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색을 인식하는 원리
| 글 | 배기범 ㆍkbbae96@naver.com |
서울대 물리교육과를 졸업하고 현재 메가스터디에서 물리와 과학 논·구술 수업을 하고 있다. 개념을 정확하고 깊이있게 이해하는 능력과 다수 개념을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과학 학습에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제시문
(가) 색은 눈에 들어온 전자기파가 어떤 시세포를 흥분시키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망막에는 <그림 1>처럼 빛에 반응하는 시세포가 분포한다. 시세포는 전자기파의 파장에 따라 달리 반응하는 원추세포와 전자기파의 세기 즉 밝기에 따라 반응 정도가 다른 간상세포로 이뤄진다. 따라서 색의 결정은 원추세포, 물체의 명암은 간상세포에 의해 이뤄진다.

원추세포의 파장에 따른 반응곡선은 <그림 1>과 같다. 원추세포에는 3가지 종류가 있는데 이들은 각각 440nm, 545nm, 580nm 근처에서 최대 감도를 나타내며 각각 B(Blue), G(Green), R(Red) 원추세포라 한다. 곡선을 보면 RGB 각각의 원추세포는 꽤 넓은 영역에 걸쳐 반응한다. G원추세포의 경우 420~650nm에 달하는 빛에 반응한다. RGB 원추세포의 반응을 종합하면 원추세포의 반응영역이 400~700nm임을 알 수 있는데 이를 가시광선 영역이라 한다.

그렇다면 색은 어떻게 인식할까? 세 가지 원추세포의 흥분 정도에 따라 전기신호의 크기가 달라지는데 뇌에서는 이 신호를 종합해 색을 판정한다. 그 결과 <그림 2>처럼 우리는 단색의 전자기파를 파장에 따라 다른 색으로 인식한다. 흔히 말하는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으로 말이다.

어떤 빛을 노란색으로 인식하는 데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는 파장이 570nm인 단색광이다. 파장이 570nm인 단색광이 들어오면 <그림 1>처럼 R과 G세포가 거의 같은 감도로 반응한다. R과 G에서 같은 세기의 전기신호가 만들어지면 뇌는 노란색을 인식한다. 두번째로 600nm의 단색광과 530nm의 단색광이 함께 눈에 들어오는 경우도 R과 G세포는 거의 같은 크기의 전기신호를 발생시키므로 뇌는 노란색으로 인식한다.

(나) 분자나 원자로 구성된 매질에 빛이 입사되면 원자나 분자에 붙어 있는 전자들은 전자기파의 전기장에 의해 전기력을 받는다. 전기장이 진동하면 전자들도 진동한다. 이와 같이 진동자에 주기적인 외력이 가해져 진동자가 진동하는 경우를 강제 진동이라 한다.

원자 내 전자를 고전 모형으로 생각하면 벽에 고정된 용수철에 매달려 진동하는 물체와 유사하다. 벽은 원자핵, 물체는 전자에 각각 대응한다. 원자핵과 전자 사이에는 쿨롱 힘이 작용한다. 쿨롱 힘은 용수철의 탄성력과 같은 역할을 하며 물체에 힘을 가한 뒤 떼어냈을 때 물체가 하나의 진동수로 계속 진동하게 한다. 이때 진동수를 고유 진동수라고 하며 이는 물체 질량과 용수철의 탄성계수에 의해 결정된다. 같은 힘으로 진동수만 달리하면 진동자의 진폭은 외력의 진동수 함수가 되며 외력의 진동수가 진동자의 고유 진동수와 같아지면 공명 현상이 일어나 진폭이 매우 커진다. 이때 진동자는 큰 에너지를 저장한다.

공명 진동수로 그네를 밀 때 가장 큰 에너지를 그네에 전달할 방법을 생각해보자. 언뜻 그네가 최대 변위 위치에 왔을 때 강한 힘을 주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네가 중간 지점을 통과할 때 힘을 가해야 한다. 공명 진동수를 가진 외력이 진동자에 작용해 진동자의 속도와 외력이 같은 위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아주 천천히 진동자를 흔들면 진동자는 외력과 같은 위상으로 반응하지만 공명 진동수보다 큰 진동수의 외력으로 강제 진동시키면 진동자가 외력과 반대 위상으로 반응한다.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이해할 때 강제 진동에 따른 진동자의 반응은 매우 중요하다. 전자기파가 원자에 도달하면 전기장이 진동하므로 전기장은 외력이 되고 원자에 붙어 있는 전자는 진동자가 된다. 전기장이 진동하면 전자는 전기장에 비례하는 힘을 받아 전기장의 진동수와 같은 진동수로 강제 진동한다.

(다) 빛이 매질과 상호작용할 때 매질의 크기가 빛의 파장보다 작으면 매질 전체에 같은 크기의 전기장이 가해진다. 이 경우 매질은 쌍극자가 된다. 매질의 크기가 파장보다 크면 매질의 위치마다 전기장이 달라져 복잡한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전자기파가 원자나 분자에 입사한 뒤 원자나 분자 내 전자를 진동시켜 쌍극자가 되게 하면 사방으로 빛이 재방출된다. 이를 통해 사방으로 빛이 퍼지는 현상을 산란이라 한다. 산란은 빛의 진동수와 물질의 고유 진동수에 따라 비공명산란과 공명산란으로 나뉜다.

비공명산란은 빛의 진동수와 물질의 진동수가 크게 차이 날 때 일어난다. 이는 빛을 외부 구동력으로, 물질을 진동하는 전기 쌍극자로 하는 모델로 설명된다. 쌍극자 진동으로 일어나는 도넛 모양의 방사 출력을 가진 전자기파 방사를 비공명산란이라 한다.

