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평화로운 또 하나의 생태계
유리구 안의 독립된 세상 에코스피어
2007년 04월 26일 | 글 | 편집부ㆍ |
 
공상과학영화에서 투명한 반원으로 둘러싸인 우주 도시를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외부의 환경이 아무리 혹독하더라도 반원 속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공기는 맑고 대지는 따뜻하며 여러 가지 생물들이 평화롭게 살아간다. 이렇게 외부와는 독립되어 자급자족으로 유지되는 생태계를 ‘에코스피어’(Ecosphere)라고 부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미래의 우주기지 건설을 위해 에코스피어를 연구 중이다. 비록 작지만 에코스피어를 만들어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생명체가 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아직 초기단계라 우주개발에는 사용하지 못하지만 생태 환경 메커니즘을 볼 수 있는 과학상품으로 제작되었다. 애리조나 주의 하모니 부부가 NASA의 연구 결과를 상품으로 만든 것이 바로 ‘에코스피어’다.

지구 온난화 현상 시사도

외부에서 독립돼 자급자족하는 생태계 에코스피어.
먼저 속이 빈 유리구 안에 지구에 해당하는 인공 바닷물과 자갈, 조개껍데기를 넣는다. 그리고 해조류와 새우 3~4마리, 미생물을 넣어주는데 이것은 지구의 생물권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유리구 입구를 녹여서 막는다. 이 과정을 거치면 에코스피어는 완벽한 밀봉상태가 된다.

새우는 해조류를 먹고 살며, 새우의 노폐물은 자갈에서 번식하는 미생물이 분해한다. 분해된 새우의 노폐물은 해조류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영양소가 된다. 해조류는 새우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와 빛을 이용해 광합성을 하며 물 속에 산소를 공급한다. 즉 에코스피어 속의 생태계는 최적의 균형을 유지하기 때문에 먹이를 주지 않고 물을 갈아주지 않아도 새우가 살 수 있다.

그러나 빛을 일정한 주기로 쬐어주어야 한다. 해조류와 미생물은 빛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어 생명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다만 직사광선은 해조류가 빨리 성장하도록 해 물의 산성도가 높아질 위험이 있으므로 반드시 실내등을 이용해야 한다. 적조현상이 생기는 것과 같은 원리다. 생존조건을 잘 맞춰주었을 때 새우의 평균수명은 2~5년이다.

에코스피어에서 살아가는 새우. 새우는 해초에게서 산소를 얻고 이산화탄소와 영양소를 해초에게 준다.
이렇듯 빛을 잘 조절하면 생태계는 평온하게 지속되지만 빛을 과다하게 받으면 재앙이 일어난다. 실제로 에코스피어 속의 새우와 해초가 다 죽어서 썩어버린 일도 있다. 원인은 하루 종일 불빛을 켜줬기 때문이다. 빛이 과잉 공급되자 해초들이 비정상적으로 번식을 했고, 광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가 부족하자 새우들은 산소가 부족해 다 죽어버린 것이다. 과도한 빛이 에코스피어를 죽음의 세계로 만든 셈이다.

이 모습은 온난화로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지구의 환경오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름이면 나타나는 적조 현상이나 엘니뇨현상 등은 이 에코스피어 속의 이상 현상과 너무나 닮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미관으로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손색없는 에코스피어. 장식의 목적도 좋지만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깨닫는 교육적인 가치도 충분하다. 집안에서 환경보호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에코스피어를 자녀에게 선물해 주는 것은 어떨까?

·에코스피어 바로가기

<김경우의 ‘또 하나의 지구 에코스피어’, 김선진의 ‘생태계가 숨쉬는 유리알 유희 에코스피어’ 기사 발췌 및 편집>
비눗방울의 환상 ‘버블매직쇼’
2004년 04월 30일 | 글 | 전승훈/동아일보 기자 ㆍraphy@donga.com |
 
사진제공 씨엘커뮤니케이션즈
수많은 무지갯빛 비눗방울이 객석을 뒤덮고, 거대한 비눗방울 속에 사람이 들어간다. 비눗방울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비눗방울 속의 비눗방울이 회전하는 모습은 마치 마술 같은 느낌을 준다.

