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촘롱-포레스트 캠프)

어제는 일찍 도착한 덕분에 밀렸던 빨래를 하여 따가운 햇볕에 뽀송뽀송하게 마를 것을 기대하였건만 깊은 산속의 빠른 일몰과 오후 시간만 되면 밀려오는 구름이 태양을 가려 기대와는 다르게 절반도 마르지 않았다. 다급히 방안에 빨랫줄을 걸고 빨래를 걸고 잠을 청하려니 습도가 높아져 이불이 눅눅해져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눅눅한 빨래를 비닐봉지 속에 챙겨 카고백에 넣어 프터에게 맡기니 미안한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하행 길은 촘롱 2,550m에서 지누 단다 1,720m까지 고도 800m2km의 거리를 급경사로 내려가야 하므로 출발에 앞서 모두 걱정이다. 절반을 내려왔을까 17일 동안 잘 버텨주던 무릎에 이상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나마 통증이 심하지는 않아 다행이었다. 앞으로 5일간의 트레킹 일정이 더 남아 있는데 잘 버텨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뉴브리지를 지나 오늘의 점심 식사 장소인 란드룩까지는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다들 힘겨워하는 모습이 역력하였다. 가이드는 롯지에 도착하여 한가지 메뉴를 주문하면 빨리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충분히 쉬고 싶었고, 앞으로 남은 등행 시간도 짧아 다들 드시고 싶은 음식을 주문하도록 하였다.

역시나 음식이 나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란드룩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등행이 시작되었다. 3km의 짧은 거리이지만 고도를 1,000m 올라가야 하는 그야말로 고난의 길이다. 뙤약볕 아래에 날씨는 덥고 처음부터 돌계단이 시작되었다. 그야말로 지옥의 트레킹이었다. 한 시간쯤 오르니 자그마한 롯지 하나가 나타났다.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 차가운 캔 음료 하나씩을 마시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등행이 시작되었다. 아직도 2시간은 더 올라가야 한다. 특히 환형이 힘들어하였다. 룸메이트인 철형이 카메라를 빼앗아 메고 올라오는데도 힘들어하였다. 2시간 정도 올라오니 원시림 속의 숲길이 나왔다. 경사는 급해도 그나마 숲길이라 뜨거운 태양 빛을 가려져 다행이었다. 능선에 올라서니 자그마한 롯지가 보이고 여기가 우리 일행이 묶을 롯지이다. 내일부터 이틀은 오전 산행만 하고 일행의 체력을 안배하기로 하였다.

1015(도반-촘롱)

도반에서 출발하여 어퍼 시누와 까지는 원시 열대림을 방불케 하는 숲길을 따라 산길이 형성되어 있어 비교적 시원하게 트레킹을 할 수 있다.

재미교포인 재민 씨가 돌계단에서 갑자기 휘청거리며 넘어지는 바람에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다리가 부러진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달려가 보니 불행 중 다행으로 발목을 살짝 접질렸다고 하였다. 걷는 데는 큰 지장이 없어 보여 다행이었다.

휴식지점인 어퍼 시누와에서 생강 레몬차로 목을 축이고 이제 조금만 내려가면 죽음의 촘롱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출렁다리를 건너며 바닥을 치고 본격적인 오르막길이다. 충분한 휴식 후 출발하였다. 한 발 한 발 사력을 다해 올라가는데, 환형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려도 보이지 않자 온갖 잡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다행히 저 멀리 환형이 보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조금 더 올라 오늘의 숙소인 엑설런트 뷰포인트 롯지에 여정을 풀었다. 점심 식사로 오랜만에 스테이크를 시켜 맛있게 먹었다. 가이드에게 수꾸티와 럭시 한잔 마실 수 있는 네팔 가정집을 알아보라고 하였더니, 이곳은 완전히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롯지들이 대부분이어서 찾기가 힘들다고 하였다. 어렵사리 가이드들이 주로 이용하는 집을 찾아가 수꾸티 2접시에 럭시 2병을 마셨는데 가격이 600루피라고 하였고, 가격은 거의 롯지의 1/10수준이었다. 주방과 방안을 꾸며놓은 모습이 정갈하기 그지없었다. 바닥을 얼마나 열심히 청소하였는지 먼지 하나 없었다. 네팔인들의 깔끔하고 부지런한 성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저녁으로는 김치찌개를 먹었는데, 김치는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었고, 돼지고기는 그래도 충분히 있었지만, 그 맛은 다시는 먹을 수 없을 정도였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트레킹하는 한국 사람은 유념하기 바란다.

