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째 8월 2일

- 날씨 : 맑음 후 한때 비 
- 운행 : 8:00 아침식사 -> 9:00 테스콜 피크로 출발 -> 12:40 테스콜 피크(고도 3100 m)
          ->13:00 하산 시작 ->14:30 하산완료 ->14:50 테스콜에서 중식 ->16:25 호텔 도착 

 

호텔 지하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빵, 달걀후라이, 차)을 느긋하게 먹고 물을 챙겨 담고, 간식 등을 배낭에 챙겨 오늘은 고소적응 차 테스콜 피크(3100 m) 등반에 나선다.

호텔을 벗어나 아자우를 향하는 도로옆에 나 있는 오솔길과 도로를 따라 25분 정도 올라가면 테스콜 피크로 향하는 임도가 나온다. 정상에 천문관측소가 있어서 임도가 개설되어 있다. 
숲 속 오솔길은 참으로 아름답다. 곧고 키가 큰 소나무와 자작나무, 빙하가 녹아 흐르는 계곡물, 그곳을 가로지르는 운치 있는 나무다리, 지천으로 피어있는 들꽃을 보면서 걸으니 발걸음이 너무 가벼워지는 듯 하지만,
천천히 고도를 높여 갈수록 고소가 일찍 찾아오는 사람은 조금씩 고소증상이 나타난다.
주변 산세는 박산 계곡을 사이에 두고 던구샤르, 나크라, 체켓봉 등이 엘브루즈와 마주보고 있으며, 오늘은 아쉽게도 유럽 최고봉인 엘브루즈의 정상은 구름에 가려 볼 수가 없었다. 최고봉은 역시 최고봉, 아무 때나 그 위용을 자랑하지 않는가 보다.  
3시간30분 정도 산행 끝에 테스콜 피크에 다다라 간식을 먹으며 쾌적하고 선선한 바람이 불고 푸른 하늘에는 흰 구름이 띄엄띄엄, 3000m 이상의 고지인데도 군데군데 피어있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을 보며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산행기간 내내 의사소통문제로 고충을 겪여야 했지만, 출발할 때에는 피크에 카페가 있어 점심식사가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정상에는 천문대외에는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다. 점심을 먹으려면 다시 숙소까지 가야한다고, 대원들은 가이드 사샤를 원망하며 금주린 배를 감싸쥐고 빠른 하산을 시작한다.
체켓봉 좌측에 4470 m의 던구샤르봉이 위용을 자랑하는데, 현지가이드 이야기로는 1962년에 러시아 등반대에 의해서 초 등정된 이후 현재까지 재등만 이루어진 아주 등반이 어려운 봉우리라고 한다.
그 봉우리 밑에 형성된 대형 7자모양의 빙하가 인상적이다.
두 시간쯤 내려가 완료 후 테스콜의 로컬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장비 렌탈이 필요한 다른 일행을 위해 장비 렌탈점으로 이동한다.
저녁을 먹고 내일은 엘브루즈 베이스인 배럴 산장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장비와 짐 일체를 다시 정리하고, 다같이 한지리에 모여 향후 일정에 관해 논의하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취침.
 

시간정보는 카메라 시간 조정을 못하여 -5시간을 하여 참고하면 된다.

고소적응을 위하여 테스콜 피크(3100 m)를 등반하였다.

혹 다음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테스콜 피크보다는 체겥 피크쪽이 설산이 훨씬 가깝고 풍경이 더 좋아 그쪽으로의 고소 적응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코카서스 산맥에 위치한 Donggusorun, Nakra peak가 체겥에서 가까이 보인다.

아침일찍 일어나 주변 풍경을 담아보았다.

 

    

 

 

건물의 벽 무늬가 너무 아름다워...  

홍대입구를 생각나게 하는 문자 디자인을 보고

 

산행중에는 아주 다양한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화산활동으로 생겨난 주상절리가 이색적이다.

  

 척박한 땅에는 이름모를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피여있다.

  

 

 

 

 

물 가까이에 가다 보니 카메라렌즈에 물이 튕겨서...

 

  

 

 

 

 

 

 

 

 정상에는 천문대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날씨가 맑다가도 비가 내리는 일이 종종 있으므로 소형우산이나 우비를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체겥에서 

백두클라이밍 유럽 최고봉 엘브루즈 원정

산 행  지 : 러시아 볼쇼이 코카서스 산맥 엘브루즈(5642 m)

산행기간 : 2012년 7월 31일~8월 9일(9박 10일)

등반루트 : 남면 노멀루트

               배럴산장(3,700 m) -> 푸리웃 산장(4,100 m) -> 파스트초브 바위(4,620 m)

               -> 새들(5,300 m) -> 서봉정상(5,642 m)

대원소개 : 원장 대장 : 정창호(60),

               등반 대장 : 박종익(50)

               대       원 : 민양식(58), 신철기(56):식량, 김태수(55):의료, 최승원(53),

                               윤석완(53), 이대영(52), 이범훈(51):기록

등반목적 : 고산 정상 등반 능력 배양

               고소 적응 능력 향상

 

7월 31일 12시 50분 인천공항 출발

             17시 15분 러시아 항공인 아에로플로트(AEROFOLT) 항공 이용 약 9시간 30분 만에 모스크바

             세르메치예보공항(D)에 도착(시차 -5시간)

8월 5일 엘브루즈 정상 공격

8월 9일 귀국

 

1일차

- 날씨 : 맑음(서울), 맑음(모스크바)

- 운행 : 7:30 집 출발 -> 7:45 청주시외버스터미널 도착->8:00 청주 출발 -> 10:05 인천공항도착  

           ->10:10 윤석완, 최승원 대원과 만남 ->12:50 인천공항 이륙(러시아 에어로포트 항공)->

           ->17:00 착륙(러시아, 세레메체보공항(D))

           ->19:35 호텔 도착

 

인천에서 모스크바까지 비행시간 약 9시간 25분

러시아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 어디가 입국 수속을 밟는 곳인지 몰라 헤메이다가

공항앞에서

공항에서 숙소까지 약 17 km가 떨어져 있다고 하는데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1시간 30분이 걸렸다.

심할때에는 4~5시간 걸리기도 한다고 한다. 이곳이 이렇게 극심한 교통체증이 일어나는 이유는 어느나라나 마찬가지로 차량의 증가가 첫번째 원인이며, 두번째로는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차선이 어디이던간에 경찰관이 나타날때까지 사고 현장을 그대로 유지하는 러시아 인들의 습성도 한몫한다고 한다. 실제로 사고 현장을 보니 두 운전자가 차안에서 가만히 앉아 경찰관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관이 도착하면 운전자를 한사람씩 구석으로 데려가 대화를 나누는데 밑거나 말거나 두 운전자중 조금이라도 돈을 많이 건내는 사람쪽 손을 들어준다고 한다.

숙소에 도착하여

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당시 선수촌으로 건립되었던 이즈마일로보(IZMAILOVO 알파) 호텔에서 휴식

80년, 84년 이념전쟁으로 반쪽짜리 올림픽을 치뤄야 할 때 선수숙소로 사용하였던 곳을 리모델링하여 호텔로 사용한다고 한다.