산란체의 구성 원자가 얼마만큼 밀집됐느냐에 따라 상호작용의 결과는 크게 차이 난다. <그림 3>은 희박한 매질에서 빛이 일회성 산란하는 경우와 비교적 많은 원자로 이뤄진 매질에서 산란된 빛이 다시 산란되는 다중 산란을 보여준다.

공명산란은 빛의 진동수와 물질의 고유 진동수가 같아 전자의 진폭이 커지는 경우를 말한다. 공명 시에는 입사되는 빛에너지를 매우 효과적으로 퍼뜨리거나 열에너지로 전환하므로 원래 진행 방향으로 전파되는 에너지가 눈에 띄게 떨어진다. 참고로 물은 적외선 영역의 공명 진동수를 가지며 가시광선에 대해서는 약한 비공명산란을 일으킨다.
- ‘과학교사를 위한 빛과 파동’, 김중복 외 공저


문제01
노란색 물감이 노랗게 보이기 위해서는 물감이 파랑색 영역의 빛을 흡수하고 빨간색과 초록색 영역의 빛을 반사해야 한다. 하지만 노란색 물감이 순수 노란색 빛만을 반사하는 경우에도 노란색으로 보인다. 제시문 (가)를 참조해 노란색 물감이 노란색으로 보이는 이유가 앞에서 어떤 경우인지 구분하는 방법을 서술하라.

전문가 클리닉
R, G, B 원추세포의 반응감도에 따라 뇌에서 인지하는 색이 달라집니다. 어떤 색의 빛을 뇌에서 똑같이 인지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두 가지 이상의 단색광이 혼합된 혼합광일 수도 단색광일 수도 있습니다. 서로 다른 진동수를 가진 빛은 밀한 매질에서 진행속력의 차이로 분산되므로 혼합광은 단색광과 달리 프리즘을 통과할 때 분산현상이 나타납니다.

빛은 진동수가 클수록 밀한 매질 속에서 속력이 느려진다. 따라서 공기 중에서 진행하던 빛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단색광별로 다른 경로를 따라 진행하면서 분산된다. 뇌에서 같은 노란색으로 인지한다 하더라도 혼합광선인 노란색 빛은 프리즘을 통과할 때 분산되고 단색광은 분산되지 않는다. 빛을 프리즘에 통과시켜 분산현상이 나타나는지에 따라 구분한다.


문제02
다음 <보기>는 우리 주변 여러 사물의 색과 관련된 진술이다. 제시문 (나)와 (다)를 참조해 각 진술의 근거를 추론하라.

<보기>
(1) 하늘을 파랗고 노을은 붉게 보인다.
(2) 물은 투명한데 수증기는 흰색으로 보인다.
(3) 물에 젖은 옷이나 땅은 어둡게 보인다.
(4) 물은 투명한데 바다는 푸르게 보인다.

전문가 클리닉
제시문 (나), (다)에 나온 전자기파와 물질 사이의 상호작용과 산란의 개념을 잘 이해해 색과 관련된 현상을 정성적으로 설명하는 문제입니다.

예시답안
1) 대기층처럼 원자나 분자가 희박한 경우에는 일회성 산란이 일어난다. 이때 원자나 분자의 크기는 빛의 파장에 비해 충분히 작으므로 대기 중 질소나 산소분자들은 강제 진동하는 쌍극자가 된다. 산란 정도는 진동수가 클수록 크므로 가시광선 영역 중 진동수가 큰 파란색 계통의 빛이 더 많이 산란된다. 원리적으로 하늘은 보라색이어야 맞지만 태양광선 중 보라색이 매우 약하고 우리 눈 또한 보라색에 대한 감도가 작기 때문에 파란색이 우세해 보인다.

일몰이나 일출시에는 빛이 대기를 통과하는 거리가 길어진다. 그로 인해 공기 중에서 파란색 광보다 적게 산란되는 붉은색 광이 지표면에 더 많이 도달해 하늘이 빨갛게 보인다.

2) 물은 적외선 영역의 공명 진동수를 갖고 가시광선에 대해 약한 비공명산란을 일으켜 투명하게 보인다. 하지만 수증기는 희게 보인다. 이는 수증기가 굴절률이 다양한 공기 중에 존재해 경계면에서 여러 차례 반사와 굴절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표면에서만 반사를 일으키는 물보다 눈에 들어오는 광량이 많다. 또 물방울은 크기가 크기 때문에 내부에 있는 여러 개의 물분자가 동일한 전기장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수증기는 특정 파장의 빛이 아닌 거의 모든 파장의 빛을 산란시켜 흰색으로 보인다.

3) 거친 표면에서는 여러 번의 반사가 일어나지만 물이 있으면 표면이 매끄러워져 반사되는 광량이 줄어든다. 또 투과되는 빛이 있더라도 다시 반사되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경계면을 만나 내부로 반사되기 때문에 반사광의 세기는 더욱 약해진다. 물에 젖은 옷이나 땅은 이와 같은 광량감소로 어둡게 보인다.