1014(ABC-도반)

일출 촬영을 위해 아침 5시 반에 기상하여 나가보니, 벌써 많은 트레커들이 나와 있었다. 안나푸르나 남봉에 빛이 들어오더니 1봉에도 드디어 어명이 비추었다. 일출 촬영을 하다 보니 손이 시려왔는데 때마침 키친보이가 따뜻한 차 한잔을 가져다주어 언 손을 녹일 수 있어 그 고마움을 잊을 수가 없다. 촬영을 마치고 이 침 식사를 위해 다이닝홀에 들어가니 말레이시아 트레커들이 산소포화도를 측정하고 있었다. 나도 한번 측정해보자고 하니 선뜻 기계를 빌려주었다. 91이 나왔다. 다른 대원들도 측정해보니 85~89 정도가 나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롯지 뒤편에 올라 대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하산을 시작하였다. 하산길에는 눈을 뗄 수 없는 장관이 펼쳐졌다. 뒤로는 히훈출리, 안나푸르나 남봉과 주봉이 파노라마로 펼쳐져 있고, 하산 방향으로는 안나푸르나 3, 싱아 출루와 마차푸차레의 파노라마가 이어지고 있어서 누구나 연실 셔터를 누르기에 바빠 하산길이 늦어졌다.

ABC 트레킹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내려오는 트레커 중에는 제대로 걷지 못하고 다리를 끌면서 걷는 이들도 종종 눈에 들어온다. 멋진 풍경을 감상하기가 절대 쉽지만은 않은 여정이라는 것을 반증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때가 되어 히말라야 롯지에 도착하니 그동안 참아주었던 빗방울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너무 야속하다. 우기가 끝나고 건기가 시작되는 시즌에 맞춰 트레킹을 왔건만, 점심 식사를 마치니 본격적으로 비가 오기 시작하였다.

 

1013(데우랄리-ABC)

오늘도 출발을 8시이다. 아침 기온을 보니 영상 10도인데 바람이 매섭게 불어 대원들에게 따뜻하게 챙겨입으라 하고 출발하였다.

30분 정도 진행하니 따스한 햇볕이 온기를 주어 한거풀씩 벗는다. 한 시간 정도 등행하니 한 서양 아가씨가 길가에 드러누워 있었다. 고산증세로 힘들어하는 모양이다. MBC까지는 힘든 등행이 계속되었고, MBC부터 펼쳐지는 설산 파노라마가 고단함을 날려버렸다. 마차푸차레, 강가푸르나, 텐트 피크가 만드는 경관에 모두 황홀경에 빠져들었다. 이른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후 시간이 되면 구름이 걸리기 시작하고 설산을 볼 수가 없으므로 서둘러 ABC를 항해 트레킹을 시작하였다. 아래로는 마차푸차레, 강가푸르나, 텐트 피크가 만드는 파노라마가 위쪽으로는 안나푸르나 남봉이 그 위용을 자랑하며 멋진 경관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벌써 안나푸르나 주봉은 구름에 가리기 시작하였다. 우리 일행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트레커들은 황홀경에 빠져 연실 셔터를 눌러대기에 바빴다. ABC에 다다르니 벌써 설산들은 대부분 구름 속에 그 위용을 감추고 사라져 버렸다. 오늘의 숙소는 피스풀롯지로 ABC의 가장 윗부분에 예약을 하고 올라왔건만 예약은 무용지물, 일행은 다섯명인데 네자리 밖에 침대를 내어줄 수 없다고 막누가내로 나오는 바람에 가이드에게 무조건 침대 1자리를 롯지 주인에게 달라고 하였다. 어렵사리 다이닝홀에 한자리를 내어준다는 확답을 받고서야 한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다이닝홀에서 오후 시간을 보내기 위해 주인에게 카드를 빌려 몇 개임을 하다 창밖으로 눈을 돌리니 그사이에 구름 속에 자태를 감추고 있던 마차푸차레가 그 자태를 내어놓기 시작하였다. 얼른 게임을 중단하고 카메라 장비를 챙겨 추위도 잊은 체 멋진 풍경을 담느냐 정신을 놓았다.