러시아인들의 자존심인지 특히나 이곳에서는 영어 알파벹을 찾기가 힘들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베낭여행객들이 최종적으로 찾는 나라중에 하나이기도 하다고 한다.

러시아를 방문한는 모든 사람은 최소한의 러시아인들과 대화에 필요한 문장은 적어와야 여행하는데 그나마 약간의 도움이 될 것이다.

 

 

2일차 : 8월 1일
- 날씨 : 맑음
- 운행 : 5:15 호텔 출발 ->6:15 공항 도착(세레메체보공항) -> 8:55 이륙 ->11:15 착륙(민보디 공항)
         ->11:55 공항출발 ->15:30 볼프람 호텔 도착(체겥) ->18:00 저녁식사

 

5시에 기상, 서둘러 호텔을 나서 모스크바 국내선 공항(세레메체보1공항)으로 향한다. 이른 시간이라 교통체증 없이 약 1시간만에 공항에 도착하였다. 공항 가는 길에 차창 밖으로 본 모스크바 시내의 경관은 산을 볼 수 없는 평원에 자리잡고 있고 시내를 통해서 흐르는 모스크바 강과 잘 어우러져 아름다웠으나 어딘지 어두침침한 구석이 느껴졌다.
하늘은 맑고 선선한 초가을 날씨 . 탑승수속 끝내고 모스크바 남단의 도시 미네랄리보디로 향발.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광활한 경작지는 자원대국 러시아를 실감케 한다. 끝없는 경작지를 보면서 대체 이 넓은 대지에 무엇을 어떻게 재배하고 수확하는지 궁금해진다.
2시간 20분 비행 끝에 미네랄리보디 공항에 착륙하니 날씨는 한국의 전형적인 여름 날씨처럼 꽤 후덥지근 하다.
공항 검색을 마치고 공항을 빠져 나와 이번 산행의 현지 가이드 사샤가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중형 버스에 짐을 싣고 오늘의 목적지인 체겥으로 향한다.
가는 길은 왕복2차선 도로인데 마치 3차로인양 자연스러운 추월이 이루어진다. 다행히 우리기사는 안전 운행을 한다. 한참을 달려도 산은 보이지 않고 끝없이 펼쳐진 평원에 수수와 해바라기 농장의 풍경들이 펼처진다. 출발한지 두 시간 정도 지나자 주변에 녹색의 카펫을 덮은 듯한 산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곧 박산 계곡 초입에 다다르니 멀리서 눈 덥힌 봉우리가 간간히 보이면서 더욱 가슴을 설레게 한다. 정확히 3시간을 달려 박산 계곡의 중심부 체겥 볼프람 호텔에 도착했다.
방 배정 후(2인1실,태수형과 한 방) 짐 정리함. 호텔이라기 보다는 낡은 산장 같았지만 아늑함을 느끼기에는 침대와 세면실이 너무 낡았다. 그나마 온수가 제대로 나온다는 것이 다행이다.
 
짐을 대충 정리하고 호텔 주변을 산책하니 박산 계곡의 풍경이 가히 일품, 멀리는 빙하와 만년설을 이고 있는 영봉, 가까이는 초록의 잔디를 덮어놓은 듯한 산자락, 계곡에는 빙하가 녹은 물이 엄청난 수량을 자랑하면 시원스럽게 격류가 되어 흐르고, 길가의 이름 모를 들꽃들은 과히 사진 속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체겥은 고도가 2100m로 맑은 날씨에 기온은 23도 정도로 우리의 초가을 날씨 우리가 등정할 엘브루즈 봉이은 저멀리 보인다.

 

05시 15분 모스크바 공항으로 출발을 위하여 호텔을 나서며

06시 19분 탑승수속을 밟고 있는 이대영 대원

 

김태수/정창호

신철기

 

스타브로풀 주, 미네랄리니예 보디 공항 도착

영어 가이드 미팅 후 차량이동(약 3시간)

영어 가이드이지만 영어구사능력은 그리 썩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산행기간 내내 의사소통 문제로 참으로 고생을 많이 하였다.

테스콜로 향하는 중

길 양옆에 끝없이 펼처진 해바라기와 옥수수 농장이 우리를 반겨준다.

해바라기를 찍기 위해 잠시 길가에 주차하고

카바르디노-발카리야 자치공화국 박산계곡의 체겥 Volfram Hotel 도착

 

자작나무 숱으로 고기(샤슬릭)를 굽기 위하여 어느 식당앞이건 이렇게 자작나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문제라면 이곳 음식이 너무 짜다는 것

 

2012. 01. 12.[]

 

  트레킹의 마지막 날, 배달된 모닝콜에 잠을 깨어 홍차 한 잔 마시고 카메라를 들고 옥상으로 향했다. 부지런한 윤석주 자문위원님, 박종웅 자문위원님, 김영식 대장님 등 몇 분은 벌써 와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일출과 함께 붉게 물들어 있는 치소파니 계곡의 운해사진을 몇 장 찍었다. 상쾌한 아침이었다. 오늘도 예외없이 730분에 출발 준비를 하였다. 히말라야의 설산 풍경은 오늘이 마지막날이라 시바푸리 국립공원으로 들어서기 전 마을 어귀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설산과의 작별이 너무 아쉬워 모두들 청소년처럼 연령대별로 그룹을 지어서 점프샷을 찍기도 하였다. 나도 50대 그룹과 점프샷에 동참은 하였으나 무거운 등산화에 몸이 무거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들 몇 번씩이나 재도전을 하여 사진을 찍었다. 여성대원들은 소녀들처럼 좋아하며 점프샷을 하였는데, 역시 최선을 다하는 여성대원들의 점프샷이 어느 그룹보다도 가장 유연하고 좋았다.

 

 

[점프샷에 최선을 다하는 여선생님대원 채영수, 지용희, 오인숙, 권현진선생님(좌로부터)_김영채 사진]

 

 

  우리가 점프샷을 하며 사진을 찍는 동안 가이드 핀죠는 국립공원사무소에서 입장권을 사왔다. 치소파니에서 순다리잘까지의 하산 길은 새로운 국립공원 지역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별도의 국립공원 입장권을 새로 사야 했다. 이곳은 카트만두에서 가까운 시바푸리 국립공원(Shivapuri National Park)이다. 시바푸리 국립공원의 수목들은 열대우림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고사리 종류의 식물도 그 크기가 엄청나게 커서 사람 키를 훌쩍 넘겼고, 대부분의 나뭇가지에는 수염이끼가 길게 매달려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었다. 고개를 넘기 전에는 북사면의 응달이라 나뭇가지에 서리가 하얗게 얹혀있었으나 고개를 넘으니 따뜻한 햇살을 받아 꽃이 핀 나무들이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정원수로 많이 쓰이는 서향나무가 많이 있어 한창 향기로운 꽃을 피우고 있었다.