4) 물분자는 적외선 영역의 공명 진동수를 갖기 때문에 가시광선에 대해서는 약한 비공명산란을 일으켜 투명하게 보인다. 하지만 적외선과 가까운 붉은색 광에 대해서는 적은 양의 공명을 일으켜 약간의 붉은색 광을 흡수한다. 따라서 물속에서는 푸른색 광이 붉은색 광보다 더 깊은 곳까지 진행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물로만 구성됐다면 바다는 강물처럼 투명할 것이다. 하지만 바다는 깊이에 따라 염류농도나 수온이 달라 수없이 많은 경계면을 가지며 물속을 진행하는 광선은 이 경계면에서 수없이 많은 반사와 굴절을 거친다. 그 결과 바다는 푸른색을 띠며 해수의 상태에 따라 각기 다른 푸른색을 갖는다.
[물리]충돌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 글 | 배기범 ㆍkbbae96@naver.com |
 
 
서울대 물리교육과를 졸업하고 현재 메가스터디에서 물리와 과학 논·구술 수업을 하고 있다. 개념을 정확하고 깊이있게 이해하는 능력과 다수 개념을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과학 학습에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제시문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하라

(가) 다음은 인체가 물체와 충돌할 때 작용하는 힘을 평가하는 문제로 뉴턴의 제2법칙을 적용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 예 1:어떤 사람이 1m/s로 걷고 있다가 걸려 있는 강철 막대기에 우연히 머리를 부딪쳤다. 약 0.01초만에 5mm의 거리에서 머리가 멈췄다고 가정하자. 머리의 무게는 3kg이다. 감속을 일으키는 힘은 얼마인가?
● 답 1:운동량의 변화(△mv)는 △mv=0-3kgm/s=-3kgm/s(-부호는 머리의 운동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며 힘은 운동방향과 반대로 작용한다)이다.
따라서 F=-3kgm/s/0.01s=-300N이다.

● 예 2:앞의 실험을 반복했을 때 강철막대가 2cm의 완충물을 갖고 있고 감속시간 t가 0.04초로 증가한다면 머리가 감속하는 데 작용하는 힘은 얼마인가?
● 답 2:F=△mv/△t=-75N이며 앞의 예와 비교해 많이 감소했다.

인체에서 나타나는 동적인 힘의 예로서 심장이 박동할 때(수축기) 체중이 증가하는 현상을 들 수 있다. 약 0.06kg의 혈액이 0.1초 동안에 심장에서 위쪽으로 1m/s의 속도로 방출된다고 하자. 혈액에 의해 위로 향하는 운동량은 혈액의 질량과 방출되는 속도의 곱인 (0.06kg)(1m/s)=0.06kgm/s이며 이러한 운동에 대한 반작용력은 (0.06kgm/s)/(0.1s) 또는 0.6N이다. 이 정도 힘은 반응이 민감한 스프링 형태의 저울에서 눈금을 움직이기에 충분하다.

1m 높이에서 뛰어내릴 때 다리를 펴고 착지한다면 상당한 충격을 받게 된다. 이때 몸의 감속은 대부분 발의 완충물 압축을 통해 일어난다. 부딪히기 바로 전 4.5m/s로 움직이고 완충물이 1cm정도 압축된다면 몸은 약 0.005초 만에 정지한다. 이 조건에서 다리에 작용하는 힘은 체중의 100배에 달한다. 체육관 매트에 착지한다면 감속시간은 더 길어지며, 정상적인 인체반응을 따른다면 감속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이기 위해 우리는 무릎을 굽혀 착지에 따른 힘을 줄일 것이다.

번지점프는 신축성 있는 고무로프를 매고 높은 장소에서 떨어지는 게임으로 번지 밧줄은 긴 거리에 걸쳐 사람을 감속시킨다. 번지점프는 자유낙하와 감속을 통해 전율을 맛보게 한다.

(나) 차가 단단한 벽에 정면으로 부딪치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자동차와 탑승자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자동차의 앞부분은 <그림 1>처럼 범퍼에서 시작해 구간별로 접혀 충돌거리 또는 시간을 증가시키도록 설계됐다. 이로 인해 접히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져 충돌에 따른 감속력이 줄어든다. 차의 앞부분은 심하게 손상되지만 내부는 별다른 손상이 없어 탑승자는 심하게 상처받는 일은 없이 타박상 정도로 그치게 된다. 안전벨트 시스템과 에어백은 충돌 시 머리와 몸통을 보호한다. 통계적으로 이런 장치는 손상과 사망을 줄이지만 부적절한 안전벨트, 유아용 안전좌석은 잘못 설치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그림 2>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고성능 비행기에서 비상탈출방법을 설계하거나 자동차와 일반 비행기의 안전설계에 사용된다. 조종사가 탈출을 위해 위로 튕겨나갈 때 가속도를 계산한 뒤 인체의 한계와 비교해 가속력과 기간을 조정한다. <그림 2>의 정보는 헬멧을 설계할 때 많이 쓰인다. 헬멧은 충돌시 눌림에 의해 속도를 줄이도록 설계돼 있다. 자전거 헬멧은 속도를 내며 달리다가 단단한 평지에 떨어졌을 때를 대비해 운전자의 머리가 24km/h 속도에서 부딪혔을 때의 충격을 견딜 수 있게 설계된다. 헬멧은 압축력에 대해 적절한 강도를 갖는 재료를 사용해 헬멧 완충물의 접힘이 감속시간을 늘려 머리가 받는 힘을 줄이도록 한다.

(다) 인체의 가속은 여러 가지 효과를 야기한다. ① 체중의 현저한 증가 또는 감소 ② 내부 정수압 변화 ③ 인체 탄력조직의 뒤틀림 ④ 액체 내 떠 있는 다른 밀도를 가진 고체의 분리 경향이다. 가속이 충분히 크다면 큰 가속력에 대항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근육의 힘이 없어 인체는 조절력을 잃는다.

어떤 조건 하에서 혈액은 인체의 여러 부위에 울혈된다. 울혈의 위치는 가속 방향에 영향을 받는다. 어떤 사람의 머리가 앞을 향해 가속된다면 뇌로 가는 혈액이 부족해져 일시적 시각상실과 무의식 상태가 올 수 있다.