1012(시누와-데우랄리)

오늘은 평상시보다 약 20분 빠르게 출발한 탓인지 사건이 벌어졌다. 500m쯤 진행하였을 때쯤 전방으로 마차푸차레의 풍광이 들어왔다. 카메라로 촬영을 마치고 휴대폰 촬영을 위해 찾으니 없어졌다는 것을 안 원형이 가이드의 핸드폰을 빌려서 휴대폰이 없어졌다고 포터의 전화로 알려왔다. 아무래도 짐 속에 있는 듯하여 카고백을 오픈하라고 하니 그곳에 가지런히 잘 보관되어 있었다. 시누와에서 밤부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는 천연의 원시림 속을 걸을 수 있어 시원하고 산림욕을 맘껏 즐길 수 있었고 이따금 하늘이 열리는 곳에는 마차푸차레와 안나푸르나 3봉이 그 위용과 아름다운 자태를 우리에게 선사해주어 힘든 것을 잊고 걸을 수 있게 해주었다. 밤부 롯지에 도착하여 생강차 한잔으로 갈증을 해소하고 다시 걷기 시작하였다. 밤부라는 지명이 대나무가 많이 나는 곳이라고 하는데 이곳에서부터의 트레킹 코스는 대나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고 있었다. 11시 반이 되어 설산 아래 양지바른 곳에 있는 도반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었다.

 

등산의 백미는 정상에 오르는 것이고, 등산의 완성은 안전하게 집에 귀가하는 것이다.

 

도반에서 감자 익힘으로 점심을 먹고 히말라야 롯지까지는 그럭저럭 올라왔으나 히말라야 롯지에서 데우랄리로 오르는 등행길은 너무나도 힘들고 20년 전에 트레킹하였을 때는 전혀 어려움 없이 올라왔었는데 왜 이렇게 힘든지 다시는 ABC 트레킹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히말라야 롯지를 비롯해 ABC 트레킹 루트에 대한 예전 기억이 현재랑 아무것도 일치하지 않는 것이 나이가 든 탓인지, 트레킹 코스가 변해서 그런 것인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데우랄리 롯지에 도착하여 다이닝홀에서 대원들과 대화를 나는 중 기가 막힌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네팔리 한사람이 양 한 마리를 억지로 끌고 내려가고 있다. 양은 안 끌려가려 하고 네팔인은 데리고 가려고 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화가 난 사람은 양을 번쩍 들어내던지는 것이었다. 내 눈에는 죽으러 끌려가기 싫어하는 양의 모습이 너무나 측은해 보였다. 안 끌려가려는 양과 끌고 가려는 사람 사이에는 계속 실랑이가 벌어졌고, 끌고 가려는 사람의 인상은 더더욱 화가 치밀어 오르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런데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언덕 위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어 먹던 양들이 무리 지어 내려가는 모습이 들어왔다. 양과 실랑이를 벌이던 사람도 그제야 목동이었던 것으로 내 눈에 들어왔다. 무리에서 이탈된 양을 무리 속으로 인도하려고 사투를 벌이는 것으로, 하지만 그 방법이 너무나 혹독했다.