  치소파니에서 물카르카를 향해 가는 동안 아름다운 헬람부의 자연과 마을 풍경을 사진에 담느라 걸음이 늦어져 자연히 대열에서 맨 뒤로 쳐졌다. 우리 대열의 맨 뒤에는 클라이밍 셀파인 리마가 있어 자연스럽게 리마와 얘기를 많이 하며 걸었다. 리마(34)는 키가 크고 약간 깡마른 체격을 지녔는데 외유내강형 사람처럼 친절하면서도 매우 강인해 보였다. 고향이 네팔의 동쪽지방인 쿰부 히말쪽이라고 했다. 내가 8천 미터급의 산을 등정한 경험이 있느냐고 했더니, 에베레스트를 네 번이나 등정을 했고, 마칼루에는 네 번을 가서 두 번 등정을 했다고 하여 깜짝 놀랐다. 셀파이지만 대단한 등반가였다. 리마는 자녀가 아들 둘과 딸 둘로 네 명이라고 하는데, 막내아들은 이제 태어난 지 두 달 되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 탐사대의 맨 뒤에 서서 뒤에 쳐지는 대원이 있으면 묵묵히 뒤에 남아 기다렸다가 함께 행동하며 우리 대원의 뒤를 지켜준 믿음직한 스텝이었다. 가끔 내가 사진 찍느라 뒤에 남겨지면 저만치에서 나를 기다렸다가 꼭 함께 가주는 고마운 사람이었다. 우리 대열의 맨 뒤에는 항상 리마가 있어 매우 든든하였다. 내년에도 히말라야에서 리마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탐사대의 대열 후미를 지켜준 믿음직한 클라이밍 셀파 리마(34)와 함께_탐사대(김영채) 사진]

 

 

  마을과 가게들을 지나 1050분경에 물카르카(Mulkharka 1,855m)에 도착하였다. 롯지 옆 큰 나무에 걸린 이정표를 보니 치소파니에서 물카르카까지 트레일코스는 14km, 도로로는 22km가 떨어져 있다고 돼있다. 우리는 약 3시간 20분 만에 도착하였으니 내리막길이라서 운행속도가 상당히 빠른 편이었다. 물카르카에서 라면으로 이른 점심식사를 하였다. 긴 트레킹을 마치고 하산하여 등산화를 벗고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쉬는 짧은 시간이 이처럼 편안하고 행복할 수가 없었다. 물카르카에서 점심을 먹을 때, 고사인쿤드에서 만난 일본인 젊은 커플을 다시 만나 우리 탐사대와 함께 점심식사를 같이 하였다. 약간 매운 맛의 한국 라면이 매우 맛있다고 했다. 헤어질 때 일본인 여성은 일본인 특유의 예절바른 모습을 보이며 우리 대원들과 낱낱이 작별인사를 하고 떠나갔다.

 

  물카르카에서 순다리잘(Sundarijal 1,460m)까지는 한 시간 거리가 못되었다. 물카르카의 마을 아래를 지나면 작은 댐이 나오는데 카트만두에 식수를 공급하는 상수원 저수지라고 하였다. 시바푸리 국립공원은 카트만두에서 가까워 많은 네팔의 젊은이들이 평상복 차림으로 국립공원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젊은 아가씨들이 하이힐을 신고 계단을 올라오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시바푸리 국립공원 사무소 옆을 지나 민가 사이를 내려가다가 집 텃밭 주변의 나무에서 작은 원숭이들이 모여 나무열매를 따먹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야생의 원숭이들이 마치 마을의 애완동물처럼 보였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가게도 많아져 콜라 회사의 붉은 간판도 줄이어 있었고 길거리에 사람이 점점 많아졌다. 1220분에 순다리잘의 바자르에 도착하였다. 순다리잘의 버스 터미널은 마치 시골에 오일장이 선 것처럼 매우 붐볐다. 웬 사람들이 이렇게 많나 싶을 정도였다. 순다리잘의 번잡한 바자르에서 우리들을 태운 대형 버스가 출발하였다. 카트만두를 향하는 버스와 함께 히말라야 트레킹의 대장정이 막을 내리고 있었다.

 

  트레킹을 떠나기 전에 카트만두에 와서 묵었던 로얄싱기호텔에 한 시간 만에 도착하였다. 호텔 로비에 앉으니 지난 트레킹 일정들이 꿈처럼 느껴졌다. 돌이켜보니 정말 아름다운 히말라야의 풍경이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새록새록 생각이 나겠지만 몇 시간 전까지도 걸었던 히말라야에서의 하루하루가 아련히 먼 일들처럼 느껴졌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내년 겨울에는 다시 올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접고 먼저 샤워부터 하였다. 거의 2주일 만에 샤워를 하니 기분이 좋아지고 몸과 마음까지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남쪽의 유리창으로 호텔 객실 깊숙이 봄 햇살 같은 따뜻한 햇볕이 내려쬐었다. []

 

 

 

 

출처 : 충북등산학교
글쓴이 : youngcha 원글보기
메모 :

 

2012. 01. 11.[]

 

  730, 쿠툼상의 롯지인 쿠툼상호텔을 떠날 때의 주위 풍경은 장관이었다. 동남쪽 아래의 계곡에는 운해가 가득하여 바다처럼 넘실대었고, 마을 북쪽은 눈 덮인 랑탕 히말의 능선이 북쪽하늘을 가로막고 있었다. 탐사대는 갈 길을 재촉하는 데도 한 발짝 떼고 뒤돌아보고 한 발짝 떼고 뒤돌아보기를 수차례, 여러 장의 사진을 카메라에 담고 아쉬움을 달래며 발길을 옮겼다. 10분쯤 걸어 마을 어귀에 있는 스투파(불탑)와 마주쳤는데, 크기는 3m 정도로 어제 보았던 스투파에 비하면 그리 크지는 않았다. 스투파 건너편에는 마을 보건소도 있었다. 그런데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마을 보건소의 문이 잠겨있었다. 트레킹 도중 아침에 마을을 떠날 때 보게 되는 보건소들은 하나같이 문이 잠겨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탐사대가 아침에 너무 일찍 마을을 떠나다보니 직원의 출근 전이라 잠겨있는 보건소 문만 본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치플링에서 만난 순박한 어린이들_김영채 사진]

 

 

  우리는 마을을 벗어나 따뜻한 남쪽을 향하여 계속 고도를 낮추면서 걸음을 재촉하였다. 네팔의 북쪽 히말라야 산맥에서 남쪽의 카트만두 사이에 있는 평야지대를 헬람부(Helambu) 지역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현재 걷고 있는 곳이 헬람부 지역이었다. 특히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이 구간은 고사인쿤드 트렉헬람부 트렉이 겹치는 구간이다. , 곱테와 마깅고트 사이에 있는 타데파티반장(Thadepati Bhanjyang 3,690m)에서 순다리잘까지 두 트렉이 겹치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 이 겹치는 구간을 걷고 있는 것이다. 헬람부 지역의 가장 큰 특징은 좁은 계단식 밭인 것 같았다. 급경사의 산자락을 계단식으로 개간하여 밭을 만들었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었다. 고도가 낮아질수록 계단식 밭에는 곡식이 자라고 있어 푸르름이 짙게 보였다. 민가 근처의 밭에는 노랑 유채꽃이 핀 곳도 많이 있어 마치 우리나라의 봄 풍경을 보는 것 같았다.