5월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엄에서 펼쳐지는 ‘버블 매직쇼’. 캐나다 출신 버블아티스트인 팬 양과 이탈리아 출신 마술사 에릭 로간의 합동 내한공연이다.

1시간30분 동안 진행되는 ‘버블 매직쇼’는 표면장력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비눗방울을 이용한 다양한 쇼를 선보인다. 팬 양은 1984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첫 번째 버블쇼를 개최한 이래 미국 유럽 남미 아시아를 순회하며 버블쇼 공연을 펼쳐 왔다. 사람까지 뒤덮을 만한 크기의 ‘메가 버블’ 등 상상을 초월하는 비눗방울을 선보이며 1991년 미국에서 ‘올해의 아티스트’로 꼽히기도 했다.

팬 양이 거대한 비눗방울을 만들 수 있는 비결은 과학적 원리를 이용해 만든 특수한 용액 덕분이다. 어릴 적부터 비눗방울 놀이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던 팬 양은 약 2년간의 연구 끝에 직접 비눗방울 제조액을 개발했다. 그는 1992년 ‘둘레 3m의 세계 최대의 비눗방울’을 만들어 기네스북에 처음 오른 데 이어 ‘길이 47.4m의 세계에서 가장 큰 비눗방울 벽’(1997년), ‘무지갯빛 12겹의 비눗방울 돔’(2001년) ‘공중에 9개의 비눗방울 고리 만들기’(2002년) ‘비눗방울 돔 안으로 15명의 사람을 집어넣기’(2004년) 등 현재까지 8개의 기네스 기록을 세웠다.

한편 마술사 에릭 로간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토이 트랩’ ‘파이어 플라이’ 등 재미있고 신비로운 마술을 선보인다. 평일에 관람하는 어린이들에게는 비눗방울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버블토이’를 무료로 나눠준다. 1, 2, 8, 9일 오후 2시 4시반 7시, 5일 오전 11시 오후 2시 4시반 7시, 3, 4, 6, 7일 오후 2시 4시반. 성인 3만5000∼4만5000원, 어린이 2만5000∼3만5000원. 02-3446-6554



동아일보 2004년 4월 30일
비눗방울은 자연계의 마법공식
일정부피 최소면적으로 감싸
2007년 04월 27일 | 글 | 박근태 기자ㆍkunta@donga.com |
 
누구나 한 번쯤 투명한 비눗방울을 불며 놀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긴 빨대에 비눗물을 묻혀 ‘후’불면 봉곳이 부푸는 비눗방울은 그 자체가 환상적인 세계다. 19세기 영국의 비누회사 ‘A&F 피어스’는 사람들의 그런 심리를 이용하기 위해 신제품 광고에 비눗방울 그림을 삽입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수학의 세계에서도 비눗방울은 놀라운 매력을 떨친다. 단세포 동물에서 올림픽 경기장 지붕까지 세상의 숨은 법칙을 읽는 마법의 렌즈와도 같기 때문이다.

생물-건축-경제학에 널리 활용

세포동물, 외부자극 줄이려 같은 형태로 진화

18세기 화가 장 시메옹 샤르댕은 비눗방울을 주제로 그림을 그린 대표적인 화가로 꼽힌다. 그는 어느 화창한 봄날 비눗방울을 불며 노는 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그의 그림처럼 한동안 비눗방울은 가볍고 투명한 구슬처럼 여겨졌다.

수학은 구(球)를 같은 부피를 에워싸는 곡면 중 면적이 가장 작은 물체로 해석한다. 일정한 길이의 끈으로 가장 넓은 면적을 둘러싸려면 원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치와 마찬가지다.

이런 성질 때문에 비눗방울의 평균곡률은 일정한 값(상수)을 갖는다. 구 외에 다른 형태를 띨 수 있다는 뜻이다.

자연에서 비눗방울과 같은 ‘수학적 성질’을 가진 사례는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단세포동물이 대표적인 사례다.