1011(란드룩-시누와)

오늘은 하행과 등행을 반복하는 날이다. 20년 전에는 어렵지 않게 걸었던 길이다. 란드룩에서 하행길이 시작되었다. 얼마 가지 않아 오른쪽 산허리에서 거대한 폭포가 물을 쏟아붓고 있었고 촉촉이 젖은 풀잎은 싱그러움 그 자체로 예뻤다. 그런데 거기에 우리의 두려움의 대상이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고 있었다. 앞서가던 다른 팀의 가이드가 풀잎에 올라있는 거머리를 가리켜 알려주었다. 우기 때에만 활동하는 거머리는 지나가는 온혈동물을 탐지해 피를 빨아먹고 살아가는 동물이다. 일단 지나가는 사림의 옷에 달라붙은 다음 자벌레처럼 이동하여 바지 속이나 신발 속 맨살에 달라붙은 후 턱에 있는 Y자 모양의 날카로운 이빨로 우리 몸에 상처를 내고 달라붙은 후, 침으로 우리 몸의 상처 부위를 마취시키고 혈관을 확장하고 혈액 응고를 막는 성분을 분비하여 쉽게 흡혈을 한다그래서 우리는 거머리에게 피를 빨리는 줄도 모르고 당한다. 일단 거머리에게 상처를 입으면 거머리를 떼에 내서도 한두 시간은 지혈이 거의 되지 않는다. 우리 일행은 풀숲을 빠져나온 후 첫 번째 롯지에서 신발을 벗고 거머리 피해를 살펴보았는데 나에게는 왼발에 1마리, 오른쪽 발에서 2마리가 벌써 흡혈 작업을 시작 중이었다. 자세히 이곳저곳을 살피니 서너 마리가 더 발견되었다. 어제도 당하고 오늘 트레킹 시작 시점부터 또 당하니 이제 거머리 공포증 때문에 풀잎을 살피며 걷게 되었다. 란드룩에서 뉴브리지를 건너 첫 롯지에서 차 한 잔을 마시고부터는 등행이 시작되었다. 지누 단다 전에는 300여 미터에 달하는 긴 출렁다리가 있었고 그 다리를 건너서부터는 본격적인 등행이 시작되었다. 20년 전 기억에는 전혀 없는 끝없는 돌계단이 계속되었다. 이렇게 힘든 산행은 지금까지의 경험한 것 중에 몇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힘들었다. 촘롱 언덕 위의 첫 번째 롯지에서는 무조건 피자를 먹어야 한다는 가이드의 조언에 따라 네 명이 각자 다른 피자를 시켜 먹었는데, 가이드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고, 롯지 사장님은 한국에 산업연수생으로 5년간 다녀와서 한국어도 제법 하였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시 끝없는 하행길이 시작되었다. 촘롱에서 엎어지면 다을듯한 건너편에 오늘의 목적지인 시누와가 보인다. 일행 중 한 분이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보니 2시간이라는 답이 되돌아 왔다. 설마 하며 걷기 시작하였다. 하행 길은 바닥이라도 치는 듯 끝없는 계단으로 이어져 피로도가 가중되었고, 지쳐갈 즈음 바닥을 치고 다시 등행이 시작되었다. 한참을 올라가도 끝은 보이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비가 오기 시작하니 마음은 조급해져 서두르려 해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간신히 숙소인 리얼 시누와 고타지 롯지에 출발한 지 7시간 20(10.8km) 만에 도착하였다. 참으로 고된 하루의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오늘부터 묶는 롯지는 더는 전기와 와이파이를 그냥 사용할 수가 없단다. 화장실도 공용 화장실밖에 없다고 한다. 앞으로의 고생길이 훤히 내다보였다.