  쿠툼상에서 30분 쯤 걸어 내려와 빈 롯지 마당에서 오래 쉬었다. 김영식 대장님이 전 대원들의 인물사진을 한 컷씩 찍고 각 그룹별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학교 선생님그룹과 학교 선생님이 아닌 그룹, 다시 학교 선생님그룹도 퇴직한 선배님그룹과 현재 재직 중인 후배그룹, 여교사그룹과 남교사그룹, 초등선생님그룹과 중등선생님그룹, 청소년그룹, 청주그룹과 충주그룹, 광주전남그룹 또 무슨 그룹과 무슨 그룹 등 웃고 떠들고 즐겁고 한가로운 시간이었다. 짧지만 되돌릴 수 없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매 순간순간을 행복하게 보내야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한 번 흘러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니.

 

 

[치플링을 향해 가는 행복한 길에서(좌로부터_설상욱, 연철흠, 오인숙, 김영채 대원)_탐사대 사진]

 

 

  2시간쯤 걸어 골푸반장(Golphu Bhanjyang 2,130m)에 도착하였다. 구릉족이 사는 제법 큰 마을이라 마을에는 대장간도 있었다. 길가의 가게 앞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들이 따스한 햇볕을 쬐려고 앉아있어 주민들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었다. 사진 찍어도 되느냐고 카메라를 보여주면 마다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 사진찍기에 좋았다. 마을을 지나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사진을 부탁했으나 사진 찍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이 딱 한두 번 뿐이었으니 정말 순박한 인심이었다.

  골푸반장에서 2시간을 더 걸어 치플링(Chipling 2,170m)에 도착하였다. 치플링의 라마게스트하우스(Lama Guest House)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점심메뉴는 요리사 리마가 만든 티베탄브레드와 김치볶음밥인데, 김치볶음밥을 먹고도 숭늉 한 그릇은 다들 마다하지 않았다. 서양인이 빵 먹고 커피는 기본이듯이 우리에게는 숭늉이 식후의 기본음식이었다. 나는 평소에 식사 후 커피 마시는 것을 즐겨했으나 트레킹 중에는 커피를 까마득히 잊고 살았다. 식사 후에 뜨거운 숭늉을 한 그릇 먹어야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한낮의 치플링은 날씨가 얼마나 따뜻한지 우리나라의 5월 어느날 야산에 소풍나온 기분이 들었다. 마당 한쪽에는 촌닭들이 놀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많이 키우는 황구같은 누렁이가 배를 드러내고 자빠져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개 잡아먹겠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니, 이놈의 개팔자가 상팔자였다. 우리 탐사대도 점심식사 후에는 릴랙스하게 쉬는 시간을 가졌다. 등산화를 벗고 맨발로 마당의 잔디를 밟고 이리저리 걷는 대원도 있고, 식당 앞마당의 수돗가에서 시원하게 머리를 감는 대원도 있었다. 이러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한가로운 풍경은 네팔에서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아쉽지만 1250분 치플링을 출발하였다.

 

 

[치소파니에서 본 히말라야의 일몰 풍경처럼 아쉬움 속에 우리의 트레킹도 끝을 향하여 간다_김영채 사진]

 

 

  치플링을 떠나서는 상당히 급한 경사길을 내려가야 했다. 경사진 산길을 40분쯤 걸어 내려와서 큰 도로와 만났다. 자동차 길이었다. 간간히 오토바이도 지나갔다. 파티반장을 바로 코앞에 두고 오후 2시 무렵에 길가의 판잣집 주막에서 쉬었다. 주민들이 주막 안에 몇몇이 앉아 있었고 주모는 양념한 닭고기를 냄비에 끓이고 있었다. 주막 안에서 아궁이도 없이 나무를 때어 요리를 하니 판잣집 속이 연기로 가득 찼다. 네팔 막걸리인 창을 마셔보았다. 어쩐지 위생적이지 않아 보여 한 모금만 마시고 더 마시지는 않았는데, 물을 많이 탔는지 우리 막걸리보다 묽어 심심하고 맛이 없었다. 주막 안에서 요리를 하므로 더운 열기와 매캐한 연기 때문에 더 앉아 있을 수가 없어 창 한 모금만 하고 밖으로 나와서 쉬었다. 1월인데도 한낮의 햇살이 따갑고 눈이 부셔 마치 우리나라의 따뜻한 어느 봄날 같았다.

  치플링을 떠난지 1시간 30분쯤 지나 파티반장(Pati Bhanjyang 1,830m)에 도착하였다. 파티반장은 네와르족의 마을이라고 하는데 롯지와 찻집이 있었다. 파티반장의 마을 어귀에서 잠시 쉬었다가 작은 언덕을 한 시간 정도 올라가서 자동차 도로와 만날 수 있었다. 오후 340분에 치소파니(Chisopani 2,170m)에 도착하였다. 숙소인 호텔 안나푸르나마운틴뷰의 옥상에서는 저 멀리 보이는 가네시 히말과 랑탕 히말의 전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이제 이 아름다운 풍경과 작별을 해야 한다니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한라산 정상보다도 높아 석양이 되자 날씨가 추워졌지만, 이 풍경을 두고 객실로 들어가기가 아쉬워 많은 대원들이 옥상에서 추위를 참아가면서 히말라야 설산의 일몰 풍경을 놓치지 않고 감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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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1. 10.[화]

 

  어제 많은 눈이 내린 곱테의 롯지 나마스테호텔(3,930m) 주변은 온통 은세계로 변해 있었다. 곱테의 아침은 맑게 개어 있었고 카트만두 방향의 남쪽 계곡은 운해로 가득차 있었다. 마치 구름바다 위에 떠 있는 기분이었다. 7시 30분, 우리 탐사대는 롯지에서 계곡을 향해 내려간 다음 눈길을 따라 서서히 40분을 걸어 올라가 지도상에는 나와있지 않으나 롯지 하나가 있는 카르카에 도착하였다. 응달진 곳에 있는 작고 외딴 롯지인데 겨울인데도 관리인이 있었다. 잠시 쉰 후 다시 발목보다 깊이 빠지는 비탈진 눈길을 한참을 걸어 내려갔다. 숲길을 빠져나와 산허리로 올라붙으니 이제야 아침 햇살을 볼 수 있었다. 백옥같이 하얀 눈을 뒤집어 쓴 키 작은 나뭇가지가 눈속에서 아침햇살을 받으니 그 영롱한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아침햇살을 받은 그 빛나는 풍광을 놓칠 수가 없어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면서 걸었다. 이렇게 한참을 가다보니 능선에 올라서게 되었고, 그곳에 몇 개의 롯지가 드문드문 있었다. 곱테의 롯지를 떠난지 약 1시간 30분 만에 타레파티반장에 도착하였다.