단세포동물은 외부 자극을 줄이면서 생명 활동을 활발하게 하기 편한 형태를 가지려는 성질이 있다. 과학자들은 “단세포동물이 물리적 힘과 생물학적 필요성이 균형을 이루며 진화한 덕에 비눗방울과 비슷한 수학적 성질을 띠게 됐다”고 추측한다.


이룰 땐 외부각도 120도, 내부 109.5도

비눗방울이 여러 개 모여 만든 구조와 같은 성질을 지닌 사례는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비누거품은 낱개의 비눗방울이 서로 만난 부분이 곡면을 이룬다. 이때 곡면을 따라 비눗방울이 서로 만나는 각도는 120도. 내부에 생긴 막은 109.5도를 이룬다(아래 사진 참조).

비눗방울이 모여 120도 구조를 만드는 까닭은 비눗방울처럼 일정 부피를 에워싸는 곡면 중 가장 작은 넓이이기 때문이다.

고등과학원 수학과 최재경 교수는 “자연계는 표면적을 가장 작게 하면서 가장 튼튼한 구조를 가지려는 성향을 가진다”며, “비누거품이 이루는 ‘120도 구조’가 대표적인 예”라고 말한다.

비눗방울의 ‘120도 구조’는 벌집, 현무암 기둥, 잠자리 날개, 방산충 뼈대와 같은 자연계는 물론 자동차 핸들, 도시와 도시를 잇는 송유망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견된다.


붕에 응용 건축재료 적게 들고 구조안정

비눗물에 둥근 철사를 담갔다 꺼낼 때 생기는 ‘비누막’ 구조는 건축 분야에서 오래전부터 활용돼 왔다. 1972년 완공된 독일의 뮌헨 올림픽 경기장은 비누막을 본뜬 지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건물의 설계자 프라이 오토와 군터 베니시는 지붕을 설계할 때 실제 축소된 구조물을 이용해 비누막 실험을 했다.

그들이 ‘톡’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비누막을 큰 건물의 지붕 모델로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비누막 역시 경계가 있는 곡면 중에서 가장 작은 표면적을 가지려 하기 때문이다. 평균곡률이 0인 비누막은 최소 넓이를 가지려는 성질 때문에 매우 안정된 구조를 이룬다. 건축학적으로 가장 적은 재료로 가장 안정된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성당의 종탑이나 소방서 같은 좁은 공간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회전계단’도 비누막이 확장된 형태다. 최 교수는 “비누막과 비눗방울 구조가 갖는 이런 성질은 자연계나 공학 분야의 해석뿐 아니라 ‘최소 비용에 최대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 모델 분석 등 다른 분야의 해석에도 널리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고려와 조선의 선박들
실생활과 전시 넘나든 뛰어난 기술 자랑
2007년 04월 19일 | 글 | 편집부ㆍ |
 
항공모함, 잠수함, 이지스함 등 외국의 첨단의 군함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우리는 저런 군함을 만들 수 없는가’하고 한탄한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우리가 전통적으로 가장 우수한 군함을 만들어온 해양국가라는 사실은 까마득히 잊고 있다. 우리는 육지에서 완패한 임진왜란을 바다에서 역전시킨 해양강국이었다. 그리고 이는 고려시대 이래로 이어져온 조상들의 탁월한 선박 건조 능력이 바탕이 됐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선(韓船)의 선구자 완도선

인양된 목재를 이용해 복원한 완도선의 밑바닥.
1984년 전남 완도군 약산면 어두리 어두지섬 앞바다에서 한척의 침몰선이 발굴됐다. 함께 인양된 3만여 점의 도자기를 분석한 결과, 이 배는 고려시대 11세기 중반의 선박으로 해남군 산이면 일대의 가마에서 생산되는 도자기를 가득 싣고 항해하던 중 침몰한 것으로 밝혀졌다.