궤도를 도는 위성에 있는 우주비행사는 무중력 상태에 있다. 최초의 유인 우주비행에 앞서 무중력의 생리학적 영향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는 우주에서 장시간 체류할 때 인체에서 일어나는 영향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는데 몇 가지 생리학적 변화는 일어나지만 인체가 무능력해지거나 영구적인 손상을 입지는 않는다고 한다.

조직은 가속에 의해 비틀릴 수 있고 힘이 커지면 찢기거나 파열될 수도 있다. 실험 정보가 거의 없지만 거대한 원심분리기를 이용한 몇몇 실험에서 가속도에 의해 조직이 찢어지기 전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자동차 사고로 대동맥이 복막으로부터 찢어진다면 사망은 아니더라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인체물리’, 존 카메론 지음


문제 01
1) 질량 60kg인 민수가 바닥으로부터 높이 1.8m인 담 위에서 가만히 뛰어내렸다. 공기저항을 무시할 때 철수가 바닥에 도달하는 순간의 속력과 도달하기까지의 시간을 구하라. (단 중력가속도는 10m/s2이다.)

2) 민수가 바닥에 착지하는 과정에서 6cm만큼 무릎을 구부리는 동작을 취했다면 바닥으로부터 받는 평균 충격력은 얼마인가?

3) 제시문 (나)의 <그림 2>를 참조해 앞의 착지동작이 안전한지를 설명하라


전문가 클리닉
운동량과 충격량의 관계식 또는 일-에너지 정리를 이용해 충돌시 감속 거리에 따른 평균 충격력을 구하고 주어진 자료를 이용해 해당 충돌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줄지 판단하는 문제입니다.

예시답안
1) 1.8m에서 자유낙하한 뒤의 속도이므로 등가속도 운동 관계식 2aH=v2 또는 역학적에너지 보존법칙 1/2mv2=mgH로부터 v=√2gH=6m/s가 된다. 중력가속도에 의해 1초에 10m/s씩 속도가 증가했으므로 6m/s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0.6초다. 또는 뛰어내리는 동안 일정 크기의 중력을 받았으므로 운동량과 충격량의 관계식 F△t=△mv로부터 600N×△t=360kgm/s이고 도달하는데 걸린 시간 △t=0.6s가 된다.

2) 무릎을 구부리는 동작을 취하는 시간을 구해보자. 착지한 뒤 정지할 때까지 바닥과 민수 사이에 일정한 크기의 힘이 작용해 등가속도 운동을 했다고 가정하면 무릎을 구부리는 동안의 평균 속력은 6m/s+0/2=3m/s가 된다.
따라서 이 속도로 6cm 이동하는 시간은 0.02초가 된다. 운동량과 충격량의 관계식 F△t=△mv로부터 민수가 받는 평균 충격력은 18000N이다. 일-에너지 정리로부터도 같은 결과를 얻는다.

3) 앞에서 구한 바닥 도달속력을 시속으로 환산하면 대략 22km/h가 된다. <그림 2>에서 시속 20km에서 생존한계에 해당하는 감속거리(0.01m보다 작음)보다는 훨씬 큰 0.06m를 확보하고 있으므로 생존에는 큰 지장이 없다. 하지만 낙하산을 이용해 착지할 때의 감속거리 40cm보다는 훨씬 작은 감속거리가 돼 주요 관절이 손상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 02

탑승 허용 가능한 최대 질량이 100kg인 번지점프대를 제작하려고 한다. 사용하려는 로프 길이는 20m이고 로프의 탄성계수는 200N/m라고 하자. 낙하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받는 공기저항력과 탑승자의 신장을 무시할 때 다음 물음에 답하라. (단 중력가속도는 10m/s2이다.)

1) 탑승자의 안전을 고려할 때 번지점프대의 높이는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

2) 번지점프를 하는 탑승자의 줄이 늘어나기 이전의 상태와 제시문 (다)의 궤도비행하는 우주비행사는 동일하게 무중력 상태를 경험한다. 무중력 상태의 물리적 의미에 대해 논술하고 이때 인체에 나타나는 생리적 변화를 서술하라.

전문가 클리닉
이 문제는 번지점프를 하는 과정에서 역학적에너지 보존법칙을 활용해 무중력 상태를 이해하는지 묻고 있습니다. 또 무중력 상태에서 인체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생리적 변화를 추론하는 능력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예시답안
1) 공기저항을 무시할 때 낙하 과정에서 받는 힘은 중력 또는 탄성력이므로 역학적에너지는 보존된다. 따라서 줄의 원래 길이를 l0, 탄성계수를 k, 최하점까지 줄이 늘어난 길이를 x라 하면 탑승자의 최대 질량을 m이라 했을 때 mg(l0+x)=1/2kx2이 된다. 이로부터 줄이 최대로 늘어난 길이를 계산하면 20m이다. 따라서 이때 탑승자가 지면과 충돌하지 않기 위해서는 번지점프대의 높이가 최소 40m보다는 높아야 한다.