 

[곱테의 롯지를 출발하여 눈 덮인 산길을 오르는 탐사대_김영채 사진]

 

 

  이곳은 지도상에는 타데파티반장(Thadepati Bhanjyang 3,690m)으로 표시되어있지만, 가이드 핀죠를 비롯한 모든 현지인들은 타레파티(Tharepati)반장이라고 불렀다. 여기서 반장이란 말을 살펴보면, 랑탕국립공원의 네팔지도에는 ‘패스’보다는 ‘반장’이란 말이 훨씬 많이 나오는데, 네팔어로 ‘반장(Bhanjyang)’은 ‘패스’처럼 고개라는 말로 쓰이지만 ‘패스(Pass)’보다는 낮은 고개를 ‘반장(Bhanjyang)’으로 부르고 있는 것 같았다. ‘반장’은 히말라야산맥 근처가 아닌 남쪽의 헬람부 지역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타레파티의 롯지들은 고사인쿤드의 롯지처럼 다닥다닥 붙어있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드문드문 떨어져 있었다. 산 능선 위의 타레파티에서는 조망이 매우 좋았다.

  우리가 어제 힘들게 넘었던 눈 덮인 라우레비나 패스가 아침 햇살을 받으며 매우 높게 보였다. 한마디로 고봉준령(高峯峻嶺)이었다. 해나 달도 넘기 어려울 것 같은 저렇게 높은 고개를 어떻게 넘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도를 보니 패스 왼쪽에는 수르야쿤드가 있고, 패스의 오른쪽에는 삼각형으로 뾰쪽하게 보이는 하얀 봉우리가 높이 솟아 있는데, 이것이 수르야피크(Surya Peak 5,145m)였다. 타레파티는 전망이 매우 좋아 멀리 설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안성마춤의 장소였다. 사진가인 박종익 부대장님이 대원들에게 많은 사진을 찍어주었다. 대원들은 박 부대장이 전문가용 카메라인 캐논 마크파이브를 가지고 있으므로 박 부대장이 찍어주는 사진을 매우 좋아하였다. 매번 사진 찍어달라고 하기에 미안하니까 다들 “이왕이면 왕다마로 박아야 한다…”면서 카메라 앞에 서곤 했다. 나도 여러장의 독사진을 부탁을 드렸었다.

 

 

[눈 밭 속에 핀 가시나무 눈꽃_김영채 사진]

 

 

  눈 덮인 타레파티는 추울 것 같았지만 예상외로 따뜻하였다. 타레파티반장 롯지의 평상에 앉아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상당히 긴 시간을 쉬었다. 타레파티에서의 하산길은 햇살을 받으며 능선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므로 오버자켓을 벗고 셔츠 한 장만 입고 있어도 추운 줄을 몰랐다. 타레파티에서 평탄한 능선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 12시 15분경에 롯지가 세 개 있는 마긴코트(Mangengoth 3,420m)에 도착하였다. 첫 번째 나오는 롯지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롯지의 햇살 고운 양지바른 마당에서 따뜻한 홍차를 마시니 마치 봄나들이 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서 30분쯤 능선을 향해 올라가면 롯지가 하나 있는 고갯마루에 도착하는데, 이 고개가 큐올라반장(Kyuola Bhanjyang 3,280m)이다. 고갯마루에 있는 롯지 앞마당에는 호박을 얇게 채썰어서 말리고 있었는데, 롯지에서 일하는 청년에게 뭐냐고 물어보니 호박죽을 쓸 재료라고 하여 몇 개 집어 맛을 보았다. 달콤한 맛이 나고 향긋한 호박향 냄새가 났다.

 

  이제부터는 급한 내리막길이 계속되었다. 1시간 30분 정도 숲길을 걸어 내려가니 길가에 민가가 한 채 있고, 계단식 밭들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마을 입구에 있는 커다란 흰색 스투파에 도착하니 마을에 다 온 것 같았다. 높이가 5~6m는 됨직한 엄청나게 큰 스투파였다. 스투파에는 ‘지혜의 눈’과 함께 눈동자 세 개가 사방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처음 보는, 스투파에 그려진 동서남북을 향한 세 개의 눈동자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마을 입구에 있는 스투파에서 롯지가 있는 마을 중심지까지는 20분이나 걸렸다.

  롯지로 가는 길은 계단식 밭들이 있는 목가적인 풍경이 계속되었다. 오후 4시 20분에 쿠툼상(Kutusang 2,470m)의 롯지 쿠툼상호텔에 도착하였다. 쿠툼상 마을도 백두산 정상 높이에 근접하니 해발고도가 상당히 높은 곳이라 조망이 매우 좋았다. 롯지 앞마당에서도 북동쪽으로 멀리 랑탕히말의 설산이 보일 정도였다. 오늘 트레킹은 약 9시간 정도 걸렸다. 험준한 산악지형에서부터 부드러운 구릉의 농경지가 있는 큰 마을로 내려오니 긴장이 풀리고 몸과 마음이 편안하였다. 이제 우리의 트레킹 일정도 거의 끝나가고 있어 아쉬움과 시원함이 교차하였다. 되돌아보면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꿈같은 나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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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1. 09.[]

 

  오늘도 예외없이 아침 6시에 우리를 깨우는 뜨거운 홍차가 배달되었다. 이 추위 속에서 새벽같이 일어나 음식을 준비하는 조리팀이 고마웠다. 뜨거운 차를 마시니 몸이 훈훈해졌다. 오늘 트레킹은 추위와의 싸움을 해야 할 것이다. 630분에 식당에 모여 아침식사를 하였다. 몇몇 대원이 아침식사를 못한다고 하니, 걱정이 되었다. 뜨거운 물이라도 많이 마셔야할텐데~.  오늘 산행 코스는 눈이 많고 바람이 강한 고개를 넘어야하니 나 또한 대비를 든든히 하였다. 등산바지 위에 오버트라우져를 한 장 더 입었고 상의는 다운 조끼 위에 우모복을 입었다. 고소모와 방수 장갑을 끼었고, 스패츠와 아이젠을 착용하여 출발 준비를 마쳤다. 언제나 그러하듯 730분에 출발 채비를 한 대원들이 모두 모였다. 먼저 식당 앞 빈 공터에서 간단한 체조를 하고 출발하였다.

 

 

[고사인쿤드의 호수가에 있는 힌두교 사원(호수 바로 옆 건물)_김영채 사진]

 

  이 곳 고사인쿤드는 힌두교도에게는 매우 신령스런 성지라고 한다. 호수 속에 힌두교의 주신 중 하나이며 우주의 수호신인 비슈누(Visnu) 신이 잠들어 있다고 믿고 있어, 호수가에 시바신의 상징으로 숭배되는 링가(Linga)를 모신 사당이 있었다. 사당을 지나 라우레비나 패스로 향하는 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호수를 오른쪽에 끼고 눈과 바람과 추위를 헤쳐 한참을 걸으니 고사인쿤드는 산능선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고개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추위는 더 심해졌고, 눈이 깊게 쌓여 걸을 때 마다 발목보다 깊이 빠지니 걷는 속도는 느려지고 힘은 더 들었다. 힘이 들어도 천천히 오르니 어느덧 고개 정상 가까이에 왔다. 