선체와 함께 인양된 유물은 도자기를 비롯해서 총 3만여 점으로 고려청자가 대부분이며 잡유 26점, 토제유물 2점, 철제유물과 목제유물이 각각 18점과 9점이다. 이들 유물은 전라 경상 제주도의 지방관청, 민가, 그리고 사찰 등에서 실생활에 사용된 것으로, 배로 이 유물들을 운송하다 이곳에서 침몰된 것으로 추정된다. 15m 해저에서 발굴된 완도선은 선수와 선미부가 유실된 채 배의 중앙부분만이 남아 있으나, 우리 한선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구조적 특징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시아권에서 발견된 구조선(構造船) 중에서 가장 오래 된 것으로 추정되는 완도선은 경주 안압지에서 출토된 통일신라시대의 배와 더불어 한선의 발생과 발달과정을 알려주는 중요한 유물이다. 완도선의 구조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①용골이 없고 바닥이 평평한 단면구조이다. ② 가룡목으로 좌·우현을 고정시켰다. ③흠불이로 외판을 접합한 구조로 돼있다. ④ 충해 방지를 위해 연화법(그을리기)을 사용했다. ⑤돛대가 하나인 단주범선이다. ⑥사용된 선재는 한국산 육송 등이며, 나무못이 사용됐다. ⑦복원선의 길이는 약 9m, 선폭은 약 3m, 무게는 약 10t이다.

완도선이 갖고 있는 특성은 바로 우리네 배의 전통적 특성이다. 조선시대 말까지 우리 한선은 바닥이 평평한 평저선 형태를 유지했다. 그것은 갯벌이 많은 우리 연안의 특성을 이용한 것으로 배를 갯벌에 올려놓고 물건을 싣고 내리기 편리하고 전투시 배를 은폐시켰다가 유리한 시점에 배를 출항시키기도 좋았다.

한선은 쇠못 대신 참나무나 박달나무로 된 나무못을 사용했다. 쇠못은 염분이 있으면 쉽게 부식되는데 철이 부식할 때 나무도 함께 부식된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우리 선조들은 나무못을 사용했다. 배가 물에 들어가면 밖에 있는 선재가 불어 나무못은 오히려 강도가 높아진다. 고려 원종 15년(1274) 고려와 몽고 연합군이 일본 원정을 단행했을 때, 일본 군선과 몽고의 군선은 풍랑에 파손됐으나 고려선만은 완전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것은 일본과 몽고의 군선이 쇠못을 사용해 풍랑에 쇠못 구멍이 점차 넓어져 자연 파손됐으나, 고려 군선은 나무못을 사용하고 가룡목이 풍랑에도 선체를 지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도시를 만든 조운선(漕運船)

곡식을 실었던 조운선. 유사시에는 병선으로 활용했다.
조선이 건국되면서 수도를 개성에서 지금의 서울인 한성으로 옮긴 이유 중의 하나가 세곡을 옮기는 조운로가 막혀버렸기 때문이었다. 개성을 굽이쳐 흐르던 예성강의 토사가 쌓여 선박의 운항과 접안이 어렵게 됐다. 이로 인해 지방의 세곡과 물산들이 때맞춰 도착하지 못해 개성은 생필품 부족과 물가의 폭등으로 민심이 흉흉해졌다. 이 위기를 극복해 민심을 안정시키는 방안이 바로 조운이 편리한 한성으로 수도를 정하는 것이었다.

지금처럼 육로가 개발되지 못한 시절에 각 지방의 특산물과 생산품을 쉽게 유통시킬 수 있는 방법은 수로였다. 물의 양이 많고 맑은 한강은 조선을 부흥시킬 조운로로 이용하기에 제격이었다. 작게는 나룻배로부터 크게는 병선이나 조운선이 동원돼 많은 물동량을 적은 노동력과 저렴한 비용으로 먼 지방까지 운반할 수 있었다.

특히 조운선은 국가에서 운용하던 관용선(官用船)으로 관청에서 수납한 세곡과 중앙정부에서 소용되는 일용품이 거의 조운선으로 운송됐다. 조운선은 조선 전기에는 병조선(兵槽船)이라 불렸다. 상장(上粧, 구조물)을 설치하면 병선이 되고 상장을 철거하면 조운선이 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는 평시에 조운선으로 활용하다 전시에는 상장을 설치해 병선으로 운용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사시 재빠른 전시체제로 돌입하기 위한 지혜의 소산이었다.