2) 무중력 상태란 관측자가 중력을 받아 가속운동을 할 때 중력과 같은 크기의 관성력이 작용하는 것처럼 느껴 중력의 효과가 느껴지지 않는 상태이다. 자유낙하하는 관측자와 만유인력을 받아 지구 주위를 원운동하는 우주선 내 관측자는 모두 이러한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연골에 위아래로 가해지는 압력이 0이 돼 보통 때보다 키가 약간 커진다. 또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아 머리쪽 혈압이 높아져 얼굴이 붓고 발은 중력의 영향을 받을 때보다 혈압이 낮아져 붓지 않는다. 장시간 무중력 상태 하에서 생활하면 골격에 걸리는 부하가 감소한다. 그로 인해 뼈속에 저장되어 있던 칼슘이 혈액속으로 유입돼 혈액의 칼슘 농도가 증가한다. 그렇게 되면 혈액의 칼슘이온 농도를 적절히 유지하기 위해 칼시토닌이나 파라토르몬 같은 호르몬 분비에 변화가 생긴다. 
“이소연과 무중력 10일, 우주초파리를 모셔라”
2008년 04월 18일 | 글 | 박근태 기자ㆍkunta@donga.com |
 
19일 소유스 귀환… 카자흐 → 러시아 → 한국 긴급공수작전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씨가 지구로 돌아오는 19일 오후 5시 38분 국내 과학 사상 처음으로 우주에서 돌아온 초파리와 세포 및 미생물을 실험실까지 옮기는 특급 공수작전이 펼쳐진다. 소유스호가 귀환한 직후 관계자들이 실험 샘플과 짐을 꺼내는 장면. 사진 제공 미국항공우주국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씨가 귀환하는 19일 오후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한국을 잇는 특급공수작전이 펼쳐진다.

작전명은 ‘초파리와 줄기세포 구하기’. 공수품목은 8일 이 씨가 러시아 유인(有人)우주선 소유스호에 싣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가져간 초파리 1000마리와 6가지 세포 및 미생물 샘플들이다. 만일 정해진 시간 안에 세포와 초파리를 실험실까지 옮기지 못하면 작전은 실패다.


항온 용기에 담아 6시간 동안 2200km 이동


작전은 이날 오후 이 씨를 태운 소유스 귀환선이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시작된다. 소유스호가 낙하산을 펴고 내려오기 시작하면 지상의 대기조는 비상에 돌입한다. 이때부터 숨 막히는 시간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예상 착륙 지점은 카자흐스탄의 북부 도시 코스타나이 인근 초원지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최기혁 우주인개발단장을 포함한 대기조가 탑승한 차량과 헬리콥터는 일제히 레이더를 켜고 예상 착륙 지점을 찾아야 한다.

오후 5시 38분(한국 시간). 착륙 성공 직후 이 씨를 포함한 우주인들이 인터뷰를 하는 사이 최 단장은 세포 샘플과 초파리를 특수 용기에 담는다. 실험실까지 살아 있는 상태로 보내기 위해 줄기세포는 섭씨 36도 안팎, 초파리는 25도 안팎을 유지한다.

착륙 지점에서 200여 km 떨어진 코스타나이 공항으로 옮겨진 생물들은 다시 군용기에 실려 2000km 떨어진 모스크바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까지 옮겨진다. 다음 날 0시 50분 센터에 대기 중인 과학자들의 손에 세포와 초파리가 인계되면 6시간에 걸친 긴박한 공수작전도 끝난다.


실험실까지 빨리 올수록 실험가치 높아

이번 작전의 성패는 시간과의 싸움에 달려 있다. 그만큼 귀환 현장에 나가 있는 최 단장의 역할이 크다. 최 단장은 “이번 작전은 분초를 다퉈야 하는 시간과의 힘든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전시를 방불케 하는 방법으로 우주에서 돌아온 생물을 옮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의 과학자들은 무중력과 방사선에 노출됐던 생물을 이번에 처음 접해본다. 무중력 환경과 우주 방사선에 노출된 상태를 유지하려면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실험실로 보내야 한다. 우주에서 9박 10일을 보낸 생물은 시간이 흐르면 다시 지구환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또 과학자들은 살아 있는 실험 대상을 더 선호한다. 카자흐스탄의 4월 낮 평균 기온은 40도를 웃돈다. 자칫 섭씨 25도에서 사는 우주 초파리가 떼죽음을 당하기 십상이다.

초파리 실험을 주도하고 있는 조경상 건국대 교수는 “생물을 빠른 시간에 실험실까지 안전하게 옮겨야 우주에서 가져온 샘플로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측 협조 없으면 폐사할 수도


하지만 작전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씨의 귀환 예상 장소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 지상의 대기조는 가로 세로 50km인 광활한 벌판 한복판에 기다리고 있다가 우주선이 레이더에 나타나면 그때부터 추적을 시작한다. 우주선을 찾아 우주인을 꺼내고 실험 샘플을 찾아 모스크바까지 공수하는 데만 꼬박 한나절이 걸린다. 만일 소유스호가 예상 착륙 지점을 훨씬 벗어나 불시착할 경우 추적에는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

여기에 예측 불가능한 러시아의 상황도 원활한 공수를 방해하는 요소다. ‘에타 러시아(여기는 러시아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러시아 측의 시간 관리는 엉망이다. 만일 러시아행 비행기의 이륙이 늦어진다면 초파리와 세포의 생명은 장담하지 못한다.

장규호 바이오트론 사장은 “세포 샘플이 늦어도 23일 전에는 한국에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주에서 돌아온 6종의 샘플은 인하대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으로, 초파리는 건국대로 보내져 9박 10일간 우주에서 노출된 효과를 밝히는 연구에 쓰이게 된다.
8차례 교신 성공… 오늘밤 우주정거장 도킹
이소연씨 탄 소유스 순항
2008년 04월 10일 | 글 | 바이코누르=박근태 기자, 김상연 기자ㆍkunta@donga.com, dream@donga.com |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씨가 탑승한 러시아 유인우주선 소유스호는 순항하고 있으며 10일(한국 시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할 예정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9일 이 씨가 탄 소유스 TMA-12호와 러시아 모스크바 임무통제센터(MCC)가 이날 오후 3시까지 8차례 라디오 통신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교과부는 오전 9시 소유스호가 남대서양 상공을 정상적으로 통과했다는 소식을 MCC가 전해 왔다고 덧붙였다.