  고사인쿤드가 사라지고 새로운 호수가 나타났는데 수르야쿤드이다. 고갯마루 가까이 등산로 오른쪽에 있는 수르야쿤드(Surya Kund)의 안내판을 지나니 이번 트레킹에서 최고 높이인 라우레비나 패스(Laurebina Pass 4,610m)의 정상이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2시간 10분이 걸렸다. 고개 정상에서 탐사대원들 모두 뿌뜻한 마음으로 기뻐하였다. 지금부터는 내리막길이지만 눈이 쌓여있어 빨리 걸을 수는 없었다. 고개 정상에서 내리막길로 한참을 내려가니 롯지가 하나 나왔다. 수르야쿤드의 이정표에는 롯지가 있는 페디까지 2시간 거리라고 했으나 우리는 2시간 30분만에 페디(Phedi 3,730m)에 도착하였다. 롯지만 하나 있는 페디에서 뜨거운 국수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점심식사를 하고 나니 이제 춥지 않았다. 우리 탐사대가 넘어야 할 가장 큰 고비를 탐사대원 모두가 무사히 넘겼다.

 

 

[라우레비나 패스 정상 근처의 수르야쿤드 안내판_설상욱 사진]

 

  점심을 먹고 오후 1시에 출발할 때, 나는 우모복을 벗고 오버자켓으로 갈아 입었다. 고개를 넘어 남쪽으로 오니 고도가 낮고 남향이라 고사인쿤드를 출발할 때처럼 춥지는 않았다. 페디의 롯지를 나와서는 롯지 뒤편의 계곡을 향하여 급경사면을 내려간 다음 산 능선으로 오르기 시작하였다. 곱테까지 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몇 개의 산 능선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가야하는 험한 길을 따라 점차 고도를 낮추어 나갔다. 오전에 흐리기만 하던 날씨가 오후가 되니 눈발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눈발이 점점 더 심해져서 잠시 쉬는 동안 배낭에 커버를 씌어야할 만큼 많은 눈이 내렸다. 어젯밤의 달무리가 눈을 몰고 온 것 같았다. 오전에는 심설산행을 하더니 오후에는 눈꽃산행인가! 히말라야의 설원에서 눈까지 맞으면서 산행을 하다니 정말 다양한 겨울산행을 경험하게 되었다. 오늘 내리는 눈은 우리 탐사대에 대한 축복인 셈이다. 앞 사람의 어깨와 배낭 위에 눈이 수북이 쌓였다. 탐사대원들이 지쳐갈 무렵 3시간 10분만에 곱테(Ghopte 3,430m)에 도착하였다.

  곱테에는 롯지만 2개가 있었는데, 트레킹 도중 만났던 롯지 중에서 가장 허접하였다. 침대 2개가 있는 방이 어찌나 좁은지 침대와 침대 사이가 30센티미터 정도 떨어져 있을 뿐이었다. 할 수 없이 등산화는 침대 아래에 넣고 카고백은 복도에 두었다. 방과 방 사이도 얇은 나무판자로 허술하게 막아서 옆방의 불빛이 그대로 스며들어왔다. 옆방에 있는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 지 알 지경이었다. 옆방에서 랜턴을 끄니 내 랜턴불빛이 옆방까지 스며들어가 잠을 방해할까봐 미안해서도 랜턴을 꺼야했다. 불빛도 스며들고 코고는 소리도 훤히 들리는 그런 판자벽 롯지이지만, 이렇게 허술하기는 해도 오늘밤에 내리는 눈비와 추위를 막을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다. 오후에 내리던 눈은 저녁식사 이후에도 그치지 않고 내리는 모양이 밤새 내릴 것 같았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젯밤보다는 고도가 천 미터나 낮아 그리 추울 것 같지는 않았다. 저녁식사 후 난로가 있는 식당에서 쉬다가 9시 30분에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 추위와 눈보라 속에 큰 고개를 넘어 피곤한지 오늘은 모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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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1. 07.[토]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30분이 늦은 6시 30분에 기상하였다. 7시에 밥과 된장국으로 아침식사를 하였다. 식사 후에는 반드시 숭늉이 곁들여 졌다. 트레킹 기간 내내 김치, 고추장, 젓갈 등 한식음식을 먹게 되니 음식 트러블이 없어 대원 모두의 체력관리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매일 아침마다 다른 국을 끓여내는 쿡의 솜씨가 놀랍지만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미리 치밀하게 식단을 짠 탐사대장님의 세심한 배려가 더 놀라울 뿐이다. 오랜 히말라야 등반 경험을 통한 대원들의 체력관리 노하우가 탐사 일정과 식단 속에 다 들어있는 것 같았다. 전문가다운 리더십이다.

  8시에 모두 모여 아침체조를 하였다. 롯지에는 마당이 없어 곰파의 마당에서 체조를 한 후 싱곰파를 향해 출발하였다. 마을 곰파를 나와 군부대 아래 쪽 길로 가다가 보건소 앞에서 농경지를 지나 언덕길로 접어들었다. 한 시간 반 쯤 오르면 2개의 롯지가 있는데 겨울이라 문이 잠겨있었다. 약 10분 쯤 더 오르면 산 사면에 두르사강(Dursagang 2,650m)의 티숍(Tea Shop)이 있고 전망이 좋은 마운틴뷰롯지가 나오는데 여기에서 쉬었다. 아침 햇살이 따뜻하였다. 이 롯지의 입구 문 위에는 바람으로 돌리는 작은 마니차가 있었다. 이곳 두루사강은 마을이 없고 롯지만 서너 곳이 있었다. 트레킹 코스 중간 중간에는 두세 시간이나 서너 시간을 걸으면 마을이 있거나 롯지가 있었다. 트레커들을 위하여 국가 차원에서 롯지들을 건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적당한 거리마다 쉬거나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롯지는 꼭 있었다.

 

 

[두르사강(Dursagang 2,650m)에 있는 마은틴뷰 롯지의 대문 위에 있는 바람으로 돌리는 마니차_김영채 사진]

 

  숲속 길을 2시간 정도 더 올라가면 탁 트인 능선 위에 롯지가 2개가 있는데, 여기가 풀룽능선(Phulung Danda) 위에 있는 포프랑(Phoprang 3,210m)이다. 롯지 선셋뷰호텔 간판에도 「단다(Danada)」라는 말이 있는데 단다는 능선을 뜻하는 말이다. 시간이 11시 40분, 전망 좋은 곳에서 가네시 히말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쉬면서 여기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햇살은 화창하나 3천미터가 넘으니 금방 추위를 느껴 오리털 파카를 꺼내 입었다. 운행 중에는 가벼운 복장으로, 쉴 때는 파카를 입어 보온을 하는 일이 고산 트레킹 중에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쉽게 말해 옷을 입었다 벗었다를 잘하여 땀을 흘리지 않는 것이 레이어링 시스템이다. 땀을 흘리지 않고 등산을 하는 사람이 가장 등산을 잘하는 사람인 것이다. 땀을 흘리는 일은 에너지의 손실을 의미하므로 그렇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김치볶음밥으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김치볶음밥을 먹고도 숭늉은 나온다. 우리 탐사대의 조리팀은 참으로 대단한 조리팀이다.