조운선이 정박하는 나루와 포구에는 관련 관리와 인부, 그리고 상인들이 모였고 이들의 식사와 침식을 위해 또 다른 주민들이 모이게 됐다. 처음에는 조그만 마을로 시작된 나루와 포구는 얼마 되지 않아 번창하는 도시로 변했다. 조선시대 조운선이 정박해 새로운 도시가 된 대표적인 예는 서울의 용산과 마포, 노량진, 동작나루, 양화진, 충청도의 충주, 전라도의 법성, 덕성, 영산포, 강원도의 원주, 춘천, 황해도의 금곡, 조음, 그리고 평안도의 안주, 삭주, 의주 등이 있다.

16세기 동양에서 가장 훌륭한 조선술을 보유했던 조선은 17세기 이후 군선 개량에 소극적이었다. 이는 조선의 지도이념인 주자학이 실용성보다 의례를 중시하면서 집권층이 집권을 유지하기 위해 민의에 반하는 붕당정치와 세도정치로 일관함으로써 백성들의 창의성과 기술개발을 우대하기는커녕 오히려 기술자를 쟁이(장인)라는 말을 붙여 천시한 결과였다.

우리와는 반대로 서양과 일본, 그리고 중국은 국민의 창의성과 기술 개발을 장려해 증기선을 만들고 위력적인 대포를 제작하게 됐다. 그들 근대식 군함이 조선 영해를 침범했을 때, 인력과 풍력에 의존했던 우리나라의 범선은 그들의 적수가 되지 못해 급기야 강제개항이라는 국치를 당하게 됐다.

해방 이후 우리는 조선업 분야에 괄목한 발전을 이룩해 세계 2위의 선박 수주국이 됐다. 이제 우리들은 전쟁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적을 제압할 수 있는 군함을 보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창의력과 지혜를 개발하는 일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것이다.

<장학근의 ‘우리 역사 속의 군함’ 기사 발췌 및 편집>
뇌도 세상을 본다
눈보다 넓게… 멀리…
2007년 04월 20일 | 글 | 임소형 기자 ㆍsohyung@donga.com |
 
옆에 놓인 컵을 팔로 밀치는 바람에 물을 쏟은 경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바로 옆에 있는데도 미처 보지 못한 것이다. 사람의 시야는 생각보다 좁다. 정면을 응시하고 서면 시야각이 120도 정도 된다고 알려져 있다. 눈으로 들어오는 시각 정보의 양이 제한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뇌 덕분에 물리적으로 들어오는 시각 정보보다 더 넓게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풍경이나 공간을 볼 때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사진 테두리 확장시키듯 확대해 기억

1980년대 후반 미국 델라웨어대 심리학과 헬렌 인트럽 교수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자연 풍경을 찍은 사진을 보여 주고 기억하게 한 다음, 몇 분 뒤 동일한 사진을 보여 주고 처음 본 것과 같은지 다른지를 물었다. 희한하게도 많은 사람이 다르다고 대답했다.

연구팀은 이번에는 같은 장소를 가까이서 찍은 사진과 그보다 약간 멀리서 찍은 사진을 차례로 보여 주고 두 사진이 같은지 다른지를 물었다. 놀랍게도 많은 사람이 같은 사진이라고 대답했다.

인트럽 교수는 사람들이 사진 속의 풍경을 사진 바깥 부분으로까지 확장시켜 기억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카메라 렌즈를 ‘줌 아웃’시키는 것처럼 사진의 테두리를 무의식적으로 확장시킨다는 것. 처음 본 사진의 풍경을 자신도 모르게 ‘줌 아웃’시켜 기억했기 때문에 나중에 본 사진이 먼저 것과 동일하다고 말했다는 얘기다. 인트럽 교수는 이를 ‘테두리 확장(Boundary Extension) 현상’이라고 불렀다.


