 목표물은 단시간 내 파괴될 수밖에 없다. 특히 F-22의 스텔스 성능에 위협을 느낀 중국은 러시아의 제5세대 전투기 개발계획을 참고해 두 기종에도 스텔스 설계를 적용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J-13, J-14가 실전 배치되면 중국의 기존 전투기나 러시아의 주력 기종인 SU-27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나 동북아 군사력 균형을 깨뜨릴 우려가 높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 베일에 싸인 SU-47=러시아의 제5세대 전투기로는 구소련 때부터 개발되어 온 SU-47과 미그 1.42가 있다.

SU-47은 기체에 특수도료를 칠하고 미사일 등을 내부에 탑재해 제한적인 스텔스 성능을 보유하고 있으며 양 날개가 앞쪽으로 휘어진 전진익으로 설계돼 탁월한 항속능력과 기동성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러시아는 재정난 때문에 현재 시험기만 제작했으며 아직 양산은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의 제5세대 전투기 보유가 본격화될 경우 러시아도 단기간에 양산과 실전배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의 선택은?=한국은 차기전투기(FX) 2차 사업계획에 따라 2010년부터 2012년까지 F-15K급 전투기 20대를 도입한 뒤 제5세대 전투기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브리핑에서 “F-15K는 F-22보다 낡은 기종”이라며 “(일본이 F-22를 도입할 경우) 우리도 그에 상응한 적정한 양을 갖춰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 공군의 F-15C나 일본 항공자위대의 F-15J를 능가하는 항법장비와 사거리 300km의 공대지미사일을 장착한 F-15K는 ‘동아시아 최강의 전투기’로 꼽힌다. 하지만 4세대 전투기인 F-15K의 우위는 주변국들이 제5세대 전투기를 도입하면 사라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돈이다. 현 국방 예산으론 F-15K 가격의 3배에 달하는 F-22와 같은 제5세대 전투기를 도입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F-22와 동일한 스텔스 성능을 보유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F-35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제5세대 전투기:

전투기의 세대는 2차대전 이후 1세대부터 개발 시기와 무장 능력, 스텔스 성능 적용 수준 등에 따라 바뀌어 왔다. 완벽한 스텔스 성능과 초(超)기동성, 첨단 항법장비를 갖춘 5세대는 2000년대 중반부터 등장했으며 실전 배치된 기종은 F-22가 유일하다.

큰그림 보러가기

야광구름 생성의 범인은 온실가스?
은빛을 띠는 이유 얼음결정 때문
2007년 05월 02일 | 글 | 서금영 기자 ㆍsymbious@donga.com |
 
약 80km 상공에 떠 있는 야광구름은 하늘이 캄캄해질 때만 볼 수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야광구름’ 생성의 비밀을 캐기 위해 4월 25일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다. 약 80km 상공에 떠 있는 야광구름은 해뜨기 전이나 해가 지고난 뒤에만 볼 수 있어 과학자들에겐 수수께끼로 여겨져 왔다. 특히 은빛이나 푸른빛을 띠고 있어 보는 이에게 신비한 느낌마저 준다.

1885년 야광구름이 극지방에서 처음 발견됐을 때는 2년 전 인도네시아 크라카토아 화산 폭발의 화산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야광구름이 40° 정도의 낮은 위도에서 더 크고 밝은 모습으로 보이면서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가 야광구름을 만드는 원인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야광구름이 은빛을 띠는 이유는 얼음결정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NASA의 빅키 엘스번드 박사는 “가축 방목이나 화석연료 사용이 야광구름의 생성을 촉진시킨다”고 말했다.

구름은 차가운 공기에 포함된 수증기가 먼지를 만나 생긴 얼음 덩어리다. 그런데 높은 상공의 이산화탄소와 메탄은 대기 중 산소와 결합해 쉽게 수증기로 변환된다. 지상의 온실가스는 대기를 뜨겁게 하는 반면 초고층의 온실가스는 대기를 식히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여름철 극지방의 더운 공기가 아래층의 먼지를 밀어 올려 구름을 만드는 응축핵이 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먼지는 우주에서 대기로 떨어진 운석의 파편일 가능성도 크다. NASA는 인공위성에 구름의 화학적 특성을 밝힐 태양빛 엄폐장치와 먼지 계측기를 달고 야광구름의 비밀에 다가갈 계획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