 

  오후 1시에 포프랑을 출발하였다. 이제부터는 3천미터 이상의 고소 산행이 시작되었다. 비교적 텽탄힌 길을 따라 걸었다. 롯지를 출발하자마자 바로 전나무 숲이 나왔다. 숲속 음지에는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열대 우림지역이라 수백 년 된 아름드리나무가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었다. 숲 속에서 나무하러 온 싱곰파의 어린이들을 만났다. 눈 속을 슬리퍼를 신고 오는 아이도 있었는데 추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즐겁게 떠들고 장난치며 놀고 있었다. 1시간 30분정도 숲속 길을 걷다가 산 모퉁이를 돌아가니 싱곰파의 마을과 롯지가 보였다. 길은 마을 입구에 있는 롯지 앞에서 둔체에서 오는 길과 합류하였다. 지도에는 둔체에서 싱곰파까지 5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것으로 나와 있다.

 

 

 [포프랑에서 점심시간에 한가로운 탐사대원 모습, 모처럼 여선생님 대원이 다 모였다_김영채 사진]

 

 오후 2시 40분에 싱곰파(Singh Gompa 3,300m)의 레드판다호텔(Red Panda Hotel)에 도착하였다. 규모가 큰 롯지였다. 식당 건물과 숙소 건물이 분리되어 있는데 숙소도 트레킹 도중에 만난 롯지 중에서는 시설이 가장 좋았다. 2층으로 된 숙소 건물은 각 거실을 중심으로 2인용 객실이 4개가 있으며 거실 한 편에 좌변기의 수세식 화장실이 있는 구조였다. 고산에서는 밤에 자주 깨어 화장실을 가야하는데, 화장실이 방 밖에 있지만 실내에 있으므로 매우 편리하였다. 겨울이 아닌 계절에 온다면 전망도 좋고 실내가 편리하게 되어 있어 며칠 묶고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히말라야 트레킹 도중 만난 롯지 중 가장 좋은 숙소였다.

  오늘 일정은 7시간이 못되어 트레킹이 끝났다. 호텔방에 짐을 정리하고도 아직 해가 많이 남아있어 마을에 있는 치즈공장을 방문하였다. 공장 내부는 볼 수 없었으나 야크 젖으로 만든 치즈는 구경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맷돌크기의 치즈 덩어리에서 1kg 단위로 잘라 팔고 있었다. 몇 대원이 야크치즈를 구입할 때 나도 1kg을 샀다. 가격은 1kg에 570루피(1루피는 14원) 하였다. 잘 숙성되었으나 가미되지 않은 치즈 맛은 느끼하고 짠 맛이 강해 우리나라에서 먹던 슬라이스 치즈 맛은 아니었다.

 

  저녁식사 전까지 식당에서 이야기며 노래하고 시간을 보냈다. 6시에 저녁식사를 할 때 박종익 부대장님이 내일 일정에 대하여 상세하게 소개를 하였다. “내일 우리가 머무를 장소는 고사인쿤드인데 해발고도가 4,380m나 되므로, 이번 트레킹 일정 중에서 내일 일정이 가장 어렵고 중요한 일정이다. 현재의 고도에서 약 1천미터나 고도를 올려야 하기 때문이며, 내일 운행만 잘하면 모레부터는 힘들지 않고 순탄할 것”이라고 하였다. 박 부대장님의 권유로 내가 간단하게 덧붙였다. “고산병이 오지 않도록 물을 많이 마시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혹시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대원은 잠자기 전에 고산병 약을 먹어야 한다”고 조언을 하였다. 나는 컨디션이 아주 좋아져 저녁식사도 충분히 하였다. 룸 메이트인 연철흠 선생님의 컨디션도 매우 좋아 다행이었다.

  저녁식사 후 우리팀의 포터들이 노래와 춤을 추며 우리를 위로해 주었다. 네팔 민요인 ‘레삼피리리’와 ‘심심해’를 부르며 춤까지 추었다. ‘레삼피리리(Resham Firiri)’는 네팔의 산에서 온 유명한 민요 중의 하나인데, 우리말로는 ‘비단 두건이 바라에 날리네’라는 뜻이라고 하며, 이 민요는 낭만적인 젊음의 감정을 표현하는 노래라고 한다. 또 ‘심심해’라는 노래는 윤석주 자문위원님이 신청하여 포터들이 불러 주었는데, 노랫말 속에 우리말 심심해라는 말이 많이 나와서 우리끼리 ‘심심해’라고 부르게 되었다. ‘심심해’라는 노래는 나중에 알고 보니까 ‘심시메 파니마(Sim Sime Panima)’라는 노래인데, 네팔의 브라만(Brahmans)과 체트리(Chhetri) 공동체의 전통 결혼식에서 새로운 커플에 대한 환희에 찬 행복과 번영을 기원하며 축하할 때 부르는 노래라고 하였다. 매우 경쾌하고 즐거운 가락이었다. 우리도 아리랑을 불러 우리 민요를 들려주었으며, 나중에는 ‘레삼피리리’를 같이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내년에 트레킹 준비할 때는 우리 가요의 노랫말도 꼭 적어 와야 하겠다. 탐사대 수첩에 가사가 적힌 ‘레삼피리리’는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겠는데, 막상 우리 가요를 부르려니 도통 가사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들 노래 가사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게 다 나이 먹은 탓인것 같기도 하다.

  모든 대원이 각자 방으로 돌아가고 나와 연 선생님도 방으로 와서 내일 운행 준비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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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1. 07.[]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30분이 늦은 630분에 기상하였다. 7시에 밥과 된장국으로 아침식사를 하였다. 식사 후에는 반드시 숭늉이 곁들여 졌다. 트레킹 기간 내내 김치, 고추장, 젓갈 등 한식음식을 먹게 되니 음식 트러블이 없어 대원 모두의 체력관리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매일 아침마다 다른 국을 끓여내는 쿡의 솜씨가 놀랍지만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미리 치밀하게 식단을 짠 탐사대장님의 세심한 배려가 더 놀라울 뿐이다. 오랜 히말라야 등반 경험을 통한 대원들의 체력관리 노하우가 탐사 일정과 식단 속에 다 들어있는 것 같았다. 전문가다운 리더십이다.

 

  8시에 모두 모여 아침체조를 하였다. 롯지에는 마당이 없어 곰파의 마당에서 체조를 한 후 싱곰파를 향해 출발하였다. 마을 곰파를 나와 군부대 아래 쪽 길로 가다가 보건소 앞에서 농경지를 지나 언덕길로 접어들었다. 한 시간 반 쯤 오르면 2개의 롯지가 있는데 겨울이라 문이 잠겨있었다. 10분 쯤 더 오르면 산 사면에 두르사강(Dursagang 2,650m)의 티숍(Tea Shop)이 있고 전망이 좋은 마운틴뷰롯지가 나오는데 여기에서 쉬었다. 아침 햇살이 따뜻하였다. 이 롯지의 입구 문 위에는 바람으로 돌리는 작은 마니차가 있었다. 이곳 두루사강은 마을이 없고 롯지만 서너 곳이 있었다. 트레킹 코스 중간 중간에는 두세 시간이나 서너 시간을 걸으면 마을이 있거나 롯지가 있었다. 트레커들을 위하여 국가 차원에서 롯지들을 건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적당한 거리마다 쉬거나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롯지는 꼭 있었다.