 

1010(포카라-담푸스-란드룩)

가이드가 다행히 담푸스까지 가는 지프를 4500루피에 섭외하여 아침 8시에 담푸스 행 지프에 올랐다. 20년 전에 ABC 트레킹을 왔을 때는 페디까지 중앙 1차로만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어서 대항차가 거의 부딪히기 직전까지 와서야 피해가며 주행하였었는데, 지금은 편도 3차선이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어서 차들이 질주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포카라에서 페디까지 차량으로 이동하고, 페디에서 담푸스까지는 급경사 등산로를 따라 올라와 담푸스에 올라오면 하루가 지났는데 지금은 페디에서 담푸스까지는 급경사 등산로를 따라 산행하였는데, 지금은 비록 비포장도로지만 담푸스까지 도로가 개설되어 있어서 훨씬 편하게 접근할 수 있었고, 담푸스에서 12km 떨어진 란드룩까지 와도 해가 떨어지지 않았다. 오늘도 온종일 비가 내린 탓에 미끄러운 등산로를 따라 걷느냐 산행 시간이 길어져 5시가 가까워서 숙소인 란드룩에 도착하였다. 란드룩에 도착하여 등산화를 벗어보니 이곳저곳에 거머리가 달라붙어 피를 빨고 있었다. 예년 같으면 건기에 접어들어 거머리를 구경조차 할 수 없었을 텐데 기상이변으로 9월 말이면 끝났을 우기가 10월 중순인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었다. 928일에 네팔에 도착하여 지금까지 하루 이틀을 빼고 열흘 가까이 비를 맞으며 산행을 지속하고 있다. 일기예보를 검색해 보아도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 예보가 지속되어 앞이 안 보이는 상황이다. 어제 베시사하르에서 포카라로 오는 도중에 만난 재미교포 재민 씨가 우리와 산행을 같이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내와 흔쾌히 수락하였고, 포카라에서 같이 출발하지 못한 관계로 오늘의 숙박지인 란드룩에서 만나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새로운 친구를 알게 된 것으로 위안으로 삼았다. 또한, 앞으로의 산행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바랐다.

109(베시사하르-포카라)

추억을 소환하다.

포카라로 출발하는 로컬버스를 타기 위해 오늘은 일정을 1시간 앞당겨 시작하였다. 7시 숙소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니 10여 분이 지나자 버스가 당도하였다. 버스에 올라 보니 이미 많은 트레커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겨우 자리를 잡고 앉을 수 있었고, 20여 분이 지나자 드디어 버스가 출발하였다. 버스에는 우리나라 80년대 중반까지 있었던 것처럼 아직도 여기에는 앳된 청년들이 버스 안내양을 하고 있었다. 버스에는 목적지를 알 수 있는 어떤 표식도 없었고, 안내양은 마을을 지날 때마다 포카라, 포카라를 외치며 버스 탑승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목적지를 알렸다. 한두 마을을 지날 때마다 승객들의 수는 늘어갔고 더 이상 의자는 없었고, 간이 의자가 긴급수혈되었고 바닥에도 간이 의자를 놓고 앉기 시작하였다. 바닥 중간 부분까지 승객들이 차자 내가 앉아 있는 부분부터는 입석이 시작되고 더 발 디딜 틈 없이 많아지자 어려움이 시작되었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몸과 몸이 닿아 땀이 나기 시작하였고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3시간을 달렸을 즈음 앞 좌석의 서양 아가씨가 볼일이 급한 듯 언제 휴식을 취하냐 안내양에게 질문을 하나, 의사소통이 잘 안 되고 있었는데 다행히 버스는 5분을 못가 휴게소에 도착하였고 그녀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휴게소에서는 버스 기사와 종사원들이 아침 식사를 하였고, 그동안 승객들은 여유롭게 쉬면서 간식을 사 먹는 등 우리나라 휴게소와 대동소이했다. 휴식이 끝나고 버스는 카트만두와 포카라를 잇는 highway를 다시 달리기 시작하였다. 내가 처음으로 네팔을 방문한 것이 20여 년 전인데 예나 지금이나 도로 사정이 나아진 것이 거의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그동안 내린 폭우로 인해 쓸려내려 온 토사와 산사태로 도로의 상태는 도로의 기능을 이미 거의 상실한 상태였다. 도로의 태반은 비포장 상태이고 포장된 도로도 별반 좋아 보이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들었다. 84km 떨어진 두 도시를 이동하는 데 6시간이 걸려서야 버스는 우리의 목적지인 포카라 페와호수 근처에 내려놓았다. 참으로 지루하고 힘든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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