좁은 시야 보완하려는 뇌의 지혜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 천명우 교수팀은 최근 자원자 18명을 모집해 넓은 공간에 있는 물체를 가까이서 찍은 사진과 멀리서 찍은 사진들을 30∼60초 간격으로 두 차례 보여 주면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뇌를 촬영했다. 실험 참가자들의 뇌에서는 풍경이나 공간 정보를 처리하는 시각영역(PPA)과 물체 정보를 처리하는 시각영역(LOC)이 모두 활성화됐다.

시각영역을 구성하는 신경세포는 어떤 풍경이나 물체를 처음 볼 때와 반복해서 볼 때 활동하는 강도가 달라진다. 처음 볼 때 10만큼 활발히 활동한다면 다시 볼 때는 활동 강도가 5, 6 정도로 떨어진다. 처음 보는 것에 더 활발히 작동하도록 조절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의 뇌 영상에서 PPA의 신경세포가 얼마나 활발히 활동하는지를 조사했다. 가까이서 찍은 사진 두 장을 차례로 본 경우와 멀리서 찍은 사진 두 장을 차례로 본 경우에는 모두 두 번째 사진을 볼 때의 활동 강도가 첫 번째 사진 때보다 줄어들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진이 같은 것이니 당연한 결과다.

멀리서 찍은 사진을 보여 준 다음 가까이서 찍은 사진을 보여 줬을 때는 활동 강도가 달라지지 않았다. 신경세포가 첫 번째와 두 번째 모두 처음 보는 사진으로 인식한 것. 서로 다른 사진이니 이 역시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가까이서 찍은 사진을 먼저 보여 준 다음 멀리서 찍은 사진을 보여 주자 희한하게도 신경세포의 반응 강도가 줄어들었다. 분명 다른 사진인데도 신경세포는 같은 것으로 취급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실험 참가자들에게 물어봤더니 대부분 두 사진이 같다고 대답했다.

실험을 주도한 박사과정 대학원생 박수진 씨는 “가까이서 찍은 사진을 뇌가 스스로 확장시켜 기억했기 때문에 이어서 본 멀리서 찍은 사진과 동일하다고 착각한 것”이라며 “PPA의 신경세포에서 테두리 확장 현상이 일어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PPA와 달리 물체 정보를 처리하는 LOC의 신경세포가 활동하는 강도는 두 번째 사진을 볼 때 항상 줄어들었다. 가까이서 찍든 멀리서 찍든 사진 속 물체는 모두 같기 때문에 두 번째 사진에서는 반복해서 본다고 인식한 것이다.


뇌의 시각영역이 일으키는 의미있는 착각

테두리 확장 현상은 언제나 정확하게 반응할 것 같은 뇌에서도 착각이 일어난다는 증거다. 박 씨는 “PPA의 이런 착각은 제한된 시각 정보를 받을 수밖에 없는 눈의 제약 조건을 극복하려는 인체의 메커니즘일 것”이라고 말했다. 좁은 시야를 확장해 주변 환경까지 자각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이 연구결과는 신경과학 전문지 ‘뉴런’ 19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뇌에서 일어나는 이 같은 착각 덕분에 우리는 세상을 좀 더 ‘넓게’ 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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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센터 꿈꾸는 TV
화면 선명해지고 이동 자유로워져
2007년 04월 17일 | 글 | 편집부ㆍ |
 