항우연 관계자는 “이 씨를 포함해 3명의 우주인은 MCC와 최장 20여 분에 걸쳐 교신을 주고받았으며 이 씨도 ‘아무 이상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백홍열 항우연 원장은 “이 씨를 태운 소유스호가 10일 오후 10시 9분 ISS와 도킹한다”고 말했다.

우주인과 우주선 상태는 모두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유스호는 현재 90분에 한 바퀴씩 지구를 돌며 매번 궤도를 5, 6km씩 높이고 있다. 이틀 동안 지구를 34바퀴 돈 뒤 지상 350km의 우주궤도를 초속 7.4km로 돌고 있는 ISS에 접근한다.

소유스호는 10일 오후 10시 ISS를 눈으로 볼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한 뒤 도킹을 위해 추진기를 반복해서 켰다 껐다 하며 1초에 수 cm에서 수십 cm씩 ISS에 다가간다. 우주선 맨 앞에는 탐침이 달려 있어 ISS의 도킹 장치와 맞물리게 된다.

도킹이 끝나면 ISS와 우주선은 서로 기압을 맞춘다. 기압이 다를 경우 해치(문)가 열리면 급격히 공기가 확산돼 위험하기 때문이다. 모든 과정은 자동으로 진행되며 필요할 경우 우주선 선장이 직접 조종하게 된다. 약 3시간에 걸친 도킹 작업이 끝나면 11일 0시 50분 이 씨와 세르게이 볼코프 선장, 올레크 코노넨코 비행 엔지니어 등 3명의 우주인은 소유스호 해치를 열고 나와 본격적인 ISS 생활을 시작한다.

이 씨가 ISS에 도착하면 ISS에 먼저 가 있는 러시아 우주인 유리 말렌첸코 씨가 인도한다.

ISS에서는 새로 온 우주인들에 대한 환영식이 열리며 환영식이 끝나면 이 씨는 MCC에 대기하고 있는 가족 및 한국 대표들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이 과정은 11일 오전 1시 20분경 SBS를 통해 생중계된다.

이 씨는 이후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받은 뒤 과학실험과 과학강연 등 본격적인 임무에 들어간다.

이 씨의 첫 임무는 미리 ISS에 보낸 무와 콩 씨앗을 꺼내 무중력 상태에서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식물 생장실험이다. 항우연은 이를 위해 2월 11종의 식물 씨앗을 먼저 ISS로 보냈다.

큰그림 보러가기

 
[로그인] [회원가입] 아이디 비밀번호
“철사에 소리 담는 와이어 축음기 처음 보죠?”
한얼테마과학관 이우로 관장
2008년 04월 04일 | 글 | 여주=박근태 기자ㆍkunta@donga.com |
 
미국과 유럽의 대형 과학관과 기업 박물관을 들러본 이들은 그 광범위한 수집품 규모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우리는 왜 이런 소장품들이 없는 걸까’라는 부러움이 앞선다. 기껏해야 전시물 몇 개, 사진 몇 장을 전시하는 변변치 못한 우리 과학문화의 현실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한국에도 이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은 수집광들이 있다. 모르는 사람은 ‘잡동사니’ ‘고물상’이라는 멸시에 찬 조소를 보내기도 하지만 이런 시선에 절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들의 열정과 노력, 애환을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기획 보도한다.

사과 궤짝만한 노트북… 270년 된 현미경…

“폐교에 쌓아놓은 50만점… 박물관 단지가 꿈”


“광복 직후 미군정청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게 기억이 났어. 어떻게 구할 수 없을까 백방을 수소문했지. 천신만고 끝에 미국을 다녀온 사람에게 부탁을 했지. 근데 소리가 안 나오는 거야. ‘헛수고 했구나’ 그랬지. 한데 얼마 뒤 이게 또 툭 튀어나온 거야. 어떻게 안 사고 배기겠어? 미치지 미쳐. 허허.”

컴컴한 수장고에서 조심스레 상자 하나를 꺼내든 노신사의 눈빛이 밝게 빛났다. 경기 여주군 한얼테마과학관 이우로(81) 관장. 꺼내 놓은 상자 안에는 1920년대 마그네틱테이프가 발명되기 전 철사에 소리를 담던 와이어 레코드가 들어 있었다. 발명지인 미국에서도 찾기 힘든 희귀물품 중에도 희귀품이다.

여주군 대신면 옥촌리의 한 폐교 터엔 그가 한평생 서울 중구 황학동과 종로구 인사동,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다리품을 팔아 모은 50만 점의 수집품이 모여 있다.

1980년 신군부의 언론통폐합 당시 문을 닫은 TBC방송국의 카메라와 송출 장비, 테이프를 비롯해 전북 군산에서 찾아낸 80년 넘은 치과 의자까지 가짓수는 물론 종류도 어마어마하게 방대하다. 270년 된 현미경, 희귀품인 쌍안현미경, 현대식 전자현미경 등 그의 소장품 목록에 오른 현미경만 1000개. 1970, 80년대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마그네틱테이프를 감아 쓰던 컴퓨터도 그의 소장 목록에 올라 있다.

1974년 8월 15일 서울 지하철 개통식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승한 차량도 이곳에 와 있다. 개통식 직전 열린 광복절 행사에서 대통령 부인이 저격에 쓰러진 뒤에도 박 대통령이 꼿꼿이 탔던 바로 그 차량이다. 철도공사의 창고에서 녹슬어 가던 것을 찾아 여주까지 옮기는 데 꼬박 2년이 걸렸다.