  숲속 길을 2시간 정도 더 올라가면 탁 트인 능선 위에 롯지가 2개가 있는데, 여기가 풀룽능선(Phulung Danda) 위에 있는 포프랑(Phoprang 3,210m)이다. 롯지 선셋뷰호텔 간판에도 단다(Danada)라는 말이 있는데 단다는 능선을 뜻하는 말이다. 시간이 1140, 전망 좋은 곳에서 가네시 히말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쉬면서 여기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햇살은 화창하나 3천미터가 넘으니 금방 추위를 느껴 오리털 파카를 꺼내 입었다. 운행 중에는 가벼운 복장으로, 쉴 때는 파카를 입어 보온을 하는 일이 고산 트레킹 중에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쉽게 말해 옷을 입었다 벗었다를 잘하여 땀을 흘리지 않는 것이 레이어링 시스템이다. 땀을 흘리지 않고 등산을 하는 사람이 가장 등산을 잘하는 사람인 것이다. 땀을 흘리는 일은 에너지의 손실을 의미하므로 그렇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김치볶음밥으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김치볶음밥을 먹고도 숭늉은 나온다. 우리 탐사대의 조리팀은 참으로 대단한 조리팀이다.

 

  오후 1시에 포프랑을 출발하였다. 이제부터는 3천미터 이상의 고소 산행이 시작되었다. 비교적 텽탄힌 길을 따라 걸었다. 롯지를 출발하자마자 바로 전나무 숲이 나왔다. 숲속 음지에는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열대 우림지역이라 수백 년 된 아름드리나무가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었다. 숲 속에서 나무하러 온 싱곰파의 어린이들을 만났다. 눈 속을 슬리퍼를 신고 오는 아이도 있었는데 추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즐겁게 떠들고 장난치며 놀고 있었다. 1시간 30분정도 숲속 길을 걷다가 산 모퉁이를 돌아가니 싱곰파의 마을과 롯지가 보였다. 길은 마을 입구에 있는 롯지 앞에서 둔체에서 오는 길과 합류하였다. 지도에는 둔체에서 싱곰파까지 5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것으로 나와 있다.

 

 

[포프랑에서 점심시간에 한가로운 탐사대원 모습_김영채 사진]

 

  오후 240분에 싱곰파(Singh Gompa 3,300m)의 레드판다호텔(Red Panda Hotel)에 도착하였다. 규모가 큰 롯지였다. 식당 건물과 숙소 건물이 분리되어 있는데 숙소도 트레킹 도중에 만난 롯지 중에서는 시설이 가장 좋았다. 2층으로 된 숙소 건물은 각 거실을 중심으로 2인용 객실이 4개가 있으며 거실 한 편에 좌변기의 수세식 화장실이 있는 구조였다. 고산에서는 밤에 자주 깨어 화장실을 가야하는데, 화장실이 방 밖에 있지만 실내에 있으므로 매우 편리하였다. 겨울이 아닌 계절에 온다면 전망도 좋고 실내가 편리하게 되어 있어 며칠 묶고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히말라야 트레킹 도중 만난 롯지 중 가장 좋은 숙소였다.

  오늘 일정은 7시간이 못되어 트레킹이 끝났다. 호텔방에 짐을 정리하고도 아직 해가 많이 남아있어 마을에 있는 치즈공장을 방문하였다. 공장 내부는 볼 수 없었으나 야크 젖으로 만든 치즈는 구경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맷돌크기의 치즈 덩어리에서 1kg 단위로 잘라 팔고 있었다. 몇 대원이 야크치즈를 구입할 때 나도 1kg을 샀다. 가격은 1kg570루피(1루피는 14) 하였다. 잘 숙성되었으나 가미되지 않은 치즈 맛은 느끼하고 짠 맛이 강해 우리나라에서 먹던 슬라이스 치즈 맛은 아니었다.

 

  저녁식사 전까지 식당에서 이야기며 노래하고 시간을 보냈다. 6시에 저녁식사를 할 때 박종익 부대장님이 내일 일정에 대하여 상세하게 소개를 하였다. “내일 우리가 머무를 장소는 고사인쿤드인데 해발고도가 4,380m나 되므로, 이번 트레킹 일정 중에서 내일 일정이 가장 어렵고 중요한 일정이다. 현재의 고도에서 약 1천미터나 고도를 올려야 하기 때문이며, 내일 운행만 잘하면 모레부터는 힘들지 않고 순탄할 것이라고 하였다. 박 부대장님의 권유로 내가 간단하게 덧붙였다. “고산병이 오지 않도록 물을 많이 마시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혹시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대원은 잠자기 전에 고산병 약을 먹어야 한다고 조언을 하였다. 나는 컨디션이 아주 좋아져 저녁식사도 충분히 하였다. 룸 메이트인 연철흠 선생님의 컨디션도 매우 좋아 다행이었다.

  저녁식사 후 우리팀의 포터들이 노래와 춤을 추며 우리를 위로해 주었다. 네팔 민요인 레삼피리리심심해를 부르며 춤까지 추었다. ‘레삼피리리(Resham Firiri)’는 네팔의 산에서 온 유명한 민요 중의 하나인데, 우리말로는 비단 두건이 바라에 날리네라는 뜻이라고 하며, 이 민요는 낭만적인 젊음의 감정을 표현하는 노래라고 한다. 심심해라는 노래는 윤석주 자문위원님이 신청하여 포터들이 불러 주었는데 노랫말 속에 우리말 심심해라는 말이 많이 나와서 우리끼리 심심해라고 부르게 되었다. ‘심심해라는 노래는 나중에 알고 보니까 심시메 파니마(Sim Sime Panima)’라는 노래인데, 네팔의 브라만(Brahmans)과 체트리(Chhetri) 공동체의 전통 결혼식에서 새로운 커플에 대한 환희에 찬 행복과 번영을 기원하며 축하할 때 부르는 노래라고 하였다. 매우 경쾌하고 즐거운 가락이었다. 우리도 아리랑을 불러 우리 민요를 들려주었으며, 나중에는 레삼피리리를 같이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내년에 트레킹 준비할 때는 우리 가요의 노랫말도 꼭 적어 와야 하겠다. 탐사대 수첩에 가사가 적힌 레삼피리리는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겠는데, 막상 우리 가요를 부르려니 도통 가사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들 노래 가사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게 다 나이 먹은 탓인가?

  모든 대원이 각자 방으로 돌아가고 나와 연 선생님도 방으로 와서 내일 운행 준비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출처 : 충북등산학교
글쓴이 : youngch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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