TV가 등장한 것은 세계적으로 70년 남짓, 우리나라도 1956년 첫 TV 방송이 전파를 탄지 50년이 됐다. TV 수상기가 광범위하게 보급된 1980년대에는 컬러 TV 방송(1980년 12월 시작)과 함께 ‘1가구 1TV 시대’가 찾아왔고, 온 국민에게 정보와 오락을 제공하는 가장 친근한 수단이 됐다. 그리고 ‘손 안의 TV’가 된 휴대전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이제 ‘1인 1TV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TV가 발전하며 가장 달라진 것은 디지털 압축 기술에 의한 고품질의 영상과 입체음향이다. 현재까지 나온 고품질 TV는 SD(Standard Definition)TV와 HD(High Definition)TV가 있다. HDTV는 35mm 영화 수준으로 영상이 선명해지고 음악 CD보다 좋은 음질을 제공할 수 있다. 기술의 발달이 계속되면 2010년경 더 높은 해상도의 UD(Ultra Definition)TV와 3차원 입체영상 TV, 향기 나는 TV 등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흔히 ‘대역 압축 기술’로 알려진 디지털 송출기술이 발달하며 지상파와 케이블 TV는 더 많은 채널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케이블 TV만도 디지털화를 통해 200개 가까운 채널을 방송할 수 있고, 최근 월드컵 기간 중 시험 방송한 지상파의 ‘MMS’(Multi-Mode Service)는 기존 채널 하나로 최대 3채널까지 방송이 가능한 서비스다.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 가운데 가장 먼저 서비스되고 있는 것이 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실용화한 지상파 DMB는 유럽의 DAB(디지털오디오방송)기술에 비디오 서비스를 결합시킨 것이다. DMB 휴대전화를 쓰거나 차량에 수상기만 부착하면 되고 무료이므로 이미 100만대가 넘는 수신기가 보급된 상태다. 위성 DMB는 SK텔레콤에서 세계 최초로 DMB 위성 ‘한별’을 3만5000km 상공에 쏴 올려 서비스하고 있다.

DMB와 함께 차세대 매체로 꼽히는 IPTV(인터넷 프로토콜 TV)는 초고속 인터넷망(IP)을 이용해 최대 999개까지 채널을 시청하며 다양한 정보 서비스와 동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다. 기존 인터넷TV와 다른 점은 PC 모니터 대신 TV 수상기를, 마우스 대신 리모컨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양방향성이다.

IPTV는 TV를 보면서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거나 출연진이 입고 나온 의상을 홈쇼핑으로 즉시 구매할 수 있도록 시청자와 방송사의 양방향 소통을 대폭 강화했다. IPTV에 디지털 정보를 전송하는 전용 모뎀과 셋탑 박스(set-top box)를 연결하면 초고속 인터넷, 전화, 방송 3가지 서비스를 한꺼번에 이용하는 TPS(Triple Play Service)를 실현할 수 있다.

어디든 갈 수 있는 유연한 TV

앞으로 TV는 어떻게 진화할까?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의 TV는 기존 기능을 뛰어넘는 ‘디스플레이 센터’가 될 것이다. 즉 방송시청뿐 아니라 컴퓨터와 결합해 인터넷, 쇼핑, 보안, 홈 오토메이션 등을 통합 제어한다. 이런 차세대 TV 기술로 가장 주목받는 것 중 하나가 ‘플렉서블’(flexible)이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말 그대로 구부릴 수 있는 디스플레이다. TV를 둘둘 말아서 갖고 다니거나 가방 속에 접어 넣을 수 있다. 다만 아직은 구부려도 손상이 없는 유연한 재료를 확보하는 등 여러 문제가 남아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되면 미래의 TV는 벽에 쉽게 걸 수 있는 초대형, 초박형 무선 TV로 진화할 것이다. 나아가 종이 위에 고해상도 컬러 인쇄를 하듯 디스플레이 전자재료를 인쇄법으로 찍어서 만드는 날도 올 것이다. 대형 TV를 찍어서 만들게 되면 크기와 형태의 제약이 없는 TV를 즐길 수 있다. 벽면 전체를 덮는 초대형 플렉서블 벽걸이 TV를 상상해 보라.

분명한 사실은 과거에 상상했던 기술이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 곁에 다가왔듯, 오늘날 꿈꾸는 기술이 미래엔 자연스런 일상이 될 수 있다. 인간의 시각(視覺)이 존재하는 한 TV의 변신은 현재 진행형으로, 그 진화의 핵심은 인간과의 교감이 될 것이다.