‘수집품 중에 뭐가 제일 비싼가’라는 질문에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게 있나. 내게는 다들 자식이나 다름없어. 물론 비싸게 주고 산 것도 있지. 근데 꼭 오래되고 비싼 것만 중요한 게 아니야.”

1960, 70년대 사회부 기자로 맹활약하던 언론인 출신의 그가 수집의 묘미에 빠진 건 우연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의사셨어. 어릴 때부터 현미경도 보고 그랬지. 게다가 기자 생활을 하면서 체신부 출입을 13년이나 했어. 마침 전화국의 교환기가 기계식으로 교체되던 시기여서 기계에 대한 얘기를 접할 기회가 많았지. 현미경과 카메라 수집을 시작하게 된 것도 그런 영향 때문인 것 같아.”

그의 컬렉션은 입소문을 타고 주위에 번져갔다. 그래서 소장품을 둘러싼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언젠가 누구나 알 만한 기업의 관계자가 찾아왔다. 회사에 박물관을 만드는 데 정작 자사가 1970년대 생산한 어떤 제품이 없다는 것. 수소문 끝에 여기에 있다는 걸 알고 찾아와 비싼 값을 쳐 준다고 했다. 하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기네 물건만 보여주는 박물관이 무슨 박물관이냐’는 게 그의 견해였다.

“과학문물은 보통의 전통유물과는 성격이 달라. 기술의 진화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지. 지금의 노트북PC가 갑자기 등장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예전에는 사과궤짝만 한 노트북을 썼어.”

그러면서 그는 일본 캐논이 1970년대 개발한 진짜 사과상자만 한 노트북을 꺼내놓았다. 평생 그에겐 가장 기다려지는 하루 일과가 있다. 하루 두세 차례씩 들여오는 수집품을 손수 일일이 닦고 조이는 시간이다. 노랗게 색이 바랜 사용설명서도 꼼꼼히 읽어 내린다.

“당연히 사용법을 알아야 보러 온 사람들에게 설명을 해 주지. 과학관의 전시물은 살아 있어야 해. 진짜를 보여주고 만져보도록 하는 게 진짜 살아있는 과학교육이야. 깡통 두드려서 만든 모조품을 보여주면서 우주로켓이라고 설명하는 게 말이 되나.”

그의 꿈은 이곳에 광학, 음향학, 의학 등 주제별로 20개 전문 박물관 단지를 짓는 것이다. 또 이 모든 기록을 후대에 생생히 전할 과학관 전문 학예사 학교를 세우고 싶어 한다.

평생을 그렇게 고집스럽게 살아온 그의 삶에도 슬픔은 어려 있었다.

“이곳에 와서 거의 10년을 혼자 살았어. 땅도 모두 팔고 집까지 저당 잡히면서 낡은 골동품 사는 데 써버렸는데 가족들이 좋아할 리 있겠어? 그래도 언젠가 이 모든 걸 사회에 돌려주겠다는 내 뜻을 알아줄 날이 있을 거야.”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은 폐교 운동장엔 그가 평생을 모은 수집품들이 방수막을 뒤집어 쓴 채 때마침 내린 비를 그대로 맞고 있었다. 군수가 바뀔 때마다, 군 의원이 바뀔 때마다 박물관 단지 조성을 돕겠다는 공약은 남발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행은 되고 있지 않다.

“나는 내게 남은 날을 날짜로 계산하지 않아. 시간으로 따지지. 어서 이걸 이어서 운영해갈 후임자를 찾아야 하는데 걱정이야. 얘들을 그냥 남겨놓고 가면 다시 뿔뿔이 흩어질 텐데 어쩌나.”

한평생을 사라져 가는 근대 과학문물 수집에 바쳐온 노수집가의 눈시울이 어느새 젖어들었다.
진화론과 지적 설계론
이규태의 과학 칼럼
▲ 찰스 다윈  ⓒ
생명체는 너무나 복잡해서 원숭이로부터 비롯됐다는 다윈의 진화론으로는 그 뿌리를 설명할 수 없다해서 어떤 지적(知的)인 초월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거라는 창조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물론 이 미지의 지적 초월자가 신이란 말은 하지 않고 있지만 기존 생명의 기원과 혼동시키지 않으려 신을 거론하지 않은 것일뿐 창조론과 큰 차이는 없는 것이다.

150억년 전에 우주가 형성되고 40억년 전에 지구가 형성되었으며 2억년 전쯤 지구에 포유류가 등장하고 6500만년 전에 공룡이 멸망한 다음 400만년 전에 처음으로 원시인류의 흔적이 나타났으며 불과 100만년 전에 현재의 인간이 출현했다는 사실만은 진화론이 입증한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과학이 첨예하게 발달할수록 생명의 미묘한 형태들에 대해 진화론은 여태까지 해오던 분명한 설명에 궁색한 경우를 당해온 것이 비일비재하다. 이 궁지가 거듭되자 어느 위대한 지적 초월자의 설계로 미루지 않을 수 없는 지적 설계론의 입지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사상가로 다윈 마르크스 프로이드 세 사람을 드는데 이미 마르크스와 프로이드의 사상은 비판받고 해체 전야에 처해 있으며 다윈도 그에 접근해가는 조짐으로 이 지적 설계론의 기승을 보는 이도 있다. 기독교의 믿음이 깊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적 창조론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 이래 미국의 여러 주(州)를 비롯 스페인 이탈리아 등지에서 진화론과 병행해서 지적 창조론도 가르치기로 한 학교가 늘고 있다. 명문 하버드 대학에서는 100만 달러의 기금으로 진화론의 함정이 뭣이며 지적설계론이 영합되는 근거가 뭣인가를 연구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1925년 미국 남부 테네시주 의회에서 성서의 천지 창조설에 반하는 어떤 이론도 학교에서 가르쳐서 안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었다. 한데 스코프스라는 한 생물학 선생이 그와 위배되는 진화론을 가르쳤다해서 벌어진 재판은 신학과 과학싸움의 분수령으로 유명하다. 이 재판은 국무장관을 역임하고 대통령후보로 세 번이나 지명되었던 브라이언이 검사로, 미국에서 가장 유능한 변호사로 알려진 다로의 변호로 온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재판이었다.

100달러의 벌금형으로 스코프스가 패소했지만 그 후 꾸준한 투쟁으로 이 주법은 폐기되었고 교황 바오로2세는 1996년 말께 '진화론은 이미 가설의 영역을 넘어섰다. 하지만 우리의 정신은 신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진화론과는 관계없다'하고 정신과 육체를 갈라 진화론을 복권시켰었다.

찰스 다윈이 만년에 한 친구에게 띄운 편지 속에 자신이 심한 열병으로 죽음 곧 임사체험(臨死體險)한 사실을 적고 있다. 예수교 신도였던 자신은 신 가까이로 가고 있었는데 신은 굳게 닫힌 문밖에 격리시켜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그 추운 공간에서 떨고 있어야 했다고 했다.

그 소외공간에는 자신말고도 이단 심판소에서 손톱 발톱을 빼인 백발의 갈릴레오도 그곳에 와있었고 화석 하나를 두고 인류 이전의 원형인 짐승 뼈라 했다 해서 고문 받은 지질학자 파소니도 피골이 상접한 채 그곳에서 떨고 있었다. 다윈이 학문의 양심을 저버리지 않았을 뿐이지 신앙의 양심이 그 때문에 손상되지 않았음을 신의 품에 안기지 못했던 추웠던 임사체험을 미루어 알 수 있게 한다.
[리치 사이언스] 소머즈는 바가지를 썼을까?
2008년 03월 31일 | 글 | 김상연 기자ㆍdream@donga.com |
 
케이블TV에서 최근 ‘바이오닉우먼 소머즈’라는 이름의 미드(미국드라마)가 방영을 시작했습니다. 1976년 미국에서 처음 방송을 탔던 ‘소머즈’를 현대에 맞춰 재탄생시킨 거지요.
과학동아는 마침 4월호에 ‘2030 바이오닉맨’이라는 주제로 특집기사를 썼습니다. 천리를 내다보는 눈, 듣고 싶은 소리만 골라 듣는 귀, 철근을 솜털처럼 들어 올리는 팔과 다리 등 의공학자들이 앞으로 20년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연구들이지요.

제가 재미있게 본 건 뇌입니다.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바꿔 주는 기관인 해마를 인공해마로 대체하거나 컴퓨터와 연결하면 뇌의 기억용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난다고 하네요. 미래가 궁금하신 분들은 어서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으로…^^.

다시 코너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서 돈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1976년 소머즈를 만든 비용은 600만 달러(60억 원)입니다(쉽게 말하면 600만불의 사나이에 이은 600만불의 아가씨겠죠). 그런데 2008년 소머즈는 5000만 달러(500억 원)입니다. 아니 이런. 시간 좀 흘렀다고 가난한 소머즈에게 10배나 되는 바가지를 씌우다니….

과연 소머즈는 바가지를 썼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1972년에서 32년이 흘렀는데 그새 물가가 그만큼 오른 거지요. 아니 물가가 이렇게 오를 수 있냐고요?
만일 물가 인상율이 3%라면 올해 100원 하는 물건은 내년에는 103원이 됩니다. 이듬해에는 106.09원이 됩니다. 그 이듬해에는 109.27원이 됩니다. 소수점 이하로 이상하게 따라붙는 녀석들이 있죠? 그게 바로 복리에 의한 효과입니다.

이자만 복리가 있는 게 아닙니다. 사실 물가는 가장 대표적으로 복리로 늘어나는 돈입니다. 처음에는 별게 아닌데 시간이 많이 흐르면 어마어마한 숫자로 불어납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복리를 8대 불가사의라고 불렀지요.

소머즈를 만든 비용을 물가를 고려해 계산해 봅시다.
소머즈는 두 다리, 팔 하나, 귀 하나, 눈 하나를 인공장기로 바꿉니다. 원작에 비해 눈이 늘어났습니다. 600만 달러일 때 장기 하나를 150만 달러라고 한다면 2008년 소머즈는 1976년 기준으로 750만 달러가 들어간 셈입니다(눈 하나 추가…어째 으스스)

1976년 이후 평균 물가 인상율은 아쉽게도 잘 모릅니다. 올해 정부 목표가 3% 대인데요, 여기에 맞추면 <750만 달러 * 1.0332 = 1931만 달러>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역사적으로 저물가 시대입니다. 만일 5%라고 하면 3574만 달러가 나옵니다. 6%라고 하면 4840만 달러입니다. 실제 들어간 돈과 거의 비슷합니다(물가가 복리가 아닌 단리로 오르면 2190만 달러가 됩니다). 7%라고 하면 소머즈는 횡재했습니다.

게다가 소머즈에는 나노기술 등 현대의 온갖 첨단 기술이 적용됩니다. 원작보다 확실히 성능이 좋아 보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소머즈가 바가지를 쓴 건 아니지요. 물론 돈은 소머즈 뒤에 있는 비밀단체에서 냈겠지만요.
아래 한글로 작선한 영한 물리 용어집입니다.
Eng-Kor.hwp
0.26MB

'과학 관련 자료 > 물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합모의 평가 기출문제  (0) 2009.09.22
흥덕고 물리1 학습자료 1. 힘과 운동  (0) 2009.03.0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