<김영신의 ‘TV는 미래를 싣고’, 석준형의 ‘모든 TV는 디지털로 통한다’ 기사 발췌 및 편집>
휴대전화 사이보그라도 괜찮아
디지털 흡수하며 미래로
2007년 04월 17일 | 글 | 편집부ㆍ |
 
1876년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전화기를 발명하고 후원자 두 사람과 함께 ‘벨 전화회사’(Bell Telephone Company)를 세웠다. 그리고 사무실과 집을 연결하는 전화기 한 쌍을 세트로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벨이 만든 전화기의 본체는 길쭉한 나무상자 형태였고, 이 위에 착신을 알리는 황동 종 2개가 붙었으며, 송화기는 두 종 사이에, 수화기는 본체 측면에 귀처럼 걸렸다.

그로부터 130년이 흘렀다. 요즘 휴대전화는 ‘더 작게, 더 얇게’ 진화하고 있다. 세로로 길쭉한 직사각형이나 타원형 디자인을 벗어나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끈 ‘가로본능폰’처럼 가로로 긴 화면이나 독특한 곡선을 가미해 한손에 쏙 잡히는 인간공학 디자인의 휴대전화가 눈에 띄게 늘었다. 최근에는 두께가 6.9mm인 ‘울트라 슬림폰’에 얼굴선에 꼭 맞게 슬라이드가 휘어지는 '바나나폰'까지 등장했다. 휴대전화 디자인의 끝은 어디일까.

유선전화가 공동의 재산이었다면 휴대전화는 지극히 개인적인 도구가 됐다. 유선전화가 가정용, 업무용, 산업용이었다면 요즘 휴대전화는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휴대전화 덕분에 물리적인 거리 개념이 사라지고 시공을 초월한 생활이 가능해졌다. 개인의 자유가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어떤 전자제품보다 휴대전화의 디자인이 다양한 것은 이 때문이다.

여기에는 기술 발전이 한 몫 했다. ‘시험 사용’이라는 개념은 사라졌고, 버튼을 아무리 여러 번 잘못 눌러도 모터가 타거나 퓨즈가 녹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플러그 앤드 플레이’(Plug and Play) 즉 ‘연결하고(Plug) 즐기라(Play)’는 개념처럼 복잡한 절차를 거칠 필요도, 사용설명서를 정독할 필요도 없다.

디지털 블랙홀 휴대전화

휴대전화는 어디까지 진화할까. 휴대전화에 꽂아 자신의 건강정보를 병원으로 바로 전송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
특히 최근 휴대전화는 인터넷, 디지털카메라, MP3, 게임기, GPS 그리고 심지어 혈당 체크 같은 의료진단기까지 웬만한 오디오 비디오 기능은 물론 정보 기록, 저장, 오락 등 컴퓨터 기능을 모조리 흡수하고 있다. PDA, 게임기, 카메라 등 휴대전화 근처에서 얼쩡거리던 제품은 하나같이 휴대전화라는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일각에서는 휴대전화가 오히려 불안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젊은이들이 휴대전화를 끼고 사는 것은 자유가 부여한 불안감의 표현이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몰입할 대상이 필요하다. 휴대전화가 ‘디지털 블랙홀’이 된 것은 통화중이 아닐 때도 빠져들 만한 어떤 기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를 그냥 갖고 있는 이는 노인뿐이다.

휴대전화는 어디까지 진화할까? 디지털 콘텐츠가 늘어나고 유비쿼터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휴대전화는 일종의 웨어러블(wearable) 컴퓨터 형태를 띠게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웨어러블 컴퓨터가 극단적인 형태로 발전하게 되면 영국 레딩대 케빈 워릭 교수가 자신의 몸속에 실리콘 칩을 이식한 것처럼 휴대전화 일부를 신체에 삽입할 수도 있다. 기계와 인간이 결합한 사이보그는 그리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인기몰이를 했던 슬림폰은 얇게 만들어 몸에 착 달라붙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슬림폰이 더 얇아지고 더 작아진다면 몸과 하나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혹시 우리는 지금 사이보그가 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채승진의 ‘휴대전화는 디지털 블.랙.홀.’ 기사 발췌 및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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